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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모니터위원회] ‘이대남’ 등 돌려라 고사 지내는 언론
등록 2019.02.01 14:50
조회 700

이 보고서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회원 모임인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의 공동 창작물입니다.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는 매주 월요일 저녁에 만나 신문에 대해 토론하면서 한 달에 1개 정도의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신문을 읽고 미디어 비평을 함께 해 보고 싶으신 분, 좋은 사람들과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은 분들은 민언련(02-392-0181)로 연락주세요.

 

최근 20대 남성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지난달 1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29.4%인 반면, 부정평가는 64.1%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체 남녀별 연령집단 중 가장 낮은 수치였습니다.

 

리얼미터 통계.jpg

△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 2018년 12월 2주차 주간집계(리얼미터, 12월 10~14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9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

 

 

리얼미터는 20대 남성의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 논란과 청년세대의 남성과 여성 간 혐오, 즉 성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20대’, 그중에서 ‘남성’이 유독 국정수행에 반감을 가진 이유를 병역과 젠더 이슈로 해석한 겁니다. 이를 시작으로 다수의 언론에서 ‘이대남(20대 남성)’ 지지율 하락과 ‘젠더 이슈’를 연결 지었습니다.

 

언론이 여론조사 결과 또는 여론을 분석할 때는 사안에 대한 깊이 있는 취재와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언론은 이례적으로 낮은 이대남의 지지율과 관련해 어떤 기사를 썼을까요? 여론조사 기관이 밝히지 못한 진실을 파헤치는 노력이 충분했을까요?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가 분석해봤습니다.

  

1. 따옴표 저널리즘…리얼미터 받아쓰면 끝?

따옴표 저널리즘이란, 사실에 대한 분석과 해석 없이 취재원이 제공한 정보를 그대로 받아쓰는 보도 관행을 비판하는 단어입니다. 일부 언론은 리얼미터의 조사결과를 그대로 전달해 기사화하는 데 그쳤습니다.

조선일보는 <20대男 29% 최저… 20대女 63% 최고>(2018/12/18 황대진 기자)에서 “종교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 논란과 청년 세대의 ‘젠더(성)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리얼미터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썼습니다. 중앙일보의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 48.5%…20대 남성 지지도 가장 낮아> 한국경제 <20대 남성, 문 지지율 29.4%로 추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신문사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매일경제

한국경제

보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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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얼미터의 ‘젠더갈등으로 대통령 지지율 하락’ 분석을 그대로 전한 기사(2018/12/14~1/7) ⓒ민주언론시민연합

 

젠더갈등과 대통령 지지율 상관관계 증명됐나?

언론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때, 여론조사기관이 내놓은 분석과 견해가 타당한지 함께 사펴봐야했지만, 이들은 리얼미터의 분석에 권위를 실어주며 ‘이대남이 젠더이슈로 문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고 주장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리얼미터의 분석은 얼마나 타당한 것일까요? 이에 대해 아직 그 누구도 이렇다 할 근거를 제시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대학 총여학생회 폐지 투표나 ‘82년생 김지영’을 두고 벌어지는 갑론을박 등 2030 연령대서 ‘젠더갈등’이 심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과 ‘대통령 지지율’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병역과 젠더 이슈를 20대 남성 지지율과 연관시킨 건 리얼미터의 해석일 뿐이며, 보다 심층적인 분석과 접근이 필요합니다.

 

2. 여성폭력방지법 때문에 지지율 하락?…오해를 바로잡지 않는 언론

한편 한국경제는 <20대 남성, 文 지지율 29.4%로 추락>(2018/12/17 배정철기자)에서 홍형식 한길리서치소장의 말을 인용해 “문재인 정부가 ‘여성폭력방지법’ 등 여성친화적 정책을 내놔 20대 남성 사이에 상대적 박탈감이 작용했다”고 썼습니다. 20대 남성들이 ‘여성폭력방지법’을 반대하기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한 것이죠.

 

‘여폭법’이 역차별법?

일부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성폭력방지법에 대한 가짜뉴스와 왜곡된 정보가 퍼지면서 역차별이라는 비난이 확산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남초 커뮤니티’에 유포되고 있는 <여성폭력방지법의 심각성>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보면, 남녀가 서로 욕설을 해도 남성은 여성폭력죄로 처벌받기 때문에 ‘역차별법’이라고 강하게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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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초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유포되는 <여성폭력방지법의 심각성> 제목의 게시물 중 일부

 

그러나 여성폭력방지법은 처벌 조항조차 없는 기본법입니다. 여성폭력방지법의 의의는 여성폭력에 대한 ‘컨트롤타워’를 세워서 관계 부처 간 유기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하려는 데 있습니다. 그동안 사각지대에 있던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규정을 마련하기 위한 것입니다. 젠더에 기반한 폭력이 늘어남에 따라 국가가 국민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상식적은 취지입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남성만 ‘여성폭력죄’로 인해 처벌받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언론은 먼저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왜곡된 정보부터 바로잡아야합니다. 이러한 선행과제 없이 ‘여폭법에 반대하는 이대남이 문 대통령 지지를 철회했다’는 식의 주장은 정교한 분석이라고 볼 수 없으며, 젠더 갈등만 부추길 뿐입니다.

 

불만을 만든 건 국회인데...

조선일보는 <아무튼, 주말/ 이대남의 항변 우리를 여성 혐오자라고 착각하지 마라>(1/5 김아사 기자)에서도 20대 남성의 낮은 정권 지지율을 분석하며 ‘여성폭력방지법 사례’를 들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여성폭력방지법이 좋은 예다. 이 법은 피해자를 여성으로만 한정했다. 20대 남성들은 남녀 차별 문제를 가해자 남성과 피해자 여성으로 나눠 해결하는 방법론을 문제 삼는다” 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이 법을 ‘여성’으로만 한정한 건 국회입니다. 애초에 ‘여폭방지법’은 본래 젠더폭력 개념을 사용해서 성별에 관계없이 권력구조에 기초한 폭력 문제를 해결하려는 취지였습니다. 이 법의 최초 출발은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젠더폭력방지기본법’입니다. 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발의한 원안도 ‘젠더폭력방지기본법’이었습니다. 정 의원과 여성가족부는 법안 심사가 진행되는 내내 “소수의 피해자인 남성까지 포괄할 수 있는 부분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젠더 개념이 성소수자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대했습니다. 결국 여야 법사위원들은 토론과정에서 “입법 발의의 취지와 ‘여성’이란 단어만 포함한 법 이름을 고려할 때 우선 여성 피해자에 한정하는 것이 법 체계상 맞다”며 내용을 축소·수정했습니다. 해당 법이 입법 취지와 다르게 국회에서 수정된 게 갈등의 원인입니다. 정 의원실 측은 해당 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다시 원안대로 남성 피해자도 아우를 수 있는 개정안을 준비 중에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젠더’라는 포괄적 개념을 ‘여성’으로 한정한 건 자유한국당입니다.

 

언론이 나서서 오해 풀어야

왜곡된 담론을 단순하게 전달하는 것은 왜곡을 양산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정보 전달의 주체인 언론이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여폭방지법이 공론장에서 남성 역차별 문제로 곡해되고 있다면, 언론이 오류를 바로잡아서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려야 합니다. 여폭방지법의 취지가 남성 차별이 아닌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법이라는 것을 알려서, 불필요한 성별 대결보다는 약자를 위한 법안이 올바르게 정착 될 수 있는 담론 형성에 기여하는 게 맞습니다. 또한 여성폭력방지법을 축소·수정한 주체가 국회라는 점을 알려서, 시민들이 관심과 견제를 올바른 대상에게 표출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당 법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행정부보다는 입법부에 따지는 게 바람직합니다.

 

3. 20대여성 지지율 분석에서 ‘여혐’하는 중앙일보

20대 여성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20대 남성보다 3배 이상 높습니다. 그런데 중앙일보의 온라인 기사 <여의도 인싸/20대 여성들은 왜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할까?>(2018/12/19 김경희 기자)는 20대 여성의 정부 정책지지 이유에 대해 황당하게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는 언뜻 보면 정책에 대한 20대 여성의 여론을 통해서 남성과 대비되는 높은 지지율을 분석하려는 기사인 듯합니다. 하지만 이 기사는 20대 여성이 정말 가벼운 이유로 문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구성했습니다.

이 보도의 첫 문장은 “20대 여성들은 지금 우리나라꼴을 보고도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나?, “잘 생겼다고 문재인 찍은 20대 여성들 내 주변에 많더라”라는 내용이고요. 이 글 바로 밑에 문재인 대통령의 ‘화사한 사진’을 넣었습니다.

이어 문대통령을 왜 지지하냐는 물음에 20대 여성 지지자가 “호감형 외모” “애처가” “유기견 입양”이라고 답변했다는 내용을 넣은 뒤, 문 대통령이 젊은이들과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진을 담았습니다. 한마디로 20대 여성의 높은 지지율이 정부 정책과 관계없이, 대통령 개인의 이미지나 감성을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느껴지게 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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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여성의 문재인 지지율이 개인의 이미지나 감성을 자극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인상을 강조하는 중앙일보

 

20대 여성은 정치를 논하기 부족한 존재라는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들어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기사에는 여성의 정치 참여를 비하하거나, 20대 여성의 지지는 비합리적이라는 여성혐오성 댓글이 상당수 달려있었습니다. 기사와 댓글 모두가 정부 정책이 부적절함에도, 정치 문외한인 20대 여성만 그 사실을 모른다는 뉘앙스가 담겨있습니다.

중앙일보는 이전에도 20대 여성은 정책과 무관하게 감성으로 지지하는 집단으로, 20대 남성은 정책에 실망하는 집단으로 보는 기사를 썼습니다. <"페미 대통령"에 뿔난 남성, 文지지율 50% 무너뜨렸다>(2018/12/07 현일훈 기자)에서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종종 보여주는 감성적 이벤트가 여성들에게 호소력이 크다는 얘기도 나온다.”, “남성들 사이에선 “피부로 느끼는 경기 체감이 지지층 이탈을 낳고 있다””라는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했습니다.

정책 지지와 대통령 개인에 대한 지지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볼 수는 없습니다. 20대 남성 정책 지지율 하락을 분석하는 기사라면, 여성이 지지하는 정책에 초점을 맞춰 분석하는 게 맞습니다. 중앙일보의 기사는 여론과 정책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보다 여성혐오를 생산하고 성 갈등만 부추겼습니다.

 

여론을 깊이있게 분석해서 전달해야

언론이 여론을 분석하려는 시도는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편향적이고 표면적으로 정보를 분석한다면 여론은 왜곡될 수 있습니다. 20대 남성 여론조사에 대한 언론의 고민 없는 뉴스 전달과 분석 행태는 진전 없는 갈등만 부추기고 있습니다. 사안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서 올바른 논의가 이루어지도록 이끌어가는 게 언론의 올바른 자세입니다. 그런 면에서 20대 남성 지지율 저하에 대한 일부 언론의 보도는 본분에 충실하지 못합니다. 여론조사는 시민의 여론을 바탕으로 정책의 올바른 방향을 결정하는 참고자료입니다. 언론이 일관적 방식으로 여론에 대한 해석 틀을 제시하면 독자들 역시 이에 맞추어 사안을 해석할 우려가 있습니다. 언론은 비판 없이 정보를 전달하거나 왜곡된 담론을 기정사실화하는 구태를 버려야 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2월 14일~2019년 1월 7일 종합일간지(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경제신문(매일경제,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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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 정리 백승윤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