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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베이어 벨트 사망사고’에 고 김용균 씨 언급한 방송은?
등록 2019.02.11 14:32
조회 407

지난 2일, 인천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의 50대 노동자 배 모 씨는 컨베이어 벨트 점검 중 기계에 끼여 사망했습니다. 사고 당시 배 씨는 회사의 규정에 따라 30미터에 달하는 컨베이어 벨트 2개를 혼자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김용균 씨 사망 사고 이후, 또 다시 노동자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환경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 사건을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지상파 3사는 별도 보도, 종편 4사는 사건사고 묶음 보도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는 모두 관련보도를 1건씩 보도했습니다. MBC는 4번째, KBS‧SBS‧MBN는 5번째, 채널A는 7번째, TV조선은 13번째, JTBC는 15번째 순이었습니다. 그러나 종편 4사의 관련 보도는 배 씨의 사망사고만을 보도한 것이 아니라 연휴간 사건사고들을 묶은 보도였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배씨 사망사고를

단건으로 보도

1건

1건

1건

 

 

 

 

사건 사고를 묶어 보도

 

 

 

1건

1건

1건

1건

보도 순서

5번째

5번째

5번째

15번째

13번째

7번째

5번째

△‘컨베이어 벨트 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저녁종합뉴스 보도량(2/3) ©민주언론시민연합

 

종편 4사에겐 설연휴 사건사고 중 하나뿐이었던 노동자의 사망사고

종편 4사는 모두 화재 사고, 범죄사건과 노동자 사망사고를 같이 다뤘습니다. TV조선 <또 컨베이어에 사망…편의점 강도 검거>(2/3 장용욱 기자)는 배 씨의 사망사고를 목포에서 일어난 강도 범죄, 광주‧천안에서 일어난 화재사고와 함께 다루었습니다. 관련 내용이 워낙 짧다보니 사고의 원인은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2인 1조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언급하지 않았고, “정규직은 맞고요, 다른 근무자도 당연히 있겠죠. 100여명이 한꺼번에 근무하는 회사니까”라는 경찰 관계자의 인터뷰를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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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사망사고의 구조적 문제는 외면한 TV조선 <뉴스7>(2/3)

 

JTBC <설 연휴 야근…홀로 공장 점검하던 50대 ‘참변’>(2/3 성화선 기자)은 배 씨의 사망사고와 함께 서울 용산구의 오피스텔 화재 사고, 대구에서 벌어진 미군 병장의 성추행 범죄를 다뤘습니다. JTBC는 “52살 배모 씨는 컨베이어 벨트가 이물질로 멈추자, 혼자 점검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라며 2인 1조 근무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언급했습니다.

 

채널A <또 끼임 사고 이번엔 50대>(2/3 조영민 기자) 역시 광주에서 일어난 화재사고와 대구에서 벌어진 미군 병장의 성추행 범죄를 노동자의 사망사고와 함께 다뤘습니다. 채널A도 JTBC와 마찬가지로 “경찰은 숨진 남성이 혼자 작업 중이었단 진술을 확보하고 사고가 발생한 업체가 안전규정을 지켰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라며 2인 1조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언급했습니다.

 

MBN <야간 작업하다 참변>(2/3 안병욱 기자)은 대구에서 벌어진 미군의 성추행 사건과 함께 배 씨의 사망사고를 전달했습니다. 그나마 MBN 정아영 앵커는 “20대 비정규직 청년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 벨트 사고로 숨진 지 두 달도 채 안된 상황에서 어제 인천에서도 똑같은 사고가 났습니다”라며 고 김용균 씨 사망사고를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MBN도 2인 1조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한 지적은 하지 않았습니다.

 

노동자의 사망사고 별도로 보도한 지상파 3사

지상파 3사는 배 씨의 사망사고를 별도의 보도로 냈는데요. 그중 KBS의 보도가 가장 돋보였습니다. KBS는 배 씨의 사망사고 보도 이전에 <장례도 못 치렀는데 전 간부 ‘뇌물’ 징역형>(2/3 지형철 기자)에서 서부발전의 미진한 문제해결 의지와 고위 간부의 뇌물죄 실형 소식,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의 진행이 더딤을 지적했습니다. 이어진 <야간 근무하던 50대 가장 잇단 참변>(2/3 이승재 기자)에서 배 씨의 사망사고와 함께 동국제강 인천제강소의 협력사 직원 50대 양 모 씨의 사망사고를 다뤘습니다. 이승재 기자는 “점검 작업은 2인 1조로 이뤄지는 게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법적으로 강제할 순 없는 상황”이라며 2인 1조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어 동국제강 협력사 직원의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작업 직전 작성된 안전 점검표를 보면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돼 있지만, 그저 통상적인 확인 절차에 불과했”다며 위험한 작업 환경 속 노동자들의 현실을 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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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작업환경에 노출된 노동자들의 현실을 보여준 KBS <뉴스9>(2/3)

 

MBC <경고음 울린 뒤에야…설 연휴 혼자 일하다 참변>(2/3 김민찬 기자)에서는 앵커멘트부터 “설 연휴 첫날 공장에서 야간작업을 하던 50대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었습니다.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고 김용균 씨처럼 혼자 일을 하다 사고를 당했습니다”라며 김용균 씨를 연계해 설명했습니다. 기자는 배 씨의 사고에 대해 “회사 자체 규정에 따라, 배 씨는 다 합쳐 30m 길이에 달하는 컨베이어 벨트 두 개를 혼자서 관리했습니다”라며 규정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SBS <자녀 5명 둔 가장…설 연휴에 야간 작업 중 참변>(2/3 소환욱 기자)은 배 씨의 사망사고를 별도의 보도로 구성했지만 고 김용균 씨 사망사고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또한 2인 1조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한 지적도 없었습니다. SBS는 김범주 앵커가 “다섯 아이의 아버지로 밤샘 근무 중이었는데 어쩌다가 사고를 당했는지 소환욱 기자가 전해드립니다”라며 리포트를 시작했지만 사고의 원인이나 배경을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리포트에서는 “배 모 씨가 기계 점검을 하다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이고 말았습니다”라며 사고를 간단하게 설명하며 구조작업과 배 씨의 개인사를 중점으로 보도했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김용균 씨 죽음과 연계해 언급

 

 

 

 

2인 1조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언급

 

 

 

△‘컨베이어 벨트 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저녁종합뉴스 보도(2/3) 내용 분석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은 두 달도 되지 않아 김용균 씨를 잊을 것인가

고 김용균 씨의 사망사고는 기본적인 안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보여줬습니다. 지난 2일 발생한 배 씨의 사망사고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몇몇 언론은 구조적 문제로 발생한 노동자의 사망사고를 단순히 사건사고의 하나로 보도했습니다. 언론이 가지고 있는 노동자의 안전에 대한 인식이 어떤 수준인지 보여준 것입니다.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아들의 처참한 죽음에 내 가슴은 너무 억울하고, 분통 터지고, 가슴에 커다란 불덩이가 들어있는 것 같다. 그 느낌 때문에 용균이 동료들, 다른 사람들을 살리고 싶었다. 그 부모들이 나 같은 아픔을 겪지 않게 하고 싶었다”며 구조적 문제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김 씨의 말처럼 고 김용균 씨의 동료들, 다른 노동자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언론이 김용균 씨가 우리 사회에 남긴 문제의식을 두 달도 되지 않아 잊어서는 안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2월 3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끝>

문의 임동준 활동가 (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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