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종편 4사 및 보도채널 2사 장애 비하 표현 노출 현황 전수조사

장애인 비하 없이는 방송을 못하나
등록 2019.03.07 16:49
조회 605

장애인 비하 표현은 우리 일상에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명백한 욕설 중에도 장애인을 부정적으로 지칭하거나 조롱하는 의미를 담은 용어가 상당수이며 귀머거리, 벙어리, 장님 등 관용어처럼 쓰이는 단어들 역시 장애인을 낮잡아 표현하는 ‘비하 용어’입니다. 이런 표현은 모든 시민이 사용하지 말아야 하지만, 특히 언론에서는 사라져야 할 표현입니다.

 

언론인과 방송통신심의위원은 인권보도준칙 숙지해야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가 만든 <인권보도준칙> '제3장 장애인 인권'에는 언론이 장애 인권을 위해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권고하고 있습니다. 1항에는 언론이 장애인 인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2항에는 언론이 장애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보도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미디어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방송 출연자라면, 2항을 실천하지는 못할지언정, 1항마저 인지하지 못한 채 부주의한 표현으로 장애인에게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장애 비하 용어는 언론인뿐 아니라, 시민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한번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인권보도준칙 제3장 장애인 인권

1. 장애인이 자존감과 존엄성, 인격권을 무시당한다고 느낄 수 있는 보도를 하지 않는다.

가.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차별하는 표현에 주의한다.

나. 통상적으로 쓰이는 말 중 장애인에 대해 부정적 뉘앙스를 담고 있는 관용구를 사용하지 않는다.

다. 장애 유형과 장애 상태를 지나치게 부각하지 않는다.

라. 장애인을 보장구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수동적 존재로 묘사하지 않는다.

마. 동정 어린 시각이나 사회의 이질적 존재라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한다.

바. 장애를 질병으로 묘사하거나 연상시킬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비하나 차별적 표현일지 모를 언론인을 위해서 인권보도준칙에는 실천 매뉴얼이 담겨있는데요. 이 안에 아래와 같은 장애인 비하용어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습니다.

 

장애인 비하 용어

올바른 표현

정상인(장애인의 반대말로 쓰일 경우)

비장애인

애자, 장애자, 불구자, 지체부자유자, 병신, 불구, 폐질자

장애인

앉은뱅이

지체장애인

절름발이, 절뚝발이, 쩔뚝발이, 쩔뚝이, 찐따, 반신불수

지체장애인

외다리, 외발이, 외팔이, 곰배팔이

지체장애인

조막손, 육손이

지체장애인

벙어리, 귀머거리, 아다다, 말더듬이, 아자

청각장애인, 언어장애인

장님, 소경, 애꾸, 봉사, 맹자, 애꾸, 애꾸눈, 외눈박이, 사팔뜨기, 사팔

시각장애인, 저시력장애인

꼽추, 곱추, 곱사등이

지체장애인

정신박약아, 정박아, 등신, 또라이, 백치, 바보 천치, 얼간이, 띵

지적장애인

미치광이, 정신병자, 미친 사람

정신장애인

땅딸보, 난쟁이

지체장애인(저신장장애)

언청이, 언청샌님, 째보

언어장애인

배냇병신

선천성 장애인

혹부리

안면장애인

문둥이, 나병환자

한센인

 

‘반편이’는 ‘비하 표현’ 아니다? 심의기관도 ‘장애인 인권’ 외면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 언론은 ‘인권보도준칙’의 권고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인권 수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22일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은 70~80대 남성 7명이 같은 마을에 사는 지적장애 여성을 2004년부터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사건을 다뤘는데, 진행자인 김광일 앵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옛날 저희 시골마을에서는 반편이라고 불렀던 그런 남성이나 여성이 마을마다 한둘쯤 있었습니다. 요즘은 쓰지 않는 말입니다. 지적 능력이 다소 떨어졌던 장애인을 그렇게 말했죠. 아이들도 그 시절에는 예사로이 이런 사람들을 놀려 먹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이런 여성에게 여럿이 오랫동안 성폭행을 하는 몹쓸 짓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성적 악귀가 마을에 들어오지 말라고 천하대장군을 세워놓는 그런 마을도 있었죠. 아직도 이런 일이 있나. 이런 사건을 들을 때마다 참 가슴이 먹먹합니다.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표현이었습니다. 발언의 주인공 김광일 앵커는 1985년부터 조선일보 기자로 시작해서 현재 논설위원을 역임 중인 언론인입니다. 방송 당시 데일리 생방송 프로그램인 <신통방통>을 2013년 9월부터 만 5년을 넘게 진행했으니 전문 방송인이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그런 인물의 장애인 인권 감수성이 고작 저런 수준이었던 것입니다. 이 방송 이후 8월 24일, 민언련을 비롯한 50여 개의 여성단체, 장애인단체들이 공동 규탄 논평을 발표했고 “전문 진행자인 김광일 앵커가 장애인 비하용어를 사용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심의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장애 비하용어 사용을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는 겁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박상수 위원은 ‘반편이’가 ‘지능이 보통 사람보다 모자라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임을 알면서도 통상적인 ‘욕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방송언어 조항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김광일 앵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반편이’에 대해 사과하고자 했으나, 박상수 방통심의위원은 말을 잘라가면서 “‘반편이’는 문제가 없고요”라고 단정했습니다. 전광삼 방통심의위원도 “‘반편이’ 이런 말들은 ‘응답하라 1994’에서 보면 ‘반편이’라는 말이 많이 나와요. 부산 사투리로 ‘반편이가’ 이런 얘기를 해요. ‘반편이’라는 말은 국어사전에도 등록되어 있는 말이고요. 뒤에 ‘속마음 셀카’를 저는 문제 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라고 단언했습니다. 해당 방송은 ‘법정제재’인 ‘주의’를 받았지만, 그 이유는 다른 조항위반이었을 뿐 장애 비하 표현에 대해서는 ‘문제없음’ 의결이 나온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장애 인권’에 눈감은 언론과 방통심의위에 드리는 모니터 보고서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방통심의위가 이번 심의 결과에 대해서 장애인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방송계 전반의 둔감한 장애 비하표현을 성찰하고자 관련 모니터를 진행했습니다. 2019년 1월 1일부터 2월 25일까지 JTBC‧TV조선‧채널A‧MBN 등 종편 4개사와 YTN‧연합뉴스TV 2개 보도전문채널에서 장애인 비하 표현 얼마나 등장하는지 점검했습니다. 매일 오전 7시부터 익일 오전 1시까지 송출된 모든 프로그램(재방송 포함)이 조사 대상이었으며 타인이 발언한 비하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 경우도 포함됐습니다.

 

산정 기준이 된 장애인 비하 표현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보도준칙 및 사단법인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의 <2018년 모니터 보고서 장애, 앓다X 장애, 가지다O’>를 참고했습니다. 다만 ‘바보’의 경우 노출 횟수가 타 비하 표현에 비해 과도하게 빈번해 제외했습니다.

 

‘장애인 비하 용어’ 없으면 방송을 못하나

장애인 비하 용어 중에서도 가장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바보’를 제외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6개 방송사를 통틀어 두 달간 무려 210회나 비하 표현이 노출됐으며 특히 JTBC와 TV조선은 각각 68회, 74회로 하루 1번 이상 장애인 비하 표현을 방송에 내보낸 꼴이었습니다. 채널A는 35회, MBN은 19회로 차이가 컸으나 이는 상대적으로 노출 횟수가 적은 것일 뿐, 수치 자체는 상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뉴스만 방송하는 YTN과 연합뉴스TV에서도 장애인 비하 표현이 전파를 탔습니다.

 

YTN‧연합뉴스의 노출 사례는 대부분 타인, 특히 정치권에서 나온 장애인 비하 표현을 그대로 인용 보도한 경우였으나 특정 이슈를 놓고 분석 및 대담을 진행하던 중 비하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종편 4사는 보도‧시사 프로그램뿐 아니라 예능, 드라마 등 여타 장르의 프로그램도 일부 방송하기 때문에 노출 빈도가 훨씬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2018.11.23.~2019.2.1.)과 TV조선이 1월 27일부터 시작한 <바벨>에서 비하 표현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K-002.jpg

△ 종편 4개사와 보도채널 2개사가 사용한 장애인 비하 표현 노출 횟수(1/1~2/25) Ⓒ민주언론시민연합

 

욕설 난무하는 JTBC·TV조선 드라마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 TV조선 드라마 <바벨>은 장애인 비하 표현인 동시에 명백한 욕설인 ‘등신’, ‘병신’을 남발했습니다. JTBC와 TV조선이 유독 비하 표현 노출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배경에는 바로 이 두 드라마가 있습니다. JTBC <스카이캐슬>에서 ‘등신’이 39회, TV조선 <바벨>에서 ‘병신’이 40회 나왔습니다. ‘등신’은 오로지 JTBC‧TV조선에서만 노출됐으며 ‘병신’ 역시 연합뉴스TV의 1회를 제외한 모든 사례가 JTBC‧TV조선입니다.

 

큰 인기를 얻은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는 극중 인물 차민혁이 자신의 자녀에게 “이런 등신 천치 같은 걸 내가 자식이라고”, “어떻게 저런 등신 쪼다 같은 새끼가 내 자식이야?” 등 욕설을 퍼붓는 장면이 매일 반복됐습니다. TV조선 <바벨>에서는 지금도 “병신 같은 놈”, “날 병신 취급하는거야?” 등의 극단적 대사가 노출되고 있습니다.

 

방송심의규정 제 51조(방송언어) 제3항은 “방송은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억양, 어조, 비속어, 은어, 저속한 조어 및 욕설 등을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 다만, 프로그램의 특성이나 내용전개 또는 구성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드라마는 심의규정이 예외로 명시한 “프로그램의 특성이나 내용전개 또는 구성상 불가피한 경우”로 보기도 합니다. 따라서 시청자 몰입을 위해 현실에 존재하는 욕설을 노출해도 된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K-001.jpg

△극중 차민혁(김병철 분)은 ‘등신 천치’, ‘등신 쪼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JTBC <스카이캐슬>

 

그러나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최고시청률 23.8%(닐슨코리아)을 기록하는 등 지상파를 넘어서는 인기를 구가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병폐를 보여주는 웰메이드 드라마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인기만큼 극중 대사들이 유행어로 번지면서 어린이들까지 ‘아갈머리를 찢어버릴라’ 같은 과격한 표현을 즐겨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방송이 시청자의 언어습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그 잠재적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아무리 드라마라 하더라도 이처럼 비하용어가 ‘남발’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보도에도 등장한 장애 비하 용어, 그 용례도 가지각색

그나마 극의 맥락과 현실 반영을 감안할 수 있는 드라마와 달리 보도‧시사 프로그램은 장애인 비하 용어가 아예 노출해서는 안 되는 분야입니다. 보도나 ‘전문가 분석’을 내세운 대담은 그 자체로 객관성을 위시하고 있기 때문이죠. 보도‧시사 프로그램이 비하 표현을 쓰게 되면 사회적으로 그 표현이 문제없는 것으로 용인되는 셈이 됩니다. 그만큼 보도‧시사 프로그램 제작자 및 앵커‧기자‧패널들은 표현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그러나 종편 4사와 보도전문채널 2사는 모두 보도‧시사 프로그램에서도 장애인 비하 표현을 사용했으며 그 빈도도 상당합니다. 6개사 전체 방송의 장애인 비하 표현 횟수가 210회인데 그 중 무려 33%, 70회가 보도‧시사 프로그램에서 나왔습니다.

 

보도‧시사프로그램의 경우 더 엄밀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하므로 ‘벙어리’, ‘장님’ 등 특정 장애 비하 표현의 용례를 세분화하여 산정했습니다. 그 결과 6개 방송사는 ‘꿀 먹은 벙어리’, ‘벙어리 냉가슴’, ‘눈 뜬 장님’, ‘장님 코끼리 만지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장애인을 희화화 또는 부정적으로 묘사했습니다.

 

특히 채널A는 전체 노출 횟수 35회 중 69%에 이르는 24회가 모두 보도‧시사 프로그램 사례였습니다. MBN도 그 비율이 63%로 높았습니다.

 

K-003.jpg

△ 종편 및 보도채널 보도‧시사 프로그램에서 장애인 비하 표현을 노출한 횟수(1/1~2/25) Ⓒ민주언론시민연합

 

타 종편인 JTBC는 10%, TV조선은 18%로 비교적 작습니다. 그만큼 채널A‧MBN은 드라마, 예능 등 다양한 편성을 확보하지 않고 있으며 편성표 대부분을 차지한 보도‧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장애인 비하 표현을 남발하고 있는 겁니다. 보도전문채널이면서도 11회나 장애인 비하 표현을 노출한 연합뉴스TV 역시 인권에 무감각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습니다. 그나마 YTN은 전체 노출횟수가 총 3회에 그쳐 타사에 비하면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YTN에서 발견된 ‘귀머거리’ 표현의 경우, <글로벌 코리안>(1/27)에서 일제강점기 강제 이주 및 노동으로 고통 받았던 이쾌임 할머니를 인터뷰했는데, 이쾌임 할머니가 “거기서 일하던 사람은 전부 귀머거리가 다 됐어”라며 피해 상황을 증언한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과거 어르신들은 비하용어라는 개념이 없이 관련 단어를 많이 사용했고, 우리 문학작품에도 ‘외눈박이’, ‘백치’, ‘벙어리’ 등의 표현을 많이 사용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고, 이런 표현은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장애인 당사자의 요구 역시 상당히 오랜 기간 이어졌습니다. 이를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면서 인권보도준칙 등 사회적 기준도 제시되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언론은 전문적인 언론인이 아닌 일반 인터뷰 대상자들이 사용하는 부적절한 표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인터뷰 대상자들이 하는 욕설이나 비속어를 걸러내는 것처럼, 차별적 표현, 비하용어도 이제는 적절히 편집하는 감수성을 가지길 권합니다.

 

‘비하 표현 인용 보도’ 비중도 61%에 그쳐

언론은 정치인이나 유명인들이 발언한 비하 표현을 경우 이를 인용하면서 해당 표현을 노출하기도 합니다. 영향력 있는 인물이 거론한 비하 표현을 언론이 인용하면서 확대재생산되는 것은 어쩌면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최근엔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회담 전략이 ‘미치광이 이론’이라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미치광이’가 많이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모니터에서는 보도‧시사 프로그램에서 ‘인용’이나 ‘정정’의 과정에서 장애인 비하 표현이 어쩔 수 없이 나온 횟수를 별도로 점검해봤습니다. 언론이 정치인들의 비하 표현을 전달하고 비판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인용했다면 이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정 및 인용의 일환으로 사용한 경우는 43회로 보도‧시사 프로그램 전체 횟수 70회의 61%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40% 가량은 모두 방송사 스스로의 논평이나 ‘전문가 패널’의 ‘분석’으로 장애인 비하 표현을 쓴 겁니다. 대단히 충격적인 결과입니다.

 

특히 MBN의 경우 보도‧시사 프로그램에서 인용 과정에서 장애인 비하 표현을 노출한 비중이 17%에 불과해 대부분 자사의 자체적 논평에서 부절적한 용어를 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타사의 경우 모두 인용 비중이 비교적 높았으나 모두들 ‘인용 및 정정’이 아닌 경우가 최소 1차례는 있었습니다. 보도전문채널인 YTN‧연합뉴스TV도 예외는 아닙니다.

 

K-004.jpg

△ 종편 및 보도채널 보도‧시사 프로그램에서 ‘인용 및 정정’ 과정에서 장애인 비하 표현을 노출한 횟수(1/1~2/25) Ⓒ민주언론시민연합

 

K-007.jpg

△ 종편 및 보도채널 보도‧시사 프로그램에서 ‘인용 및 정정’ 과정에서 노출한 장애인 비하 표현의 비중(1/1~2/25)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치인의 비하 발언’ 그대로 인용 보도, 아무 문제 없을까

6개 방송사 보도‧시사 프로그램이 노출한 장애인 비하 표현의 상당수가 정신장애인, 지적장애인 비하 용어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전체 노출 횟수 70회 중 64%, 45회가 ‘정신지체’, ‘정신이상자’, ‘정신병자’, ‘미치광이’, ‘천치’ 등 지적‧정신 장애인 비하 표현입니다. 특히 ‘정신이상자’는 연합뉴스TV를 제외하고 모두 노출해 12회나 나왔고 ‘정신지체’ 역시 JTBC‧MBN을 제외하고 모두 사용하여 17회나 노출됐습니다. 이는 대부분 ‘인용’ 과정에서 보도된 것입니다. 2월 12일 민주당 윤준호 의원의 “정신이상자 지만원을 정신병원에 수감시키라” 발언을 보도하면서 지난해 12월 28일 같은 당 이해찬 대표의 “정치권에 정신장애인들이 많다” 등 부적절한 발언이 함께 다뤄졌던 겁니다. 실제로 지적‧정신장애인 비하 표현 45회 중 82%인 37회가 모두 인용 과정에서 나온 겁니다.

 

K-005.jpg

△정신이상자·정신지체 표현 자막으로 삽입하고 열두 차례 언급한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물론 모든 방송사가 이런 발언들을 비판적으로 다뤘습니다. 그러나 발언자나 그의 발화 목적에만 비판이 집중됐을 뿐 해당 비하 표현 자체에 대한 전반적인 성찰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특히 채널A는 민주당 의원들의 장애인 비하 발언을 재생산하는 데 크게 일조했습니다. 정신 장애인 비하 표현을 앵커와 패널이 여과 없이 15번이나 인용하면서 자막으로도 반복 노출한 겁니다. 비하 발언을 비판한다는 명목 아래 비하발언을 재생산한 셈입니다.

 

‘부정적인 행위나 인물’을 왜 꼭 장애인에 비유하는가

그나마 ‘인용’으로 비하 표현을 유포시킨 것은 언론 입장에서는 변명이 될 수 있는 경우입니다. 앞서 살펴봤지만 6개 방송사의 보도‧시사 프로그램은 40% 넘게 직접 장애인 비하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 사례들은 우리 언론계의 인권 인식 수준이 후진적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공통적인 특징은 보도‧시사 프로그램에 나온 전문가 패널들이 하나같이 장애인 비하 표현을 대단히 부정적인 인물이나 상황에 빗대는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겁니다. 장애인을 매우 부정적이고 터부시해야 할 무언가로 더 심각하게 비하한 사례들입니다. 특히 ‘인용이 아닌 노출 횟수’가 많았던 채널A‧MBN‧연합뉴스TV의 비하 표현 사례는 아래와 같습니다.

 

 

비하 표현

실제 방송 발언

채널A

<뉴스TOP10>(2/1)

벙어리

(손석희 JTBC사장 폭행 논란을 다루던 중 갑자기 JTBC가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에 보낸 설날 선물 ‘꿀에 절인 송이버섯’을 언급하면서)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 왜 하필 꿀에 절인 송이버섯으로 했다는 거 아니에요? 왜 하필 꿀을 보냈냐

구자홍 동아일보 주간동아 차장: 꿀먹은 벙어리.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 : 꿀을 먹으면 입을 다물고 있어야 되니까요. 그러니까 이 메시지가 있는 거 아닌가

연합뉴스TV

<뉴스워치>

(2/21)

병신

(대법원의 육체노동 가능 연한 상향 조정을 다루던 중)

김대호 경제학 박사 : 노동 가능 시간이 중요한 것은 사람이 죽었다든지 사고를 당해서 몸을 못 쓰게 되어서 소위 말하는 병신이 되었다든지, 할 때 그 보상금을 얼마나 주느냐

MBN

<뉴스와이드>

(1/15)

외눈박이

(황교안 전 총리의 자유한국당 입당 기자회견을 비판하면서)

정기남 동국대 객원교수 : 그런 의미에서 여기다 메모했습니다만 외눈박이다, 자기 지지층만 정치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오늘은 국민을 상대로 한 얘기도 해줬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야당, 반문재인 전선이 강조된 것이 안타까웠고 (판넬에도 <'외눈박이' 입당. 친박 vs 비박 갈등 증폭>이라 명시했고 화면에 노출됨)

△ 종편 4사‧보도전문채널 2사 보도‧시사 프로그램의 장애인 비하 표현 노출 주요 사례 Ⓒ민주언론시민연합

 

채널A <뉴스TOP10>(2/1)은 손석희 JTBC 사장의 명의로 국회 과방위 의원들에게 전달된 선물을 두고 ‘손석희 사장이 국회의원들에게 입다물고 있으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곡해했습니다. 이 과장된 해석을 비유하기 위해 ‘벙어리’라는 비하 표현을 썼습니다. MBN <뉴스와이드>(1/15)는 ‘자기 지지층만 바라보고 정치하는 황교안 전 총리’를 비판하면서 ‘외눈박이’에 빗대었죠. 모두 ‘부정적인 행위나 인물’을 의미하는 말로 장애인 비하 표현을 쓴 겁니다.

 

연합뉴스TV <뉴스워치>(2/21)의 경우 성격이 조금 다르긴 합니다. 연합뉴스TV는 대법원의 육체노동 가능 연한 상향의 의미를 분석했고 이 과정에서 김대호 박사가 그 중요성을 쉽게 설명하다가 ‘병신’을 거론했습니다. 누군가를 비판하는 목적에서 나온 비유는 아니었으나 이 역시 ‘불의의 죽음이나 사고’라는 부정적 의미로서 장애인 비하 표현을 쓴 것이고 무엇보다 명백한 욕설이라는 점에서 똑같이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합니다.

 

30년 전 구태 비하 용어 써놓고도 사과 없었던 MBN

이보다 더 황당한 방송들도 많습니다. 특히 문제적 발언을 많이 노출하는 MBN <뉴스와이드>(1/31)는 역시나 부정적인 집단을 장애인 비하 용어로 지칭했는데 진행자가 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1월 31일자 MBN <뉴스와이드> 중

○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 지금 한국당 등 야권이 회전초밥 앞의 결정 장애자처럼 수많은 의혹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냥 회전초밥이 다 지나가고 있어요··· (중략)

○ 백운기 앵커 : 이어서 다른 패널 말씀을 들어볼 텐데 그전에 제작진이 우려를 하는 부분이 있어서. 황장수 소장, 방금 전에 회전초밥 결정 장애를 갖고 있는 것 같다.

○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 자기들도 그렇게 얘기를 했다.

○ 백운기 앵커 : 그거를 장애자라고 쓰셔서 혹시라도 장애인들에 대한 그런 표현은 아니라는 것은.

○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 결정 장애자는 장애인도 아닌데 다 있잖아요.

○ 백운기 앵커 : 그렇죠, 다 있죠. 장애인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하는 말씀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극우 유튜버로 더 유명한 황장수 씨는 자유한국당의 우유부단함을 지칭하는 말로 ‘결정 장애자’라는 비하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장애자’라는 표현은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조장하는 악영향이 상당하여 이미 1990년대에 언론계에서 퇴출된 용어입니다. 30년이나 지난 현 시점에서 MBN이 구태 중의 구태인 ‘장애자’를 노출한 겁니다.

 

그런데 이를 바로 잡으려는 백운기 앵커의 말도 부질없었습니다. 만약 “부정적으로 비판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해 장애인을 빗댄 것은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장애자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죄송하다”라고 분명하게 정정하고 사과했다면 적절했을 겁니다. 그런데 백운기 앵커는 “그거를 장애자라고 쓰셔서 혹시라도 장애인들에 대한 그런 표현은 아니라는 것”이라 확인하려 했고, 이에 황장수 씨는 “결정 장애자는 장애인 아닌데도 다 있다”는 황당한 이유로 비하 표현을 고집했습니다. 결국 사과도 정정도 이뤄지지 않은 채 “결정 장애자는 ‘장애인’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미도 알 수 없는 결론만 맺고 대화는 끝났습니다. 그러나 방송 출연자들끼리 ‘이건 장애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확인한다고 해서 비하 용어가 적절한 용어가 되지는 않습니다. 누가 들어도 이 표현은 부정적인 일에 장애인을 빗댄 것입니다. 특히 장애자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제작진과 진행자가 반드시 밝혔어야 합니다. 이미 퇴출됐던 막말 패널을 다시 부른 MBN이 자초한 방송 사고입니다.

 

뉴스에서 장난처럼 비하 용어 쓴 MBN 김주하 앵커

MBN은 저녁종합뉴스에서도 대단히 부주의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메인뉴스의 앵커가 누군가를 놀리듯 “바~보”라고 말하는 황당한 장면이 전파를 탔습니다. 바보는 ‘원래 지능이 부족하고 정상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서 명백히 장애인 비하 표현이지만 민언련은 이번 조사의 산정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최근 ‘딸 바보’ ‘일밖에 모르는 바보’ 등 긍적적 용례로도 쓰이고 워낙 방송 콘텐츠에 널리 퍼져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MBN <뉴스8>(2/8)에서 김주하 앵커의 태도는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MBN <뉴스초점/‘기름값 인하인색한 주유소>(2/8 김주하 앵커)에서 김주하 앵커는 정부의 유류세 인하로 정유사들이 모두 기름값을 내리는데도 홀로 인하를 거부한 SK주유소를 비판했습니다. 보도 내용과 취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시청자를 놀라게 한 대목은 논평의 시작과 끝을 ‘바보’라는 비하 용어로 장식했다는 겁니다.

 

2월 8일자 MBN <뉴스8> ‘뉴스초점’ 중 김주하 앵커 발언

 

원래 비싸서 안 간다, 직원이 아니고서야 가는 사람이 ‘바-보’다” 에너지 석유시장 감시단의 정유사별 기름값 조사 결과를 두고 네티즌들이 한 말입니다. (중략) 2017년 8월 15일 0시, 수도권에 있는 SK주유소는, 기름값을 리터당 40원 안팎으로 급격히, 그것도 기습적으로 올렸습니다. 이전 달의 유가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해 부득이하게 올렸다고 했는데, 인상 전에도 정유 4사 중 기름을 가장 비싸게 팔고 있었지요. 이러니, 'SK주유소에 가면 바~보'라고들 했나 봅니다.

 

김 앵커는 “SK주유소에 가면 바-보”라며 마치 어린아이들이 친구를 놀릴 때 쓰듯 해당 표현을 길게 늘여 강조하기까지 했습니다. 최근 뉴스가 젊어지고 고착화된 틀에서 벗어나는 시도를 하고 있으나 그것이 비하 표현에 대한 무분별한 허용까지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품격 있는 언어로도 충분히 젊고 감각 있는 뉴스 콘텐츠를 만든 사례들이 많으며 ‘장애인 비하 용어’는 더더욱 뉴스에서 노출되어서는 안 됩니다. 타 프로그램보다 훨씬 더 신중하고 인권 의식에 민감해야 할 ‘메인뉴스’에서, 그것도 ‘메인앵커’가 직접 진행하는 논평에서 이런 장면이 나온 것은 MBN이 반드시 성찰해야 할 부분입니다.

 

K-006.jpg

△‘SK주유소에 가면 바-보’라고 ‘논평’한 MBN <뉴스8>(2/8)

 

‘가이드라인’ 무색한 언론의 ‘인권 침해’

앞서 살펴본 6개 방송사의 장애인 비하 표현은 해당 용어들이 노출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방송심의규정 위반 소지가 큽니다. 방송심의규정 제51조(방송언어)는 “방송은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억양, 어조, 비속어, 은어, 저속한 조어 및 욕설 등을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조항의 ‘적용 기준’을 담은 방통심의위의 <방송언어 가이드라인>(2015.8.)은 “방송에서는 성별·연령·학력·직업·외모·장애·계층·지역·인종 등과 관련하여 편견을 조장하거나 조롱・모독하는 차별적 언어의 사용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죠. 이 조항은 방송의 맥락이나 취지에 관계 없이 소수자나 소외계층을 조롱하거나 부정적 편견을 조장하는 용어를 쓰지 말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보도‧시사 프로그램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우리 방송계가 여전히 장애인 인권 보호에 무관심하며 보도‧시사 프로그램마저 무감각하다는 점이 다시 드러났습니다. 민언련은 앞으로도 언론이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국민의 인권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견제의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끝>

문의 이봉우 활동가 (02-392-0181) 정리 박철헌‧정선화‧이정화 인턴

 

monitor_20190307_84.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