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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가 ‘엄마 있나’ 확인, 편부가정에 상처 준 채널A
등록 2019.03.1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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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뉴스TOP10>(3/8)의 진행자가 편부가정에 상처가 되는, 황당하고 기가 막힌 질문을 내놨습니다. 이 방송은 성인 세 명이 청소년 한 명을 폭행한 사건을 다뤘습니다. SNS에서도 큰 화제가 될 정도로 충격적인 사안이기에, 언론은 보다 세심하게 다뤄야 마땅한 아이템이었습니다. 그런데 채널A의 앵커는 피해자가 편부 가정임을 부각하는 황당한 진행을 했습니다. 특히 이 사건의 가해자가 피해자 측에 퍼부은 폭언 중에 편부 가정이라며 모욕하는 내용이 있다는 점에서 채널A의 이러한 태도는 더욱 부적절합니다.

 

누리꾼들 충격에 휩싸인 ‘성인 세 명의 청소년 집단 폭행’

이 사건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지난 2일 밤 11시, 성인 세 명이 중학생 한 명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다음날 피해자의 언니가 SNS를 통해 피해자의 고통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피해자 언니에 따르면 가해자는 자신의 딸에게 술을 먹였다는 이유로 자신의 친구(성인) 2명을 불러 피해 학생을 집단 폭행했습니다. 피해 학생 언니의 주장에 의하면, 폭행 이후에도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커녕, 항의하는 피해자 언니에게 “너네 엄마도 없잖아 XXXX야!”라고 욕설을 퍼부었다고 합니다. “사람 열 받게 해서 때렸다”, “애초에 가만 둘 생각도 없었다”, “너네 엄마랑 너도 똑같이 만들어 줄게 네 엄마 데려와 몽둥이 가지고 나갈테니까”라며 폭행을 시인하고 협박을 가하기까지 했다고도 밝혔습니다. 사건 당일 피해 학생과 가해자 자녀의 SNS 대화 내용도 공개했는데, 이에 따르면 피해 학생이 술을 먹인 것이 아니라 가해자 측 자녀가 먼저 음주를 요청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에 가해자 측은 폭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피해 학생이 자신에게 욕설을 하고 폭행을 가해 ‘쌍방폭행’이라 맞섰습니다. 경찰은 사건 당일인 2일에는 가해자 측 주장대로 쌍방폭행으로 보고 양측 모두 귀가시켰으나 논란이 커지고 가해자 측의 집단 폭행 정황이 뚜렷한 목격자 영상이 공개되자 뒤늦게 가해자를 소환 조사하는 등 본격 수사에 돌입했습니다.

 

편부가정에 상처 남긴 채널A 보도

“오늘 하루 가장 화제가 된 이슈들” 10가지를 선정해 “뉴스 고수들과 함께 전말과 파장을 심층 진단”한다는 채널A <뉴스TOP10>(3/8)은 이 사건을 8위 뉴스로 선정해 11분 간 다뤘습니다. 대담을 시작한 직후에는 진행자 황순욱 앵커와 패널들이 피해 학생 언니의 SNS 호소문 및 공개한 사건 경위를 설명하며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문제가 된 질문은 가해자 측 반론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나왔습니다. 황순욱 앵커는 “일단 이 사건은 폭행을 한 어머니 입장에서도 아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요. 폭행당한 여중생의 언니는 자초지종을 모른 채 부모님이 섣불리 와서 일방적으로 폭행하느냐고 주장하는 상황입니다”라며 양측의 통화 녹취를 들려줬습니다.

 

해당 녹취에서 가해자 측은 피해 학생 언니에게 “너네 엄마 없잖아! 이 XXXX야!”라고 고성을 지르며 욕설을 했습니다. 일단 채널A가 피해자 측이 확보한 통화 녹취 중 하필 이 부분만 공개한 사실부터 부적절합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피해 학생 언니는 가해자 측이 협박을 가하고 폭행을 인정하는 발언도 모두 녹취 자료로 가지고 있습니다. 사건의 진상을 전하고자 한다면 편부가정을 모욕하는 욕설이 담긴 고성보다는 가해자 측의 일방적 폭행 정황에 해당하는 다른 내용들, 즉 사건 진상과 직접적으로 관련성이 높은 부분을 보도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채널A는 다른 내용들은 배제하고 편부 가정 모욕만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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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A <뉴스TOP10>(3/8) 화면 갈무리

 

진행자가 ‘엄마 있냐’ 확인…피해자에 폭력적인 방송

이어지는 진행자의 질문들은 시청자를 아연실색케 합니다. 해당 녹취를 들은 직후 황순욱 앵커는 “저 폭행을 한 학부모가 전화 통화를 하는 상대방은 언니거든요. 그 부분도 조금 특이합니다”라고 말을 꺼냈습니다. 방금 전 녹취 속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엄마가 없다며 모욕을 하는 내용을 분명히 들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왜 하는 것일까요? 이는 능청맞게 상황을 모르는 척 하면서, 피해자가 편부가정임을 거듭 강조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질문입니다.

 

그나마 패널 구자홍 주간동아 차장이 “맞은 학생이 때린 사람한테 항의를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으니까 맞고 온 동생을 대신해서 언니가 항의 전화를 하면서”라고 상식적 수준에서 답했습니다. 그나마 구자홍 씨가 편부가정 프레임에 빠지지 않게 잘 대답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황순욱 앵커는 재차 “엄마가 있을 거 아닙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제야 구자홍 씨는 “그 폭행당한 학생의 경우에는 부모님이 이혼을 했기 때문에 지금 같이 살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라고 첨언했습니다. 황순욱 앵커는 이제야 자신이 원하는 답이 나온 것인지, “엄마가 안 계시는 자매였군요”라고 말했습니다. 구자홍 씨는 분명 패널이 ‘같이 살지는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진행자는 ‘엄마가 없는 자매’라고 쐐기를 박은 겁니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가 피해자 측이 편부가정이라는 사실을 약점으로 잡아 폭행을 정당화하고 심지어 모욕까지 퍼부은 가해자와 사실상 같은 논리를 편 셈입니다. 이는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또한 피해자 측의 편부가정 여부는 사건의 진상과 아무런 관련도 없어 진행자가 대체 왜 반복해서 이를 묻는지 그 의도를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쌍방폭행’을 주장하는 가해자 측 주장의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폭행 피해자를 편부가정이라는 이유로 모욕하는 행위 자체가 반인륜적입니다. 채널A가 가해자 측의 욕설을 굳이 보도하고자 했다면 그 발언을 비판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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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A 진행자 황순욱 앵커

 

의도 가늠조차 어려운 질문, 실수라고 보기도 어려워

이 사건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편부가정의 자녀라는 이유로 성인이 청소년을 함부로 대하고 모욕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가해자의 몰상식한 행태를 지적하기 위해 피해학생의 부모가 이혼했고, 어머니가 함께 살지 않는다는 말을 정제해서 전달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채널A의 진행자의 질문과 답변은 이런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왜 언니가 이런 저런 항의를 하냐 묻고, 거듭 엄마가 없다는 답변이 나오도록 유도한 것입니다.

 

피해 학생의 언니는 SNS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희, 어머니 아버지 둘 다 계십니다. 둘 중 한분이 안 계신 걸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 서로 각자 따로 사시긴 하지만 저희는 연락을 하고 지내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채널A 황순욱 앵커의 ‘엄마가 없는 자매’라는 발언은 거짓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엄마가 있건 없건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설사 엄마가 없는 청소년이라고 해도 타인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모욕을 하고 횡포를 부려도 되는 건가요?

 

이런 식으로 보도한다면 방송 만들지 말아야

채널A 황순욱 앵커는 마치 세상 모든 사람에게 엄마가 있어야 한다는 듯, “엄마가 있을 거 아닙니까?”라고 집요하게 묻고, 결국은 “엄마가 없는 안 계시는 자매”라고 쐐기를 박았습니다. 엄마가 없다고 막무가내로 폭언을 한 가해자의 행태와 거의 똑같은 수준의 문제적 행동을 한 것입니다. 채널A는 해당 사건의 피해자는 물론, 이를 시청하는 많은 편부가정에게도 치명적인 상처를 준 것입니다. 이런 말을 방송의 전문 진행자가 내뱉을 수 있다는 사실에 시청자는 참담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채널A <뉴스TOP10>(3/8)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기도 합니다. 제13조(대담‧토론 프로그램 등) “시사프로그램에서의 진행자 또는 출연자는 타인(자연인과 법인, 기타 단체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을 조롱 또는 희화화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19조(사생활 보호) “방송은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제21조(인권보호) “방송은 부당하게 인권 등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제36조(폭력묘사) “방송은 폭력을 조장하거나 미화, 정당화하는 내용을 포함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27조(품위유지) “불쾌감, 혐오감 등을 유발하여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표현” 등 조항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채널A <뉴스TOP10>처럼 매일 생방송으로 당일의 이슈를 정리해 보도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제작진과 진행자는 당일 아이템을 정한 뒤, 이 사안을 전할 때 무엇에 초점을 맞추고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그것도 판단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생방송 시사 프로그램을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채널A<뉴스 TOP10>(3/8)

 

<끝>

문의 이봉우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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