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승리‧정준영 사건을 둘러싼 아무 기사 대잔치
등록 2019.03.2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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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가 11일 처음으로 가수 승리 씨의 성접대 의혹이 담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가수 정준영 씨가 불법 성관계 촬영물을 공유했다는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12일엔 추가로 정준영 씨의 단체 대화방 메시지들을 공개해 수면제 등을 사용한 성범죄 정황이 있음도 드러났습니다. 13일엔 가수 최종훈 씨가 경찰과 유착해 음주운전 범죄를 무마한 정황, 이후 3년 전 정준영 씨의 불법 촬영물 사건 당시 경찰이 수사를 은폐한 의혹, 그들과 유착된 경찰의 신분까지 드러났습니다.

 

승리부터 정준영까지 끊임없이 문제가 불거져 나오면서 성범죄, 경찰 비리, 음주운전, 탈세, 마약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여론의 도마에 올라있습니다. 이처럼 혼란한 틈을 타, 대중의 관심을 끌어 보려 ‘아무 기사 대잔치’를 벌이는 언론들도 있습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어떤 나쁜 보도가 있었는지, 방송과 인터넷 매체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정준영 보도의 중심에 있었던 SBS, 그보다 더 많이 보도한 채널A?

정준영의 불법 촬영물 성범죄 사건을 가장 먼저 보도한 방송사는 SBS입니다. 11일부터 단독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SBS는 문제가 드러난 초반인 11~12일까지는 주로 승리 씨와 정준영 씨가 함께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서 오간 대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SBS가 ‘가십 보도에 치우치는 게 아니냐’는 일부의 비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13일부터는 SBS를 포함한 여러 방송사에서 이 사건과 경찰 사이의 유착 관계에 초점을 맞추면서 보도 자체가 선정적이란 비판은 줄어드는 모양새입니다.

 

모니터 대상 기간이었던 11일부터 17일까지, 이 사안을 가장 먼저 보도했던 SBS는 총 35건의 기사를 내놨습니다. 그 외 대부분 방송사는 18~34건 등 SBS에 비해 보도량이 적었습니다. 그러나 단 한 곳, 채널A가 총 47건을 보도해 매우 적극적인 보도 양상을 보였습니다.

 

채널A의 보도에선 불필요한 정보들도 다수 발견됐습니다. 12일 톱보도였던 <단독/정준영의 왜곡된 성 인식 논란>(3/12 박건영 기자,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원제목 일부 삭제, 현재 기사 삭제된 상태)이란 기사는 피해자를 유추할 수 있는 정보가 주된 내용이었고 같은 날 취재 기자와 대담한 채널A의 <정준영 황금폰실체는>(3/12 박지혜 기자)이란 기사에서도 피해자의 직업이 언급됐습니다. 이 기사는 20일 현재에도 삭제되거나 수정되지 않고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습니다. 또한 채널A는 12일부터 14일까지 정준영‧승리의 대화방 내용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했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3/11

-

-

3건

(12번째)

-

-

-

-

3/12

4건

(3번째)

2건

(6번째)

5건

(9번째)

3건

(14번째)

3건

(6번째)

7건

(톱보도)

5건

(9번째)

3/13

3건

(9번째)

7건

(톱보도)

8건

(톱보도)

4건

(11번째)

5건

(톱보도)

8건

(톱보도)

7건

(톱보도)

3/14

3건

(7번째)

7건

(톱보도)

8건

(6번째)

6건

(4번째)

5건

(톱보도)

8건

(톱보도)

5건

(4번째)

3/15

2.5건

(10번째)

2건

(9번째)

5건

(10번째)

3건

(9번째)

4건

(5번째)

10건

(4번째)

5건

(4번째)

3/16

4건

(2번째)

3건

(3번째)

3건

(5번째)

4건

(4번째)

4건

(톱보도)

6건

(톱보도)

5건

(4번째)

3/17

1.5건

(4번째)

2건

(3번째)

3건

(톱보도)

3건

(5번째)

3건

(4번째)

8건

(톱보도)

7건

(톱보도)

합계

18건

23건

35건

23건

24건

47건

34건

△‘정준영’ 관련 저녁종합뉴스 보도량(3/11~17, 괄호 안은 첫 보도 순서) ©민주언론시민연합

 

채널A는 불필요한 피해자 신상정보를 언급할 뿐만 아니라 사안의 본질에서 벗어난 단체 대화방 내용들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이는 불법 촬영물 범죄, 클럽과 경찰 사이의 유착관계 등 이번 사안에서 짚어야 할 본질에서 벗어나 몇몇 연예인의 불법 범죄로 비춰질 수 있는 요소들이었습니다.

 

지라시 유포하고 2차 피해 저지르는 언론

물론 채널A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사안의 본질을 흐리거나 대중의 호기심에 기댄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정준영 사건을 나쁘게 보도한 대표적 사례는 지라시를 기사랍시고 쓰거나, 피해자를 유추할 수 있는 정보를 담아 2차 피해를 저지르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12일 채널A의 저녁종합뉴스 <뉴스A>의 톱보도(현재 삭제된 상태)에 일부 피해자의 직업과 활동 시기 등이 구체적으로 언급돼 있어 물의를 빚은 바 있습니다. 다음 날인 13일 동아일보 12면에 올라온 <단독/“정준영 몰카 7~8>(3/13 조동주, 김은지, 김정훈 기자,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원제목 일부 삭제, 현재 기사 삭제된 상태)란 기사에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확인한 불법 촬영물 장면을 상세히 묘사하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습니다. 이는 선정적‧자극적 보도를 넘어 심각한 2차 피해를 저지르는 보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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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지라시 내용 거론하는 MBN 보도 (3/13, 모자이크 처리된 채 방송됨)

 

뿐만 아니라 지라시에 거론된 연예인들의 실명을 그대로 보도하거나 모자이크 처리를 했음에도 당사자를 유추할 수 있는 영상을 보도에 사용한 곳도 있습니다. MBN <거론 연예인 나 아냐소속사 강경 대응”>(3/13 이동훈 기자)에서는 배우들의 실명이 나열된 ‘정준영 리스트’가 있다고 언급하며 여기에 대응한 배우들을 실명으로 보도했습니다. MBN은 “어제부터 급속히 퍼진 이른바 ‘정준영 리스트’입니다”라며 모자이크 처리된 지라시를 화면에 보여주더니 “언급된 여배우들 측은 분노하며 구체적인 대응 방침까지 밝혔습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배우 OOO의 소속사는’이라며 지라시 속 배우들의 이름을 그대로 언급했습니다. 그들의 사진이나 영상도 화면에 노출시켰습니다. 게다가 리포트 말미에는 실명을 밝히진 않았지만 지라시에 포함됐던 다른 연예인들을 화면에 보여주면서 모자이크 처리를 했음에도 충분히 유추할 수 있게 보도했습니다.

 

비슷한 내용을 다룬 TV조선 <포커스/애꿎은 여성 연예인 곤욕2차 피해 비상’>(3/13 윤슬기 기자)에선 지라시에 대응한 배우들을 A씨‧B씨로 호명했습니다. 화면 또한 그들의 사진을 그대로 쓰지 않고 실루엣으로 처리했습니다. 애꿎은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도 MBN엔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범죄 사건 본질 흐리는 한국 경제 걱정

이뿐만이 아닙니다. 정준영 씨가 일으킨 문제의 본질은 분명 ‘불법 촬영물 촬영 및 유포’입니다. 그러나 본질을 벗어나 케이팝이나 국민연금 등 경제를 걱정하는 엉뚱한 보도도 나왔습니다.

 

MBN의 <외신도 관심집중 비밀 비디오로 끝”>(3/13 김태일 기자)에서 김주하 앵커는 “외신들도 한국 연예계에서 불거진 이번 대형 스캔들을 케이팝스타의 몰락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실시간으로 전하고 있거든요”라며 “자칫 한류에 타격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큽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외신에서 이를 연일 보도하고 있어 케이팝이란 산업이 걱정된다는 의미입니다. 리포트에서도 “한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국 연예계, 한류 바람에 난 상처는 그 크기가 커지는 진행형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뒤이어 비슷한 내용을 보도한 TV조선의 <포커스/위기의 K잠잠하면 복귀관행이 화근>(3/15 윤슬기 기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케이팝 공연장에 팬으로 나타난 레이디 가가, 가수 싸이와 말춤을 춘 마돈나. 심지어 한국어로 노래를 부른 영국의 걸그룹까지. 전 세계가 케이팝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자존심도 함께 올라갔었죠”라더니 “케이팝의 연평균 수출 증가율은 17.2%. 또 외국인들은 한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케이팝을 가장 먼저 꼽습니다”라며 이만큼 자란 케이팝 산업이 무너질까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마치 이번 사건이 한류에 제동이라도 건 듯 보도하는 모습을 보며 불법 촬영물 성범죄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식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외에도 채널A <등 돌리는 해외 팬들외신 “K팝 흔들”>(3/16 이상연 기자)은 물론 KBS의 정오뉴스에서도 <“K팝 스타들이 추락하다한류 팬심도 싸늘>(3/18 김병용 기자)이란 제목으로 이를 다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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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정준영 사태로 주식 가치가 떨어졌다고 걱정하는 채널A(3/17)

 

게다가 채널A는 <보름 만에 6천억 증발국민연금도 불똥’>(3/17 김지환 기자)에서 승리‧정준영 사건으로 국민연금이 큰 피해를 보았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지환 기자는 리포트에서 “지난달 25일 YG, JYP, SM 등 5개 주요 상장사의 시총은 3조 3천5백억 원이었습니다. 하지만 26일부터 시총이 감소하더니, 현재 2조 7천6백억 원으로 17% 넘게 줄었습니다. 26일은 승리 의혹이 터져 나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던 시점입니다”라더니 “국민연금은 YG 지분 6.06%와 SM 지분 8.15%를 보유하고 있는데 두 회사의 주식가치가 떨어지면서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가치도 332억 원 떨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유리홀딩스 대표의 배우자를 왜 강조하나

승리와 정준영 사건이 불거진 SNS 메신저 단체 대화방엔 승리의 사업 파트너인 유리홀딩스의 유인석 대표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연예인의 배우자라는 사실이 퍼지자 해당 연예인의 실명을 거론하는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채널A <정준영 황금폰실체는>(3/12 박지혜 기자)에서는 단체 대화방 멤버를 언급하며 “승리의 주요 사업 파트너인 유리홀딩스 대표이자 배우 OOO 씨의 남편 유 모 씨 등도 이 대화방 멤버였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MBN의 <스캔들 일파만파연예계 발칵’>(3/12 조일호 기자)에서는 “이번 사건에 남편 이름이 오르내리는 배우 OOO도 일부 누리꾼들의 압박을 받는 상황”이라며 일부 누리꾼들의 악플을 화면에 비추기도 했습니다. 악플은 해당 연예인을 “TV에서 보고싶지 않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기 검색어에 얻어 걸리려고…아무 과거 대잔치

이번 사건과 관련 없는 정준영 씨의 과거를 보도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화제가 되고 있으니 무슨 내용이라도 써서 사람들의 관심과 클릭 수를 늘려보려는 것입니다. 중도일보의 <김상교-버닝썬-정준영 소름돋는 인연 대체 뭐길래? ‘놀라운 연결고리’>(3/19 온라인이슈팀)엔 제목에만 최근 화제가 된 키워드가 모두 담겨있습니다. 기사 내용은 클럽 버닝썬의 최초 고발자인 김상교 씨(폭행 사건과 연관)가 정준영 씨의 뮤직비디오 제작과 관련 있다는 것일 뿐, 범죄 사실에서 연관성이 있다는 내용은 아닙니다.

 

글로벌이코노믹의 <박한별-윤총경-정준영 그 특별한 3각 컨넥션 그리고 5대 얼짱>(3/19 김재희 기자)이란 기사는 더욱 심각합니다. 정준영 사건과 관련해 사람들이 검색해볼 만한 연예인들의 이름이 기사에 줄줄이 나열돼 있습니다. 여기엔 승리의 사업 파트너로 알려진 유리홀딩스 대표 윤 씨의 배우자 이름이 포함돼 있고, 그가 “인터넷 5대 얼짱으로 유명했다”며 여자 연예인 다섯 명의 이름과 활동 경력을 기사에 썼습니다. 인기 검색어‧실시간 검색어에 노출시켜 기사의 클릭 수를 높이려는 전형적인 낚시성 기사입니다. 범죄 사실이 논란이 되고 있는 틈을 타 상업적으로 기사를 쓰고 파는 언론들의 행태, 정준영 사건에서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3월 11~17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 3월 11~19일 간 온라인에 유통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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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문의 임동준 활동가 (02-392-0181) 정리 조선희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