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한미정상회담에 또 ‘태영호’ 내세운 채널A
등록 2019.04.17 18:59
조회 187

또,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입니다. “오늘 하루 가장 화제가 된 이슈들을 엄선해 1위부터 10위까지 랭킹을 선정”해 “뉴스 고수들과 함께 전말과 파장을 심층 진단”한다는 채널A의 보도‧대담 프로그램 <뉴스TOP10>은 매일 태영호 전 공사를 소환하며 그의 개인적 소회를 ‘진실’로 포장하고 있는데요. 4월 11일(미국시간)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전후로 채널A는 또 태영호 씨에게 손을 벌렸습니다. 회담 하루 전과 다음날, 이틀에 걸쳐 태영호 씨를 직접 출연시킨 채널A <뉴스TOP10>은 10일에는 아예 <태영호의 일급 비밀>이라는 ‘코너’까지 신설했고 이틀 간 무려 92분을 태영호 씨 주장에 할애했습니다. 태영호 씨가 아무리 북한 내부 정보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인물이라 해도 그가 ‘한미정상회담 분석’의 전문가인지 의문입니다. 북한도 남북미 비핵화 협상의 주체인만큼, 채널A가 그런 의미에서 태영호 씨 의견을 인용 또는 참조한다고 해도, 오직 태영호 씨만이 ‘한미정상회담의 전문가’인 것처럼 이틀 간 방송의 절반 이상을 쏟아부으며 태 씨의 ‘스피커’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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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0일 채널A <뉴스TOP10> 화면 갈무리

 

이틀 방송 중 ‘태영호 말씀’ 시간만 53.8%

채널A <뉴스TOP10>이 4월 10일과 12일, 이틀 간 태영호 씨 인터뷰에 할애한 시간은 총 92분으로 전체 방송 시간 중 53.8%에 이릅니다. 한미정상회담을 분석하는 특집 방송에서 태영호 씨 개인의 주장만으로 방송의 절반 이상을 채운 겁니다. 타사도 패널을 동원해 한미정상회담을 분석했으나 채널A처럼 특정인 한 사람에게 스피커를 몰아주지는 않았습니다.

 

 

코너명

대담 내용

분량 (비중)

4/10

1위 북 김정은의 새로운 투쟁?

△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당 전원 회의를 소집한 이유 분석 △ 김정은의 중대발표 내용 + 북한의 새로운 투쟁 방향 예측 △ 북 하노이 사령탑 김영철 건재 확인 (김영철이 문책당하지 않은 이유 분석) △ 북한의 경제위기와 대북제재 그리고 남북미중러 관계 △ 한미정상회담 결과 예측 (문재인 대통령의 어려운 위치) △ 자유 조선의 김정은 정권 붕괴 천명과 활동에 대한 생각

48분 (55.8%)

4/12

1위 워싱턴 '노딜' 사실상 빈손?

4위 최룡해, 2인자 등극...과연?

5위 공고해진 북 핵보유국 지위?

△ 한미정상회담 결과 및 과정 분석 △ 버티기에 돌입한 북한과 미국. 향후 남북미 관계 예측 (4차 남북 정상회담) △ 북한 권력 구조 개편 (최룡해의 위치, 북한의 실세 여성들 (리설주, 김여정, 현송월, 최선희), 북 경제사령탑 교체) △ 북한의 장기전 돌입과 핵보유국 지위 △ 우리 정부의 역할

44분 (51.8%)

태영호 출연 분량

92분 (53.8%)

총 방송 시간

171분

△ 채널A <뉴스TOP10> (2019/4/10,12) 태영호 출연 분량과 대담 내용 © 민주언론시민연합

 

태영호 씨는 남북미 비핵화 협상이 시작된 이래로 일관적으로 회의적인 입장이었기 때문에 채널A <뉴스TOP10> 역시 부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습니다. 특히 회담 이후인 12일 방송에서 태 씨는 “뻔히 이번에 가서 합의도 나오지 못할 그런 노딜인 걸 다 알면서도 대통령님이 미국에 가서 이제 만났는데” 등 ‘노딜’을 강조했습니다. 심지어 진행자 황순욱 보도본부 차장은 이런 태 씨 발언에 반복적으로 “이런 상황을 모두 예측한 인물”과 같은 추임새를 붙여 태 씨 ‘예언가’로 포장했습니다. 꼭 태 씨가 아니더라도 보도‧대담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이런 식으로 특정 패널을 추켜세우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며 균형과 객관성을 모두 결여한 태도입니다.

 

딱 4명뿐인 여성에 집착하는 채널A와 태영호 전 공사

물론 태영호 씨가 한미정상회담을 오로지 비관적인 시각으로만 평가한 것은 아닙니다. 12일 방송에서 ‘노딜’을 강조하면서도 “지금 우리 청와대는 과정을 더 중시”한다며 현재 남북미 관계가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가서 트럼프 대통령한테 절충안을 납득시켜서 이해 동의를 받느냐 이건 그리 중요치 않아요. 이런 걸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두 가지 목적을 저는 추구하고 있다고 보는데. 우선 첫 번째로 지금 우리 정부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 접점을 찾는 이러한 것보다도 당장 김정은이가 돌발행동을 하지 않도록 강경행동으로 나가지 않도록 좀 관리하는 그런 그 무엇인가가 필요한 겁니다”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한미정상회담과 별개로 북한 내부의 동향을 분석하면서 또 과도한 추정과 부적절한 발언을 남발했다는 겁니다. 채널A <뉴스TOP10>(4/12)에서 태영호 씨는 한미정상회담 직전 열린 북한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최고인민회의도 다뤘는데요. 특히 비핵화 협상 일선에 나섰던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처음으로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진입한 부분에 집중했습니다.

 

이에 진행자 황순욱 앵커는 “명실공히 김정은의 신데렐라, 새로운 네 번째 신데렐라로 이제 등극했다, 이렇게 평가를 사전에 해주셨어요”라며 운을 띄웠는데요. 이때 화면에는 <북한 핵심 실세는 ‘여인들’?>이라는 제목과 함께 리설주 여사,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현송월 삼지연악단 장장, 최선희 부상의 사진을 띄웠습니다.

 

이미 여기서부터 채널A의 수준이 밑천을 드러냈습니다. 당 중앙위원으로 승진한 인물들 중 딱 2명(현송월, 최선희)이 여성이라는 이유, 수많은 북한 고위층 중 딱 4명(리설주, 김여정, 현송월, 최선희)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성’을 집중 부각하면서 이를 ‘신데렐라’로 규정한 겁니다. 채널A가 ‘여성의 승진’에는 뭔가 특별한 이유, 신데렐라와 같이 ‘하루아침에 공주가 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이는 성차별적인 시각입니다.

 

‘여성이라서 수다떨다가 승진했다’…이게 시사 방송이라니

진행자가 이렇게 ‘여성’에 초점을 맞추차 태영호 씨는 “이번에 김정은 주변 여인들 그룹에 최선희라는 인물이 새롭게 또 들어갔습니다”라면서 최선희 부상이 승진한 배경에 주관적인 추정, 술자리 농담에 가까운 ‘카더라’를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태영호: 예를 들면 김여정이나 리설주가 무슨 문제가 궁금하다 그러면 그걸 나이도 어린 여성들이 나이도 저희들보다 위인 리용호 외무상한테 물어보겠습니까, 아니면 김영철한테 물어보겠습니까? 그러니까 최선희 보고 ‘언니 언니 어떻게 생각해’ 하면 당연히 물어볼 수 있었을 거고 이번에 평양에서부터 하노이 가는 이 장기간 동안 열차로 갔습니다. 이틀 동안. 그러면 열차 안에서 이 답답한 이틀 동안 이 열차에서 여성들이 뭘 하겠습니까? 당연히 여성들의 심리는 어디 모여 앉아서 수다 떨고 이야기하는 거니까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김정은의 여성들 속에 최선희가 물리적으로 가까이 지금 접근했기 때문에 결국은 김정은의 특별 신임을 받았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따로 비평이 불가능할 정도로 황당한 주장입니다. 최선희 부상이 실세로 떠오른 이유가 ‘모이면 수다 떠는 여성들의 심리’라니, 시청자를 당혹케 하는 ‘분석’입니다.

 

‘어쨋든 김정은 측근은 여성’? 채널A는 이럴려고 태영호 신봉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자 황순욱 앵커는 오히려 상당한 신뢰를 보내며 태영호 씨 발언을 사실로 규정했습니다. 

황순욱: 최룡해도 못 믿어서 1년 만에 자리에서 내쫓는 김정은이 자기 제일 가까운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는 이렇게 여성들로만 가까이 두는 것도 굉장히 특이하네요.

 

태영호: 저는 그래서 지금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면 옛날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라는 독재자가 있었습니다. 카다피가 자기 경호원들은 철저히 여성들을 썼어요. 남자들은 믿을 수 없다. 남자의 생각은 자주 바뀐다 이렇게 돼 있는데 지금 현재 보세요. 현재 김정은의 주변에서 측근으로서 오래 남아 있는 사람이 별반 없습니다. 아마 그래도 오래 지금까지 같이 따라다니며 남아 있는 사람을 보면 제가 조용원. 조용원 같은 사람은 지금 좀 오랫동안 있죠. 그 외에...

 

황순욱: 김창선은 어떻습니까?

 

태영호: 김창선은 당연히 내부에 있는 사람이니까. 제가 말하는 건 외부에서 가까이 있는데 그래도 변하지 않고 김정은한테 수시로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은 결국은 여성들이에요. 이 여성들에 지금 최선희가 진입했다 저는 이렇게 판단합니다.

 

황순욱: 굉장히 독특한 인적 구성을 선호하는 김정은 위원장. 글쎄요. 누구도 믿지 못하는 의심 많은 김정은에게 이 넷은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원래는 셋이었는데 네 번째 신데렐라로 최선희가 이제 들어가게 됐다.

객관적인 근거는 하나도 없이 대체 실체가 무엇인지 알 수도 없는 ‘여성의 특성’을 내세워 김정은 위원장의 인적 구성이 ‘독특’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많은 북한 권력자들 중 4명에 불과한 ‘여성’들을 콕 집어 ‘특이’하다고 ‘분석’하는 것부터 이 방송은 보도 대담으로 볼 수 없습니다. 또한 진행자와 태영호 씨가 조용원(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에서 당 중앙위 제1부부장 겸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승진), 김창선(김무위원회 부장) 등 인물은 남성임에도 오랫동안 고위직에 머물고 있음을 알면서도 ‘아무튼 김정은 측근은 다 여성’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대목에서는 할 말을 잃게 됩니다. 여기서 대체 카다피는 어째서 등장하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카다피처럼 ‘여성만으로 이뤄진 경호부대’를 두고 있지도 않습니다. 시청자들에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분석을 전달해야 하는 보도‧대담 프로그램이, 천박한 여성 편력만 노출하고 있는 겁니다. 혹여 채널A가 아직도 여성이 권력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낡은 인식 속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수준입니다.

 

여성이 승진하면 무조건 ‘신데렐라’? 버릇 못 고친 채널A

북한 권력층 중 4명의 여성을 지목해 ‘신데렐라’, ‘김정은의 특이한 측근’으로 규정한 채널A의 이 대담은 여타 왜곡 보도 사례보다 시청자에게 끼치는 악영향이 더 클 수 있습니다.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동시에 그 왜곡의 결과가 결국 성차별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다른 매체의 보도들, 특히 연예‧스포츠 기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신데렐라’라는 단어는 대단히 부적절한 표현입니다. 일반적으로 ‘신데렐라’는 평범한 사람이 특별한 노력 없이 갑자기 큰 인기나 권력을 얻게 됐을 때, 더 구체적으로는 평범한 여성이 고위층 남성과의 관계로 한 번에 신분 상승을 한 경우를 일컫는 말입니다. 채널A <뉴스TOP10>(4/12) 역시 최선희 부장의 승진을 ‘김정은 위원장의 총애로 하루아침에 큰 권력을 얻게 됐다’는 의미로 썼죠. 이는 일단 사실과 다릅니다. 최선희 부상은 김일성 전 북한 주석 옆에서 10여년 복무한 최측근인 최영림 전 내각 총리의 수양딸로 애초부터 북한 내 금수저 출신 엘리트입니다. 최선희 부상 본인도 1980년대부터 외무상에서 통역 및 외국어 업무를 전담하며 입지를 다져왔으며 90년대 말부터는 북미회담 및 6자 회담에서 통역을 담당했습니다. 우리에게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것이 최근일 뿐이지 사실상 오랜 시간 외교 분야의 상당한 경력과 권위를 쌓아온 인물입니다. 이런 인물이 과연 ‘김정은 위원장의 총애’만으로 갑자기 승진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채널A와 태영호 씨가 얼마나 뒤틀린 인식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여성들의 대화가 수다라면 채널A는 대체 뭔가요?

태영호 씨가 최선희 부상의 승진 배경으로 ‘여자들의 수다 떠는 심리’도 지목한 부분 역시 반박의 가치가 없습니다. 다만 이를 반드시 지적해야 하는 이유는 이런 식의 막말을 방송사가 ‘전문가 인터뷰’로 내보내면서, 이미 만연한 우리 일상 속의 성차별을 더욱 강화시키기 때문입니다. 태영호 씨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미 김정은 최측근인 리설주, 김여정, 현송월이 기차 안에서 최선희와 수다를 떨어서 최선희가 승진했다’는 겁니다. 그 ‘수다’가 ‘여성들의 심리’라는 것이죠. 수다가 여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당연한 상식을 채널A와 태영호 씨만 모르나 봅니다. 아니면 채널A와 태영호 씨는 하노이 북미회담 장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여성 고위층’들이 나눈 대화는 북미회담과 관련한 중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소한 수다’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어느 쪽이든 보도나 대담, 인터뷰를 할 자격은 없습니다.

 

부적절 인터뷰도 ‘태영호’니까 반복 송출…상식 되찾아야

채널A <뉴스TOP10>은 오랜 기간 태영호 씨를 ‘진실의 전달자’, ‘예언자’로 모셔온 만큼 10, 12일 이틀 간 채널A에 왕림해주신 태영호 씨의 출연분을 또 반복해 내보내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김정은 최측근은 모두 여성, 최선희 부상은 여성들의 수다 떠는 심리 때문에 승진’이라는 몰상식한 대담이 15일 방송에서도 인용됐습니다. 채널A는 이날 최선희 부상의 승진 등 ‘김정은 최측근 여성’들을 또 다뤘고 여기서 진행자 황순욱 앵커가 “김정은의 여성들이 원래 3명이 있습니다. 김여정, 리설주 그리고 현송월이 있는데 여기에 최선희가 갑자기 1명이 더 끼게 돼 서 4명의 여인들이 아주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김정은 곁에 머물게 됐습니다. 이 가깝게 된 이유를 이렇게 분석한 이야기도 있죠”라며 태 씨의 해당 인터뷰를 다시 보여준 겁니다.

 

아무리 신뢰도가 높은 취재원, 전문가라고 해도 언론사가 한 명의 인물만 인용하고 노골적으로 신뢰를 표하기까지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채널A가 태영호 씨와 나눈 인터뷰, 채널A가 인용한 태영호 씨의 발언이 아무리 합리적이고 설득력이 높다고 해도 태영호 씨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행태는 상식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최근 채널A가 ‘예언자’로 치켜세운 태영호 씨의 발언 대부분은 주관적인 비핵화 회의론, 추정에 따른 북한 희화화, 성차별적 인식으로 점철됐습니다. 채널A가 최소한의 균형과 상식을 찾고자 한다면 다양한 전문가와 시각을 보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더불어 태영호 씨 발언이 부적절하다면 비판하는 것이 언론의 기본적 태도입니다. 채널A에게는 이 모든 것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일까요?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채널A <뉴스TOP10>(4/10,12,15)

 

<끝>

문의 이봉우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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