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보수단체에게만 허용되는 조선일보식 표현의 자유
등록 2019.04.19 10:36
조회 765

만우절인 지난 4월 1일, 한 보수단체가 ‘김정은 편지’를 흉내 내는 패러디 기법을 사용하여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대학과 국회, 대법원 등에 붙였다고 합니다. 특이한 것은 보수단체 명칭이 1987년부터 1993년까지 존재했던 전대협(전국대학총학생회협의체)이라는 것입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전대협과 보수단체 전대협을 구분하기 위해서 ‘전대협’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아무튼 경찰은 현재 ‘전대협 대자보’ 사건을 내사 중이라고 하는데요. 조선일보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경찰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조선일보의 침소봉대

4월 2일부터 18일까지 5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지의 지면 보도를 살펴보면, 조선일보가 8건으로, 1~2건에 그친 타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매일경제

한국경제

4/2

10면 1건

16면 1건

14면 1건

14면 1건

 

29면 1건

29면 1건

4/3

 

 

23면 1건

 

 

 

 

4/15

 

 

1면 1건

12면 1건

 

 

 

 

4/16

 

10면 1건

1면 1건

12면 1건

사설 1건

16면 1건

 

 

 

4/18

 

 

사설 1건

 

 

 

 

합계

1건

2건

8건

2건

0건

1건

1건

△ 보수단체 패러디 대자보 부착 및 경찰 대응 관련 신문 보도량 비교(4/1~18)

 

조선일보는 ‘전대협’이 대자보를 붙인 다음날인 4월 2일에는 한겨레를 제외한 모든 신문이 관련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다음날부터 타사는 이 사안을 거의 다루지 않거나 건조하게 보도했는데요. 조선일보는 ‘전대협’ 관계자를 인터뷰한 <우린 평범한 젊은이김정은 대자보는 시국 풍자한 패러디일 뿐>(4/3 신동흔 기자)에서 당사자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이후 ‘전대협’ 관계자 일부가 경찰이 집안에 무단으로 난입해 자신을 조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조선일보는 <김정은 패러디 대자보 붙였다고…경찰, 가택 무단진입 조사>(4/15 최승현 기자)을 1면과 12면에 보도했습니다. 다음날에도 1면 <팔면봉>에서 “경찰 “문 대통령 풍자 만우절 대자보에 모욕죄 검토” 이거야말로 ‘웃자고 한 소리에 죽자고 덤벼드는’ 꼴”이라고 보도했고요. 12면에는 <경찰 문대통령 풍자 대자보 붙인 청년들 모욕명예훼손죄 검토”>(4/16 곽래건 기자)를 게재하고, <사설/대학생 단체 대자보 수사, 민주화 운동권의 반민주 행태>(4/16)까지 내놨습니다.

 

조선일보는 16일 사설에서 “경찰의 이 행태 자체가 심각한 범죄다. 이것이 이른바 민주화 운동 했다는 정권이 행동으로 보여주는 ‘민주주의’와 ‘인권’이다”, “이 정권에선 ‘사실’을 말해도 정권 귀에 거슬리면 처벌을 받는다” “대학생들이 정권 비판을 하자 입을 막으려 하고, 민간인 사찰을 하고, 무단 침입을 하고, ‘잡으러 간다’고 한다. 가관인 것은 이런 사람들이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내세우는 것이다”라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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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대협’ 대자보에 대한 경찰 수사를 비판하는 조선일보 사설(4/16)

 

과거 비슷한 사건엔 표현의 자유란 말은 한마디 없이, 종북몰이만 하던 조선일보

조선일보가 쓴 대로, 북한 패러디를 하거나 정부를 비판한다고 수사 대상이 된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국가라면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따라서 사실이라면, 경찰의 행태에 대한 지적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안에 대한 조선일보의 ‘호들갑’은 민망할 지경입니다. 다른 매체라면 몰라도 조선일보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요?

 

대자보의 처벌 가능성을 분석한 뉴스1 <'김정은 서신' 표방 정부 비판 대자보, 처벌 가능할까>(2019/4/1, 한산 기자)에 따르면, “(‘전대협’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판례는 패러디나 조롱 목적으로 이적표현물을 배포한 경우 국가보안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고 합니다. 뉴스1이 말한 판례가 대표적으로 적용된 사건이 일명 ‘리트윗 보안법 사건’입니다.

 

‘리트윗 보안법 사건’이란, 2012년 1월 사진작가 박정근 씨가 북한 체제를 조롱할 목적으로 북한이 운영하는 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의 트위터를 리트윗했다가 구속된 사건입니다. 박정근 씨는 1심에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가 2심에서 뒤집혀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당시 임수경 국회의원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무리한 공안 수사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일부러 ‘우리민족끼리’ 트위터를 리트윗했고, 밴드 ‘밤섬해적단’은 대한문에서 김정일 전 위원장과 동명이인인 인물들의 업적을 찬양하는 ‘김정일 만세’라는 곡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은 CNN <남한의 '농담'은 감옥으로 이어질 수 있다>(2012/6/4, Paula Hancocks 기자)에 보도되었을 정도로 황당한 사건이었습니다. 이에 박정근 씨가 구속된 2012년 1월부터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가 확정된 2014년 8월까지 이 사안을 경향신문은 16건, 한겨레는 19건을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그러니까 2년 6개월 사이에 조선일보는 관련 보도를 단 1건 보도했습니다.

 

게다가 조선일보가 보도했다는 단 1건의 기사마저 박정근 씨 사건에 대한 항의표시로 일부러 ‘우리민족끼리’ 트윗을 리트윗한 임수경 전 국회의원을 ‘종북’으로 모는 기사였습니다. 사실 이 기사를 박정근 씨 관련 보도라고 포함시키기도 어렵습니다. 2012년 당시 조선일보는 <북 대남비방 그대로 전파…임수경 ‘종북 트윗’>(2012/6/7, 김경화 기자)에서 “올해 1월 집중적으로 ‘우리민족끼리’의 트위터 글을 옮겼다. 사진작가 박정근 씨가 ‘우리민족끼리’의 글을 리트윗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 수사를 받던 시기다”라고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짤막한 설명만으로는 박정근 씨가 ‘우리민족끼리’글을 리트윗해서 잡혔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트윗의 성격과 사건의 쟁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조선일보는 이미 제목부터 임수경 전 의원의 트위터를 ‘종북 트윗’으로 규정하였고, 중간 제목으로 네티즌의 입을 빌어 “북한 대변인이냐”라는 비난을 달았습니다. 또한, 기사 서두부터 “탈북자들을 향해 ‘변절자’라는 폭언을 퍼부은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이 올 초 트위터를 통해 북한의 대남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의 주장을 여과없이 소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하면서 ‘우리민족끼리’를 리트윗한 것이 “국가보안법을 일부러 위반”한 것이라는 점만 부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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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경 전 의원 트윗을 ‘종북’으로 규정하는 조선일보 기사(2012/6/7)

 

 조선일보는 국가보안법도 ‘내로남불’?

게다가 조선일보는 작년에 <사설/국보법 위반자 줄어든 건가, 수사 안 하는 건가>(2018/6/8)에서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국가보안법 입건자는 28명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2008~2016년) 9년간 평균 입건자 수(78.9명)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적 표현물을 소지했던 병무청 직원, 이적 표현물을 판매한 출판사 대표, 북한 대남 선전 기구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한 사람 등도 무죄를 받았다”며 최근의 국보법 무죄 사례를 들었는데요.

 

조선일보가 언급한 ‘병무청 직원’은 북한대학원 진학을 위해 북한 서적을 소지한 경우였으며, ‘출판사 대표’의 경우는 E.H카의 저서 등 동네 도서관에서도 구할 수 있는 책을 이적표현물이라며 기소한 경우였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런 사람들이 무죄를 받은 것 가지고 “국가보안법은 사실상 ‘사문화’되고 있다”고 한탄했던 신문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국가보안법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대표적인 악법으로 악용되었습니다. 전 정권에서는 페이스북에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라는 우스꽝스러운 제목의 북한 선전가요를 유머 목적으로 올렸다고 수사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김정은 사진을 걸어놓고 삐라 형식을 빌린 보수단체의 표현물에 대해서 ‘명예훼손 등을 조사’하는 것만으로도 “대학생들이 정권 비판을 하자 입을 막으려 하고, 민간인 사찰을 하고, 무단 침입을 하고, ‘잡으러 간다’고 한다”며 비난한것은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할 일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유행에 따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한겨레의 박정근 씨 관련 보도 <“김정일은 영양소가 풍부합니다6년 만에 끝난 국보법수사>(2019/1/13, 이준희 기자)를 보면, “박씨는 수사가 시작된 지 3년 만인 2014년 8월 28일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비슷한 이유로 2012년 10월부터 수사를 받은 김정도씨도 2016년 5월께 ‘내사종결’ 처분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권씨가 지난달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리트윗 보안법’이라고 불린 경찰의 국가보안법 수사는 수사 대상자들에게 고통만 남긴 채 마무리됐다”라고 합니다. 이 사건에 연루되어 경찰 수사를 받은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을 때, 조선일보는 침묵했습니다. 김정은 비하 트윗을 올린 사람들이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검토’도 아닌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을 때 모르쇠로 일관하던 조선일보가 이제 와 “김정은 패러디 대자보 붙였다고 수사”한다며 비판하는 것은 너무 민망한 일입니다.

 

위에 소개한 조선일보 <사설/국보법 위반자 줄어든 건가 수사 안하는 건가>(2018/6/8)은 “국가 안보는 유행에 따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끝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야말로, “유행에 따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닙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2년 1월 1일~2014년 8월 30일, 2019년 4월 1일~4월 16일 경향신문, 조선일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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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 정리 공시형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