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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보복 발 사법농단 옹호, 터무니없다
등록 2019.07.22 14:52
조회 175

한국 대법원의 2012년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이 7월 1일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는 박근혜 정권과 전임 양승태 대법관의 ‘사법농단’을 옹호하기 위해 프레임 짜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보복 발 사법농단 옹호 움직임

민언련 앞선 보고서 <일본 경제보복 보도로 친일역사에 한 획을 더한 조선일보>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박근혜 정부 당시 법원행정처가 정부와 밀실합의로 강제징용 재상고심을 지연한 ‘사법 농단’을 ‘의견 교환’으로 포장하는 행태가 지속되었습니다. 이는 ‘장충기 문자’에 연루된 바 있는 문제적 판사인 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2일 SNS에 적은 글이 발단이었습니다. 강민구 부장판사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양승태 코트(법정)에서 선고를 지연하고 있던 것은 당시 박근혜 정부에서 판결 이외의 외교적·정책적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벌어 준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이는데, 지금의 대표적 사법농단 적폐로 몰리면서 대법원장 등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에 이른다(중략) 가장 피해야 할 것이 감정적 민족주의 선동이고, 답은 이미 수많은 전문가가 내놓은 바 있다. 위에도 행간에 답이 나와 있다. 그냥 삼권분립상 사법부 판단을 한국정부로서는 어찌할 수가 없다 라는 대응 방식은 대외적 외교관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사법부도 한 나라의 국가시스템 속의 하나일 뿐이라고 외교 상대방은 당연히 간주하는 것이고, 그래서 양승태 코트 시절 그같은 고려를 한 측면도 일정 부분 있는 것이다”

 

 

서울경제 기사 <“양승태 사법부 강제징용 판결 보류는 박 정부에 외교적 해법 시간 벌어준 것”>(7/4, 윤경환·이현호 기자)는 강민구 판사의 SNS글을 소개하며, 여기에 “법조계에서는 이번 일본의 통상보복 조치가 양 전 대법원장 등 사법농단 주요 인사들의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미국 등 상당수 선진국에서 민감한 외교 사안에 대해 ‘사법 자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직권남용 혐의 적용에 반대하는 소리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는 해석을 덧붙였습니다. 다만, 서울경제는 기사 말미에 “재판할 때 국익이나 외교적 이익 등을 고려할 수는 있으나 당사자 몰래 관할 관청과 비공개회의를 하고 그 내용을 재판 진행에 반영하지는 않는다”는 류영재 춘천지법 판사의 반론도 같이 실었습니다. 조선일보 <양승태 사법부, 강제징용 외교 해결위해 시간 벌어준 셈>(7/4, 양은경 기자), 한국경제 <‘적폐청산과정서 뒤집힌 징용배상 판단일 경제보복 도화선 됐다>(7/4, 임락근 기자)는 그나마도 하지 않고 반론 없이 받아쓰기로 일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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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민구 판사의 사법농단 옹호 주장 받아쓰기하는 조선일보 기사(7/4)

 

 

강민구 판사 발언 ‘사법 자제 프레임’으로 확산

신문사

기사제목

주요내용

조선일보

<만물상/청구권과 ‘사법 농단’>(7/5, 임민혁 논설위원)

외교부와 대법원은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의견을 교환했다. 이 정부는 이를 ‘재판 거래’ ‘사법 농단’으로 낙인찍었다.

조선일보

<최보식이 만난 사람/“징용 배상 판결이 ‘뇌관’이었다… 최근 한일관계 갈등은 모두 법원발”>(7/15, 최보식 기자)

최보식 선임기자 : (사법 농단을 두고)이런 행동을 ‘사법 적극주의’라 부른다. 외교 문제에 관해서는 ‘사법 자제 원칙’이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데?

이원덕 국민대 교수 : “국가 간 외교 문제를 다룰 때 여러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국경을 넘어 통용될 수는 없다”

조선일보

<청와대는 차라리 죽창가만 불러라>(7/17, 선우정 부국장)

다음은 외교와 사법의 정책적 협의를 적폐와 불법으로 몰아 단죄함으로써 사법부를 성역화하고 ‘사법 자제’라는 또 다른 외교의 원칙을 무너뜨린 일이다. 국제 관계에서 사법부가 외교를 지배하도록 놔두는 정신나간 정부는 없다.

조선일보

<“강제징용 보상은 1965년 청구권 협정에 포함” 노무현 정부 당시 민관공동위서 결론낸 사안>(7/17, 김경화 기자)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미국 등에서는 사법부가 외교 사안에 대해서는 행정부 입장을 듣고 신중한 판단을 내리는 ‘사법 자제’의 전통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그게 ‘사법 농단’이 됐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미, 한일관계 악화에 위기의식 높아져”>(7/18, 김정안 기자)

(한국 정부 차원의 한일 갈등 방지 및 대응 조치가 미흡했다는 시각이 미국 정부 내 많다는 마이클 그린 CSIS 선임부소장 주장에 대해) 이른바 ‘사법 자제’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한국경제

<“복잡한 외교·안보 사안 법원, 정부의견 존중하는 ‘사법자제 원칙’이 상식”>(7/10, 신연수 기자)

(김영원 전 한·일 청구권협정 대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강제징용 판결을 내리기 전 외교부와 상의한 것을 두고 ‘재판거래’로 규정하는 시각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경제

<논점과 관점/우물 안 판검사들>(7/10, 백광엽 논설위원)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정부의 의견 제시와 법원의 수용은 이처럼 ‘사법권 침해’와는 무관하다. 행정부의 주장을 배척하는 것이야말로 재판부의 일탈로 간주된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사법 자제의 원칙이 실종 상태다.

△ ‘사법 자제’ 프레임 내세운 대표적 기사 목록과 주요 내용(7/5~18) ⓒ민주언론시민연합

이후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는 지속적으로 남의 말을 빌거나 의견 기사를 통해 양승태 사법농단을 ‘사법 자제’ 프레임으로 포장했습니다. 동아일보도 18일 기사에서 마이클 그린 CSIS 선임부소장을 ‘전 NSC 선임보좌관’이라고 소개하면서 인터뷰 내용 중 “한국 정부 차원의 대응조치가 미흡했다는 시각이 미 정부인사들 사이에서 많다”는 주장에 대해 “이른바 ‘사법 자제’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는 해석을 덧붙이며 여기 가세했습니다.

 

 

‘사법 자제 프레임’ 터무니없다

사법 자제의 원칙이란 행정부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통치행위’를 사법부가 판결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것을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외교에 관한 문제가 있습니다. ‘사법 자제’가 사법 체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이론이라는 것 자체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한국경제의 ‘사법 자제’ 프레임은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우선,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가 ‘사법 자제’의 대상이라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한국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일본 최고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을 때 왜 일본 대법원이 이를 각하하지 않고 한·일 양국의 해석이 갈리는 청구권 문제에 대한 판단까지 덧붙여 확정 판결을 내렸는지가 설명이 안됩니다. 이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사법부에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아야한다는 억지에 불과합니다.

둘째로, 대법원의 2018년 판결은 그냥 재판이 아니라 ‘재상고심’ 재판이었습니다. 법원 판결에는 같은 사건에 대해 다른 판단을 할 수 없다는 ‘기속력’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 스스로도 같은 사건에 대해 다른 판단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법원이 재판을 길게 끈 것 자체가 애초에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이는 2018년 판결문(201361381)에 실린 이기택 대법관의 입장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이기택 대법관은 별개의견에서 “(신일철주금의 상고 주장은) 환송판결의 기속력에 반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셋째로,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 지연을 ‘사법 농단’이라고 부르는 것은 소위 ‘사법 자제’가 법관의 양심에 따른 사법적 판단이나,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밀실 야합’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강제동원 판결 지연이 ‘사법 농단’의 결과로 지탄받은 핵심적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2015년 3월 법원행정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설치를 설득하는 문건에서 이병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의 최대 관심사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사건에 대해 청구기각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기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또한, 양승태 대법원장은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 사건에서 일본기업 측 소송대리를 맡은 김앤장 소속 법조인들을 독대해 강제동원 소송 결과를 논의했습니다. 모두 법원 자체 조사와 이후 검찰 조사 과정에서 물증이 나왔습니다.

 

 

현직 판사·중앙일보 권석천 칼럼도 ‘사법 농단’ 옹호 비판

사법 농단을 비판해 온 류영재 춘천지법 판사는 한겨레 기고한 칼럼 <세상 읽기/법관이 지켜야 할 진정한 국익>(7/15)에서 “대법원 판결이 진리는 아니므로 우리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고 일본의 해석에 손을 들어주는 이들의 의견도 충분히 존중한다”면서도, “재판 외 비공개 회동은 공개재판 원칙, 삼권분립 원칙, 재판독립 원칙에 반한다. 혹자는 법정조언자제도를 말하는데, 영미권과 국제인권재판소에서 일반적으로 도입된 ‘법정조언자제도’가 위와 같이 공개재판 원칙을 철저히 어기고 법원이 일방의 재판당사자 몰래 상대 재판당사자와 청와대·외교부 등을 비공개로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지는 않는다”며 ‘사법 자제’ 프레임을 비판했습니다.

중앙일보 권석천 논설위원도 <시시각각/‘징용 판결 지연잘한 일이라고?>(7/16)에서 이런 언론들의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권석천 논설위원은 전임 양승태 대법관의 판결 지연에 대해 “박찬익·조인영 같은 판사들의 양심을 강제 동원하는 위헌적 행태로 점철된 것이었다”며, “행정처 판사들이 양심의 알리바이를 만드는 사이 박근혜 정부 당국자들은 책임의 알리바이를 만들고 있었다. 일본 정부와 담판을 벌이지도, 시민들을 설득하지도 않았다. 그 5년 동안, 원고 9명 중 8명이 세상을 떠났다.(중략) 이것이 당신들이 말하는 ‘판결 지연’의 유일한 성과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즉, 삼권 분립 침해로 판사들의 양심만 건드리고, 5년을 끌어 얻은 것이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권석천 논설위원은 “감정적 민족주의를 주장하자는 게 아니다. 2012년 대법원 첫 판결과 현 정부 외교정책에 대한 토론은 필요하다. 다만, 판결 지연을 무슨 대단한 치적이나 되는 양 포장하고 미화하는 일만은 하지 말길 바란다. 재판에 그 긴 시간이 걸린 것만으로도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다. 우리가 누리는 ‘국익’에도 수준이 있다고 생각한다. 국익에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인권과 민주, 재판 독립, 헌법 정신 같은 가치들이 들어가야 진정한 나라다. 그런 나라만이 다른 나라로부터 마음에서 우러난 존중을 받는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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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 농단 옹호’ 움직임 비판하는 중앙일보 권석천 칼럼(7/16)

 

 

* 썸네일 : 한겨레 <사법농단 문건 공개 뒤집은 '사법농단 연루' 항소심 판사>(6/13)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7월 1일~2019년 7월 16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서울경제, 한국경제(*별지섹션은 제외)

<끝>

문의 공시형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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