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일본 아베 주장의 허구성을 기록으로 재조명한 JTBC
등록 2019.09.2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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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9년 8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방송 부문에 JTBC <뉴스룸> 탐사기획부의 <한일협력위의 실체와 일본 8억 달러의 비밀 추적> 기획 보도를 선정했다.

 

2019년 8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방송 부문 심사 개요

수상작

JTBC <한일협력위의 실체와 일본 8억 달러의 비밀 추적>

매체: JTBC <뉴스룸>, 취재: 이태경‧이지은‧이호진‧윤샘이나‧유선의‧박준우 기자,

보도일자: 8/5~7

선정위원

공시형(민언련 활동가),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민동기(고발뉴스 미디어전문기자), 박영흠(협성대학교 초빙교수), 박진솔(민언련 활동가), 엄재희(민언련 활동가),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임동준(민언련 활동가), 조선희(민언련 활동가)

심사 대상

8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KBS<뉴스9>, MBC<뉴스데스크>, SBS<8뉴스>, JTBC<뉴스룸>, TV조선<종합뉴스9>(주말<종합뉴스7>), 채널A<뉴스A>, MBN<뉴스8>에서 보도한 뉴스

선정사유

JTBC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서 일본 정부가 ‘원조’라는 이름으로 제공했던 8억 달러가 실제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기록을 통해 재조명했다.

지난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제의 존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일본 정부가 막무가내식 행태를 보이는 것은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반발 때문이고, 근본적으로는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무엇이 어떻게 배상됐는지에 대한 주장이 우리의 의견 및 사실과 다르기 때문이다. JTBC는 국가기록원과 일본 국회도서관에 보관된 역사적 기록을 찾아 ‘한일협력위원회’의 부당한 국내 개입을 총정리했다.

먼저 JTBC는 일본이 ‘아시아 원조’의 사례로 손꼽는 서울 지하철 사업과 포스코 건설을 들여다봤다. 서울 지하철 사업은 시중보다 높은 금리로 일본에 자금을 빌렸고, 일본 기업이 만든 객차와 부품만을 사용해야 했다. 포스코 건설에 대해서도 일본은 애초 반대하다 뒤늦게 협력했지만 실상은 환경 문제로 일본 내에 공장을 짓기 어려워지자 유해 산업을 한국에 수출하려는 의도였다. 포항제철 사례의 경우 ‘한일협력위원회’ 총회 문건에서 발견됐고, JTBC는 이어 한일협력위가 한국을 하청기지화 하려한 점, ‘7광구’를 일본과 공동 개발하도록 손 쓴 점 등을 짚었다.

JTBC의 보도엔 이미 알려진 내용도 있었으나, 시의적절하게 재조명한 데다 한일청구권협정 내용에 대해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교육적 가치가 크다. 게다가 알려지지 않았던 1973년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한일협력위 일본 측 위원들의 면담록을 입수‧보도해 이들이 얼마나 긴밀한 관계였는지 드러냈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 이전에, 우리는 한일청구권협정을 어떻게 봐야할지, 이 체제가 존속키 어렵다면 어떤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 나갈지 돌아보아야 한다. JTBC의 이번 보도가 우리 사회 고민을 풍부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민언련은 JTBC의 <한일협력위의 실체와 일본 8억 달러의 비밀 추적> 보도를 2019년 8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 방송 보도 부문에 선정했다.

 

JTBC가 기록을 통해 역사를 되짚어보며 일본 정부의 주장이 허구임을 다시 한 번 조명해냈다. 지난 7월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시행한 뒤, 많은 언론에서 일본이 이 같은 외교 결례를 저지르는 데 대한 이유를 찾으려 했다. 기본적으로는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설명이 많았는데, 이를 놓고 일부 언론에서는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결을 문제 삼거나, 대법원의 판결에 행정부가 손 놓고 있었다며 행정부를 비판하는 억지에 가까운 기사‧칼럼 내놨다.

 

그 속에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제공받은 8억 달러의 흐름을 추적한 JTBC 보도는 눈에 띄었다. 일본과의 대립은 단순히 대법원 판결을 넘어, 일본이 일으킨 전쟁과 식민지배에 대해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의 차이가 원인이기 때문이다. 사실과 달리 일본 정부는 식민지배가 불법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일청구권협정의 8억 달러가 ‘배상’이 아니라 ‘독립 축하금’ 또는 ‘원조’였다고 주장해왔다. JTBC는 이번 기획 보도로 이 주장을 제대로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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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에 대한 ‘배상’이 ‘원조’로 둔갑한 걸로 모자라 전범 기업에 이익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일본은 우리나라에 무상 협력기금 3억 달러, 유상차관 2억 달러, 상업차관 3억 달러, 총 8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물론 알려진 대로 이는 현금의 형태가 아니다. 역무나 자본재 같은 용역이나 생산물, 기술 등을 8억 달러에 해당하는 만큼 제공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이는 JTBC의 표현대로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로서 당연히 갚아야 할 책임이었지만 원조라는 이름으로 둔갑한 면죄부’에 가까웠다.

 

JTBC는 8억 달러의 흐름을 쫓으면서 ‘서울 지하철 사업’과 ‘포스코 건설’에 집중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일본의 원조 때문에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이 가능했다’고 주장하면서 이 둘을 예시로 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JTBC는 <‘원조 둔갑 8억달러, 어떻게 쓰였나 추적하니>(8/5 이지은 기자)에서 당시 경제기획원 내부 문건과 1973년 일본 중의원 예산결산위원회 기록, 김명년 전 서울지하철본부 초대본부장 인터뷰 등을 토대로 서울 지하철 사업은 전범기업들을 배불리는 용도로 이용됐다고 보도했다. 1971년 착공한 수도권 지하철 사업은 일본 기업이 만든 객차와 부품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일본에게 자금을 빌려 시작됐다. 이후 이 사업을 수주한 곳은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와 마루베니 등이 주도한 합작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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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1년 착공된 서울 지하철 사업에서 일본 정부의 부당함 보여준 JTBC(8/5)

 

JTBC는 1972년 경제기획원 문건을 자세히 살폈다. 문건을 살펴보면 애초 국무회의에선 객차용 예산으로 84억 엔이 배정됐으나, 미쓰비시 등이 물가 상승을 이유로 차량 납품가를 올려 118억 엔이 됐다. 이 문건에 ‘우리가 공급받은 차량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이 일본 국회에서도 제기됐다’는 내용이 나오자, JTBC는 일본 국회도서관을 찾아 당시 일본 국회 회의록을 살폈다. 실제로 1973년 9월 일본 국회에서 열린 중의원 예산결산위원회 기록에 따르면, 당시 사회당의 마츠우라 의원이 일본 통상대신에게 “한국의 민생 안정을 위하겠다면서 이렇게 비싸게 객차를 팔아도 되냐”고 수차례 지적했다. JTBC는 “일본 기업들이 한국에 납품한 객차는 186량, 총액 118억 엔”으로 한 객차 당 6500만 엔이었는데, “이들이 도쿄 지하철에 납품한 객차는 3500만 엔”이라고 설명하며 “사실상 2배 가까이 폭리를 취했다”고 비판했다.

 

<고리로 돈 빌려주고일본 물자 써라족쇄>(8/5 유선의 기자)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일본에서 만든 물품만 써야한다는 계약 조건 때문에 아직도 해당 물품들에 대해선 한국이 일본에 수입 의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JTBC는 1972년 일본과 맺은 ‘국유철도 전철화 및 서울시 지하철 건설을 위한 차관계약서’를 직접 보여주면서 불평등한 계약을 조목조목 보여줬다. JTBC가 지적한 조항은 △돈은 빌려주지만 일본에서 만든 물건과 용역만 써야 한다고 못 박은 점 △처음엔 공개경쟁 입찰이었으나 철강재 등은 전범기업 미쓰비시와 수의계약 하도록 한 점 △기술이전 약속해놓고 우리에겐 하청 작업만 시킨 점 △당시 미국 차관의 이자보다 고금리로 돈을 빌려준 점 등이었다. 게다가 일본 정부가 일본의 것을 쓰라고 정했던 화학‧광물‧플라스틱‧비금속 등은 현재까지도 일본 수입의존도가 90%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경협기금 포철 투자반대하다태도 바꾼 일본>(8/5 이태경 기자)에 따르면 현 포스코, 당시 포항종합제철 건설 또한 전범 기업에 이익이 됐다. 포항제철 건설 또한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 상사 등 전범 기업이 수주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포항제철 건설은 일본이 공해 산업을 우리나라에 수출한 결과였다. 애초 일본은 무상 기금을 포항제철 건설에 사용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찬성했는데, 그 단서가 JTBC가 입수한 1970년 ‘한일협력위원회’ 총회 문건에 있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일본 측은 한국 측에게 “철강, 알루미늄 등의 공업을 위한 토지 이용과 관련해 공해 대책에 협력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1950, 60년대 중금속 오염병인 이타이이타이병과 미나마타병으로 일본 내 환경오염 문제가 극심해지자, 이를 한국에 팔아넘긴 것이라는 게 JTBC의 설명이다.

 

 

‘거의 배상에 가까운 무상협력’…한일협력위 일본 위원의 식민지배 불법 인정?

JTBC의 보도처럼, 포항제철 건설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곳은 ‘한일협력위원회’다. 한일청구권협정에서 제공받기로 한 8억을 어디에 쓸지 공식적으로 논의한 곳은 ‘한일각료회의’인데, 포항제철 사례처럼 민감한 부분은 한일협력위원회에서 논의됐다. JTBC는 이어 이 한일협력위원회의 실체를 찾아 나섰다.

 

<한국에 전방위영향력 행사한 한일협력위>(8/6 이태경 기자)에선 JTBC가 입수한 1973년 9월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한일협력위 일본 측 위원들의 면담록이 공개됐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한일협력위는 당시 한국 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같은 해 8월 8일, 당시 김대중 의원의 납치사건이 발생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결과는, 이 때문에 한일 관계가 나빠졌으나 그해 11월 김종필 당시 총리가 박정희 전 대통령 친서를 일본에 전달해서 관계가 회복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 면담록을 보면, 당시 냉랭했던 한일 관계와는 달리 한일협력위는 화기애애했고, ‘납치 사건과는 별도로 경제는 협력하자’는 의견 합치를 한국과 일본이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국 사람이 일본에서 물의를 일으켜 면목이 없는 느낌”이라며 “정보기관과 관계있다면 사과에도 인색하지 않겠다”고 운을 띄웠기 때문이었다. 이 면담 후 두 달 뒤, 김종필 당시 총리가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해 관계가 회복된다. 공식적인 관계 개선은 이때부터지만 면담록을 통해 알 수 있듯 이미 한일협력위에서 경제 협력을 빌미로 화해한 사안이었다. 이어 JTBC는 <일본 이익 챙긴 협력위주축은 전범기업 임원>(8/6 이호진 기자), <한국 정부, A급 전범 아베 외조부에 1등급 훈장>(8/6 박준우 기자)에서 한일협력위원회의 일본 측 위원들이 전범이거나 전범 기업 출신 또는 만주국 출신이었으며 당시 한국 정부가 이들에게 ‘한국의 국권 신장에 기여했다’며 서훈을 준 것 또한 보도했다. 그만큼 한국 정부와 일본협력위가 가까운 관계였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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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3년 한일협력위 면담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김대중 납치사건에 대해 일본 측에 처음으로 유감을 표명했다(8/6)

 

뿐만 아니라 JTBC는 한일협력위 면담록에서 일본 측이 ‘원조’라고 제공한 8억 달러를 스스로도 불법 행위에 대한 배상으로 어느 정도 인정한 부분을 찾아냈다. <‘협력위통해 전범기업 지원 정황>(8/6 유선의 기자)에서는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측근이자 한일협력위 위원이었던 다나카 다쓰오 위원이 “한·일 경제협력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유상협력도 있고 거의 배상에 가까운 무상협력이 청구권협정으로 추진돼 오고 있다”라고 말한 부분이 소개됐다. 일본은 식민 지배를 불법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8억 달러는 원조 명목으로 지급한 것이라고 계속 주장해왔다. 만약 다나카 다쓰오 위원의 말대로 ‘배상에 가까운 무상협력’이라고 일본 측이 생각했다면 말이 달라진다. 배상은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를 갚아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내부적으로는 불법 행위를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고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한일청구권협정 체제 넘어선 ‘이후’에 대한 JTBC의 역할 기대

최근 일본의 경제침략 수준의 규제, 한일 간 외교 관계 악화 등은 우리에게 근본적으로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정 체제가 이대로 존속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남겨주었다. 일본 수출규제의 이유로 꼽히는 지난해 대법원 판결. 판결 당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강제징용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 (한국 대법원 판결은) 국제법에 비춰볼 때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일본의 주장대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일본의 책임이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할 수 있을까? 대체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무엇을 배상했기에 전범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JTBC의 기획 보도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물론 한일청구권협정이 경제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얼렁뚱땅 맺어졌고, 한국에 배상했다고 주장하는 8억 달러 역시 일본 전범 기업으로 흘러갔다는 것은 많이 밝혀져 있다. 그러나 이를 시의적절하게, 전체적인 내용을 정리해주는 보도를 했다는 점에서 JTBC의 이번 기획은 충분히 의미 있었다. 뿐만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과 기시 노부스케 전 일본 총리와의 면담 내용을 밝히는 등 새로운 사실을 발굴해내는 데 까지 나아갔다. 우리나라 국가기록원과 일본 국회도서관 등을 샅샅이 살핀 JTBC의 보도는 일본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하나의 자료로서 가치 있다. 게다가 보도 말미에는 제주도 남쪽 대륙붕 지대에 있는 ‘제7광구’ 개발이 방치되고 있는 이유가 한일협력위에서 결정한 ‘한일 공동개발’의 독소조항 때문이라는 것도 밝혀냈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은 아직 요원하다. 그러나 관계 회복 전에 해야 할 것이 있다면, 한일청구권협정 체제를 벗어나 어떤 관계를 맺을지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JTBC의 기획 보도가 65년 체제 탈피와 새 판을 짜는 데 밑거름이 되길 바라며 민언련은 JTBC의 <한일협력위의 실체와 일본 8억 달러의 비밀 추적>를 2019년 8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방송 보도 부문으로 선정한다.

 

<끝>

문의 조선희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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