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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문건 추가 폭로’…MBN은 내용 대신 또 임태훈 소장만 공격했다
등록 2019.10.28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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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국회에서 박근혜 씨의 탄핵 재판이 있던 시기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NSC를 주재하며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문건’을 검토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임 소장의 의혹제기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촛불집회를 군사력으로 진압하고,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려 했던 계획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공익제보로 입수한 문건에는 NSC에서 계엄령 선포가 논의됐다고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이 나왔고, 황 대표의 NSC 참여 날짜까지 공개되어 사실관계를 면밀히 따져봐야 할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MBN의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는 군인권센터와 임 소장을 공격하는데 몰두했습니다. 작년 8월 ‘계엄령 문건’에 대한 첫 폭로 때에도 이와 비슷한 태도이긴 했지만, 보다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해도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공관병 갑질 이슈화시켰지만 무죄’, ‘병역거부해서 군대 안가본 사람’…또 메신저 공격한 MBN

MBN <아침&매일경제>(10/22)에 출연한 최경선 매일경제 논설위원은 “상당히 신빙성이 의심스럽다”며 군인권센터의 과거 활동들을 부정하고 임태훈 소장 개인을 비난했습니다.

 

최경선 매일경제 논설위원 : 특히 지금 저 폭로를 한 군인권센터라는 곳이 과거에 박찬주 대장 군 공관병 갑질 문제를 이슈화시켜 가지고 그렇게 문제를 크게 불거지게 했는데 막상 재판을 해보니까 무죄로 결론난 거 아닙니까? 그리고 사실은 옛날부터 그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서울 구경 한 번도 못 해본 사람이 서울에 대해서 가장 말을 많이 한다’고. 지금 저 군인권센터의 소장이라는 분이 임태훈 소장이라고 그러죠. 병역거부해 가지고 군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최경선 씨의 주장은 결국 ‘군인권센터가 이슈화 시킨 사건은 무죄로 결론났다’, ‘임태훈 소장은 병역거부로 군대도 안갔다왔다’는 내용입니다. 계엄령 문건에 대한 진위여부를 확인하거나 문건의 의미를 짚는 것은 애초 포기한 채, 군인권센터와 임태훈 소장을 공격하며 문건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려는 ‘트집잡기’에 들어간 것인데요. 메시지에 대한 반박이 어려울 때, 메신저를 공격하는 전형적인 방식입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최경선 씨의 주장은 그럴 듯하게 포장된 절반의 사실일 뿐입니다.

 

우선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2017년 8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 전 대장의 공관병 갑질 행태를 폭로한 바 있습니다. 군인권센터 고발 이후, 검찰은 해당 사건을 수사했습니다. 최경선 씨가 주장하고 있는 ‘박찬주 전 육군대장의 공관병 갑질 의혹을 폭로했지만 무죄로 결론났다’는 표현은 절반의 사실입니다. 실제 지난 5월, 검찰은 박 전 대장을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의 불기소 입장문에는 ‘박 전 대장의 갑질이 없었다’는 내용이 없습니다. 입장문에는 “객관적으로 볼 때 박찬주의 직무수행과 거리가 멀고, 나아가 제7기동단장‧육군본부 참모차장‧제2작전사령관의 일반적 권한 범위 내의 것이 아님이 명백”하다며 ‘직권남용에 대한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을 뿐입니다. 다시 말해서 검찰은 박 전 대장이 갑질 발언과 행동을 했더라도, 권한을 남용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했을 뿐입니다.

 

같은 내용을 다룬 SBS <취재파일/박찬주와 양승태, 검찰의 기준은 무엇인가: 수사, 재판, 비판의 기준>(5/15 임찬종 기자)에서도 “(검찰이) 공관병들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서 박 전 사령관을 불기소 처분한 것은 아닙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SBS는 검찰의 박 전 대장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나쁜 행동’이지만 ‘죄가 되는 행동’이 아닐 수 있듯이, ‘죄가 되는 행동’이 아니어도 ‘나쁜 행동’일 수는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기자는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경우와 비교하며 검찰의 박 전 대장 불기소 처분은 논리가 일관적이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종합해본다면 군인권센터는 공관병들이 박 전 대장으로부터 당했던 부당한 행위들을 알리고 고발했고, 검찰은 이에 대해서 박 전 대장의 행위가 직권남용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뿐입니다. 박 전 대장의 갑질 행위 자체가 없는 것으로 판결을 받은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최경선 씨의 “무죄로 결론났다”는 말은 오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표현입니다. 이는 ‘법적 무혐의’와 ‘사실무근’을 구분하지 못한 발언이자 공익제보자들을 역으로 공격하는 악질적 논리로 보입니다.

 

임태훈 소장 개인을 비난하면 ‘기무사 문건’이 사라지나

최경선 씨가 임태훈 소장의 병역거부 사실을 언급한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최 씨는 임 소장이 “병역 거부해서 군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며 비난했습니다. 이런 식의 비난은 작년 8월에도 나왔던 내용입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임 소장과 군인권센터가 ‘기무사 문건’을 폭로하자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해 구속된 전력이 있고, 성정체성 혼란을 겪는 자가 군 개혁을 주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임 소장이) 화장을 많이 한 모습으로 군 개혁을 얘기하는 상황”, “군 개혁을 하려면 적어도 군 생활을 해야 한다”라고 비난했습니다. 최 씨의 논리와 일치합니다.

 

이런 비난은 화살을 임 소장에게 돌려 ‘기무사 문건’을 통해 나온 여러 의혹을 덮으려는 시도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임태훈 소장이라는 메신저를 공격해 기무사 문건이라는 메시지를 부정하고 싶은 것입니다. 작년 8월에 나왔던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반복한 최 씨의 발언은 ‘기무사 문건’을 부정할 방법이 오로지 임 소장 비난밖에 없다는 것을 입증한 셈입니다.

 

‘기무사 문건 폭로는 인권운동이 아니라 정치공세’…황교안 검토설 부정하기 바빴던 정태근

MBN <뉴스와이드>(10/22)에 출연한 정태근 전 한나라당 의원도 임태훈 소장을 공격하는데 몰두했습니다. 정태근 씨는 임 소장이 기무사 문건을 추가 폭로하자 “인권 운동을 하신다는 분인데, 인권 운동을 하시는 분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좀 불순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정 씨는 임 소장이 근거도 없이 황교안 대표의 연관 가능성을 언급했다며 기무사 문건을 “정치 공세”로 폄하했습니다.

 

정태근 전 한나라당 의원 : 황교안 대표가 개입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앞에 이야기해요. 그러고 난 다음에 김도읍 의원인가 누가, 이주영 의원인가 물어보니까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았다면 공범이다’라고 이렇게 얘기를 해요. 무슨 얘기냐. 거기에 대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다는 거예요. 자기는 이 문건이라는 것이 NSC에 보고됐을 수 있으니까 개입했다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무슨 인권 운동을 그런 식으로 이야기해요. 인권 운동을 하려면 명확한 증거를 가지고 피해를 받는 상대방의 처지가 어떤지에 대해서 정확한 물증을 갖고 얘기를 해야죠. 저것은 인권 운동이 아니고 정치 공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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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계엄령 문건 검토설 근거가 없다는 정태근 씨 MBN <뉴스와이드>(10/22)

 

정 씨는 이어 “지금이라도 황교안이라는 사람이 거기에 관여한 증거를 내라”라며 황교안 대표의 문건 검토 가능성을 부정하기 바빴습니다. 결국 정 씨의 주장은 임 소장의 기무사 문건 폭로가 인권운동이 아닌 정치적 목적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황교안 대표 검토설이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는 어디에 있나

정태근 씨의 주장은 군인권센터의 활동에 대한 이해부족입니다. 군인권센터는 군에서 일어난 반인륜적 사망사고를 비롯해 국방 예산 감시 등 군과 관련된 폭넓은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무사 문건 폭로 역시 공익제보를 통해 군내에서 벌어진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군인권센터의 활동 중 하나입니다.

 

또한 정 씨는 ‘황교안 대표가 관여한 증거가 없다’며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라는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이는 군인권센터의 발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수준에 가깝습니다. 군인권센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기무사 계엄령 문건’ 작성 과정에 연루되었을 가능성과 관련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군인권센터는 그 근거로 기무사가 “문건에서 계엄 선포 필요성을 다루는 부분에 ‘NSC를 중심으로 정부부처 내 군 개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라 적시”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NSC의 의장은 대통령이 맡도록 되어있고, 당시에는 박근혜 씨의 탄핵안 가결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황 대표는 당시 “2016년 12월 9일, 2017년 2월 15일, 2월 20일, 세 차례 NSC에 참석했”다는 점도 확인됐습니다. 즉, 군인권센터는 문건의 내용과 NSC 개최 시기를 통해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계엄령 문건을 검토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입니다.

 

물론 군인권센터의 의혹제기는 사실여부를 면밀히 따져보고 진상을 밝혀야 하는 사안입니다. 이에 군인권센터는 황교안 대표의 계엄령 문건 검토 가능성을 유추할 수 있는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그렇다면 정 씨가 무작정 ‘황교안 대표의 연루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기 전에 황 대표가 관여하지 않았다는 걸 입증할 수 있는 증거 제시가 먼저여야 합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19년 10월 22일 MBN <뉴스와이드><아침&매일경제>

<끝>

문의 임동준 활동가(02-392-0181) 정리 이창윤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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