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집단 주사 감염 사고의 전말과 보건 당국의 허술한 관리체계 짚은 KBS
등록 2019.11.2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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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9년 10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 방송 부문에 KBS 탐사보도부의 <죽음 부른 통증주사> 기획 보도를 선정했다.

 

2019년 10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방송 부문 심사 개요

수상작

KBS <죽음 부른 통증주사>

매체: KBS <뉴스9>, 취재: 탐사보도부 우한울‧이승철 취재기자, 안용습 촬영기자, 박혜숙 작가, 김준석 PD, 정광본 데이터 분석가, 맹지연‧윤지영 리서처, 보도일자: 10/20~10/25

선정위원

공시형(민언련 활동가),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민동기(고발뉴스 미디어전문기자), 박영흠(협성대학교 초빙교수), 박진솔(민언련 활동가), 엄재희(민언련 활동가),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임동준(민언련 활동가), 조선희(민언련 활동가)

심사 대상

10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KBS<뉴스9>, MBC<뉴스데스크>, SBS<8뉴스>, JTBC<뉴스룸>, TV조선<종합뉴스9>(주말<종합뉴스7>), 채널A<뉴스A>, MBN<뉴스8>에서 보도한 뉴스

선정사유

KBS 탐사보도부는 10월 20일부터 25일까지 <죽음 부른 통증 주사>를 총 7편에 걸쳐 보도했다. 이 보도는 세상에 알려지지 못할 뻔했던 집단 주사 감염 사고의 전말을 종합적으로 드러내 보였고 사례를 기반으로 보건당국의 미비한 대처와 허술한 관리체계를 짚어냈다.

먼저 KBS는 감춰져서 지나칠 뻔했던 여러 주사 집단 감염 사고들을 심층 취재해 보도했다. 2015년 경기 성남, 2012년 경북 상주, 지난해 강원 속초에서 있었던 사고 등을 보도했는데, 이들은 모두 이전에 언론에서 크게 다루지 않은, 보건당국의 대처도 없어 묻힐 뻔한 사건이었다. 이 중 한 피해자의 유가족들은 보건당국 어느 곳도 사실을 알려주지 않아 KBS의 취재를 통해 죽음의 원인을 알게 되기도 했다.

KBS는 수년째 비슷한 일이 되풀이 되는 이유를 보건 당국의 허술한 관리 체계로 꼽았다. 이 세 사건의 공통점은 질병관리본부가 이 세 사건을 알고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KBS 취재 결과 질병관리본부는 대형사고가 아니면 나서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환자가 주사에 감염된 사실을 알았을 때 신고 체계는 전무했으며 역학조사는 의사가 요청했을 때만 가능했다. 자칫하면 사고의 책임이 개별 병원에 돌아갈 수도 있었으나, KBS가 제도의 문제를 파헤쳤기 때문에 구조적 문제에 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국민은 주사 감염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단편적으로 사안을 접해왔으며 후속 보도는 찾기 힘들었다. 이번 KBS 보도는 여러 사고를 묶어 유형화하고, 이를 통해 보건당국의 대처를 지적하는 데 까지 나아갔다. 민언련은 KBS <죽음 부른 통증 주사>가 사건의 숨겨진 실체를 드러내고 이를 통해 제도를 지적하는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언론의 ‘사회 감시자’ 기능을 수행했다고 보고 2019년 10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 방송 보도 부문에 선정했다.

 

주사 감염 사고는 주사 치료를 받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노출돼 있는 위험이다. 그러나 이런 사건들은 2015년 양천구 다나의원 C형 간염 집단 감염 사고, 2017년 12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 사고와 같이 대형 의료 사고로 번지지 않으면 사회의 주목을 받기 어렵다. 더군다나 의료진이 밝히지 않으면 감염 사고를 당한 환자 스스로 피해를 알기 어렵단 문제도 있다. 사회가 관심 가지지 않으면 사건 자체는 묻히고, 보건당국이 나서서 해결하지도 않는다. KBS는 이런 주사 감염 사고 세 건에 관심을 가지고 추적 조사하여 개별 사건의 전말을 파헤쳤다. 이를 통해 보건당국의 대응 체계가 미비하다는 점까지 지적했다.

 

 

기사 하나 나오지 않았던 집단 주사 감염 사고, KBS가 알리다

KBS 탐사보도부는 <죽음 부른 통증주사> 기획 보도에서 감춰지거나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아 묻혀 지나칠 뻔했던 여러 주사 감염 사고들을 취재해 보도했다. 2015년 경기 성남, 2012년 경북 상주, 지난해 강원 속초에서 있었던 사고 등이 다뤄졌다. 이들 사건 모두 ‘통증주사’를 맞은 환자들이 갑자기 병에 걸리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까지 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또한, 세간의 관심이 없었던 점, 보건당국의 제대로 된 대처가 없었던 점도 같았다. 특히 성남시와 상주시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집단 감염 사고’였음에도 불구하고, KBS 보도 이전까지 단 하나의 기사도 나오지 않았다.

모든 사건에서 보건당국의 대처는 미흡했다. 먼저 <탐사K/25명 주사 감염 외면…추적조사도 포기>(10/20 우한울 기자)에서는 성남시 사건이 다뤄졌다. 성남시에서는 2015년, 같은 병원에서 통증주사를 맞은 이들 중 25명이 화농성 감염증을 앓는 사고가 있었다. 성남시 보건소는 이를 보건복지부에 보고하고 병원이 조제한 통증주사 혼합액과 주사제를 수거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넘겼다. 한 달 뒤 나온 역학조사 결과, 주사제에서는 균이 나오지 않았지만 병원이 조제한 ‘통증주사’에서는 황색포도상구균이 나왔다. 그러나 복지부와 식약처는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피해자 추적 조사도 마무리 짓지 못했다. 25명 중 16명은 병원 입원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나머지 9명은 어떤 이상 증상을 겪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통증 치료하려다…망가져 버린 왼팔>(10/23 이승철 기자) 기사는 4년 전 경기도 성남에서 일어난 집단 주사 감염 사고 피해자를 인터뷰하여, 그들이 감염 사고의 전모에 대해 보건 당국 어느 곳에서도 듣지 못했음을 고발했다. 주사를 맞았던 팔꿈치 관절이 굳고, 펴지지 않는 팔을 수술하는 등의 일을 겪었으나 식약처 산하기관으로 의약품 부작용을 조사하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하 의약품안전원)의 역학 조사관이 찾아와 증상을 물어본 게 전부였다고 했다.

 

 

상주와 속초에서도 보건당국의 대처는 비슷했다

성남은 물론 상주와 속초에서도 사건은 비슷했다. <탐사K/통증 주사 6일 만에…7년간 몰랐던 원인>(10/24 이승철 기자)에서는 KBS 취재 이전까지 감염 사고조차 모르고 있던 유족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2012년 상주의 한 병원에서 70대 할머니가 주사 감염 사고를 당해 숨졌는데, 조사 결과를 보건당국 어느 곳에서도 유족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의약품안전원 역학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주사를 맞고 감염 증상을 일으킨 피해자가 2명이나 더 있었다. ‘집단 감염’이 의심됨에도 불구, 보건당국은 쉬쉬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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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의 취재로 집단 주사 감염 사고의 피해를 인지한 유족들도 있었다. (10/24)

 

속초 사건은 ‘집단’ 사고는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주사 감염 사고에 대한 보건당국의 미비한 대처를 볼 수 있다. <주사기 재사용…30대 여성 패혈증 사망>(10/25 우한울 기자)에 등장한 속초 사건의 피해자는 30대 여성이었다. 그는 통증주사를 맞은 지 사흘 만에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며 쓰려졌다. 이 사건에서 간호조무사가 주사기 재사용을 시인했고, 주사제 또한 시술 3시간 전에 미리 만들어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주사기 재사용 사실을 확인한 관할 보건소가 복지부에이를 보고했으나, 복지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대체 왜 이런 사건이 반복되는 것일까. KBS는 보건당국의 관리 체계를 문제 삼았다. <탐사K/질병관리본부 알고도…환자는 신고 못 해?>(10/24 우한울 기자)에선 질병관리본부가 해당 사건들을 알고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주사 감염 환자는 신고 창구가 없어 피해 신고를 할 수도 없다. 게다가 이런 주사 감염 사고에 대한 역학조사는 의사가 요청할 때만 가능하다. 이 경우 자신이 피해를 당했는지 알기도 어려운 환자, 알더라도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KBS 취재진이 2014년 이후 확인한 주사 감염 의심 사례는 110건. 그러나 질병관리본부가 직접 감염 경로를 확인했다고 밝힌 사례는 6건뿐이었다. 즉, 사회적 관심이 쏠리는 대형 사고가 아니면 질병관리본부가 나서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속초 사건 또한 복지부가 손을 놓고 있어 조사가 진척되지 못했다. <정부, 신고받고도 9개월간 아무런 조치 안 해>(10/25 이승철 기자)에선 복지부가 해당 병원이 폐업한 사실도 모르고 있단 사실이 보도됐다. 복지부는 행정처분도, 역학조사도 하지 않다가 KBS 취재가 시작되자 그제야 관할 보건소에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속초 사건은 집단 사고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작은 사건으로 치부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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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복지부의 안일한 대응이 주사 감염 사고의 진상 규명을 더디게 만들고 있음을 지적한 KBS(10/25)

 

 

작은 사건을 나 몰라라 할 때 허점은 더 크게 보인다

속초 사건이 작은 사건으로 치부되면서 보건당국의 미비한 대응은 더 눈에 띄었다. KBS 탐사K의 인터넷판 기사 <죽음 부른 통증 주사/③ 주사 맞고 숨진 아내…몸에선 ‘살 파먹는 세균’ 나와>(10/27 이승철 기자)에서는 속초 사건을 바탕으로 보건당국 체계 전체를 지적했다.

먼저 KBS는 가장 큰 허점으로 “의원급이나 외래환자에 대한 감염 감시가 제대로 안 된다는 점”을 꼽았다. 즉, 질병관리본부가 위탁 운영하는 의료 감염 감시 체계는 대형병원 위주로 구성돼 있어 중소병원만 돼도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차원에서 중소병원 감염관리 네트워크를 운영하곤 있지만, 기능은 교육 정도에 그친다고 한다.

기존의 역학조사 기준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역학조사는 2명 이상의 집단 감염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의료 관련 감염은 수술이나 치료 과정에서 피부라는 1차 방어선을 뚫고, 근육이나 장기, 혈관에 직접 닿는 의료기기를 주된 매개로” 하는데, “감염 관리가 제대로 안 되면 1명의 피해만 발생하더라도 병원체가 금세 병원 내 다른 환자에게 전파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기준을 완화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게 KBS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행정처분 지연이다. 이는 제도나 기준의 문제라기보다는 처분 자체가 늦게 시작되는 탓이다. “속초시보건소는 지난 1월 17일 보건복지부에 해당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의뢰했지만, 복지부는 9달 만에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며 추가 자료를 제출하라고 회신했다.” 해당 의원은 지난 3월에 폐업한 상태. 복지부가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문건을 신속히 돌려보내는 등 사고 규명의 의지가 있었다면 혼선은 없었을 것이다.

 

 

숨겨진 사건의 실체를 드러내고 제도를 지적하는, 가장 기본적인 저널리즘의 임무

이 모든 것은 KBS의 심층 취재를 통해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다. 성남시와 상주시 사건은 보도도 되지 못했고, 속초시 사건은 사건사고로 보도는 됐으나 그 전말과 보건당국의 대응을 짚는 데까지는 누구도 나아가지 못했다. KBS의 끈질긴 취재가 빛을 발한 것이다.

게다가 이런 감염 사고의 경우, 자칫하면 사고의 책임이 개별 병원에 돌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KBS가 제도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쳤기 때문에, 시민들은 이 보도를 통해 보건당국의 대응에 문제가 있음을 머릿속에 각인하게 됐다.

다행히도 KBS의 성남시 사건 보도가 나오자, 보건당국은 해당 사건 조사 결과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첫 보도 다음날 있었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성남시 사건에 대해 “그 당시 조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내부 자료를 검토하고 미진하다고 생각 들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것이다. KBS의 후속 보도를 기대해봐야 하는 지점이다.

주사 감염 사고 사실 자체를 사건 사고 형식으로 보도한 경우는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KBS의 이번 보도는 여러 사고들을 묶어 사건을 유형화하고, 이를 통해 보건당국의 대처를 지적하는 데 까지 나아갔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이 탐사보도가 사건의 숨겨진 실체를 드러내고 이를 통해 제도를 지적하는,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언론의 ‘사회 감시자’ 기능을 수행한 좋은 선례로 남길 바라며 민언련은 KBS의 <죽음 부른 통증 주사>를 2019년 10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 방송 보도 부문에 선정했다.

 

<끝>

문의 조선희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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