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해외·국내사례 폭넓게 보며 젠더교육 필요성 역설한 경향신문
등록 2019.11.29 11:32
조회 1718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9년 10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신문 부문에 경향신문 기획 <성교육, 이젠 젠더교육이다>를 선정했다.

2019년 10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신문 부문 심사 개요

수상작

경향신문 기획 <성교육, 이젠 젠더교육이다>

매체: 경향신문, 취재: 사회부 이보라 기자, 모바일팀 노정연·임소정·김찬호·최민지 기자

보도일자: 9/27~11/8

선정위원

공시형(민언련 활동가),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민동기(고발뉴스 미디어전문기자), 박영흠(협성대학교 초빙교수), 박진솔(민언련 활동가), 엄재희(민언련 활동가),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임동준(민언련 활동가), 조선희(민언련 활동가)

심사 대상

10월 1일부터 31일까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서울신문, 한국일보 지면에 게재된 보도, 그리고 자천, 타천한 신문보도(지면보도에 한함)

선정 사유

경향신문 <성교육, 이제는 젠더교육이다>는 9월 27일부터 11월 8일까지 여섯 번의 연재를 통해 총 13건의 기사로 선진국의 성교육 사례를 폭넓게 취재하여, 사회의 성평등 수준과 성교육 제도의 밀접한 연관성을 드러내고 낙후된 한국 성교육 시스템에 대안을 제시했다.

우리나라의 성교육 시스템은 사실상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수준이다. 서울대 비뇨기과의 ‘여성들이 주로 사용한 피임법 변화’ 조사에 따르면 콘돔 착용률은 10년 새 24%가 떨어졌다. 반면 사실상 피임법이라고 볼 수 없는 질외사정이나 생리 주기 조절 등의 이용률은 오히려 크게 올랐다. 그 와중에 성차별을 조장하거나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만 보는 성교육 자료가 교육부 공식자료로 배포되기도 했다. 우리 사회 전반적인 성에 대한 인식 변화와 성교육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동안 우리의 성교육 문제를 다룬 보도는 꽤 있었으나, 경향신문의 이번 기획 기사처럼 대안을 모색하는 데 요긴한 정보를 잘 버무린 보도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경향신문은 유럽 사례에만 집중하지 않고, 뿌리 깊은 남성주의 문화를 극복하려는 멕시코와 콜롬비아의 시민단체 활동 사례, 성 엄숙주의를 고수하는 종교적 전통으로 진일보한 성교육 제도 도입에 진통을 겪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사례 등을 같이 제시했다. 이는 국내 문제에도 시사점이 많았다. 이에 민언련은 경향신문의 기획보도 <성교육, 이제는 젠더교육이다>를 2019년 10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신문 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

 

2015년을 기점으로 성평등에 대한 열망이 커져 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이런 기대에 거의 부응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교육부가 2015년 배포하여 아직도 쓰고 있는 ‘학교 성교육 표준안’이 대표적이다. 교육부의 2015년 성교육 자료는 발표 당시부터 성별 고정관념과 성차별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비판을 받았다. 성교육의 실패는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다. 박주현 서울대보라매병원 비뇨기과 교수팀이 10년 주기로 실시한 ‘여성들이 주로 사용한 피임법 변화’ 연구에 따르면, 콘돔 사용률은 10년 새 24%가 떨어졌고 사실상 피임법이라고 볼 수 없는 질외사정이나 생리주기 조절 등의 이용률은 오히려 올랐다.

이런 현실에서 2018년 학생들이 스스로 시작한 ‘스쿨 미투’ 운동은 더 이상 성교육 시스템 개편을 미룰 수 없다는 강력한 신호이다. 교육부가 2015년 성교육 표준안을 폐기할 계획이 없어 보이는 지금, 언론이 보다 적극적으로 낙후된 성교육 시스템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대안을 모색할 때다. 경향신문의 <성교육, 이젠 젠더교육이다> 기획은 총 6번의 연재와 13건의 기사를 통해 성교육 문제를 다룬 보도 중에서도 대안 모색에 요긴한 정보를 두루 제시하여 돋보였다. 경향신문은 앞의 세 번의 연재에서는 성평등 선진국의 모범적인 사례, 뒤의 세 번의 연재에서는 한국을 포함해 진일보한 성교육 제도 도입에 진통을 겪고 있는 사례로 구성하여 보다 성교육과 성평등의 문제를 다각적으로 볼 수 있게 했다.

 

‘성 엄숙주의’에서 벗어나 구체적·반복적으로 학습해야 - 스웨덴

경향신문은 9월 27일 첫 연재에서는 스웨덴의 사례를 다루었다. 스웨덴 사례의 시사점은 성을 ‘억제해야 할 것’이나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가르치는 것은 어떤 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남녀 몸 사용법 부터 피임은 물론 육아 복지정책까지…평생 배운다>(9/27)에 따르면, 스웨덴의 성교육은 어릴 때부터 단계적으로, 구체적인 교과과정에 따라 시행된다고 한다. 토론식으로 진행되는 수업에서 학생들은 자유롭게 성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동의와 관계에 대해 학습한다. 기사에서 소개한 스웨덴의 어린이용 성교육 자료를 한국에서는 성인인증을 받아야 볼 수 있다는 것은 스웨덴과 한국의 성인지적 관점의 차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이어지는 기사인 <클리닉 가는 아이들, 가감 없이 알려주는 어른들성에 세대차는 없다>(9/27)<스웨덴엔 초등학생 위한 50년 된 성 칼럼 있다>(9/27)에서는 학교 성교육을 보조하는 스웨덴의 사회 분위기와 제도, 그리고 지금의 제도가 정착되기까지의 스웨덴 사회의 끈질긴 노력을 소개했다. 기사에서 인터뷰한 스웨덴 성교육협회의 한스 올손 자문위원은 “스웨덴에서도 맨 처음 학교에서 성교육을 시작했던 1950년대에는 ‘얼마나 자세히 알려줘야 하는가’를 두고 혼란과 우려가 많았다”며, “만약 아이가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 궁금해 한다면 아이가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을 정도로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알려 주면 됩니다. 어른들이 그에 대해 정확한 답을 줄 의무가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그림1.jpg

△ 경향신문 기사에 소개된 스웨덴의 청소년용 성 잡지(9/27)

 

성평등 교육은 조기교육이 중요 -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는 세계경제포럼(WEF)의 성 격차 지수(GGI) 기준 10년 째 1위인 성평등 모범 국가이다. 그런 아이슬란드에서도 성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경향신문은 10월 3일 두 번째 연재 <유치원 남자반 따로 여자반 따로여자는 씩씩, 남자는 상냥해졌다>(10/3)에서 유치원에서부터 시작되는 아이슬란드의 성평등 교육 사례를 다루었다. 아이슬란드의 사례는 교육적으로 눈여겨 볼 대목이 많다. 아이슬란드는 성 고정관념을 탈피하기 위해 성 분리 교실을 도입했다. 경향신문에서 인터뷰한 햐틀리 유치원 설립자는 성 분리 교실 도입 이유에 대해 “어린아이일수록 전통적인 성을 기준으로 장난감이나 옷을 골라요. 남성성과 여성성을 너무 작은 상자에 가두기 때문이죠. 가능하면 더 어린 나이에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라고 설명한다. 즉, 어린아이가 전통적 성역할을 학습·모방할 만한 준거집단을 없애 준 것이다.

아이슬란드가 전통적 성 역할 해체에 주력하는 것은 남성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성평등 지표 1위지만, 상냥한 남성엔 여성적 눈총…갈 길 멉니다>(10/3)에 따르면, 아이슬란드는 강력한 성평등 정책으로 여성인권을 향상시키는 데는 성공했으나, 남성에 대한 보수적인 시선이 남아 남성들은 여성이 다수인 직업에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이는 성평등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한국 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성교육은 공교육보다 전문기관에 맡기는 편이 실용적이고 다양성 잘 보장할 수 있어 - 독일

경향신문이 10월 14일 세 번째 연재 <학생이 성교육 기관 자유롭게 선택…성은 개인 권리 원칙유지>(10/14)에서는 ‘실용적’인 성교육을 지향하는 독일의 사례를 다뤘다. 독일은 성교육 이수시간만 규정할 뿐 공교육 기관에서 성교육을 하지 않고 성교육 전문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한다. 여러 성교육 기관의 경쟁을 통해 성교육의 질을 높인 것이다. 경향신문에서 인터뷰 한 베를린 지역 12개 구 성교육을 총괄하는 담당자는 “학생들이 부모님 얼굴도 아는 선생님에게 ‘섹스’, ‘자위’, ‘포르노’에 대해 물어볼 수 있을까요? 그게 한국에서는 가능한가요?”라며, “성 정체성이 다양한 만큼 교육법도 다양할수록 좋다. 굳이 한계가 분명한 학교로 교육을 단일화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다양성을 중시하는 독일 성교육 시스템을 소개한 만큼, 경향신문은 이어지는 기사 <성소수자 선생님 학교에서도 언제든 성 정체성 말할 수 있어>(10/14)에서 독일에서 활동하는 성소수자 교사들의 이야기도 다루어 편견을 깨는 데 도움이 되었다.

 

젠더폭력 심각한 중남미의 민간 ‘탈마초’ 프로그램 – 멕시코, 콜롬비아

경향신문의 네 번째 연재 <뿌리 깊은 마초의 대륙에도 새로운 남성성 찾는 남자들이 있다>(10/22)에서는 중남미의 남성주의 마치스모(machismo)문화와 마치스모 문화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남성 단체들의 활동을 다루었다. 마치스모 문화는 유럽인 침략 역사와 보수적인 카톨릭교의 결합에서 유래한 중남미의 남성 중심 문화로써, 여성을 정복의 대상으로 여기고 약자에 대한 폭력을 긍정하는 문화이다. 같은 문화권인 중남미의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1994년 ‘벨렘 협약’이라는 마치스모 문화 극복과 여성 인권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협약까지 맺는 등 이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멕시코에서 2003년 설립되어 마치스모에 반대하는 운동을 하고 있는 헨데(GENDES)라는 시민단체를 취재했다. 헨데는 성인 남성들을 대상으로 폭력적·차별적인 마치스모 문화에서 벗어나 ‘새로운 남성성’을 받아들이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헨데의 설립자 리카르도 아이욘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자들은 술·축구·여자 외 주제로 대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남자다움을 강요받고 자란 탓에 분노가 아닌 감정은 표현할 줄 모른다. 이는 자연히 폭력으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콜롬비아에서 운영되고 있는 청소년 대상 탈 마치스모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콜렉티보’라는 시민단체와 공교육 기관이 협력해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중남미에서 이들의 활동은 종교단체와 학부모들에 의해 저항을 받고 있다. 이어지는 기사 <여자 남자 구분 않는, 경계 없이 표현하고 느끼는 아이들이 있다>(10/22)에 따르면, 80~90년대 성교육 프로그램은 교회와 학부모로부터 ‘포르노’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성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 교사가 파면되는가 하면, 불과 3년 전에는 콜롬비아에서 성소수자 차별 금지를 교육과정에 넣으려던 교육부 장관이 물러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주의 ‘스쿨 미투’와 성교육을 둘러싼 백래시 - 미국

 

 

 

경향신문의 다섯 번째 연재 <여학생들의 외침, 귀 기울인 사회함께 성교육 수업 정책 마련>(10/28)와 이어지는 기사 <열린 성교육 갈등에도성 고정관념 탈피 인권적 접근 필요>(10/28)에서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스쿨 미투’와 성교육 확대 정책, 이에 대한 교육 당국과 보수 종교계의 갈등을 전했다.

그림2.jpg

△ 경향신문 기사에 소개된 ‘대화를 바꿔보자’ 프로그램 운영 장면

캘리포니아에서 진일보한 성교육 정책 도입 논의를 이끈 것은 여학생들이었다고 한다. 기사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를 겪고 난 후 ‘유대여성협의회(NCJW)’라는 단체에서 일하게 된 브리아나 투오미는 18세에 ‘대화를 바꿔보자(Change the talk)’라는 성교육 프로그램을 입안했다.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에게 12~16시간의 교육을 이수하게 한 뒤 이들이 직접 또래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진행하게 하는 내용이다. 또래 청소년에게 이야기를 듣다 보니 수업에 대한 수용도가 높다고 하며, 몇몇 학교에서 이 프로그램을 공식적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캘리포니아 주의 도시 오클랜드에서는 2017년 6월부터 교육기관에 성폭력·성차별 문제만을 담당하는 옴부즈맨 배치를 확대하고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성폭력 예방정책이 시행되었다. 이것 역시 오클랜드 지역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던 금요일마다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의 엉덩이를 때리고 다니는 ‘슬랩 애스 프라이데이’에 문제를 제기한 여학생들이 공론화에 나서면서 도입됐다고 한다. 경향신문은 여기에 대해 “(한국에서도)스쿨 미투가 지속되지만 한국의 학교나 교육당국은 무감각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해 교사들은 징계를 받고도 별도 교육 없이 복직한다. 동의를 가르치는 성교육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경향신문은 한편으로는 미국에서 진일보한 성교육 정책 도입을 놓고 벌어지는 ‘백래시’도 취재했다. <열린 성교육 갈등에도성 고정관념 탈피 인권적 접근 필요>(10/28)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는 중·고교 성교육 교육과정을 구체화하고, 성적 지향 차별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건강한 청소년법’을 도입했다. 그러자 기독교계 한인을 주축으로 기독교와 무슬림 등 종교계의 반대 시위가 열렸다. 경향신문과 인터뷰한 캘리포니아 교육당국 관계자는 “교육 내용과 교재는 의학적으로 증명된 것이다.(중략) 다양한 성 정체성, 피부색 등을 가진 사람들을 학교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미국 법은 이외에도 수십개에 달한다”고 했다. 캘리포니아 교육청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 10대와 학부모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고 한다. 경향신문은 “개방적인 성교육을 도입하면서 갈등을 겪는 캘리포니아주의 모습은 한국 사회가 곧 맞닥뜨려야 할 미래일지 모른다”고 평했다.

 

그럼 한국은?

경향신문은 마지막 6번째 연재 <젠더 교육=인권 교육 눈떠가는 82년생 김지영의 딸 아들>(11/8)에서는 한국의 사례들을 다루었다. 경향신문은 우선 교사들의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의 활동을 다뤘다. 아웃박스 교사들은 교육 현장에서 성별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학생들이 자신의 몸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도록 다양한 성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웃박스 교사들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은 느리지만 조금씩 바뀐다”며, “이제는 젠더를 적극적으로 다루면서 학생들의 인권 감수성을 기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다음으로 ‘스쿨 미투’를 계기로 만들어진 청소년 여성주의 단체 ‘위티’의 활동도 소개했다. 위티는 또래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안적 성교육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으며, 지난 2월에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참석해 ‘스쿨 미투’ 운동을 알리기도 했다. 이 내용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한국 정부를 향한 권고사항에 반영됐다. 위티의 양지혜 대표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성인 남성의 관점이 아니라 약자들이 자신들의 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성평등 교육인 젠더교육이 이뤄져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끝>

문의 공시형 활동가(02-392-0181)

 

monitor_20191129_365.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