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모니터_
민언련이 만든 ‘이주민 인권향상을 위한 모니터 체크리스트’ 그 결과는?
등록 2019.12.1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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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이 261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미 한국 사회는 다양한 국가‧인종‧종교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지만,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혐오의 목소리는 커져만 갑니다. <2018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결혼이민자․귀화자 중 지난 1년간 직장․일터에서 차별을 경험한 비율(자주+가끔+매우 가끔)은 76.8%에 이릅니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 중 최근 1년간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9.2%로 2015년 6.9%보다 상승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회 구성원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데 있어서 언론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언론에서 혐오·차별 표현으로 이주민에게 상처를 주거나, 이주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대상화하는 기사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민언련은 이주민에 대한 인권침해‧차별‧비하 등 부정적 언론보도 사례를 모니터했습니다.

 

1. 모니터 개요

 

1) 모니터 기간과 대상

민언련의 이번 모니터는 신문과, 방송, 종편 시사토크쇼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모니터 기간은 2019년 5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5개월간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모니터 대상 매체는 5개 일간지(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 지면보도), 8개 방송사의 저녁종합뉴스(KBS‧MBC‧SBS‧JTBC‧TV조선‧채널A‧MBN‧YTN 저녁종합뉴스), 4개 종합편성채널의 13개 시사토크 프로그램(JTBC<세대공감>, <뉴스ON>, TV조선 <강적들>, <보도본부핫라인>, <신통방통>, <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뉴스TOP10> <정치데스크>, MBN <뉴스와이드>, <뉴스&이슈> <뉴스BIG5>, <아침&매일경제>)입니다.

 

2)모니터 체크리스트

민언련은 이번 모니터를 진행하기 위해 아래의 다섯 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체크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민언련 이주민 인권향상을 위한 신문‧방송보도, 종편 시사토크쇼 모니터 체크리스트

1. 출신 국가, 민족, 인종, 피부색, 체류 자격, 국적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고 증진할 수 있도록 사안을 전하려는 태도가 충분한지 체크한다.

① 이주민 관련 이슈(또는 사건)를 다룰 때, 해당 이슈를 통해서 국민의 이주민에 대한 인권 의식을 높일 수 있는지 살펴본다. 이주민의 인권 상황을 개선키 위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분석 및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보도인가, 그저 사건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며 사소한 사실 관계에만 집중하는 보도인가 체크한다.

② 이주민 관련 혐오 조장 발언이 나왔거나, 허위 조작 정보가 나왔을 때, 이를 빠르게 팩트체크하여 이주민에 대한 부적절한 고정관념이나 편견, 혐오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가, 아니면 해당 발언을 그대로 전달함으로써 확대 재생산하는 수준의 보도를 하고 있는가 체크한다.

2. 특정 국가나 민족, 인종을 차별하거나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가 체크한다.

① ‘불법체류자․불체자․불법체류 이주민’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지 체크한다.

② 다문화 여성․다문화 자녀․다문화 어린이․다문화 학생․다문화 청소년․다문화 군인 등 다문화 표현을 오용하는지 체크한다.

③ 혼혈 등 인종차별 표현을 사용하는지 체크한다.

3. 보도에서 이주민에 대해 희박한 근거나 부정확한 추측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장하지 않는지 체크한다.

사건 사고, 범죄 등이 발생했거나, 질병이 발생했을 경우, 이주민을 잠재적 범죄자나 전염병 원인 제공자 등으로 몰아가는 표현이 있는지 체크한다. 사건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해당 지역의 이주민이나, 외국인 노동자의 이동 경로 등을 습관적으로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사법 당국이 범죄 용의자를 특정 국가 외국인으로 성급하게 언급했을 경우, 언론이 이를 그대로 받아쓰면서 해당 국가와 이주민에게 부적정인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4. 이주민이 한국 문화에 동화․흡수되도록 유도하거나 한국의 문화와 가치를 강요하고 있는지 체크한다.

이주민들에게 한국 사회로의 적응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닌지 체크한다. 한국인이 이주민을 공동체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면서 한국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한국어 습득을 문제 삼으며, 왜 빨리 안 배우냐고 다그치거나, 한국에 왔으니 한국 법을 따르라며 한국 문화에 적응할 것을 강요하지 않는지 체크한다. 반대로 한국 문화에 적응된 모습을 보일 때, “한국 사람 다 됐다.”, “이 정돈 먹어야 한국 사람이지.”라는 등 과도한 칭찬과 격려를 하는 경우도 부적절한 행태이다.

5. 이주민을 한국의 관점이나 기준으로 평가해 구경거리로 만들거나 동정을 받아야 할 대상으로 묘사하지 않는지 체크한다.

이주민 개인과 공동체를 지나친 시혜의 대상으로 묘사하거나 도움을 주어야 할 불쌍한 사람들로서 동정적인 시선으로만 그리지 않는지 살펴본다. 예를 들어 가난한 나라에서 온 며느리라든지, 형편이 어려워서 이주노동자로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이들을 동정하는 데 그치거나,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만 묘사하는 경우다. 이주민은 동정이 아니라 마땅히 인권을 존중받아야 할 동등한 인격체로 그려져야 한다.

 

3) 체크리스트 위반 결과

모니터 기간 동안 총 2,324건의 이주민 관련 기사‧방송이 있었습니다. 모니터 체크리스트로 분석한 결과, 이주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차별한 기사‧방송은 총 262건이었습니다.

이중 체크리스트 위반한 횟수는 총 338회였습니다(중복계산) 전체적으로 가장 많이 지적된 사례는 <체크리스트 2> “특정 국가나 민족, 인종을 차별하거나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한 경우였습니다. 이를 위반한 사례는 신문에서 85회, 방송에서 41회,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 16회로 총 142회였습니다.

<체크리스트 1> “출신 국가, 민족, 인종, 피부색, 체류 자격, 국적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고 증진할 수 있도록 사안을 전하려는 태도가 불충분”한 경우입니다. 77회 지적됐습니다.

<체크리스트 3> “보도에서 이주민에 대해 희박한 근거나 부정확한 추측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장한”는 경우도 57회였습니다.

<체크리스트4>는 41회, <체크리스트 5>는 21회 지적됐습니다. 각각의 체크리스트 항목에서 지적한 사례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모니터 체크리스트

신문

보도

방송

보도

종편

시사토크쇼

합계

1. 출신 국가, 민족, 인종, 피부색, 체류 자격, 국적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고 증진할 수 있도록 사안을 전하려는 태도가 충분한지 체크한다.

48회

8회

21회

77회

2. 특정 국가나 민족, 인종을 차별하거나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가 체크한다.

85회

41회

16회

142회

3. 보도에서 이주민에 대해 희박한 근거나 부정확한 추측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장하지 않는지 체크한다.

20회

11회

26회

57회

4. 이주민이 한국문화에 동화․흡수되도록 유도하거나 한국의 문화와 가치를 강요하고 있는지 체크한다.

10회

17회

14회

41회

5. 이주민을 한국의 관점이나 기준으로 평가해 구경거리로 만들거나 동정을 받아야 할 대상으로 묘사하지 않는지 체크한다.

0회

3회

18회

21회

 

2. 체크리스 위반 사례

 

1) <체크리스트1>을 위반한 사례

첫 번째로 출신 국가․민족․인종․피부색․체류 자격․국적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고 증진할 수 있도록 사안을 전하려는 태도가 충분한지 확인했습니다. 이주민과 관련된 사안에서 인권보장․옹호 측면에서 보도하고 있는지, 아니면 편견과 선입견에 기반해 보도하고 있는지 모니터한 것입니다. 이를 위반한 경우는 신문 48회, 방송은 8회, 종편시사프로그램은 21회로 총 77회였습니다. 구체적인 보도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구로동 경찰 폭행 사건’ 등 범죄보도 속 중국동포 혐오

 

출신 배경을 언급하는 언론들

언론에는 이주민이 연루된 범죄가 발생하면 출신 배경을 언급하는 것이 관행처럼 자리잡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동포 혹은 조선족’을 범죄와 연관지어 부정적 인식을 강화한 사례가 많았습니다. 지난 5월 13일, 구로동의 한 술집에서 난동을 부리는 남성 2명과 경찰관 2명이 대치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인터넷에서 관련 영상이 주목받으면서 언론은 이 구로동 경찰 폭행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언론이 경찰 폭행 가해자의 출신 배경을 언급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중국 동포’인 점을 명시했습니다.

신문 중에서 중앙일보는 <“남자분 나와요, 빨리 빨리” 취객 제압 못한 여경 논란>(5/20, 이후연 기자)에서 “구로동 술집에서 중국동포 50대 남성과 40대 남성이 만취해 소란을 피우자…”라고 전했습니다. 동아일보는 <경찰폭행 현장 지켜본 음식점 주인 “여성 경찰, 그 정도면 잘했다”>(5/20, 고도예 기자)에서 가해자를 언급할 때마다 ‘중국동포’를 명기해 한 기사에 ‘중국동포’라는 말을 무려 6회나 반복했습니다. 조선일보 역시 <여성 경찰이 취객 제압 못했다고…“여경 다 없애라”는 사람들>(5/20, 곽래건·김은중 기자)에서 가해자를 “중국동포 허모 씨(53)”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같은 사건을 보도하며 ‘술 취한 남성’ ‘남성 주취자’ 등으로 표기했으며, 두 신문의 5월 보도에서 ‘중국동포’와 같은 수식어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방송 저녁종합뉴스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 5월 새벽 대림동에서 신고를 받고 충돌한 경찰관을 30대 남성이 흉기로 찌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해당 사건의 가해 남성은 ‘중국동포’였습니다. MBN <경찰 찌른 중국동포>(5/11 안병욱 기자)에서도 “경찰을 흉기로 찌른 30대 중국동포 남성이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라고 전하면서 출신 국적을 언급했습니다. 헤드라인 자막에서도 “흉기로 경찰 찌른 중국동포 점거”라며 ‘중국 동포’임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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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에서부터 용의자가 ‘중국동포’임을 명기한 MBN 보도 (5/12)

 

SBS는 <경찰관 마주치자 흉기로 복부를‥ ‘살인 미수’ 영장>(5/11 전연남 기자)에서 이 사건을 전하며 “용의자는 술에 취한 30대 중국 동포인데 팔 안쪽에 숨겨뒀던 흉기를 꺼내서 휘두른 겁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굳이 용의자의 출신 배경을 언급한 것입니다. 이어 블러 처리한 핏자국을 화면으로 보여주면서 범죄의 잔혹성을 강조했습니다.

 

중국 동포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강화하기도

종편 4사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선 범죄 사건과 중국 동포인 점을 연결 지으며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MBN <아침&매일경제>(5/20)에 출연한 윤기찬 변호사는 구로동(대림동) 경찰 폭행 사건을 다루면서 “저기가 대림동이라서 사실 좀 외국 국적의 분들이거나 교포, 동포분들이 많이 사시는 지역이라서 좀 거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며 “파출소 같은 데는 조금 해당 지역 특성을 고려해서 배치 인력을 좀 높였으면 좋겠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내 범죄 중 외국인 범죄는 2% 뿐

이처럼 범죄와 출신 배경을 연계 짓는 보도는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인이 범죄 용의자인 경우 그의 국적을 문제 삼는 경우를 볼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이주민이 용의자인 경우도 똑같이 다루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출신배경과 범죄 사이에 관련성이 없다면 출신배경을 언급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 총강 제6항은 “언론은 고정관념이나 사회적 편견 등에 의한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용어 선택과 표현에 주의를 기울인다”라고 규정했습니다. 특정인의 국적이나 민족을 부각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소수자 집단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합니다.

특히, ‘중국동포 혹은 조선족’과 범죄를 연관시키는 것은 오래된 편견입니다. <황해>(2010), <신세계>(2013), <청년경찰>(2017), <범죄도시>(2017)와 같은 인기 있던 영화에서도 중국동포는 피도 눈물도 없는 범죄자로 그려지곤 합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발생하는 전체 범죄자 중 외국인 범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에 불과하며, 이 중에서도 인구 당 비율로 따졌을 때 중국인 범죄자의 비중은 조사 대상 16개국 중 7위로 중간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중국동포와 범죄를 연관시키는 것은 근거 없는 사회적 낙인인 셈입니다.

 

②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이주민 차별․혐오 발언

 

정치인의 혐오발언을 옹호하는 언론

지난 6월 19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해온 바가 없다”며 “(내국인과) 똑같이 임금 수준을 유지해주어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언론은 황 대표의 발언을 팩트체크하며 이주노동자 차별을 부추긴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MBN은 황 대표의 발언을 옹호하는 방송을 내놨습니다. MBN <뉴스BIG5>(6/25)에 출연한 윤영걸 전 매경닷컴 대표는 황 대표의 발언이 “최저임금을 외국인들도 적용할 필요가 있겠느냐, 외국인 더 싸게 하지 않겠느냐”는 의미라고 요약하면서 “그것도 말은 일리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윤 씨 주장의 근거는 “외국인들은 국내에서 번 돈 외국으로 다 송금”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어 “일본이나 미국이나 이런데도 최저임금을 우리 같이 엄격하게 하지 않거든요. 유럽도 안 하고, 싱가포르도 안 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조금 이해가 가는 면도 있”다면서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최저임금을 엄격하게 하지 않는다며 황 대표의 발언이 이해가 가는 면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윤 씨의 발언 대부분은 거짓입니다. 윤 씨는 “외국인들은 국내에서 번 돈 외국으로 다 송금”한다는 주장을 했지만, 지난해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은 총 26조 4000억 원이었고 이 중에서 40%를 국내 소비에 썼습니다. 또, 윤 씨는 해외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최저임금제도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유럽은 OECD 기준 35개국 중 8개 국가를 제외한 27개국이 최저임금제를 시행중입니다. 또한 싱가포르 역시 일괄적인 최저임금제가 없을 뿐 일종의 분야별 최저임금제를 시행중입니다.

MBN <뉴스와이드>(6/25)에 출연한 서정욱 변호사 역시 황 대표의 발언이 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서 씨는 “달을 봐야지 손가락만 보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이주노동자에게 동일한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문제라 주장했습니다. 서 씨의 발언은 아래와 같습니다.

 

서정욱 변호사 : 외국인 최저임금 보세요. 이건 황 대표가 말하려는 본뜻은 최저임금의 산정 범위하고 생산성의 문제인데 최저임금 10곳 중 9곳, 90%가 월 40만 원에 외국인한테 숙식을 주는 거예요. 그 다음에 외국인의 생산성은 87.5%인데 그런데 월급은 97.3%예요. 따라서 이게 문제가 있으니 최저임금 제도를 개선해보자. 이게 본뜻 아닙니까? 이것 가지고 논쟁하면 돼요. 그런데 이것 가지고 세금을 내니 지엽적인 것 가지고 논쟁을 하고 있잖아요.

 

서정욱 씨의 주장은 사실상 국제 협약을 어기자는 내용과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8년 국제노동기구 ILO의 협약을 비준했습니다. ILO 협약의 내용에는 “인종, 피부색, 출신국 등으로 생기는 차별을 금지”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즉, 인종이나 출신만으로 임금을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점은 당연한 원칙인 것입니다.

서 씨는 이주노동자가 고용주로부터 숙식비를 추가로 받는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임금에서 숙식비를 빼앗깁니다. 한겨레 <이주노동자 두 번 울리는 고용부 ‘숙식비 공제 지침’>(201712/04 조일준 기자)에 따르면 네팔 출신의 한 이주노동자는 20일 노동(하루 8시간)에 통상임금 126만원(2017년 최저임금 적용)을 받기로 했지만, 고용주가 임의로 36만원을 공제해 90만원의 월급을 받는 사례를 전했습니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업무지침’에서 숙식비를 월 통상임금에서 13~20%까지 공제할 수 있도록 해놓았기 때문입니다. 또, 고용주가 비닐하우스를 개조한 열악한 숙소를 만들고 이를 빌미로 이주노동자에게 무임금 추가노동을 시키는 등 숙박비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서 씨의 주장은 국제협약에도 맞지 않았고 현행 제도와 현실에도 동떨어져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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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협약 무시하고 황교안 대표 발언 옹호한 서정욱 씨  MBN <뉴스와이드>(6/25)

 

황교안 발언 비판,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신문에서도 황교안 대표의 이주민 차별 발언 관련한 보도를 내놨습니다. 먼저 경향신문과 조선일보는 황교안 대표의 발언을 그대로 제목에 실었습니다. 경향신문의 기사 제목은 <황교안 "외국인에게 똑같은 임금을 주는 건 공정하지 않다">(6/20, 강병한 기자), 조선일보의 제목은 <황교안 "나라에 기여한 바 없는 외국인에 우리 국민과 똑같이 임금 주는 건 불공정">(6/20, 김형원 기자)이었습니다. 비록 따옴표를 쳤지만 명백한 인종차별·혐오 발언만 기사 제목에 인용해 황 대표의 발언을 재생산할 우려가 있습니다.

 

③ ‘영암 베트남 이주 여성 폭행 사건’ 속 인권 침해 보도

 

이주여성 가정폭력 원인이 ‘언어·문화 차이?’

지난 7월 6일, 한 한국인 남성이 베트남 출신의 아내를 폭행하는 장면을 담은 2분 남짓의 영상이 SNS에 올라왔습니다. 일명 ‘영남 베트남 이주 여성 폭행 사건’입니다. 언론은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주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5개 일간지에서 7월 8일부터 16일까지 총 37건의 관련 기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제외한 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는 모두 가해자인 남편의 변명을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아내와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도 달랐다” “다른 남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와 같이 피해자에게 폭행의 원인이 있는 듯한 발언을 비판 없이 받아쓴 겁니다. 동아일보 <“그래도 애 아빠인데…” 신고 못한 베트남 아내>(7/9 이형주·전채은 기자)는 “A씨와 5년 전부터 만났는데 한국말을 잘했다. 그런데 결혼 이후 무조건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 것처럼 (행동)했다”는 가해자 주장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조선일보 <베트남인 아내 남편이 샌드백 치듯 나를 때렸다>(7/9 조홍복 기자)와 중앙일보 <베트남 아내 3시간 맞아 갈비뼈 골절, 남편은 “언어 안 통해”>(7/9 김준희·김태호·이민정 기자) 역시 “아내와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감정이 쌓였다”는 남편의 주장을 그대로 실었습니다.

국제결혼 부부 간 갈등·폭력의 원인을 단순히 ‘문화 차이’로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이 사건에 있어 “언어가 안 통해 때렸다”고 가해자 변명을 전하는 것은 독자로 하여금 ‘때릴 만하지’ ‘맞을 만하지’와 같은 인상을 줄 우려가 있습니다. 인권보도준칙은 제2장 인격권 2의 바에서 “범죄 발생의 원인이 피해자 측에 있는 것처럼 묘사하지 않을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같은 문화와 언어를 가진 이들 사이에서도 발생하는 문제의 원인을 ‘이주’로 한정지어 해석하면 이주민에 대한 편견만 강해질 것입니다.

 

베트남 여성은 순종적이라고?

TV조선 <앵커의 시선/부끄럽습니다>(7/8 신동욱 앵커)에서 신동욱 앵커는 이주 여성 폭행 사건을 전하면서 ‘베트남 여성은 순종적이다’라는 잘못된 편견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신동욱 앵커는 “베트남은 여전히 삼강오륜이 살아있는 유교국가입니다”라거나 “순종적이라는 베트남 아내들도 모진 시집살이에 눈물 지으며...”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입니다. 신동욱 앵커가 폭행 사건을 전하며 한 말은 아래와 같습니다.

 

신동욱 앵커 : 베트남은 여전히 삼강오륜이 살아 있는 유교국가입니다. 결혼하는 처자가 지킬 네 가지 덕목, 4덕을 노래하는 이런 민요도 많습니다(중략) 4덕은, 집안일 농사일 잘하는 공(工), 용모를 가꾸는 용(容), 언행이 상냥한 언(言), 그리고 웃어른 잘 모시고 남편에게 순종하는 행(幸)입니다 (중략) 순종적이라는 베트남 아내들도 모진 시집살이에 눈물 지으며 이런 구전가요를 읊조린다고 합니다. “며느리로 왔다가 시어미 얼마나 잔인한지, 더 살 수 없어 친정으로 간다오…” 이제 베트남 사람들이 ‘시어미’를 ‘한국 남편’으로 바꿔 불러도 할 말이 없게 됐습니다. 7월 8일 앵커의 시선은 ‘부끄럽습니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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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인권에 대한 참혹한 수준의 인식 보여준 TV조선(7/8)

 

신동욱 앵커는 이주여성 가정폭력이 발생하게 되는 구조적 원인을 짚기는커녕, “순종적인 베트남 여성을 때린 나쁜 가해자”라는 식으로 가해자를 에둘러 비난한 것입니다. 베트남 여성은 순종적이라는 잘못된 인식까지 심어준 방송이었습니다.

 

2) <체크리스트 2>를 위반한 사례

두 번째로 “특정 국가나 민족, 인종을 차별하거나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가”를 확인했습니다. 모니터 기간에 신문은 이 항목을 85회 위반했고, 방송은 41회 위반했으며, 종편 4사의 시사프로그램에서는 16회 위반하여 총 142회나 지적되었습니다.

 

일상화된 ‘불법체류자’ 표현…미등록이주민으로 바꿔 표기해야

불법체류자‧불체자‧불법체류이주민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경우를 점검한 결과 신문은 51회, 방송은 32회 사용했습니다.(중복계산) 언론은 불법체류자라는 표현을 거리낌 없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동아일보는 <16명 탄 15인승 승합차, 급커스서 전복…밭일 가던 4명 참변>(7/23 이인모·지명훈 기자)에서 “경찰은 불법체류자인 이들이 신분이 들통 날 것을 우려해 종적을 감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중앙일보 <홍성→봉화 250km ‘원정 밭일’가던 노인·외국인 13명 사상>(7/23 박진호·최종권 기자)는 “외국인 노동자 중에는 체류 기간이 끝나 수배 중인 불법체류자도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일당 6만원에 원정 일손 할머니들…길 잘못 들었다가 꽝>(7/23 최승현· 권순재 기자)에서 “불법체류자들이 농촌에서 일하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고 썼습니다. 한겨레는 <영덕 지하탱크서 이주노동자 3명 추석 앞 참변>(9/11, 구대선 기자)에서 “사고를 당한 외국인 노동자 4명 중 1명은 지난해 여권 기한이 끝나 불법체류자 신분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불법체류자’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JTBC는 <제주 무비자 ‘틈새’…한 집서 불법체류자 30명 검거>(8/8 최충일 기자)에서 제주도의 무비자로 인해 미등록 이주민이 많다는 소식을 전하며, ‘불법체류자’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했습니다.

‘불법체류자’ 표현은 미등록 입국자·미등록 체류자를 마치 반사회적 범죄자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차별적 용어입니다. 사람에게 ‘불법’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특정 집단을 편견과 혐오의 대상으로 만듭니다. 이 때문에 UN국제이주기구(IMO)는 용어사전에서 ‘불법체류’라는 말을 지양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또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에 독립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이주민의 ‘미등록 체류 상태’ 또는 ‘체류기간 초과상태’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부여하는 ‘불법체류’라는 용어 사용을 지양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불법체류’라는 용어는 이들을 법적, 제도적인 보호에서 제외하여 인권침해에 취약한 집단으로 만들고,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가져오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법무부는 불법체류자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언론이 이를 무조건 따라야할 이유는 없습니다. 대체용어인 ‘미등록 체류자’ ‘미등록 이주민’과 같은 단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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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막에서 ‘불법체류자’라고 표기한 JTBC (8/8)

 

구시대적인 ‘혼혈’ 표현 사용하기도

‘혼혈’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경우는 신문 15회, 방송은 1회였습니다.(중복계산) 혼혈이라는 표현 역시 언론에서 전혀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일보는 <발자취/ ‘고아와 장애인의 어머니’로 60년...하늘로 떠난 홀트 여사>(5/17 남정미 기자)에서 “홀트 부부는 제재소를 세워 큰돈을 모은 뒤, 6·25전쟁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고 충격을 받아 부모 잃은 한국 혼혈 고아 8명을 입양했다”며 ‘혼혈 고아’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한겨레는 <이강인·정우영 “어게인 1983!”>(5/3, 김경무 기자)에서 “이번 대표 팀에는 이들 3인방 외에도 크로아티아리그에서 뛰는 미드필더 김현우(디나모 자그레브)와 혼혈 골키퍼 최민수(함부르크SV)”라고 전했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7/12)에 출연한 문승진 기자는 “바로 한국인 아버지와 프랑스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혼혈 배우로 다양한 시트콤과 광고에서 활약하고 있는 바로 방송인 줄리엔강 씨인데요”라고 전했습니다.

‘혼혈’은 부모가 같은 인종, 같은 민족이 아니라, 한쪽이 다른 인종, 다른 민족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을 뜻합니다. 우리나라는 부모 중 한쪽이 한국인이 아닌 다른 인종, 다른 민족인 경우 ‘혼혈’이라는 부르고 있다. 그러나 이 표현은 기본적으로 차별과 배제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오랜 시간 동안 단일민족의 정통성을 강조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인에게 ‘혼혈’이라는 것은 ‘순혈’에 반대되는 부정적인 용어로 인식되어왔습니다. 이 표현에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태어나지 않은’, ‘혈통적으로 순수하지 못한 오염된 사람’이라는 의식이 깔려 있습니다. 따라서 누군가에 대해서 ‘혼혈’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그들의 존재 자체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출신국과 피부색, 문화와 종교 등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다문화 사회에서 ‘혼혈’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며, 특히 미디어 속에서는 보다 적극적이며 의식적으로 사용을 자제해야 합니다.

 

무분별한 ‘다문화’ 표현 사용도 여전

‘다문화’라는 단어를 오용하는 경우는 신문은 25회, 방송은 1회였습니다.

경향신문 <몽골에서 시집온 ‘해남댁’…‘농사’로 지역과 하나되다>(5/5 윤희일 선임기자)에서는 “몽골 출신 다문화 여성 이자연씨(34·몽골 이름 설렁거·전남 해남군 삼산면)는 요즘 사는 게 재밌다”고 전했습니다. 굳이 표현할 필요 없는 ‘다문화 여성’이라는 표현을 사람에게 사용한 사례입니다. 경향신문은 또 <‘노예노동’ 아픔 겪었던 한국에서…얄라얄라 치유의 음악>(8/8 서성일 기자)(지면보도)에서 인디밴드 음악을 하고 있는 아미듀 씨를 소개하며 “아직도 입에 잘 붙지 않는 ‘다문화 사위’인 그는 아내와 자신의 반반 닮은 아들 루민의…”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조선일보는 <청소년‧다문화아동‧취업준비생…‘사람’ 향한 사회공헌활동에 집중>(8/28 김정란 객원기자)(지면보도)에서 “청소년‧다문화아동”이라며 청소년과 다문화 아동을 구별해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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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 아동’ 표현을 사용한 조선일보 기사 (8/28)

 

‘다문화’라고 하는 표현이 애초부터 이주민을 비하하거나 차별하려는 의도로 사용된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표현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다만, 다문화 가정, 다문화 학생, 다문화 청소년, 다문화 자녀, 이 표현을 지나치게 많은 단어 앞에 붙여서 ‘다문화’와 우리를 구분하는 것은 부적절한 행태입니다. 따라서 굳이 ‘다문화’라고 쓰지 않아도 되는 곳엔 다문화라는 단어를 쓰지 않아야 합니다.

2015년 유엔 인종차별 특별 보고관 무토마 루 티에르는 한국 미디어 부분에서 “어느 특정 집단을 인종주의적으로 구별하는 ‘다문화’라는 용어의 오용에 대한 금지, 언론보도준칙과 방송 가이드라인의 자체 가이드라인 제작에서 인종차별 금지에 대한 구체적 서술의 필요와 준수강화, 방송법, 방송심의 규정 또한 인종차별금지에 대한 구체적 서술과 법과 규정 강화의 필요성”을 권고했습니다. 이 권고는 어떤 특정 집단, 특히 주로 아시아 출신의 국제결혼 가정의 구성원들에 대해 ‘다문화’라는 호칭을 성별이나 직업 또는 가족관계 구성원의 호명에서 사용하는 것을 용어의 오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서구 유럽 출신의 국제결혼 가정을 향해서는 ‘글로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비해서, 아시아계 국제결혼 가정에 대해 ‘다문화’라고 표현함으로써 또 다른 차별이 조장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프리카면 다 검은색인가요? ‘블랙아프리카’ 인종 차별 표현 쓰기도

한겨레 <21세기 인구 지형을 바꾸는 ‘블랙 아프리카’>(8/19 곽노필 기자)에서 ‘블랙아프리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기사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를 “아랍권의 북아프리카와 구별해`블랙 아프리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표현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를 구성하는 인종 대부분이 흑인이라는 사실에서 비롯한 표현입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은 과거에 “흑인의 땅(land of the blacks)”이나 “니그로랜드(Negroland)” 등으로 칭해졌으며 1970년대에는 “블랙아프리카(black Africa)”라고 불렸지만, 80년대부터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sub-Saharan Africa)”라는 용어가 사용됐습니다. 한겨레는 철 지남 인종주의적 표현을 기사 제목과 본문에 쓴 셈입니다.

 

‘파란 눈’ 인종주의적 표현 사용하기도

‘파란 눈’ 표현을 사용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파란눈’ 은 생김새에 기반한 인종 구별 표현입니다. 동아일보의 <세계가 주목하는 KLPGA, 세계화 이끄는 ‘파란눈 도우미’>(5/3, 정윤철 기자)와 조선일보의 <파란 눈의 ‘리틀 이미자’가 부르는 한려수도, 들어보실래요?>(5/6, 김수경 기자)는 구태의연하게도 ‘백인’을 지칭하는 ‘파란 눈’이라는 표현을 제목에 내걸었습니다. 조선일보는 기사 본문에서도 독일인 가수 로미나를 “금발에 새파란 눈동자의 여성”이라고 지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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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 눈’ 표현 사용한 보도 동아일보(위 5/3)와 조선일보(아래 5/6)

 

‘금발’ ‘파란 눈’과 같은 표현은 특정 인종을 떠오르게 합니다. ‘흑형’이란 말과 마찬가지입니다. ‘흑형’엔 나름대로 동경 혹은 친근감이 담겨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인종차별적 언어로 지적받았습니다. ‘흑인은 신체 능력이 뛰어나다’ ‘흑인은 몸이 좋다’와 같은 인종적 고정관념에 기반한 언어이며, 특정 집단의 사람들을 ‘검다’고 지칭하기 때문입니다. ‘파란 눈’ 역시 피부색이나 홍채색과 같은 ‘신체적 특성’으로 누군가를 한국인과 구별짓습니다. ‘흑형’과 마찬가지로 지양해야 할 표현입니다. 어떤 사회 구성원을 인종적으로 구별해 ‘우리와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표현은 사라져야 합니다.

 

3) <체크리스트 3>을 위반한 사례

체크리스트 3에 따라 “보도에서 이주민에 대해 희박한 근거나 부정확한 추측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장”한 내용을 점검한 결과 신문이 20회, 방송이 11회, 종편 4사는 26회, 총 57회를 위반했습니다.

 

외국인 늘어나 범죄가 우려 된다고?

YTN은 <외국인 마약 사범 집중 단속…123명 검거>(5/1 나혜인 기자)에서 경찰이 외국인 마약 사범을 집중 단속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서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늘면서 외국인 마약 범죄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가운데….”라고 말했습니다.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늘어나서 외국인 마약 범죄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는 건, 결국 국내 체류 외국인을 잠재적 마약 범죄자로 보고 있다는 것이므로 문제가 있습니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6/3) 방송에 출연한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은 제주도 패션 살인 사건을 언급하며 “하여튼 제주도를 좀 보호할 수 있는 그런 어떤 지금까지 있었던 외국인 영주권이나 이런 제도들도 다시 한 번 검토해 볼 시점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라고 말했습니다. 제주도에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 제주도에 강력사건이 많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입니다. 외국인이 늘어나 범죄율이 늘었다는 것은 근거 없는 허위주장입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이주노동자 탓?

지난 9월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했을 때 전염병 원인을 이주민으로 돌리는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KBS <백신 없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이 최선’…예방 요령은?>(9/17 박효인 기자)에 인터뷰한 관련 전문가는 “외국인근로자가 가져오지 않았더라도 외국에서 온 그분의 친구라든지 이런 명절 때 이런 때 나눠먹는다든지 이렇게 해서 발생할 수도 있고...”라고 설명했습니다. MBN은 <전시에 준해...전국 지자체 방역비상>(9/17 김영현 기자)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있는 돼지 농장은 실시간으로 감염 상황을 확인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YTN <긴장 늦추지 못하는 농민들, 태풍까지 갑쳐 ‘노심초사’>(9/29 나현호 기자)에 인터뷰한 관련 전문가는 “(외국인 근로자) 개별적인 모임이라든가 행사를 못 하게 하고 있고, 모국에서 가져오는 소포에 대해서 불법 축산물이 있는지 양돈장으로부터 관리를 철저히 하게하고 있고요”라고 전했습니다.

모두 이주노동자가 병원균을 옮기는 매개체로 설명하는 표현이었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막기 위해서는 외국인 노동자뿐만 아니라, 돼지농장을 드나드는 모든 사람에게 철저한 방역이 요구되는데, 마치 ‘외국인 노동자’만이 감염의 원인이 되고 방역의 대상이 되는 것처럼 보도한 것이었습니다.

 

이주노동자와 내국인노동자의 갈등을 부추기는 보도들

조선일보는 <영세기업 외국인 직원 월급 급등에 숙식비까지… 등골휜다>(8/6, 곽창렬‧주희연‧손호영 기자)에서 “외국인 근로자 식비, 방세 대주려니 “등골이 휠 지경”이라며 중소기업 업체 사장 임 씨를 인터뷰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조선일보는 부재에 “최저임금에 외국인 근로자 고용주 울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비판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를 이용한 겁니다. 핑계는 숙식비 제공이었습니다. “한국인 근로자들이 힘들다고 외면하는 업종이 많아 외국인 근로자들이 없으면 회사를 굴릴 수 없는 처지인데 최저임금이 뛰고, 이들을 붙잡으려면 지원해 줄 수밖에 없는 숙식 지원금이 만만찮아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최저임금이 높은 한국이 ‘노다지’로 불린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인력 수출을 하는 개발도상국들은 “한국은 그야말로 ‘노다지’다라는 말이 퍼졌다고 한다”며 근거 없는 말을 했습니다. 이와 함께 ‘외국인 근로자 국적별 인원’을 표로 삽입했는데, 이 역시 상위권에 있는 국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 우려가 있습니다.

채널A <뉴스TOP10>(6/20에 출연한 이재명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차장은 “최저임금이 워낙 오르다 보니까 결국은 외국인들도 우리나라만큼 똑같이 월급을 받는 거죠. 그런 면에서 이제 결국은 같은 일자리를 두고 임금이 똑같아져버리니까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내국인과 외국인을 일자리 경쟁 관계로 묘사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외국인노동자가 일자리를 뺏는다’는 갈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4) <체크리스트 4>를 위반한 사례

체크리스트 4에 따라 “이주민이 한국문화에 동화․흡수되도록 유도하거나 한국의 문화와 가치를 강요하고 있는” 경우를 체크했습니다. 그 결과 신문은 10회, 방송은 17회, 종편 4사는 14회, 총 41회 위반했습니다.

 

“한국 사람 다 됐다” “진짜 한국인 같다”?…한국문화로 편입을 강요하는 표현들

조선일보는 <태평로/누가 ‘진짜 애국자’인가>(9/16 강호철 스포츠부장)에서 외국인이 출연하는 퀴즈 프로그램을 보고 난뒤 든 생각이라며 “저걸 어떻게 다 알까 할 정도로 알쏭달쏭한 문제도 거뜬히 풀어내고, 한국말 고수를 자처하는 아나운서 출신 국내 출연자 콧대를 납작하게 만드는 모습에 ‘진짜 한국인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조선왕조실록․신조어도 척척 꿰는 그녀들>(5/9 정현목 기자)에서 순우리말을 잘 알고 있다는 이주민에게 “대단하다 못해 대견하기까지 하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이주민을 대상화하고 우월한 입장에서 순우리말을 잘 한다고 칭찬한 것입니다. 기사 내용에선, “‘이게 뭐냐’ 같은 혼잣말도 한국어로 할 때(에바), 일본에 간 지 이틀 만에 고등어조림이 그리워질 때(모에카) ‘내가 한국 사람이 다 됐구나’라고 느낀다고 했다”며 “한국 사람 다 됐다”라고 전했습니다.

한겨레는 <“이제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거듭날게요”>(5/13 김학준 선임기자)에서 모친의 초청으로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온 지 4년 된 A씨를 인터뷰했습니다. 그런데 제목이 “이제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거듭날게요”입니다.

많은 언론에서 이와 같은 칭찬을 진심으로 ‘칭찬’으로 퍼붓지만, 이주민은 이를 불편하게 여깁니다. “한국인 같다” “한국 사람 다됐다”라는 말이 한국문화로의 편입을 강요하는 무언의 압박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이를 ‘동화주의’라고 합니다. ‘동화주의’는 선주민이 유지하고 있는 문화나 일상화된 행위를 이주민에게 강요하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인권보도준칙은 언론의 의무로 “이주민이 한국 문화에 동화, 흡수되도록 유도하거나 한국의 문화와 가치를 강요하는 미담 중심 보도를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주민을 공동체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면서 그들이 가진 고유한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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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주의 표현을 사용한 한겨레 기사 (5/14)

 

5) <체크리스트 5>를 위반한 사례

체크리스트 5에 따라 “이주민을 한국의 관점이나 기준으로 평가해 구경거리로 만들거나 동정을 받아야 할 대상으로 묘사”한 경우를 체크했습니다. 이주민을 한국의 관점 기준으로 동정을 받아야하는 대상으로 묘사한 경우는 신문은 0회, 방송은 3회, 종편 4사는 18회, 총 21회였습니다.

 

본질은 빗겨가고 동정심만 유발한 방송

채널A <뉴스TOP10>(6/26)에서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국경을 넘다가 사망한 이민자 이야기를 전하면서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동정적 시선으로만 보도했습니다. 황순옥 진행자는 연실 “안타깝습니다”라는 말을 하면서 “저는 그 아빠의 티셔츠 안에서 아빠의 목을 끌어안고 숨진 그 아이의, 23개월 된 딸아이의 모습이 눈에 계속 밟히는군요”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사망한 이민자 사진을 보여주면서 “어쩌다 이런 비극이?”라는 제목을 달고 국경을 넘는 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했습니다. 방송에선 “멀어지는 아빠 보고 당황한 딸 강으로 뛰어들어” “아빠, 딸에게 돌아가 붙잡았으나 급몰살에 휩쓸려 사망”이라며 상황을 재현하는 데 초점을 뒀습니다. 그러나 “어쩌다 이런 비극이?” 발생했는지 그 원인은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과 멕시코의 불평등한 경제상황에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방송은 이들이 왜 국경을 넘어야만 했는지, 왜 국경을 넘다가 죽게 되었는지 난민 제도에 대한 문제를 알려주는 것이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K 매체는 국경을 넘는 순간의 비극적 사건에만 집중해 동정심만 유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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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정심 유발에만 치중한 채널A

 

‘가난한 나라에서 온’ ‘불쌍한’ 이주민을 도와야 한다?

MBN <뉴스BIG5>(7/9) 방송에서 영암 베트남 결혼 이주여성 폭행 사건을 다뤘습니다. 방송에 출연한 윤영걸 전 매경닷컴 대표는 “우리가 참 다문화 가족 프로그램도 TV에도 나오고 하는데 많은 베트남이나 중국, 출신이나 캄보디아 이런 분들 대단히 열심히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농촌이나 이런 것을 지키고 있어요. 그런데 저런 경우를 국가 차원에서 좀 나가서는 이제 보호를 해줄 때가 된 것 아닌가”라고 전했습니다. 또 “베트남이 경제적으로 좀 어려우니까 사실 한국 쪽으로 많이 결혼을 하잖아요. 다문화 가족. 우리나라 농촌을 지키는, 어떻게 보면 베트남 부인들이 참 고마운 분들이에요”라며 “그래서 우리 국민운동 차원에서도 베트남이나 다국적 부인들을 좀 잘해주기 위한 운동. 좀 그런 것좀 필요한 것 같아요”라고 전했습니다. 결혼이주여성이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며 “잘 해줘야 한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결혼이주여성을 지나치게 동정하고 시혜의 대상으로 묘사하는 것입니다. 이주민은 동정이 아니라 마땅히 인권을 존중받아야 할 동등한 인격체로 그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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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문의 엄재희 활동가 (02-391-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