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모니터_
이주민 출연 예능 속 ‘사소하지 않은 차별’
등록 2019.12.1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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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국민이 즐거움을 찾으며 방송사 예능프로그램을 시청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무 생각없이 웃으며 예능프로그램을 본다’고 가볍게 여지기만, 사실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 사람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어쩌면 이주민에 대한 국민의 인식개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입니다. 이런 생각으로 우리는 외국인이 등장하는 예능프로그램을 모니터했습니다.

 

한편, 예능 이외에도 교양프로그램에서 이주민이 많이 등장하는 경우를 집중 모니터했습니다. 이 모니터링에는 배경이 있습니다. EBS <다문화 고부열전> 등의 프로그램은 선주민, 다시 말해서 한국인들에게는 흥미있는 방송인지 모르겠지만, 정작 이주여성들은 도저히 웃으며 볼 수 없을 정도로 불쾌감을 준다는 지적이 계속되어왔기 때문입니다. 민언련은 방송이 이주민 혐오를 조장하는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이주민의 문화와 역사, 삶에 대한 이야기를 시민들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방송사 예능․교양 프로그램을 모니터했습니다.

 

(이번 보고서에선 <다문화 고부열전>을 제외한 결과만 담았습니다. <다문화 고부열전> 모니터링 결과는 별도의 보고서를 통해 발표할 예정입니다)

 

1. 모니터 개요

 

1) 모니터 기간과 대상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19년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3개월간 이주민 또는 외국인이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7개 예능․교양 프로그램을 모니터 했습니다. 대상은 EBS <다문화 고부열전>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 KBS2 <이웃집 찰스> <슈퍼맨이 돌아왔다> MBC every1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대한외국인> 다문화TV <우리들의 슬램덩크>입니다.

 

이번 모니터는 선주민 모니터 요원뿐 아니라 이주여성으로 구성된 모니터 요원도 함께 참여했습니다. 이주민 모니터단은 민언련의 모니터원과 함께 8차시 이주민을 위한 언론보도 모니터교실 교육을 들었습니다. 이분들의 의견은 선주민 모니터원보다 휠씬 생생하고 풍부했습니다.

 

2) 양적 분석

 

동남아권 사람들은 가난하고 갈등 빚고…서구권 사람들은 부유하고 유능하게 그리는 방송

민언련은 우선 모니터 대상인 예능‧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주민들의 출신 국가를 분석해봤습니다. 그 결과, 방송의 성격에 따라 특정 대륙 출신의 이주민이 출연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스튜디오에 모여서 퀴즈를 푸는 프로그램이나 한국에서 여행을 하고 문화생활을 즐기는 프로그램에서는 주로 서구권 출신의 이주민이 등장했습니다. 반면, 한국에서 살면서 어려움을 겪거나 갈등을 빚으며 도움을 청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주로 동남아권 출신의 이주민이 등장했습니다.

 

예컨대, 스튜디오에 앉아서 퀴즈를 푸는 <대한외국인>의 경우 전체 외국인 패널 132명 중 동남아권 출연진은 네팔 7회, 인도 11회 총 18회에 불과했으나, 유럽권(러시아 포함)은 64회, 미국은 17회를 차지했습니다.

 

한국을 처음 와본 외국인이 국내를 여행하며 문화생활을 즐기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경우, 동남아권 출연진은 1명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캐나다는 20명 유럽권(러시아 포함)은 33명 등장했습니다.

반대로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갈등을 다루는 <다문화 고부열전>은 12명의 주인공 중 10명이 동남아권 출신이었습니다. 나머지는 멕시코 1명 페루 1명이었습니다.

 

가족과 떨어져 한국에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 노동을 하고 있는 아빠와 그 가족의 삶을 다룬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는 12명의 주인공 중 11명이 동남아권 출신이었습니다. 나머지 1명은 우간다 출신이었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특정 국가에 대한 편견과 인종차별적 시선을 강화합니다. 동남아권 출신의 사람들은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인 반면, 서구권 출신의 사람들은 유능하고 멋있는 사람으로 인식됩니다.

다만, <이웃집 찰스>의 경우 다양한 인종‧국가을 고르게 구성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베트남과 필리핀 등 동남아권 출신도 출연했고, 타지키스탄·나이지리아·터키 등 서구권이 아닌 중앙아시아·아프리카·중동 권역까지 두루 출연진을 구성했습니다.

 

권역

국적

다문화

고부열전

아빠찾아

삼만리

이웃집찰스

대한

외국인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합계

아시아

스리랑카

 

2

 

 

 

2

인도네시아

 

2

 

 

 

2

캄보디아

1

2

 

 

 

3

네팔

 

1

 

7

 

8

방글라데시

 

1

 

 

 

1

베트남

2

1

1

 

 

4

태국

 

1

 

 

 

1

필리핀

2

1

1

 

 

4

중국

1

 

 

1

 

2

우주베키스탄

3

 

 

 

 

3

몽골

1

 

 

 

 

1

타지키스탄

 

 

2

 

 

2

카자흐스탄

 

 

1

 

 

1

일본

 

 

11

13

 

24

인도

 

 

 

11

 

11

홍콩

 

 

 

1

 

1

아메리카

페루

1

 

 

 

 

1

멕시코

1

 

 

1

 

2

아메리카

미국

 

 

5

17

 

22

캐나다

 

 

 

 

20

20

아프리카

우간다

 

1

 

 

0

1

나이지리아

 

 

7

 

7

14

남아프리카 공화국

 

 

 

2

2

4

가나

 

 

 

11

11

22

유럽

이탈리아

 

 

4

6

13

23

스웨덴

 

 

1

 

 

1

프랑스

 

 

4

2

 

6

스페인

 

 

1

2

 

3

영국

 

 

1

12

4

17

그리스

 

 

 

10

 

10

네덜란드

 

 

 

 

16

16

독일

 

 

 

5

 

5

러시아

 

 

2

27

 

29

중동

터키

 

 

1

2

 

3

오세아니아

호주

 

 

1

2

24

27

총합계

 

12

12

43

132

97

296

△ 프로그램별 주요 출연진 출신 국가 구성표 ⓒ민주언론시민연합

 

2. 예능‧교양 프로그램 속 사소하지 않은 차별

 

민언련이 지적하는 내용에 대해서 어쩌면 선주민인 국민 대부분은 ‘별 트집을 다 잡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주민이 보기엔 분명하게 불편했습니다. 아래는 민언련이 지적한 여러 문제 중 대표적인 사례를 정리한 것입니다.

 

1) 동화주의

외국인은 외국인입니다. 아무리 한국에 살고 있어도 그들은 그들의 언어와 식습관 등 자신들의 문화가 있습니다. 따라서 외국인에게 무조건 한국인화 되라고 요구하는 것은 또 하나의 폭력으로 작용합니다. 이처럼 이주민들에게 한국사회로의 적응을 강요하거나 부추기는 태도를 ‘동화주의’라고 부릅니다. 동화주의는 주로 칭찬이라는 형태로 나타나서 많은 사람들이 차별적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외국인이 매운 것을 잘 먹거나, 산낙지를 먹으면 “한국 사람 다 됐네”라고 말하며 칭찬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외국인에게 좋게 들릴까요? 그런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편한 강요로 느껴질 것입니다.

방송에서 대부분의 출연자들은 칭찬으로 이런 말들을 하고 있습니다. 선주민의 입장에서는 이주민이 선주민 문화를 따라하는 경우 동질감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외부로 드러내는 순간, 오히려 이주민들에게 ‘한국인이 되어야 한다’ ‘한국의 입맛에 길들여져야 한다’는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주민을 공동체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면서 선주민이 타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노력을 보일 필요도 있습니다. 그래야 ‘함께’ 어울릴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사람 다 됐네”…이주민은 ‘불편’하게 받아들여

이주민이 출연하는 예능‧교양 프로그램에서 “한국 사람 다 됐네”같은 표현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순댓국이나 매운 음식을 이주민이 먹고 있으면, 한국인은 매우 흐뭇한 표정으로 이주민을 바라보곤 합니다. 우선, 대표적인 장면을 살펴보겠습니다.

 

KBS <이웃집 찰스>(8/20 200회)에서 다양한 국가의 학생과 청소년으로 구성된 농구팀 팀원들이 순댓국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팀원 중 한 명이 순댓국에 양념을 넣으며 “저 매운 거 잘 먹어요. 아직 부족해 양념을 좀 더 넣어야겠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방송 자막에선 <한국 입맛 장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관찰 카메라로 화면을 보고 있던 진행자 최원정은 화면에 가브리엘(팀원)이 새우젓과 들깻 가루를 넣는 것을 보고는 “가브리엘 진짜 제대로다. 들깻가루까지”라고 말했습니다.

 

MBC Every1 <대한외국인>(6/12 35회)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방송에선 한국인팀 패널 박명수가 대한외국인팀 패널 미국 출신 타일러에게 무슨 음식 좋아하냐고 질문했습니다. 타일러는 “저는 국밥. 미국에서 한식 파는 분들이 생기는데 다들 불고기 삼겹살 많이 파는데 국밥은 찾을 수 없어요. 그래서 가면 먹고 싶어지더라고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진행자 지석진은 “한국 사람이네~”이라고 말했고, 박명수도 “타일러가 진짜 한국 사람이야. 국밥 좋아하면 끝난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이주민이 순댓국에 양념장을 넣는 것을 두고 <한국 입맛 장착>이라고 표현했고, 들깻가루를 넣는 것을 두고 “제대로”라며 감탄했습니다. 이주민이 국밥을 좋아한다고 하자 “진짜 한국 사람이야”라며 추켜세웠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선 이처럼 한국인다운 식습관을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봅니다. ‘한국 사람 다 됐다’라는 표현은 꼭 이어집니다. 그런데 이주민은 이러한 시선을 불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한국 음식을 잘 먹어야할 거 같은 무언의 압박으로 느끼기 때문입니다. 위가 약해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하는 이주민 앞에서 매운 음식을 먹는 것을 칭찬하거나, 종교적 이유로 순댓국밥을 먹지 못하는 이주민 앞에서 순댓국밥을 먹어야 ‘한국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폭력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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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이웃집 찰스>(8/20 200회) 갈무리

 

한국 음식을 먹었을 뿐인데 “한국인 같은 식성?”

 이러한 연출은 예능 프로그램 곳곳에서 등장합니다. EBS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7/1 132회)에서 인도 출신 주인공 가족들이 인도에서 미역국‧고추장 등 한국 음식을 먹는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이때 내레이션은 “한국에 가본 적은 없지만 모두가 한국 음식 마니아가 됐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동시에 자막에선 <미역국, 고추장, 김자반 한국 음식 기행이로구나~> <한국인 같은 식성을 보여주는 인드라 가족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방송 내용을 종합해보면 주인공 가족은 그날 특별히 한국 음식을 먹고 있던 상황이며, 별다르게 한국음식을 좋아한다는 의견을 밝히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자막에서 ‘한국인 같은 식성’이라고 표시하면서까지, 한국 음식문화를 즐기는 사람으로 포장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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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7/1 132회) 갈무리

 

KBS <이웃집 찰스>(8/13 199회)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러시아 출신 주인공인 나스탸 씨가 고기를 먹으면서 같이 먹을 막걸리를 냉장고에서 꺼내들었습니다. 그러자 제작진은 나스탸 씨에게 “막걸리 먹어요?”라고 물었고, 나스탸 씨가 “고기 먹을 때 막걸리 같이 먹으면 엄청 맛있어요”라고 답하자, 자막에는 <한국인 입맛을 가진 러시아 도시 여자>라고 표기됐습니다. 막걸리를 좋아한다고 밝히자마자 ‘한국인의 입맛’이라는 표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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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이웃집 찰스>(8/13 199회) 갈무리

 

 2) 무례

이주민이 한국어를 서투르거나 어눌하게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 아이처럼 말을 더듬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주민이 지적 수준이 부족하거나 인식 수준이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당연한 상식이죠. 이주민들은 자신의 고향 나라에선 소양을 갖춘 성인이고, 공부를 많이 해 대학에 다녔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선주민이 이주민을 대할 때 어눌한 말투 때문에 마치 아이처럼 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방송에서도 이런 장면이 심심치 않게 발견됩니다.

 

EBS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6/3 128회)에서 캄보디아 출신의 주인공 니라 씨의 집을 촬영했습니다. 나라 씨는 집의 벽면에 한글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를 적어놓았습니다. 그런데 제작진은 니라 씨에게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요?”라고 물었습니다. 제작진은 뜻을 모르고 썼을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물어본 겁니다. 그러나 자신의 집에 붙여놓은 글귀라면 당연히 의미를 알고 적었다고 봐야겠죠. “왜 붙여놓았나요”고 묻는 게 상식이고 예의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주민이 한글에 어눌하다보니 인식이나 지적 수준도 낮을 거라는 편견이 깔려있고, 제작진은 이처럼 예의 없는 질문을 던진 것입니다. 한국인과 이주민이 동등하다고 여기지 않고 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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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6/3 128회) 갈무리

 

한국에서라면 이런 방송을 그대로 냈을까?

EBS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6/3 128회)에서는 캄보디아에 있는 주인공 가족이 옆집에 사는 몸이 불편한 이모할머니를 돕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주인공 가족들이 얼마나 가난하게 살고 있는지를 보여준 뒤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모할머니를 목욕시키는 장면을 넣었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바가지에 물을 퍼 담아 목욕시키는 장면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방송에서 이모할머니는 상반신이 그대로 노출시켰습니다. 당사자 입장에서 자신의 몸이 노출된 채 목욕당하는 장면을 불특정 다수가 보는 것을 원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작진은 동정심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러한 장면을 거리낌 없이 연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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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6/3 128회) 갈무리

 

 ​3) 가난을 전시하는 방송

동남아 이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예능‧교양 프로그램에선 동남아 이주민을 가능한 불쌍하게 보이도록 연출하곤 합니다. 불쌍한 모습을 과장되고 의도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빈곤 포르노’입니다. 이 과정에서 촬영 대상의 인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EBS <다문화 고부열전>(8/1 297회)에서 시어머니는 캄보디아 출신 결혼이주여성의 친정집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시어머니는 구형 텔레비전을 보면서 “안 켜지지?”라고 말했고, 며느리는 “지금? 돼요”라고 말했습니다.

 

내레이션은 “친정집이 어렵게 살고 있어요”라고 말하면서 며느리의 친정집의 열악한 가정환경을 강조해서 말했습니다. 이어 시어머니는 인터뷰에서 “아이고 화장실 거기 들어가는 입구에 집을 하나 크게 지어 놓으면 좋겠더니만”이라고 말하며 “별걸 거기다 다 갖다 놓아서 거기다가 방을 하나 꾸몄으면 참 좋겠더니만”이라고 재차 강조해서 말했습니다.

 

이처럼 예능‧교양 프로그램에선 이주민, 이주민 가족을 불쌍히 여기고 도움을 베풀어야 하는 시혜의 대상으로 묘사합니다. 이는 그들이 우리보다 열등한 존재라는 왜곡된 인식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빈곤 포르노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일방적이고 부정적인 편견을 형성하기 때문에 문제입니다. 특히, 이주여성은 인종 외에 여성이라는 점에서 이중적 차별을 받게 됩니다. <다문화 고부열전>의 장면처럼 결혼 이주여성의 친정집 상황이 좋지 않음을 강조하는 연출을 통해 동정적인 시각을 더 부각합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결혼해와 시어머니와의 갈등을 겪으며 고생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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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다문화 고부열전>(8/1 297회) 갈무리

 

이러한 장면들은 동남아 국가들의 어려운 상황을 보면서 자부심을 느끼는 방식으로 소비되곤 합니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의 인권은 무참히 짓밟히기도 합니다. 가난과 관련된 방송을 할 때 보다 인권 옹호의 입장에서 연출을 해야 할 것입니다.

 

4) ‘다문화’라는 단어의 오용

'다문화'라는 단어는 ‘한 공동체 내에 다른 인종‧민족‧계급 집단이 어우러진 사회’라는 좋은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 ‘다문화’라는 단어가 오용되는 사례도 자주 발견됩니다. 동남아권 결혼이주여성을 언급할 때만 ‘다문화’를 사용하거나, 사람에게 ‘다문화’라고 말해 다문화와 다문화가 아닌 사람으로 구분 짓는 경우입니다.

KBS <이웃집 찰스>(7/2 195회)에서 미국에서 스포츠 윤리학 박사학위를 전공한 출연자 딘은 동네 공원에서 다양한 국적을 가진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운동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이 수업을 진행하는 장면에서 방송 자막은 <중국·몽골·필리핀·네팔·캄보디아 다문화 이주여성을 위한 운동수업>이라고 표기했습니다.

KBS <이웃집 찰스>(8/20 200회)에서 다양한 국가의 학생과 청소년으로 구성된 농구팀과 결기를 벌인 한 한국인 청소년이 경기 후 소감을 밝히며 “정말 재미있었어요. 다문화 가정 친구들이랑 경기하니까 느낌도 색달랐고”라고 말했습니다.

 

비록 다문화라고 하는 호칭이 비하하거나 차별하려는 의도를 가지 않았을 수도 있고 악의가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무관하게 ‘다문화’라는 표현은 다문화인 사람과 다문화가 아닌 사람으로 나누는 경계선이 됩니다. 특정 출신 국가나 대륙의 사람들을 '다문화'로 불리는 범주 안으로 넣음으로써 개인의 다양성과 정체성을 보이지 않게 만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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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이웃집 찰스>(7/2 195회) 갈무리

 

특히, 한국에서의 ‘다문화’ 표현은 서구 출신 인물과 구별하기 위한 호칭으로 주로 사용됩니다. 서구․유럽권에는 ‘다문화’라는 표현보다는 ‘글로벌’이라고 표현되지만, 동남아권에선 ‘다문화’로 표현되는 것입니다. 또 다른 ‘인종 구분’ 표현으로 쓰이고 있는 겁니다.

 

2015년 유엔 인종차별 특별 보고관 무토마 루 티에르는 한국 미디어 부분에서 “어느 특정 집단을 인종주의적으로 구별하는 ‘다문화’라는 용어의 오용에 대한 금지, 언론보도준칙과 방송 가이드라인의 자체 가이드라인 제작에서 인종차별 금지에 대한 구체적 서술의 필요와 준수강화, 방송법, 방송심의 규정 또한 인종차별금지에 대한 구체적 서술과 법과 규정 강화의 필요성”을 권고했습니다. ‘다문화 가정․다문화 자녀․다문화 이주여성’이라는 표현에서 다문화는 ‘다른 문화’라는 인식을 강화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이러한 표현의 사용은 지양해야합니다.

 

5) 언어적 위계화

예능에선 특정 출신 국가의 언어를 사용하는 이주민을 더 높게 평가하거나 우월한 재능이 있는 것으로 묘사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이주민들이 사용하는 언어들의 다양성이 잘 반영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영어 사용자는 그대로 자기 언어를 사용하는데, 다른 이주민들은 특별한 상황에서도 한국어를 사용하게 하곤 합니다.

 

EBS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7/22 136회)에서 방글라데시 출신 미쟌 씨는 경기도 광주에 사는 고향 사람들을 찾아가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방글라데시 고향 사람끼리 대화하는 장면인데도 이들은 한국어를 사용했습니다. 동향끼리 모였다면 모국어를 쓰는 모습도 자연스러울 법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미쟌의 고향 동생 이슬람 씨는 “우리는 아빠니까 힘들 내야 해요”라고 한국어로 말했고, 미쟌 씨도 “네, 많이 힘내야 해요”라며 한국어로 답했습니다. 같은 방글라데시 고향 친구들끼리 모였는데도, 어눌한 한국어를 사용하며 대화를 나누는 방송을 편집해서 내보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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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7/22 136회) 갈무리

 

다문화 TV <우리들의 슬램덩크>(7/21 5화)에서는 한국어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농구팀 선수에게 <한국어 패치는 아직인 존>이라는 자막을 덧붙였습니다. 한국어 능력이 부족한 이주민을 ‘패치’라는 표현을 쓰면서 덜 발전한 것처럼 묘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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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TV <우리들의 슬램덩크>(7/21 5화) 갈무리 

 

반면,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7/7 285회)에서는 독일어를 사용하는 출연자에 감탄하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주인공인 나은과 건후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아빠(박주호)의 친구 구자철을 만났고, 구자철이 스위스의 한 음식점에서 주문을 하며 독일어로 “돼지고기 있나요? 슈니첼 같은?”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진행자 도경완과 한채아는 놀라면서 “멋있네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도경완은 “멋있다. 아 이게 또 독일어 발음이...”라고 하고 이어 다시 한채아는 “멋있네요”를 연발했습니다. 화면은 나은의 얼굴을 비춘 후 자막으로 ‘삼촌 멋있네요’라고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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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7/7 285회) 갈무리

 

 예능에선 서구권 언어를 사용하면 우월하게 묘사되곤 합니다. 또, 서구권 백인 출연자가 한국어를 쓰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지적되지 않습니다. 반면, 동남아권 출신의 사람들은 어눌하게라도 한국어를 사용하게 하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출신에 따라,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차별적 반응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6) 계층차별 발언

예능 프로그램 속에선 특정 직업, 학력, 경력 등 사회적 지위에 대하여 우월적으로 묘사하거나,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고 직업의 귀천을 구분 짓는 경우가 더러 있었습니다.

 

KBS <이웃집 찰스>(7/9 196회)에서 이탈리아 출신의 주인공은 15년 전 모델로 활동한 경력이 있었습니다. 방송에서 주인공이 모델 포즈를 취했는데, 진행자 최원정은 놀라면서 “세상에 저런 분을 주방에서 일하게 하시다니…계속 포즈 취하고 계셔야 되는데”라고 말했습니다. ‘주방 일을 하게  하시다니’라는 표현에서 ‘주방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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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이웃집 찰스>(7/9 196회) 갈무리

 

MBC every1 <대한외국인>(6/26 37회)에서는 한국인 팀 패널로 MBC의 손정은·임현주·김정현 아나운서가 출연했습니다. 그런데 임현주와 김정현 아나운서가 각각 2단계 3단계에서 탈락하자, 손정은 아나운서는 “사랑하는 두 후배가 둘 다 S대거든요.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을 나온 이 두 명이 2단계, 3단계에서 떨어졌다는 건 정말…”이라고 말했습니다. 자막에는 <S대 출신의 브레인 아나운서들>이라고 표기됐습니다. 굳이 출신 대학을 언급하는 것도 부적절하며, 특정 대학 출신을 ‘브레인’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특정 학력을 우월적으로 묘사하는 계층차별 발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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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Every1<대한외국인>(6/26 37회) 갈무리 

 

7) 성역할 고정관념

예능에서 특정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드러낸 장면이나 성역할에 따른 차별적 표현도 발견되었습니다.

KBS <이웃집 찰스>(6/4 191회)에서 타지키스탄 출신 태권도 선수인 주인공 모흐루가 남자친구와 여행을 가기 전에 원피스를 입었습니다. 평소 운동복만 입다가 원피스를 입자 진행자들은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이때 자막은 <운동복만 입던 태권 소녀 모흐루에서 원피스 한 벌에 천생 여자로 변신>이라고 나왔습니다. 진행자 홍석천은 “운동복만 입던 사람이 원피스 같은 거 사실 본인이 되게 어색할 수 있는데 자주 입어야 되겠다. 되게 예뻐요.”라고 말했습니다. 얼핏보면 칭찬으로 볼 수도 있으나, 자막에서 등장한 ‘천생 여자’는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이 들어간 표현입니다. 원피스를 입으면 ‘여성’ 그렇지 않으면 ‘비여성’이라는 인식 자체가 특정한 성 역할을 부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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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이웃집찰스>(6/4 191회) 갈무리

 

남성에 대한 고정관념도 드러납니다. MBC every1 <대한외국인>(8/21 45회)에서는 한국인 팀 패널 김보성이 퀴즈를 풀기 위해 1단계에 위치한 대한외국인 팀 라라 옆에 앉았는데, 한국인 팀 패널 박명수가 김보성에 대해 “라라 씨, 저렇게 남자다운 모습 어때요?”라고 라라에게 물어봤습니다. 또, MBC every1 <어서와~한국은 처음이지?>(6/20 92회)에서 네덜란드 출신의 주인공들이 한국의 홍대 거리를 구경하면서 오락실을 방문했는데, 오락실에 들어가자 자막에선 <남자라면 지나칠 수 없다!>라고 나왔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남자다움’이란 무엇일까요? 김보성 씨처럼 거칠거나, 오락을 좋아하면 ‘남자’라는 인식도 특정한 성별 역할을 심어주는 발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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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every1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6/20 92회) 갈무리

 

 ‘여자같은’ ‘남자같은’이라는 표현은 특정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시킵니다. 사람의 행동을 특정 성별과 연관 짓기 보다는 그 사람 자체로 바라봐줄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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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엄재희 활동가 (02-391-0181)

                 정리 문미향·이다희·이슬기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