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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정경심 총장 직인 파일 보도 논란’으로 본 언론계의 과제
등록 2020.05.1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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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가 지난 5월 7일, <‘총장 직인 파일’ 논란…당시 상황은?>(5/7 김정인 기자)이라는 보도를 냈습니다. 이 보도는 2019년 9월 SBS가 냈던 단독 보도 <단독/청문회 중 전격 기소…연구실 PC에 ‘총장 직인 파일’>(2019/9/7 이현정 기자)이 오보라는 논란에 대한 SBS 측의 입장입니다. SBS는 오보임을 인정하지 않았고 취재 경위와 표현상의 실수 정도만 설명했습니다. 이에 민주언론시민연합은 ‘SBS 총장 직인파일 오보 논란’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다시 짚어봤습니다.

 

 

1. 지난해 조국 국면에서 SBS의 단독 보도

 

‘정경심 연구실 PC 직인 파일’ 단독보도 어떤 내용이었나?

지난해 검찰의 정경심 교수 첫 기소 당시 나온 SBS 단독 보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SBS <단독/청문회 중 전격 기소…연구실 PC에 ‘총장 직인 파일’>(2019/9/7 이현정 기자)의 핵심은 정 교수가 연구실에서 사용한 업무용 PC에서 동양대 총장의 직인이 파일 형태로 저장돼 있는 것을 검찰이 발견했다는 겁니다.

 

김범주 앵커는 “어젯(9월 6일)밤에 청문회가 끝나갈 무렵에 검찰이 후보자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기소를 했습니다”, “정경심 교수를 직접 불러서 조사하는 것을 생략하고 바로 기소를 한 건데 뭔가 밖에서는 모르는 증거를 더 갖고 있지 않겠냐는 전망이 있었습니다”라고 상황을 설명한 뒤 “정경심 교수가 사무실에서 가지고 나왔다가 나중에 검찰에 제출을 한 컴퓨터가 있었습니다. 이 안에서 총장 도장, 직인을 컴퓨터 사진 파일로 만들어서 갖고 있던 게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라고 정리했습니다. 검찰이 소환 조사도 없이 기소했다면 ‘부실한 기소 아닐까?’, ‘확실한 증거가 있는 걸까?’라는 의문점을 모두 가질 수 있는데 SBS는 후자를 택해 검찰발 단독보도로 나아간 겁니다.

 

이현정 기자는 리포트에서 “검찰은 지난 3일 조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동양대 연구실을 압수수색했”는데, “정 교수는 압수수색 전에 연구실에서 가져갔던 업무용 PC를 검찰에 임의 제출”했고 “검찰이 이 PC를 분석하다가 동양대 총장의 직인이 파일 형태로 PC에 저장돼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라 전했습니다. 즉, 정 교수가 연구실에서 쓰던 업무용 PC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나왔다는 겁니다. SBS는 “검찰은 총장의 직인 파일이 정 교수의 연구용 PC에 담겨 있는 이유가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라고도 덧붙였습니다.

 

SBS는 “SBS 취재 결과” 이런 내용이 “확인”됐다며 검찰발 정보라 밝히지는 않았으나, 총 9개 문장으로 구성된 리포트 중 무려 7개 문장의 주어가 ‘검찰’입니다. 검찰발 정보이거나 검찰이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을 상당 부분 반영한 기사임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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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정 교수 연구실 PC에서 총장 직인 파일을 발견했다는 SBS의 단독 보도(2019/9/7)

 

 

‘정경심 연구실 PC 직인 파일 보도’의 의미는?

SBS의 해당 보도 바로 전날인 9월 6일, 검찰은 정경심 교수에 대한 소환 조사도 없이 정 교수를 기소했습니다. 이날은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청문회가 시작된 날입니다. 또한 검찰이 적용한 사문서위조 혐의의 공소시효가 종료되는 날이어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막기 위한 검찰의 무리한 기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나온 SBS의 ‘정경심 연구실 PC 동양대 총장 직인 파일’ 단독 보도는 정경심 교수의 표창장 위조 혐의에 대해 강력한 증거를 제시한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보도의 영향력은 상당했고 상황은 역전되었습니다. SBS 보도가 있었던 작년 9월 7일 저녁부터 10일까지 나흘간 6개 종합일간지(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한국일보)와 5개 경제지(머니투데이‧매일경제‧서울경제‧아시아경제‧한국경제), 8개 방송사(KBS‧MBC‧SBS‧JTBC‧TV조선‧채널A‧MBN‧YTN), 3개 통신사(연합뉴스‧뉴시스‧뉴스1)에서 ‘정경심 총장 직인 파일’ 키워드를 포함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동아일보를 제외한 21개 매체에서 82건의 기사를 보도했는데, 대부분은(57건) 9월 8일 나왔습니다. 7일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 SNS에 정 교수가 자신의 입장을 올린 것도 기사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SBS의 총장 직인 파일 보도를 사실로 보는 듯한 기사들이 많았습니다. 중앙일보는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는 걸 사실로 전제해 조국 후보자를 임명하지 말라는 사설도 냈습니다. <사설/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카드 접는 게 순리다>(2019/9/9)에서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된 조 후보자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개인 컴퓨터에 동양대 총장의 직인이 그림 파일 형태로 보관된 사실이 어제 보도되며 여론은 여전히 냉랭한 상황이다. 만일 조 후보자 임명 이후 정 교수를 둘러싼 혐의들이 검찰 수사에서 구체화되고 또 다른 의혹들이 꼬리를 물 경우 국정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꼬일 수밖에 없다. (중략) 향후 검찰 수사는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사법적 변수가 됐는데도 임명 강행을 고수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뿐이다”라고 주장한 겁니다.

 

 

‘총장 직인 파일’ 이유로 기생충에 빗댄 언론

지금은 세세한 사실관계가 달라진 당시의 SBS발 ‘총장 직인 파일’ 보도들은 급기야 한 가정을 영화 ‘기생충’에 빗대는 수준까지 나아갔습니다. 2019년 법무부가 정 교수에 대한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한 9월 17일과 18일, 이틀간 22개 매체에서 ‘정경심 총장 직인’ 단어를 포함한 공소장 관련 기사가 107건 나왔습니다. SBS 보도의 파급이 상당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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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차 기소 공소장 내용 전하며 영화 ‘기생충’에 빗댄 채널A(2019/9/18)

 

그중에 영화 ‘기생충’을 빌려온 사례들이 있습니다. 조선일보 <단독/“조국 가족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수법, 영화 기생충과 닮았다”>(2019/9/17 최재훈 권오은 기자), 동아일보 <단독/“영화 ‘기생충’처럼 표창장 위조했다”>(2019/9/17 김동혁 기자), 중앙일보 <‘기생충’같은 위조 정황···정경심, 아들 표창장 잘라 만들었다>(2019/9/18 김기정 기자), 머니투데이 <조국 부인 표창장 위조 정황…영화 ‘기생충’ 소환 왜?>(2019/9/18 구단비 인턴기자), 한국경제 <현실판 ‘기생충’…정경심 “사실 아닌 추측 보도, 인권침해” [전문]>(2019/9/18 김예랑 기자), 채널A <‘기생충’처럼 표창장 위조>(2019/9/18 최주현 기자), MBN <영화 기생충처럼 위조…딸도 기소하나>(2019/9/18 박자은 기자), 아시아경제 <바른미래당, 조국 부인 ‘딸 표창장’ 위조 정황 포착에…“기생충 가족 실사판”>(2019/9/18 임춘한 기자) 등 상당히 많습니다.

 

가장 먼저 ‘기생충’ 표현이 나온 기사는 조선일보의 <단독/“조국 가족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수법, 영화 기생충과 닮았다”>(2019/9/17 최재훈 권오은 기자)입니다. 조선일보는 딸과 아들이 동양대에서 각각 받은 표창장과 수료증에 대해 검찰이 “총장 직인이 찍힌 위치나 기울어진 각도가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으로 봤다면서 동양대 관계자의 입을 빌려 ‘기생충’을 등장시켰습니다. 조선일보 기사에 등장하는 동양대 관계자는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장면처럼 대학 로고와 직인, 글씨체 등을 일일이 짜깁기해 만든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보도들은 SBS가 9월 7일에 보도한 ‘연구실 PC 총장 직인 파일’을 전제로 작성됐으나 재판이 진행 중인 현시점에서 이는 모두 9월 10일 발견된 ‘휴게실 PC’의 증거, 그리고 12월 18일 이뤄진 두 번째 검찰 기소에 이르러서야 가능한 비유들이었습니다. SBS가 이런 보도들을 양산한 것도 아니고 재판 결과를 두고 봐야 하지만, 무려 8개월 전부터 이미 ‘총장 직인 파일로 사문서위조’를 확신하며 일가족을 ‘범죄자’로 묘사하는 보도 기조가 뚜렷했다는 점에서 SBS의 책임이 없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2. SBS 보도 7개월 후, ‘사실 아니었다’는 검찰과 SBS의 해명

   

검찰이 ‘검찰발 단독보도’에 ‘사실 아니었다’

SBS ‘직인 파일 보도’가 나온 후 7개월이 지난 4월 8일, 정 교수의 9차 공판에서 검찰 측은 SBS의 지난해 보도가 정확한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날 공판에는 총장 직인과 관련해 정 교수와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진 동양대 교원인사팀장 박 모 씨가 나왔는데요. 검찰 측은 그를 신문하면서 “언론에서 갑자기 정경심 측이 압수수색을 하기 전에 동양대에서 가져간 업무용 PC를 임의제출했는데 거기에 동양대 총장 직인파일 발견됐다는 기사 본 적 있습니까?”, “사실은 이 보도내용과는 다르게 이 PC에는 총장 직인이 발견된 건 아니었는데, 보도내용 진위는 알 수 없었지요?”라고 물었습니다. SBS가 보도한 PC에서 총장 직인이 발견된 게 아니라고 검찰이 말한 것이죠. 검찰 측의 이 발언으로 SBS 오보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습니다. 그럼에도 SBS는 한 달이 다 지나가도록 오보 논란에 대한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검찰의 ‘사실과 다르다’ 입장 나온 뒤 한달이 지나 나온 SBS 해명보도

5월 7일, SBS는 ‘오보 논란’에 일정한 답을 제시하는 형식의 <‘총장 직인 파일’ 논란…당시 상황은?>(5/7 김정인 기자)을 보도했습니다. SBS는 “결정적인 근거는 기소 하루 전인 9월 5일 검찰이 확보한 정 교수의 동양대 연구실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발견”, “여기서 정 교수 아들이 받은 동양대 총장 명의 상장 파일이 나온 것”, “지난해 9월 7일 SBS 취재진은 검찰이 기소한 근거는 정 교수 연구실 컴퓨터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취재” 등 지난해 자사 보도 상황 및 경위를 전했습니다. ‘정 교수 연구실 컴퓨터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나왔다’던 지난해 보도와 달리 ‘아들이 받은 총장 명의 상장 파일’이 나왔다고 표현을 바꾼 점이 눈에 띕니다. SBS는 “당시로서는 ‘총장 직인을 찍는 데에 이용된 것으로 검찰이 판단한 파일’ 또는 ‘총장 직인 관련 파일’이 발견됐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 인정했습니다. 이 사태를 단순한 ‘표현상의 오류’로 정리할 수 있을까요?

 

SBS는 지난해 단독보도에서 “검찰이 이 PC를 분석하다가 동양대 총장의 직인이 파일 형태로 PC에 저장돼 있는 것을 발견”, “검찰은 총장의 직인 파일이 정 교수의 연구용 PC에 담겨 있는 이유가 석연치 않다고 보고” 등 ‘총장 직인 파일’이라는 용어를 4번이나 썼습니다. 앵커는 “총장 도장, 직인을 컴퓨터 사진 파일로 만들어서 갖고 있던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풀어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8개월이나 지나 ‘사실은 같은 직인이 찍힌 것으로 보이는 아들 상장 파일이었다’고 ‘말실수’로 치부하기에는 작년 보도가 확신에 찬 단정적인 태도로 쓰였던 겁니다.

 

이 쟁점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는 논란과도 얽혀있습니다. SBS가 지난해 보도한 그 ‘총장 직인 파일’은 검찰이 SBS 보도 이후에 입수한 다른 PC에서 나왔고 바로 그 증거를 토대로 검찰이 12월 18일 두 번째 기소를 했기 때문입니다.

 

 

2019년 보도했던 ‘총장 직인 파일’은 ‘상장’, ‘연구실 PC’ 아닌 ‘휴게실 PC’

SBS도 5월 7일 보도에서 전했듯이 지난해 9월 7일 ‘직인 파일’ 단독 보도 이후인 9월 10일, 검찰은 ‘휴게실 PC’를 추가로 확보했고 “여기서 검찰은 정 교수 아들 상장 파일과 아들의 상장 파일에서 총장 직인 부분만 잘라내 별도로 저장한 파일, 즉 ‘총장 직인 파일’도 발견”했습니다. 즉, ‘정 교수 아들 상장 파일’과 ‘총장 직인 파일’ 모두 SBS가 지난해 보도했던 ‘9월 5일 확보한 정경심 연구실 PC’가 아니라 ‘9월 10일 확보한 휴게실에서 정경심이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PC’에서 발견된 겁니다.

 

이 증거에 맞춰 검찰은 “2012년 9월 7일 동양대학교에서 학교 총장의 직인을 임의로 날인했다”는 취지의 9월 6일 첫 기소 공소장을 “딸과 공모해 2013년 6월경 주거지에서 아들 상장을 스캔한 후 이미지 프로그램을 이용해 총장 직인 부분만을 캡처 프로그램으로 오려내는 방법으로 ‘총장님 직인’ 제목의 파일을 만들었다”, “이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낸 총장 직인 캡처 이미지를 상장 서식에 붙여 넣고 출력하는 방법으로 총장 직인을 임의로 날인했다”는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변경하려 했습니다. 범행 시점과 방식, 장소, 공범 등 주요 요소가 너무 달라 법원도 별개 사건이나 다름없다며 공소장 변경을 불허할 정도였죠. 의문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불거집니다. 검찰의 두 번째 기소에서 구체화된 범행 방식을 성립시키는 데 필수불가결한 ‘총장 직인 사진 파일’의 존재, 검찰도 9월 10일 발견했다는 그 증거의 존재를, SBS가 9월 7일에 단독으로, 검찰발로 먼저 보도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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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정 교수 연구실 PC에서 발견한 것은 ‘아들의 상장’이었다고 보도한 SBS(5/7)

 

2019년 9월 7일 보도

VS

2020년 5월 7일 보도

9월 5일 검찰이 정 교수 연구실 업무용 PC에서 ‘총장 직인 파일’을 발견했다.

9월 5일 검찰이 정 교수 연구실 업무용 PC에서 ‘아들의 동양대 총장 명의 상장’을 발견했다.

검찰은 취재를 요청하는 타 언론사들에게 SBS 보도가 정확하지 않다는 취지로 답했다.

검찰은 ‘총장 직인 파일’이 업무용 PC에 담겨 있는 이유를 석연치 않게 보고 있다.

9월 10일 검찰이 동양대 휴게실 PC에서 아들 상장 파일과 총장 직인 파일을 발견했다.

△ SBS의 ‘정경심 교수 연구실 PC 총장 직인 파일’ 관련 2019년 9월 보도 및 2020년 5월 보도 핵심 내용 대조 ⓒ민주언론시민연합


SBS는 5월 7일 보도에서 ‘9월 5일 확보한 정경심 연구실 PC’에서도 ‘아들 상장 파일’은 나왔고 검찰이 9월 6일 첫 기소 당시 “정 교수 아들 상장 파일에 포함된 총장 직인과 조민 씨가 부산대 의전원에 제출한 표창장 사본 총장 직인이 동일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아들 상장 파일에 있는 총장 직인과 딸 표창장 사본의 직인이 동일하다’는 정황은 SBS가 애초 단독 보도에서 수차례 강조하며 확인한 “직인 사진 파일”의 존재라는 정황과 사뭇 다르며, 그 ‘직인 사진 파일의 존재’는 검찰이 9월 10일 발견해 12월 18일 새로 기소한 공소사실에 부합합니다. 단순히 상장과 표창장의 두 직인이 유사하다는 판단만 있었다면 ‘사문서위조’의 방식을 특정하기 어려우나, ‘직인 사진 파일’이 존재한다면 딸 표창장에 그 ‘직인 사진 파일’만 갖다 붙이는 식으로 위조 방식을 더 구체화할 수 있기 때문이죠.

 

바로 그 ‘구체화된 위조 방식’이 검찰의 공소사실에 드러난 시점은 SBS가 ‘총장 직인 파일 단독 보도’를 한 이후, 즉 검찰의 두 번째 기소입니다. SBS는 그 ‘직인 사진 파일’의 존재를 먼저 보도하면서 부실 논란을 겪고 있던 검찰의 첫 번째 기소에 강력한 근거를 마련해준 겁니다. SBS의 지난해 단독 보도의 ‘총장 직인 파일’ 언급을 단순 말실수로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검찰이 나중에 발견할 직인 사진 파일을 SBS가 예견하기라도 했다는 것인가’라는 세간의 의문도 여기서 시작됩니다.

 

 

오보 논란 해명 제대로 안 된 5월 SBS 보도 아쉬워

이렇듯 여러 의문점, 심지어 검찰 기소의 문제점과도 얽힌 언론 보도 논란이었기 때문에, 취재 경위 설명과 더불어 ‘표현상의 오류’만 바로잡은 SBS의 5월 7일 기사는 아쉽습니다. 더구나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제출받은 연구실 PC의 증거 목록을 법정과 정 교수 측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 휴게실 PC의 경우 애초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대상도 아니고 동양대학교 측으로부터 임의 제출 받았기 때문에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 다른 쟁점들도 불거진 바 있습니다. 이는 모두 첫 기소에서 검찰 측에 강력한 정당성을 부여한 SBS 보도와 연결된 논란들로서 SBS가 자사의 오보 논란을 해소하고자 할 때 되도록 함께 해명해야 합니다. 5월 7일 자 보도에서 SBS는 이러한 쟁점들을 모두 지나쳤고 의문점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SBS 보도 논란의 핵심이 ‘오보 여부’보다는 ‘언론과 검찰의 관계’라는 더 근본적 차원에 있다는 겁니다. 언론이 검찰발 정보는 의심하지 않고 오히려 ‘의존한다’는 문제의식입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SBS의 지난해 단독 보도는 대부분의 문장이 검찰을 주어로 하는 구성이었으며 검찰에서 알려주지 않는 이상 알기 어려운 수사 내막을 담고 있습니다. 그 보도를 설명해준 5월 7일 보도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자사를 ‘오보 논란’에 빠뜨린 ‘부실 기소 논란’, ‘휴게실 PC 증거능력 논란’에 SBS는 질문을 던지는 대신 모호하게 처리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5월 7일 보도를 보면 완전히 다른 사건에 가까웠던 검찰의 두 번째 기소를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 다시 기소했”다고만 전했고, 9월 10일 ‘연구실 PC’ 임의제출 과정 역시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만 처리한 겁니다.

 

 

3. ‘검찰 의존성’은 현재진행형

 

검찰을 비판적으로 보는 기사는 왜 부족할까

검찰의 두 번째 기소에서 드러난 첫 번째 기소의 부실함이나, SBS 보도의 의문점을 되짚고 확인하는 기사, 즉 검찰을 비판적으로 보는 기사는 우리 언론계 전반에서 부족합니다. 경향신문이 <팩트체크/정경심 PC에서는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을까?>(5/1)라는 기사로 팩트체크를 시도했으나 “결론부터 말하면, 정 교수 PC에서는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고 단언한 부분, SBS처럼 법원이 불허한 ‘공소장 변경’을 단지 “구체적으로 바뀌었다”고만 처리한 부분은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극히 일부 언론에서 검찰에 비판적인 보도를 내고 있기는 합니다. 아주경제 <검찰의 실수?…증인신문 도중 “‘정경심 PC’에는 총장 직인파일 없었다” 실토>(4/12 김태현 기자)는 “정경심 교수 연구실 PC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된 보도가 있었죠. 근데 이 PC에서 발견된 사실이 없었거든요. 증인은 이 진위여부는 알 수 없었죠?”라는 검찰 측 발언을 전하며 “7개월 만에 법정에서 검찰과 증인의 입을 통해 ‘오보’임이 확인된 셈”이라고 썼습니다. 이어 아주경제의 <자꾸 바뀌는 증인들의 말…검찰에게도 녹록지 않은 ‘법원의 시간’>(4/14 김태현 기자)에서 또다시 SBS 보도가 오보로 밝혀진 데에 대한 상황이 언급됐고 이어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4/22), YTN <뉴스가 있는 저녁>(4/22)에서도 SBS의 오보가 다뤄졌습니다.

 

 

‘검찰 기자단’ 의심 지울 수 있는 건 검찰 기자단뿐

앞서 살펴본 것처럼 ‘조국 사태’에서 나타난 우리 언론의 한계, 특히 검찰발 정보는 무차별적으로 받아쓰면서 검찰을 견제하는 시각이 부족한 ‘검찰 의존성’은 현재진행형입니다. KBS의 ‘김경록PB 인터뷰 취사선택 논란’, SBS의 이번 ‘총장 직인 파일 오보 논란’은 모두 조국 전 장관 가족의 유죄 여부와 별개로 검찰과 언론이 긴장 관계를 잃어버린 것 아니냐는 질문 앞에 우리 언론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공판 중심 보도, 출입처 제도의 대대적 혁신, 검찰의 공보 관행 개선 등 여러 대안이 제시되거나 일부 실행되고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언론인들이 검찰도 비판과 감시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한 근본적 해결은 요원합니다. 언론이 ‘조국 사태’로 두드러진 대중의 불신을 일소하고자 한다면 제기되는 비판을 ‘친조국’과 같은 정파적 잣대로 외면할 것이 아니라, 사소한 부분이라도 자사 보도의 부족함을 드러내고 검찰 등 권력기관과 기자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9월 7~10일, 2019년 9월 17~18일, 2020년 4월 8일~5월 7일 / 종합일간지(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한국일보), 경제지(머니투데이‧매일경제‧서울경제‧아시아경제‧한국경제), 방송사(KBS‧MBC‧SBS‧JTBC‧TV조선‧채널A‧MBN‧YTN), 통신사(연합뉴스‧뉴시스‧뉴스1)에서 나온 온라인판 보도 중 ‘정경심 총장 직인 파일’‧‘정경심 총장 직인’을 포함한 보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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