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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검언유착 의혹’ 진상조사보고서 핵심문제 3가지
등록 2020.05.2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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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는 5월 25일 홈페이지를 통해 ‘신라젠 사건 정관계 로비 의혹 취재 과정에 대한 진상조사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MBC <단독/“가족 지키려면 유시민 비위 내놔라”…공포의 취재>(3/31)를 통해 자사 기자의 협박취재, 검언유착 의혹이 불거지자 4월 1일 채널A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린 지 56일만에 나온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채널A의 진상조사보고서는 실체적 진실이 담기지 않았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채널A의 보고서를 검토한 뒤 핵심문제 3가지를 정리했습니다.

 

1. ‘조사대상’이 진상조사위원장이라니

이번 사안의 핵심쟁점은 채널A 회사 차원의 관여나 조직적 개입 여부였습니다. 이 내용이 확인되기 위해서는 취재기자를 비롯해 주요 간부까지 내부 관계자를 두루 조사해야 합니다.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원과 조사 대상자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서는 당연히 외부 인사가 참여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채널A는 조사위원회를 모두 내부 인사로 구성했습니다. 애초부터 객관적인 조사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였던 것입니다.

 

김차수 대표는 ‘진상조사위원장’이면서 ‘진상조사 대상’

간단한 사례만 살펴봐도 문제가 드러납니다. 채널A는 진상조사 보고서 1쪽의 ‘조사위원회 구성 및 목적’에서 위원장으로 김차수 대표이사 전무를 임명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진상조사를 총괄하는 김차수 위원장의 이름은 바로 다음 장인 2쪽에서는 ‘조사대상’으로 등장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김차수 대표이사 전무, 김재호 대표이사 사장에 대한 조사는 애초 채널A의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에 대한 조사는 언론인 출신 대학교수, 전직 법조인 등으로 구성된 ‘취재진실성‧투명성위원회’ 권고로 진행됐습니다. 조사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외부 인사로 이뤄진 ‘취재진실성‧투명성위원회’가 대표단 조사의 필요성을 언급하자 그제서야 조사에 나선 것입니다. 대표단에 대한 조사계획이 없었다는 것부터 채널A가 진상조사 범위를 한정지은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말 두 번 했으니 대표단 진술 검증은 끝?

진상조사를 총괄하는 위원장이 조사대상이 되는 상황부터 우스꽝스럽지만 조사내용도 문제였습니다. 5월 12일 ‘취재진실성‧투명성위원회’가 대표단에 대한 조사를 권고하자 채널A는 5월 14일 각자의 집무실에서 두 대표이사를 조사했습니다. 두 대표이사는 ‘이동재 기자와 개인적 연락은 하지 않았고, 사건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채널A는 사측의 개입을 검증하기 위해 대표단 진술을 철저히 검증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채널A는 두 대표가 4월 8일 방송통신위원회 의견청취에서 했던 발언과 진상조사위원회에 했던 진술을 비교하는 수준에서 검증을 마쳤습니다. 보고서에서 채널A가 표기한 정확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김(차수) 전무는 4월 8일(수) 방송통신위원회 의견청취에 출석해 “3월 23일(월) 취재과정에서 취재윤리를 위반한 기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김(정훈) 본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고 발언했다. 김(재호) 사장은 의견청취에서 “3월 31일(화) 김(정훈) 본부장으로부터 MBC에서 당일 채널A 관련 보도가 나간다는 사실을 보도 받았다”고 발언했다. 이는 진술조사 결과와 일치했다.

 

결국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했던 말과 진상조사위원회에서 한 진술이 같다’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대표단에 대한 조사는 애초 계획에도 없었고, 외부 권고로 시작된 조사에서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것입니다. 진상조사위원장이 조사대상이 되고, 내부 구성원이 모든 조사를 진행한 채널A의 진상조사 결과가 신뢰를 얻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2. 채널A는 그 많던 증거를 하나도 찾지 못했나

채널A 협박취재와 검언유착 의혹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윗선 개입이 있었는지 △녹취록에 등장하는 검사장이 누구이며 어떤 발언을 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진상조사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조사위원회는 이를 밝혀 줄 모든 물적 증거가 사라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채널A 이동재 기자의 보고 라인은 배혜림 사회부 차장 → 홍성규 사회부장 → 정용관 부본부장 → 김정훈 보도본부장 → 김차수 전무·김재호 대표 순입니다. 보고서 내용을 봤을 때 내부 보고는 대부분 전화나 카카오톡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배혜림 차장과 홍성규 부장은 조사 직전에 4월 1일 이전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삭제했고, 이동재 기자 역시 휴대폰을 초기화했습니다. 조사위원회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포렌식에 실패했다’고 했습니다.

 

조사위원회는 이를 바탕으로 “관련자들의 진술과 카카오톡 대화 내용, 이메일, 통화 및 문자메시지 발신기록 등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이 기자에게 신라젠 취재에 착수하라고 상급자가 지시한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그 근거는 사실상 관련자의 진술뿐이었습니다. 조사위원회가 대부분의 관련자료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보고서에서 채택한 일부 증거는 자체조사로 확보한 자료가 아니라 MBC나 KBS에서 이미 보도된 내용으로 대체되기도 했습니다.

 

‘포렌식’ 왜 안 됐다는 건가

조사위원회는 ‘검사장’의 육성이 포함돼 있는 녹취록 관련 자료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조사위원회는 이동재 기자가 제출한 휴대폰 2대는 초기화되었고 노트북은 포맷되어, 외부 포렌식 업체에 데이터 복구를 맡겼지만 전체 데이터 복구에는 실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3월 22일 제보자 지모 씨와의 만남에서 지 씨에게 들려준 ‘신원불상의 검사장’이 등장하는 녹취록이 소실됐고, MBC 보도에는 등장한 문자메시지와 주고받은 편지 등 많은 자료가 소실됐다는 것입니다.

 

노트북과 핸드폰의 자료가 삭제된 경위는 보고서 41~46쪽에 걸쳐 나옵니다. 이동재 기자는 핸드폰 초기화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검사장(※A라고 표시됨) 목소리를 들어보자고 한 사람이 일주일 동안 없었다”, “MBC보도 이후 내가 인격적 쓰레기가 됐고, 그래서 핸드폰을 다 지워버려야겠다고 해서 그런(삭제한) 것”이라고 진술했습니다. 노트북 포맷에 대해서는 이동재 기자의 진술과 전산팀 관계자의 진술이 미묘하게 엇갈리지만, ‘컴퓨터가 느려졌다’는 이유로 전산팀에 맡겨 포맷한 것으로 보입니다.

 

포렌식을 막는 대표적인 방법은 저장장치에 강력한 자기장을 거는 등의 방식으로 물리적으로 파괴하거나, 여러 번에 걸쳐 용량이 큰 파일로 저장장치 용량 전체를 덮어씌우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조사위원회가 스스로 밝혔듯 포렌식을 맡긴 휴대폰과 노트북 중 일부 데이터는 복원했고 일부 데이터는 복원하지 못했다고 하니 위와 같은 방법으로 증거를 인멸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왜 데이터 복구에 실패했다는 것인지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보고서는 납득할 만한 설명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채널A의 진상규명 의지가 약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3. 녹취록 주인공을 진상조사위원회만 모르는 것인가

보고서에서 주목할 마지막 대목은 이동재 기자와 백승우 기자가 나눈 통화내용 녹취록입니다. 이번 보고서에는 두 사람의 녹취록에 대한 당사자 증언 등 자세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A 검사장’으로 불리는 인물의 녹취록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따져볼 수 있는 중요한 내용입니다.

 

백승우 기자의 결정적 진술 “이 기자가 A검사장을 ㅁㅁㅁ라고 부른다”

조사위원회는 통화내용 녹취록과 관련된 설명에서 이 기자와 백 기자의 진술을 보고서 28쪽에 아주 상세하게 실었습니다. 이 중 주목할 대목은 백 기자의 진술이었습니다. 조사위원회는 “이 기자가 A를 ㅁㅁㅁ라고 부른다”, “법조팀원 모두가 ㅁㅁㅁ라고 하면 A 지칭으로 알고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적었습니다. 이 기자를 포함한 채널A 법조팀이 A검사장을 지칭하는 은어를 진술한 것입니다.

 

녹취록에서 이 기자는 “내가 기사 안 쓰면 그만인데 위험하게는 못하겠다고 했더니 갑자기 ㅁㅁㅁ가 ‘아 만나봐 그래도’ 하는 거야”, “자기가 손을 써줄 수 있다는 식으로 엄청 얘기를 해”라며 ㅁㅁㅁ와의 통화에서 얻은 정보를 백 기자에게 전달했습니다. 이어 “‘내가 수사팀에다가 얘기해줄 수도 있다’고 하면서 ‘어디까지 나왔어’ 이러고 그래서 내가 ‘아무것도 못 받았어요’ 그랬더니 ‘일단 그래도 만나보고 나를 팔아’ 막 이러는 거야”, “‘윤(석렬 검찰총장)의 최측근이 했다’ 뭐 이 정도는 내가 팔아도 되지 ㅁㅁㅁ가 그렇게 얘기했으니깐” 등의 이야기로 ㅁㅁㅁ가 취재를 지속할 것을 지시했고, 이 기자와 ㅁㅁㅁ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녹취록 마지막 대목에서는 “ㅁㅁㅁ가, 내가 카카오로 해가지고, 녹음이 안됐거든”이라며 통화수단을 언급하는 대목도 등장했습니다.

 

백 기자가 진술한 ‘ㅁㅁㅁ=A검사장’이라는 정보를 이 기자와 백 기자의 녹취록에 적용할 경우 매우 중요한 정황증거가 드러납니다. A검사장과 이 기자가 취재관련 통화를 수차례 나눈 점, A검사장이 취재 지속을 지시한 점, A검사장과 이 기자가 취재결과를 공유하고 있던 점과 통화수단까지 밝혀지기 때문입니다.

 

채널A 손을 떠나야 실체적 진실규명 가능하다

백승우 기자의 결정적인 진술과 녹취록에도 채널A는 진상을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보고서 29쪽에서 “조사위원회는 5월 3일(일)과 6일(수) 추가 조사계획을 통보했지만, 이 기자는 검찰 수사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조사를 거부했다”며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자인한 것입니다.

 

또한 채널A 진상조사보고서는 진상조사위원회의 부실한 조사와 제대로 된 진상규명 의지가 없었다는 점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6쪽에서 “강제 조사권이 없어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하는 등 스스로도 조사의 부실함을 인정했습니다. 채널A는 조사위원회 한계와 함께 “검찰 수사 등으로 인해 새로운 사실이나 증거가 발견돼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추가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보고서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이 나서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확인하였습니다. 동시에 ‘A검사장’ 관련한 구체적 내용이 수차례 등장하는 만큼 당사자인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는 것의 적절성 문제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채널A의 진상조사보고서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발족 후 공수처가 객관적 입장에서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권을 발휘해야 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대표적 사례가 된 것입니다.

 

조선일보 “검언유착 증거 없다” VS 한겨레 “발뺌 보고서”

5월 23일부터 26일까지 주요 종합일간지 6개사 지면 기준으로 8건의 관련 기사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보도의 초점은 달랐습니다. 채널A가 5월 22일 저녁뉴스에서 방송통신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했다면서 사과방송을 한 다음날인 23일 기사를 낸 곳은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입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채널A의 사과내용과 재발방지 대책을 소개했습니다. 반면, 한겨레는 익명의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를 인용해 “기자 개인 일탈에 무게가 실린 매우 미흡한 보고서”라는 비판을 전했습니다.

 

보고서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다음 날인 5월 26일에는 조선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가 기사를 냈습니다. 조선일보는 ‘검언유착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대목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조선일보는 보고서 내용 중 이동재 기자의 진술이 계속 바뀐 점을 집중 보도하면서 ‘검찰 고위관계자와 공모한 사실이 없고, 지 씨에게 들려 준 음성파일도 검찰 고위관계자가 아니’라는 이동재 기자 변호인의 입장도 전했습니다. 그러나 한겨레는 채널A 보고서를 ‘발뺌 보고서’라고 규정하며 비판했습니다. 한국일보는 기사와 사설에서 진상규명 여부는 검찰에 달렸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당사자 해명만 들을 거라면 거창하게 진상조사위를 꾸릴 이유도 없었다”며 “서울중앙지검은 검언 유착 의혹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_채널A 취재 부적절했지만 검언유착 증거없어_2020-05-26.jpg

△ '증거 없다'는 채널A 주장에 주목한 조선일보(5/26, 좌), 미흡한 보고서 내용에 주목한 한겨레(5/23, 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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