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한글날 특집 우리말 사용실태①

[종편 뭐하니?] 언택트, 가케무샤, 손절…콩글리시·신조어 남발하는 종편 시사대담
등록 2020.10.06 10:32
조회 192

종편의 문제발언 중 핵심을 뽑아 알려드리는 ‘종편 뭐하니?’입니다. 국어기본법 제20조는 “정부가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범국민적 한글 사랑 의식을 높이기 위하여 매년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어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8~9월 두 달간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나타난 올바르지 않은 우리말 사용의 문제점을 짚어보려 해요. 첫 번째 순서로 외국어나 외래어, 신조어를 남발하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언택트’가 아니고 ‘비대면’입니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9월 21일)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추석 지내기 방법을 소개하며 ‘언택트’라는 단어를 사용했어요. 진행자 김진 씨가 “(코로나19 사태에서) ‘추석이 고비다’라는 말씀을 저희 <돌직구쇼>에서도 계속해서 전해드리고 있는데 언택트 추석 요령이 또 화제라고 합니다”라고 말하자, 출연자 김수경 박사가 “지금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가족끼리) 만나지 말고 추석을 쇠는 것으로 ‘언택트 추석’이라는 것”으로 설명한 거예요.

 

그러나 ‘언택트’는 영어를 한국식으로 잘못 발음하거나 비문법적으로 사용하는 ‘콩글리시’예요. 중앙일보도 <우리말 바루기/‘언택트’ ‘온택트’는 콩글리시>(8월 31일)에서 “언택트(untact)는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적 의미를 더하는 ‘언(un-)’이 붙은 말”로 “영어로 ‘컨택트리스(contacless)’나 ‘논 콘택트(non contact)’ 등에 해당하는 의미”라고 설명했죠.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2019년 10월부터 새말모임을 통해 어려운 용어를 쓰기 쉬운 우리말로 다듬어 발표하고 있어요. 새말모임은 새로 등장한 외국어 표현이 널리 퍼지기 전에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 대체어를 제공하기 위해 국어뿐 아니라 외국어, 교육, 홍보‧출판, 정보통신, 언론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입니다. 4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서는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지 않고 이루어지는 서비스를 가리키는 ‘언택트 서비스’ 대체어로 ‘비대면 서비스’를 쓸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죠.

 

어려운 용어 때문에 국민이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쉬운 말로 다듬어 쓰는 것은 언론의 기본 책무예요.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015년 제정한 「방송언어 가이드라인」도 “외국어 중 우리말 대체어가 있는 표현은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어요. 그런데 수개월 전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대체어를 마련했는데도 <김진의 돌직구쇼>는 어려운 외국어를, 그것도 잘못된 표현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사용한 거예요.

 

☞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9월 21일) https://muz.so/acVQ

 

대체어 발표해도 잘못된 표현 쓰고…

9월 21일 질병관리청은 독감 백신 유통과정에서 일부가 상온에 노출돼 변형이 일어난 사실을 확인하고 22일부터 시작하는 국가 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했어요. TV조선 <이것이 정치다>(9월 22일)에서 출연자 이두아 변호사는 “(정부가) ‘더블 데믹이 안 되려면 독감은 정말 이거를 막기 위해서 백신을 꼭 맞아야 한다’ 그랬는데”라고 말했어요. 정부가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국가 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한 거예요.

 

그런데 이두아 씨가 말한 ‘더블 데믹’은 없는 용어이고, ‘더블 엔데믹(double endemic)’이라고 해야 맞아요. ‘더블 엔데믹’은 ‘거듭되거나 겹친다는 뜻의 ‘더블(double)’과 한정된 지역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감염병인 ‘엔데믹(endemic)’을 합친 것으로, 감염병이 확산되는 가운데 또 다른 감염병이 겹치는 것을 말해요. 이와 달리 쌍둥이처럼 닮은 질환이 동시에 유행하는 상황은 ‘트윈데믹(twindemic)’이라고 하는데요. 증상이 비슷한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상황은 ‘더블 엔데믹’이 아니라 ‘트윈데믹’이라고 하는 게 맞아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하루 전인 9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비슷한 두 개의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현상인 ‘트윈데믹’의 대체어로 ‘감염병 동시 유행’을 쓸 수 있다고 밝혔어요. 따라서 잘못된 외국어 표현인 ‘더블 데믹’이나 어려운 외국어 표현인 ‘트윈데믹’이 아니라 ‘감염병 동시 유행’이라고 하는 게 시청자 이해를 돕기 위해 가장 적절해요. 하지만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 발표에도 여전히 잘못된 외국어 표현을 사용해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해주지 못한 거예요. “방송은 외국어를 사용하는 경우 국어순화 차원에서 신중하여야 한다”는 방송심의규정 제52조도 어긴 거고요.

 

어려운 외국어 왜 자꾸 남발하죠?

채널A <뉴스TOP10>은 단번에 뜻을 알기 어려운 외국어를 사용하여 시청자 이해를 어렵게 했어요. 8월 17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유튜브방송에서 “(조국)사태 보면서 조폭(조직폭력배) 문화가 생각났습니다”라며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를 비판하자, 이튿날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은 BBS 불교방송 라디오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 전화 인터뷰에서 “얘기는 들었습니다만 ‘조폭’이라고 표현하는 그분들이 조폭 같아요”라고 안 대표를 비판했어요.

 

<뉴스TOP10>(8월 18일)에서 출연자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이런 형태로 하는 것이 과연 국민들이 볼 때 볼썽사나운 모습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라며 정치권의 자극적인 용어 사용을 비판했죠. 그런데 최진봉 씨는 비판을 이어가며 어려운 외국어를 사용하는 바람에 시청자 이해를 힘들게 했어요.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서로에게 에스컬레잇을 일으켜서 국민 전체가”라고 말한 거예요. 진행자 김종석 씨가 서둘러 “서로에게 증폭시킨다는 말입니까”라고 풀어줬어요. 최 씨는 “그렇죠. 증폭을 시켜서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혐오감이랄지 아니면 실망감을 가져오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했고요. 옥스퍼드 영한사전을 보면 ‘에스컬레이트(escalate)’는 ‘확대되다, 증가되다, 악화되다’라는 뜻이에요. 최 씨는 ‘정치권의 자극적 용어 사용이 국민 전체에게 확대돼 정치 혐오감과 실망감만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트’라는 어려운 단어를 사용한 거예요.

 

그런가 하면 8월 21일 출연한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조선중앙TV에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나왔는데) 만약에 저 화면에 나와 있는 김정은이가 저게 가케무샤나 가짜가 아닌 이상은 신변이상설을 지금 이야기하기엔 제가 보기엔 좀 섣부르다는 생각이 들고요”라고 말했어요. 8월 20일 국정원을 통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북한) 국정 전반에 있어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고 알려지며 김정은 국무위원장 건강이상설이 다시 불거졌는데, 이를 섣부르다고 비판하는 과정에서 ‘가케무샤’라는 일본어를 사용한 거예요. ‘가케무샤(影武者)’는 ‘그림자 무사’라는 뜻의 일본어로, ‘권력자 및 무장이 적을 기만하거나 아군을 장악하기 위해 자신과 닮은 생김새와 옷차림의 인물을 대역으로 세운 일, 또는 그 대역을 맡은 인물’을 말해요.

 

종편 시사대담은 현안을 쉽게 풀어내 시청자 이해를 도와야 해요. 이는 언론의 책무이기도 하고요. 최진봉 씨가 말한 ‘에스컬레이트’나 김근식 씨가 말한 ‘가케무샤’는 방송언어로 적절하지 않을뿐더러 시청자 이해도 어렵게 만든다는 것 알아두시길 바랍니다.

 

☞ 채널A <뉴스TOP10>(8월 18일) https://muz.so/acYz

☞ 채널A <뉴스TOP10>(8월 21일) https://muz.so/acY2

 

‘손절’이 왜 거기서 나옵니까?

TV조선 <이것이 정치다>(9월 16일)에 출연한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민주당이 이제는 윤미향 의원을 손절할 때’라고 주장했어요. 9월 14일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을 사기와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소 기소한 것을 두고 대담하던 중, 김근식 씨는 “(윤 의원이) 지금 검찰에 기소된 게, 물론 법원의 판결이 남아 있습니다만 검찰의 기소 단계라는 것은 범죄 혐의를 유력하게 입증해서 기소장을 쓰는 거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했어요. 그러더니 “이제는 윤미향 의원을 손절할 때”라며 “지금에 와서 윤미향 의원을 끌고 가잖아요. 민주당이 나중에는 불구덩이에 들어갈 수가 있고”라고 말했어요. 재판에 의해 확정된 사실도 아닌데 ‘범죄 혐의가 유력하게 입증됐다’고 발언한 것도 부적절하지만, ‘손절’, ‘불구덩이’ 같이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한 것도 문제예요. 특히 손절은 최근 많이 사용되는 신조어예요. ‘손절매’는 ‘앞으로 주식가격이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여, 가지고 있는 주식을 손해를 감수하고 사들인 가격 이하로 파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서 유래된 ‘손절’은 ‘덜어내다, 끊어내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어요.

 

무분별한 신조어 사용은 정확한 의미 전달을 어렵게 하는 부작용이 있어요. 이를 우려해 방송심의규정 제7조 16항도 “방송은 바른말을 사용하여 국민의 바른 언어생활에 이바지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요. 「방송언어 가이드라인」도 “시청자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규범적인 언어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진행자와 출연자 모두 정확하고 올바른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정보 전달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유행어나 통신언어 등의 사용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대담․토론의 진행자와 출연자도) 시청자가 가지는 기대감을 감안하여 시사․보도에 준하는 정제된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죠. 그런 점에서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올바른 우리말 사용에 앞장서야 해요. 유행이라는 바람을 타고 신조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할 게 아니라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8월 1일~9월 30일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 MBN <아침&매일경제>(평일)<뉴스와이드>(평일)

 

monitor_20201006_193.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