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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택배노동자 10명 죽고 나서야 ‘첫’ 보도했다
등록 2020.10.2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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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2일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지사에서 근무하던 택배노동자 김동휘 씨(36)가 집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습니다. 같은 날 경북 칠곡 쿠팡 물류센터에서 분류작업을 하던 노동자 장덕준 씨(27)도 사망했습니다.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노동자 사고만 올해 10번째입니다.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늘어나면서 택배 노동자의 과도한 업무량,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택배노동자 10명이 죽고 나서야 이들의 사망 소식을 처음 전한 신문이 있는가 하면, 근본대책에 무관심한 언론도 적지 않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의 택배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보도를 분석해 보도량과 보도내용을 확인했습니다. 8번째 사망사고까지는 노동자 사망 당일을 기준으로 일주일간의 보도를 분석했고, 9・10번째 사망사고는 사고가 알려진 10월 16일부터 19일까지 3일간의 보도를 분석했습니다.

 

10명 죽고 나서야 지면에 처음 보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택배업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산재 사망자는 18명으로, 올해 10월 기준 사망자는 지난 8년간 사망자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가 밝힌 택배노동자 사고재해율(4일 이상 요양이 필요한 상해기준)도 한국 노동자 평균의 50배에 이릅니다. 택배노동자 사망에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죽음 탓에 구조적 문제가 의심되는 상황이지만, 대다수 신문은 택배노동자 사망을 외면하거나 단순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8번째 사망사고까지 노동자 사망 당일을 기준으로 일주일간의 보도를 확인한 결과 1, 3, 5번째 사망 사고에 대해 언론은 한 차례도 보도하지 않았으며, 7번째 사망사고는 경향신문만 온라인으로 한 건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반복되는 택배노동자 사망사고를 외면했고, 10월 12일 칠곡 쿠팡 물류센터에서 10번째 택배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그제서야 처음으로 지면에 관련 보도를 냈습니다. 정의당 김종철 신임 대표를 인터뷰한 조선일보 온라인판 <“정의당, 민주당의 강력한 비판자 될 것”>(10월 12일 원선우 기자)에서 “대한통운 노동자가 과로로 삶을 마감했다”는 김 대표 발언을 전하기도 했지만, 사고에 관한 최소한의 정보도 담겨있지 않아 택배노동자 사망 보도로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택배노동자 사망사건과 시점

경향

동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

매일경제

한국경제

1월 13일

경기안산 우체국 소포위탁 택배노동자

0(0)

0(0)

0(0)

0(0)

0(0)

0(0)

0(0)

0(0)

3월 12일

경기안산 쿠팡 택배노동자 김 모 씨(46)

3(4)

0(1)

0(0)

0(2)

1(3)

0(1)

0(2)

0(3)

4월 10일

경기파주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0(0)

0(0)

0(0)

0(0)

0(0)

0(0)

0(0)

0(0)

5월 4일

광주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정 모 씨(41)

1(1)

0(0)

0(0)

0(0)

0(1)

0(0)

0(0)

0(1)

6월 10일

목포 로젠택배 택배노동자 박 모 씨

0(0)

0(0)

0(0)

0(0)

0(0)

0(0)

0(0)

0(0)

7월 5일

경남김해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서형욱 씨(47)

0(1)

0(0)

0(0)

0(0)

1(2)

0(0)

0(0)

0(0)

8월 16일

경북예천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이 모씨(46)

0(1)

0(0)

0(0)

0(0)

0(0)

0(0)

0(0)

0(0)

10월 8일

서울 미아동 CJ대한통운 택배배달원 김원종 씨(36)

7(9)

0(0)

0(0)

0(0)

6(5)

0(3)

0(1)

0(1)

합계

11(16)

0(1)

0(0)

0(2)

8(11)

0(4)

0(3)

0(5)

 

△ 8번째 사망사고까지 택배노동자 사망 후 일주일간 보도량 ©민주언론시민연합

*괄호 안은 온라인판 보도량, 사진 기사 제외

 

‘택배 없는 날’ 사망사고조차 지면보도 ‘0건’

8월 16일 경북예천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택배노동자 이 모 씨가 사망한 채로 발견됐습니다. 사망 원인을 단정할 순 없지만, 택배노조에 따르면 이 씨는 평소 한 달에 1만개를 배달했고, 매일 밤 10~11시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이 씨가 사망한 날은 정부와 택배업계가 지정한 ‘택배 없는 날’이었습니다. 택배 없는 날 택배 노동자가 사망한 것입니다.

택배 없는 날에 맞춰 매일경제 <‘택배 없는 날’에도 쿠팡·쓱배송은 됩니다>(8월 13일 강인선 기자), 동아일보 온라인판 <14일은 ‘택배 없는 날’…이용자 주의할 점은?> (8월 13일 정봉오 기자)과 같은 관련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택배 없는 날 사망한 이 씨의 소식을 전한 곳은 경향신문 온라인판 <택배 없는 날에도 택배노동자 1명 터미널에서 사망>(8월 20일 이효상 기자)뿐이었습니다. 택배 없는 날 사망해도 택배노동자는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보도 횟수는 의제를 환기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데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언론이 보도하지 않으면, 사회 관심은커녕 누구도 알지 못하는 죽음이 되기도 합니다. 택배노동자 사망을 언론만의 책임이라고 할 순 없지만, 죽어가는 택배노동자의 목소리를 보도하지 않거나 적게 보도함으로써 그들의 죽음을 의제화하지 못하고, 방치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어렵습니다.

 

택배노동자 사망, 단순전달 보도가 절반

많은 신문이 택배노동자 사망사고를 외면했지만, 보도하더라도 단신으로 처리하거나 사망 원인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노동조합 혹은 택배사에서 하는 말만 받아쓰는 방식으로 기사를 쓰기에는 많은 사람이 죽었고, 이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문제점은 오래 전부터 지적되었습니다. 단순전달 기사만으로는 반복되는 죽음을 막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10건의 택배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보도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 택배노동자 사망관련 전체보도 절반이 사망사고 등을 단순전달하는데 그쳤습니다. 제도 개선을 위한 대책촉구와 사고원인을 함께 전달한 기사는 전체 보도의 21%였고, 추가취재를 통해 사고원인을 분석한 기사는 29%였습니다. 적지 않은 비중이지만, 매체별 편차는 큽니다.

 

보도유형

경향

동아

중앙

조선

한겨레

한국

매일경제

한국경제

합계

단순전달

13

2

5

2

8

5

7

11

53

대책촉구

11

0

0

0

2

2

0

0

15

사고원인

12

0

2

2

12

2

0

1

31

사고원인+대책촉구

2

0

0

0

4

2

0

0

8

합계

38

2

7

4

26

11

7

12

107

 

택배노동자 보도유형1.png

택배노동자 보도유형2.png

△ 택배노동자 사망사고 10건 보도유형 분석 ©민주언론시민연합

*8번째 사망사고까지는 노동자 사망일 기준 일주일간, 9‧10번째 사고는 사고가 알려진 날 기준 3일간 보도

 

모니터 기간 동안 동아일보, 매일경제는 사망사건을 단순전달하는 기사만 작성했습니다. 이 기간 동아일보와 매일경제는 택배노동자 사망 관련 보도를 각각 2건, 7건 실었지만, 경찰 발언만 전하거나 노조 또는 택배회사 관계자 발언이 전부였습니다. 택배노동자 사망보도에서 한국경제 92%, 중앙일보 71%, 조선일보 50%가 단순전달 보도였습니다.

경향신문은 비교적 단순전달, 사고원인, 대책 촉구 등의 기사를 고르게 전했습니다. 단순전달 34%, 사고원인 32%이었고, 사고원인과 대책촉구를 함께 담은 보도는 34%였습니다. 한겨레는 전체기사의 46%를 사고원인을 분석하는데 집중했고, 사고원인과 대책촉구를 담은 보도는 21%였습니다. 추가취재를 통해 사고원인과 대책마련에 초점을 맞췄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추가취재 없이 받아쓴 ‘과로사 논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과로사 인정 기준은 ‘직전 3개월 주 60시간 이상 노동’ 혹은 ‘직전 1개월 주 64시간 이상 노동’입니다. 택배과로사대책위원회는 9월 10일 택배기사 주 평균 노동시간이 71.3시간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택배노동자 대부분이 과로사 인정 기준보다 더 많이 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올해 사망한 택배노동자 대부분도 과도한 업무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망원인을 확정할 순 없지만, 과로사가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조선일보는 올해 택배노동자 사망과 관련해 처음 실은 기사 <택배기사 10명째 숨져 커지는 ‘과로사 논란’>(10월 19일 최원우 기자)에서 10번째 사망자에 대해 과로사를 의심하는 전국택배연대노조 입장과 “부검 결과 김 씨는 심혈관 장애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의사 소견이 있었고, 평소 배달량도 200개 정도로 동료보다 적은 편이었다“는 한진택배 측 주장을 보도했습니다. 양측 주장을 검증이나 추가취재 없이 전달한 기사입니다.

그러나 한국일보 온라인판 <새벽 4시28분 '너무 힘들어요'... 잠들 수 없었던 택배노동자>(10월 19일 신혜정 기자)은 한진택배 측 입장도 포함하고 있지만, 고인이 동료에게 “오늘 420(개) 들고 나와서 지금 집에 간다”라며 새벽 4시에 보낸 문자를 보도해 한진택배 측이 밝힌 내용과 다른 사실이 있다는 점을 드러냈습니다. 더불어 사망원인으로 지목된 심혈관계 장애가 과로와 직결된 질환이라는 점도 짚었습니다.

 

연예인 기사에 택배노동자 사망 끼워넣은 한국경제

한국경제 온라인판 <김수찬 “택배기사들은 행복 배달하는 사람” 응원 메시지>(10월 19일 이미나 기자)는 가수 김수찬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택배기사 남편을 응원하는 한 청취자의 사연을 듣고 택배기사님들은 물건이 아닌 행복을 배달해주시는 분들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한 뒤 “30대 택배노동자가 ‘너무 힘들다’는 내용의 문자를 남긴 뒤 나흘 만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사망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택배노동자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택배노동자 사망 사고를 끼워 넣은 것입니다. 사망원인에 대한 언급이나 배경 설명 없이 말미에 덧붙이는 방식은 사안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일 뿐 아니라 사망사고를 가벼운 이슈거리로 만들 우려가 있습니다.

 

경향ㆍ한겨레 ‘과로사 의심’ 시스템 지적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과로사로 의심되는 택배노동자의 죽음이 계속 발생하는 구조적 원인을 지적하고자 했습니다. 한겨레는 <‘새벽 배송’ 쿠팡맨의 죽음…동료 “코로나 사태로 물량 몰려”>(3월 16일 김완‧김민제 기자)에서 쿠팡 택배노동자의 배송물량 ‘배정 업무표’를 입수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달 중순 이후 ‘최대 505개’로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했습니다.

경향신문은 <과도한 배송물량에…죽음으로 내몰린 쿠팡맨>(3월 18일 김희진‧고희진 기자)에서 2019년 10월 쿠팡이 도입한 새벽배송 시스템 ‘트루돈(True Dawn)’을 보도하며 “오전 8시까지 자체적으로 배송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던 과거”와 달리 “시간 압박이 강해졌다”면서 “무리하게 물량을 밀어넣는 구조”가 과로사 정황이 짙은 죽음이 반복되는 배경의 하나로 지적했습니다.

사람이 사망하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습니다. 섣불리 단정할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비슷한 일을 하던 사람이 10명이나 죽고, 비슷하게 과도한 업무량을 호소했다면 단순히 논란으로 치부할 일이 아닙니다. 이들이 어떤 노동환경에서 일했는지, 구조적 문제가 있진 않은지 살펴보는 것은 언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근본 원인 찾고, 대책 촉구하는 보도 많아져야 문제해결

택배노동자가 잇따라 사망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처리를 앞당기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생활물류법은 택배종사자에 대한 택배사의 책임 강화를 골자로 하는 법안으로, 택배연대노조가 요구해온 것이기도 합니다. 늦었지만, 제도개선은 택배노동자가 처한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또 다른 죽음을 막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움직임입니다.

아직 근본 원인을 찾고 대안 마련을 촉구하는 보도가 많진 않지만, 우리 사회에 필요한 목소리를 내는 기사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일보 <사설/택배노동자 과로사 막을 노동조건 개선책 마련해야>(10월 19일)는 특수고용직은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지만 ‘적용제외’를 선택할 수 있는데, “택배사 측의 종용으로 ‘적용제외’에 동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라고 지적하며 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까대기’만 6시간 끝에 첫 배달…남들 퇴근할 때 ‘2차’ 시동>(10월 19일 최민지 기자)은 기자가 택배노동자를 동행 취재하며 분류작업이 “택배노동자들의 업무시간 중 약 43%를 차지하지만 보수는 따로 없다”며 “무임금으로 이뤄지는 분류작업이 택배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야기하는 핵심 원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우리 아들로 끝내고 우리 아들이 제일 마지막으로 가는 걸로 해달라고. 우리 아들이 마지막... 8명이 뭐예요, 8명이. 8명이 마지막...” 10월 8일 사망한 택배노동자 고 김원종 씨 아버지가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더 이상의 택배노동자의 죽음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선 언론의 지속적 관심과 대책 마련 촉구가 필수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8번째 사망사고까지는 노동자 사망일 기준 일주일, 9・10번째 사망사고는 10월 16~19일까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과 온라인 기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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