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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정신’ 강조한 언론, 올림픽 보도는 어땠나
금메달 지상주의, 외모 집착, 성차별 보도 여전
등록 2021.08.05 09:39
조회 384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1년간 미뤄진 2020 도쿄올림픽이 7월 23일 개막했습니다. 무관중 경기로 조용한 올림픽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하는 열기가 뜨겁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20 도쿄올림픽’을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메달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한 언론

국가대표 선수들은 4년간 준비했던 기량을 펼치기 위해 올림픽에 출전합니다. 올림픽 목표가 메달이 될 수도 있지만, 선수와 종목에 따라서는 기록을 경신하거나 혹은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가지기도 합니다. 순위와 메달만 강조하는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 만큼 경기 결과를 두고 언론 보도가 어떠했는지 분석했습니다.

 

금메달만 집중한 조선일보, 한국경제

한국의 첫 메달은 7월 24일 양궁 혼성에서 나왔습니다. 김제덕·안산 선수가 양궁 혼성에 출전해 금메달을 땄습니다. 이어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김정환 선수가 동메달, 태권도 남자 58kg급에서 장준 선수가 동메달을 추가했습니다. 다음날인 7월 25일엔 여자 양궁 단체전에 출전한 안산·강채영·장민희 선수가 금메달을, 유도 남자 66kg급에 출전한 안바울 선수가 동메달을 땄습니다. 이틀간 금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거둔 것입니다.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가 주말 기간 성과를 어떻게 보도했는지 지면을 비교했습니다. 8개 일간지 모두 여자 양궁 단체전 사진을 1면 톱으로 실었습니다. 동메달을 1면에서 언급한 기사는 한국일보 <또 금 명중···신궁 코리아 ‘33년 불패 신화’>(7월 26일 최동순 기자)가 유일했는데요. 여자 양궁 단체전 사진 옆 작은 제목에 ‘남자 유도 66급 안바울 동메달 획득’으로 적었습니다. 한국일보를 제외한 다른 신문 1면에선 동메달 소식을 접할 수 없었습니다.

 

올림픽이 시작되자 신문들은 주요 경기 기사를 앞쪽 지면에 배치했습니다. 신문사별로 어떤 경기를 강조하는지는 앞쪽 지면을 보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메달에 따른 보도량을 비교해보니 금메달에만 집중한 문제가 더욱 잘 드러났습니다. 7월 25일 금메달을 획득한 양궁은 8개 일간지에서 모두 보도했으며, 많은 지면을 할애해 성과를 자세히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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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6일 양궁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1면에 배치한 8개 일간지 ©민주언론시민연합

 

하지만 동메달을 딴 유도와 펜싱을 모두 앞쪽 지면에 배치한 곳은 한겨레뿐입니다. 한겨레는 7월 26일 3·4면에 <방출 시련 엎어친 한판승...안바울, 눈물의 동메달>(김창금 선임기자), <“노장은 살아있다”...검으로 증명한 서른여덟 김정환>(장필수 기자)을 배치해 동메달을 딴 두 선수와 경기를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다른 신문은 금메달을 딴 종목 이외엔 소극적으로 보도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와 한국경제의 경우 1면 톱 기사와 함께 2면 전체를 할애해 양궁 금메달 성과를 자세히 다뤘지만 같은 날 동메달을 딴 유도는 뒤쪽 지면에 배치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유도는 19면, 펜싱은 21면에 각각 보도했고, 한국경제는 유도와 펜싱 기사를 모두 31면에 실었는데 펜싱의 경우 본문 없이 김정환 선수 사진을 작게 싣는 데 그쳤습니다.

 

“노골드 수모”, “동메달 그쳐” 차별적 메달 표현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이유로 언론의 박한 평가를 받은 종목도 있습니다. 여자 67kg급에서 은메달을 딴 이다빈 선수, 남자 58㎏급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장준 선수, 남자 80kg급에서 동메달을 딴 인교돈 선수까지 은1·동2개 성과를 낸 태권도가 대표적입니다.

 

신문사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1면

 

양궁 금

양궁 금

양궁 금

양궁 금

양궁 금

양궁 금

양궁 금

양궁 금

2면

양궁 금

 

양궁 금

축구

양궁 금

유도 동

 

양궁 금

태권도

펜싱 동

수영

3면

탁구

양궁 금

 

양궁 금

유도 동

양궁 금

 

 

유도 동

탁구

4면

 

양궁 금

 

 

펜싱 동

 

 

 

탁구

유도 동

5면

 

 

 

 

펜싱 동

 

양궁 금

 

6면

 

 

 

 

 

 

축구

 

유도 동

△ 7월 26일 8개 일간지 올림픽 종목별, 메달별 지면 배치 ©민주언론시민연합

 

뉴시스 <도쿄2020/한국 태권도, 올림픽 역사상 첫 ‘노골드’ 수모>(7월 27일 박지혁 기자)는 “종주국 한국이 노골드로 물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동안 “가장 많은 금메달을 일군 태권도의 몰락이나 다름없다”고 보도했습니다. 국제신문 <태권도 세계인의 스포츠 됐지만, 종주국은 첫 노골드>(7월 28일 이선정 기자) 역시 “대한민국 태권도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노 골드’로 2020 도쿄올림픽을 마쳐 큰 충격을 줬다”며 “종주국으로서는 참담한 성적표”라고 보도했습니다.

 

펜싱 역시 금메달이 아닌 메달 획득 소식에 아쉽다는 기사가 이어졌습니다. 영남일보 <도쿄 올림픽/ “동점만 여섯 번” 한국 여자 에페 단체전 금메달 막판에 놓쳤다(종합)>(7월 27일 최시웅 기자)는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한국은 중국에 져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다”며 이번엔 “준결승에서 세계 랭킹 1위 중국에 38-29로 설욕하며 한국 여자 에페 사상 첫 금메달 기대감을 키웠으나 런던에 이어 이번에도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세계 2위인 은메달을 금메달과 비교하며 부족하다고 보도한 것입니다. 아시아경제 <펜싱 남자 사브르, 이탈리아 찌르고 올림픽 2연패 위업>(7월 28일 이종길 기자)은 금메달을 획득한 남자 사브르 단체전 소식을 전하며 “개인전에서 김정환이 동메달을 목에 거는 데 그쳤으나 이번 우승으로 아쉬움을 깨끗이 씻어냈다”고 금메달이 더 가치 있다는 뉘앙스로 보도했습니다.

 

국민은 이미 메달 지상주의 벗어났는데...

미디어오늘 <금메달에 명운을 건 올림픽 보도, 시민들 수준 못 따라가>(7월 30일 노지민 기자)는 “금메달 지상주의에 치우친 언론 보도들이 질타받고 있다”며 “올림픽 성적은 중요한 정보”이지만 “주요 종목에서 승리한 선수에 스포트라이트를 맞춰 대대적으로 다루는” 한국과 달리 해외 언론은 “선수들의 이야기, 각 경기를 통해 살펴볼 수 있는 국가·문화권의 특징 등을 담은 해설성 기사가 주를 이룬다”고 전했습니다. 시민들도 메달 지상주의에서 벗어나고 있는 만큼 언론도 메달 색에 집착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서울신문 <“노메달도 괜찮아”…올림픽 모든 4등을 향한 찬사>(8월 3일 이성원·이주원·손지민 기자)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시민 목소리를 통해 “국민들은 ‘금메달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온 힘을 다한 선수들에게 찬사를 보냈”고, “모든 4등들의 피, 땀, 눈물에서 위로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언론에서 ‘노골드’라고 부정적으로 보도한 태권도 경기는 “K-태권도 세계화의 결과”이며 “전패로 대회를 마무리한 남자 7인제 럭비팀에겐 ‘아름다운 꼴찌’,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의 줄임말)의 모범’”으로 호평받는다고 전했습니다. 국민은 종목, 결과와 상관없이 국가를 대표해 열심히 뛰고 있는 모든 선수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순위만 중시하며 차별적 보도를 하는 것은 언론뿐입니다.

 

외모·혼혈 부각에 노골적 기업홍보까지

올림픽 보도에는 경기내용과 선수들의 기량에 대한 보도가 아닌 외모나 혈통에 대해 집중하는 황당한 보도도 등장했습니다. 모든 사안을 정치화하거나 기업들의 홍보수단으로 이용하는 언론의 고질적 행태 역시 계속됐습니다.

 

‘요정·미녀·꽃미남’ 실력 아닌 외모에 주목한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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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자흐스탄 올가 리파코바 선수를 ‘요정’, ‘공주’로 보도한 중앙일보(7/24)

 

중앙일보 <“요정이 나타났다” 일 흥분···개회식 뒤흔든 금발녀의 정체>(7월 24일 박소영 기자)는 도쿄올림픽 ‘개회식 스타’는 카자흐스탄 여성 기수 올가 리파코바 선수라며 “일본 네티즌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진짜 공주다’ ‘요정인가’ 등 글을 올렸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3시간이 지나지 않아 중앙일보 <“공주님 나타났다” 도쿄 개막식 흥분시킨 금발 여성 정체>(7월 24일 이해준 기자)는 올가 리파코바 선수를 “‘게임 속 공주님 같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단어만 바꿔 선수 외모를 강조하는 기사를 반복해 내보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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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올림픽 여성 선수들을 ‘여신’으로 소개한 일간스포츠 유튜브 썸네일(7/23)

 

일간스포츠 <주목! 도쿄올림픽의 여신들...‘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7월 23일 김영서 인턴기자)는 “전 세계 스포츠 선수가 모이는 ‘젊음의 축제’ 올림픽에서는 각국의 미녀 스타들이 눈길을 잡아끈다”며 “섹시한 운동선수”, “미녀 선수”, “청순한 얼굴” 등 표현으로 선수들을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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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들 외모에 관해 보도한 조선일보(7/24)

 

조선일보 <모델인 줄 아셨죠? 세계 유도 넘버2입니다>(7월 24일 김동현 기자)는 우크라이나 유도 국가대표 다리아 빌로디드 선수를 “외모로만 보면 운동선수보단 ‘셀러브리티(유명인)’에 더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예쁘다고, 가냘프다고, 우습게 보면 큰코다친다”고 소개하고, 한국 펜싱 김지연 선수에 대해선 “칼 솜씨만큼 빼어난 외모로 인기를 끈 펜싱 국가대표”로 설명했습니다.

 

언론의 외모 주목은 여성 선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7월 28일 금메달을 딴 펜싱 남자 사브르 선수들을 두고도 외모에 집착하는 기사가 이어졌습니다. 헤럴드경제 <펜싱/ ‘외모로 뽑았나?’ 金메달 男 펜싱팀 ‘훈외모’ 화제>(7월 28일 홍석희 기자)는 “네 명의 남자선수들 모두 영화 배우급 외모를 가졌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서울신문 <화끈한 4총사 ‘칼춤’에 상대는 압도됐다>(7월 29일 류재민 기자) 역시 “한국 펜싱에 첫 금메달을 안긴 꽃미남 검객 4인방은 외모만큼 출중한 실력”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 <아이돌 뺨치는 펜싱 F4, 누가 가장 잘생겼나 질문에 “1위는...”>(7월 28일 장민석 기자)은 “실력뿐만 아니라 준수한 외모로 유명하다”며 “김정환과 구본길이 홍콩 영화에 나오는 배우처럼 중후한 멋을 자랑한다면, 김준호와 오상욱은 아이돌 가수 뺨치는 비주얼을 뽐낸다”고 평가했습니다. 구본길 선수에겐 “누가 가장 잘생겼느냐고” 물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올림픽은 미인대회가 아니다

여성신문 <아직도 ‘태극낭자’ ‘미녀검객’… 성차별 올림픽 중계 이제 그만>(7월 26일 이하나 기자)은 “여성 선수의 외모를 부각하는 보도행태도 여전하다”며 경기력과 상관없는 ‘여성성’을 강조하는 보도와 중계가 기존 성별 고정관념을 여과 없이 드러낼 뿐만 아니라 이를 강화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이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겨레 <“노출 대신 실력을 보라”…여자선수 ‘성차별’에 잇단 반기>(8월 1일 박병수 기자) 역시 “(여자) 선수들이 각종 스포츠 대회에 출전해 오로지 성적으로 인정받으려는 노력은 꽤 오랫동안 지속”했다고 언급하며 “스포츠 분야에서 성차별과 대상화·상품화를 더는 허용하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방송보도 지침에서 ‘불필요하게’ 화장이나 머리, 손톱 모양, 복장 같은 ‘외모’나 ‘은밀한 신체 부위’에 초점을 맞추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선수들은 경기력 향상을 위해 4년간 훈련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한국일보 <핏줄 터지고, 발목 꺾인 선수들의 몸… ‘노페인 노게인’>(8월 3일 김기중 기자)에서 알 수 있듯 선수들의 상처는 치열한 훈련과 경쟁의 흔적으로 “그들이 얼마나 많은 땀과 열정을 쏟았는지 가늠케 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모습”입니다. 국민들은 고된 훈련을 견뎌내고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그들의 노력에 감동합니다. 스포츠선수에게 실력은 외모가 아닌 경기력이라는 것은 언론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혼혈 올림픽‧혼혈 럭비 전도사’, 혼혈 굳이 부각해야 하나

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성화 봉송 최종 주자는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가 맡았습니다. 아시아 국적 테니스 선수로는 남녀 통틀어 최초로 단식 세계랭킹 1위에 올랐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선수인데요. 아이티 출신 아버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사카는 인종차별 문제에도 적극 목소리를 내왔는데요. 오사카 선수의 이러한 행보가 다양성 등 올림픽 정신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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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픽 개회식에 성화 점화자 등으로 참여한 선수들 인종을 부각한 조선일보(7/24)

 

문제는 이 소식을 전하는 언론이 오사카 선수의 인종을 강조하고 차별을 조장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조선일보 <1964년엔 순혈 올림픽, 2021년엔 혼혈 올림픽>(7월 24일 양지혜 기자)은 일본이 “순혈주의를 앞세웠던”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성화 주자 오사카 나오미, 개회식 기수를 맡은 NBA 농구선수 하치무라 루이를 “세계 정상급 스타인 이들은 피부가 검은 ‘하푸(half·일본 국적 혼혈인)’”라고 소개했습니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늪에서 탈출할 해법을 찾는 일본에” 이들이 “새로운 활기를 넣어주는 에너지”라고도 했습니다.

 

스포츠경향 <[도쿄올림픽] 혼혈 럭비 전도사 김진의 진심…“럭비 매력을 모두가 알았으면”>(7월 30일 황민국 기자)은 럭비에 출전한 김진 선수를 ‘혼혈 럭비 전도사’로 표현했는데요. 기사내용은 “경기 시작 46초 만에 첫 선제득점을 올렸다”, “미국 대표팀에서 활약할 만큼 뛰어난 기량을 자랑했다” 등 김진 선수 기량을 주로 언급했음에도 제목에서는 ‘혼혈’을 부각했습니다.

 

‘혼혈’을 부각한 보도는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드러난 다양성 가치나 선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함일 수 있겠지만, 그 방식이 적절했다고 볼 순 없습니다. ‘순혈’, ‘혼혈’이 실재할 수도 없지만, 사회 편견이 작용한 표현을 강조하거나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은 차별을 공고히 할 수 있습니다. ‘혼혈’이라는 손쉬운 선택 대신 선수 발언이나 가치관, 기량에 더 초점을 맞추는 보도가 사회 편견과 차별을 줄여나가고 ‘화합의 축제’라는 올림픽 정신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민주당은 네거티브 싸움하느라 응원하지 않았다?

올림픽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도 있었는데요. 도쿄올림픽 누리집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한 것이 알려지면서 여권 일부 대선주자가 ‘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하기도 했고, 한국 선수단 선수촌에 걸린 ‘이순신 장군’ 현수막을 두고도 정부에 대한 칭찬과 질타가 오갔습니다. 그 대상이 일본이라는 점에서 언론도 정치적 논란을 적극 보도했는데, 올림픽과 정치를 무리하게 연결 짓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중앙일보 <도쿄올림픽, 민주당 왜 조용해? 앞다퉈 응원하는 野와 대조>(7월 29일 김효성 기자·이수민 인턴기자)는 “야권 대선주자들은 앞다퉈 올림픽 선수단에 대한 격려에 나서고” 있다며, 야권 대선주자 원희룡 제주지사 유튜브 캡처 영상, 윤석열 전 검찰총장 페이스북 메시지 등을 전하는 데 기사 절반을 할애했습니다. 반면 “민주당의 반응은 침묵에 가깝다”라며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백제’ 논쟁 등 주자 간 네거티브 싸움”이 “직접 원인”이라고 했습니다. ‘야권은 선수들을 응원했지만,  민주당은 네거티브 싸움하느라 응원하지 않았다’는 요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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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올림픽에 응원 메시지 내놓지 않은 여권 대선주자 비판한 중앙일보(7/29)

 

민주당 대선주자 간 네거티브 공방은 비판할 만한 것이지만, “여권 주자들의 신경전이 고조된 나머지 올림픽에 반응하기 어려웠다” 정도로 다룰 뿐 충실하게 비판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대권주자들이 올림픽 응원에 “침묵”한 것을 문제라고 하기도 어렵고, 올림픽 응원 여부를 기준으로 여야 대립 구도를 부각하면 갈등만 키울 우려도 있습니다. 중앙일보가 언급한 야권 후보들이 응원 메시지를 전한 기간에 여권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남북통신선 복원과 광주 철거건물 붕괴 참사 중간수사 결과(7월 28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수감 소식(7월 26일) 등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현대차 노사합의(7월 28일), 이재명 지사 지역주의 조장 발언 논란(7월 26일) 등을 거론한 메시지를 페이스북에 실었습니다.

 

올림픽 마케팅 ‘지원군’ 자처한 기사형 광고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와 반일감정 등 영향으로 올림픽 마케팅이 줄었다곤 하지만, 신문 지면엔 기업 마케팅 열기는 뜨. 광고에 가까운 기사를 게재하며 기업 마케팅 ‘지원군’을 자처한 신문들이 있기 때문인데요. 특정기업의 상품과 후원 내용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며 노골적으로 홍보성 기사를 썼습니다.

 

중앙일보 <김연경 손목 위 ‘갤럭시워치4’ 나도 써볼까…사흘간 무료체험>(8월 3일 최은경 기자)은 “도쿄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출국 때 여자배구 대표팀 김연경 선수의 손목에서 모습을 드러낸 갤럭시워치4 시리즈를 사흘간 무료로 써볼 수 있다”면서 “삼성닷컴 홈페이지에서 체험 희망 사연을 신청”할 수 있다고 자세하게 안내했습니다. 헤럴드경제 <“김연경 손목의 그것!” 삼성, 스마트워치 신제품 유출>(8월 2일 박지영 기자)은 “김연경 선수가 착용한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됐으며 해당 제품은 “블랙과 실버 색상 두 가지”, “다양한 워치 페이스와 기능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그렸다”고 설명했습니다. 디자인을 상세하게 살필 수 있는 움직이는 이미지도 첨부했습니다.

 

헤럴드 경제 김연경.JPG

△ 김연경 선수 출국 소식과 함께 삼성전자 신제품 소개한 헤럴드경제(8/2)

 

기업 마케팅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한 기사도 있습니다. 세계일보 <코리아 파이팅!…재계, 올림픽 선수단에 통큰 후원>(7월 29일 남혜정 기자)은 삼성전자는 “선수 전원에게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S21 5G 도쿄 2020올림픽 에디션’”을 제공했고, 현대자동차그룹은 “정몽구 명예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한 이후부터 우수인재 발굴” 등을 했다고 나열했습니다. 한국경제 <최강 금빛 펜싱 뒤엔 ‘키다리 아저씨’ SKT 있었네>(7월 29일 조수영 기자)는 “SK텔레콤의 지원과 선수들의 노력”이 올림픽을 포함한 여러 대회에서 좋은 결실을 낳았다고 부각했습니다.

 

기사형 광고 자율심의를 맡고 있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신문광고는 기사와 혼동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광고임을 표시해야 한다’고 신문광고윤리실천요강에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국광고자율광고심의기구도 심의규정에 기사형 광고에 “00기자”, “전문기자” 등 기사로 오인하게 유도하는 표현을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했습니다. 기업제품 등을 홍보하고 있는 올림픽 관련 기사를 보면, 이런 조항은 무용지물일 뿐 노골적으로 ‘광고’하는 경향마저 보입니다. 올림픽 기간이라고 해서 기사형 광고에 더 관대해질 이유는 없습니다. 언론 신뢰도만 그만큼 낮아질 뿐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7월 26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및 7월 24일~30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올림픽’ 검색 후 관련 기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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