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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보는 경제지가 말해주지 않는 진실⑨] ‘경제활동 위축되니 법인세 내려라’ 사실일까?
등록 2021.10.0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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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코인·부동산 등 재테크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경제지 구독이 크게 늘었고, 특히 1980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사람들을 뜻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당신이 보는 경제지가 말해주지 않는 진실>은 이런 현상 속에서 과연 경제지를 보면 경제를 제대로 알 수 있는가, 경제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경제지들이 알리지 않거나 혹은 알리지 못한 우리 사회 이야기를 MZ세대 관점에서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나눠볼 예정이다.

 

<당신이 보는 경제지가 말해주지 않는 진실>은 경제지가 노동문제는 외면하거나 축소 보도하고, 대기업을 치켜세우거나 편들며 기업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지적해왔습니다. 이번 9회에서는 ‘기업의 돈 걱정’까지 나선 경제지의 기업 편들기 행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바로 법인세인데요. 경제지는 꾸준하게 법인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해오고 있습니다. ‘나라 경제가 안 좋아 기업활동이 위축돼 있다, 그러니 법인세를 인하해 기업이 활발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죠. 이때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법인세 인하 주장도 적극 다뤄집니다. 법인세를 내려야 기업의 설비투자와 고용도 활발해져 개인에게도 이익이 돌아가는 낙수효과가 생긴다는 장밋빛 미래도 경제지가 자주 강조하는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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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시장 경쟁을 위해 법인세 감면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매일경제(2021/5/11) ⓒ매일경제

 

삼성 같은 대기업에 대한 걱정도 법인세 보도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입니다. 매일경제 <애플 두배 삼성 稅부담률 이래서 기업경쟁력 생기겠나>(5월 11일)는 2017년까지만 해도 구글 법인세 유효세율(53.4%)이 삼성전자(24.9%)보다 두 배 이상 높았는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상황이 바뀌어 삼성전자 법인세율이 애플을 포함한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보다 높다고 말합니다. “과도한 법인세 덫에 걸려 투자할 돈이 쪼그라들고, 미래성장 잠재력이 훼손되면 글로벌시장에서 어떻게 경쟁기업들을 따라잡고 추월할 수 있겠냐”며 법인세 감면 시행을 주문합니다.

 

이명박 정부 법인세 인하, 기업 곳간만 불렸다

 

경제지 주장대로 법인세를 인상하면 정말 투자가 위축되고 일자리가 감소할까요? 반대로 법인세를 인하할 경우 대규모 설비투자와 고용이 이뤄질까요? 사실 학계에서는 오랜 기간 법인세가 기업활동과 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갖고 연구해왔습니다.

 

연구마다 법인세 인하 효과에 관한 분석과 해석은 매우 다양합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2016년 보고서는 법인세가 1%P 오르면 경제성장률이 1.13%P 하락한다며, 법인세와 경제성장률이 반비례 관계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2011년 3월 기준 상장된 1,596개 기업과 1만 3,323개 비상장법인 기업(분석기간 1995~2009년, 비금융제조업)을 살펴보니, 법인세율을 인하하면 기업의 순투자가 증가할 수 있다는 어떤 실증적 증거도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한편 법인세 인하가 경제 선순환을 이룰 것이란 주장이 현실에선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례를 여럿 찾아볼 수 있습니다. 1980년대 미국 로널드 레이건 정부 정책이 대표적입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미국 경제 재건과 활력 회복을 위해 세출을 삭감하고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를 완화하는 등 감세정책을 급진적으로 추진했습니다. 감세정책이 곧 낙수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 이른바 ‘레이거노믹스’ 실행 결과는 어땠을까요? 레이거노믹스 이후 미국 중산층 실질소득은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세계적으로 빈부격차 심화 현상이 확대됐고, 미국 내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라는 쌍둥이 적자가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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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인하가 투자·고용으로 이어지지 않고 기업 사내유보금만 축적됐다고 지적한 한국일보(2015/2/26) ⓒ한국일보

 

한국의 대표 사례는 이명박 정부입니다. 기업 밀어주기 정책을 펼친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며, 감세정책이 경제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자부했습니다. 당시 기업들은 법인세율 인하로 수십조 원의 혜택을 누렸습니다. 2014년 국회예산정책처가 당시 오제세 의원 의뢰로 분석한 ‘MB정부 감세정책에 따른 세수효과 및 귀착효과’ 자료를 살펴보죠. 이명박 정부가 감세 기조로 세법을 개정한 다음 해인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62조 4천억 원의 세수가 감소했습니다. 이 중에서 법인세 인하에 따른 감세 효과는 37조 2천억 원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내 4대 그룹의 투자 지출액은 오히려 줄고, 사내유보금이 88조 원에서 94조 원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결과를 놓고 보면 법인세 인하에 따른 세금 감면액이 투자나 고용으로 이어지기는커녕 기업 곳간을 풍족하게 만들어준 겁니다. 이런 실례를 보자면, ‘법인세 인하하면 경제가 좋아질 거야’라는 경제지 주장이 뜬구름 잡기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따라 법인세 인하’ 주장, 정작 바이든 정부는 인상

 

그렇다면 경제지는 어떤 근거로 법인세 인하를 주장하는 걸까요? 세계 흐름이 ‘법인세 인하’라는 겁니다. 한국경제 <세계 주요국들 법인세 인하 경쟁하는데 한국만 ‘나홀로 인상’ 역주행>(2019년 5월 21일), <세계는 ‘코로나 극복’ 법인세 인하 경쟁…한국은 요지부동>(2020년 12월 9일)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주장은 10여 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땐 맞는 말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빛바랜 주장입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법인세율 추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0개국이 법인세를 인하했고, 9개국이 법인세를 인상했습니다. 나라마다 각자 재정 건전성을 위해 사정에 맞게 법인세 기조를 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따라 법인세 인하를’ 외쳐온 경제지 주장이 무색하게도 미국 바이든 정부는 현 21%에서 28%로 인상안을 제시했고, 민주당은 26.5%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행 법인세율이 19%인 영국도 2023년 4월부터 25%로 법인세를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더불어 G20은 지난 7월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과 디지털세 부과를 포함한 조세 개혁안을 큰 틀에서 합의했습니다. 이로 인해 131개국에서 약 177조 세금이 추가로 걷힐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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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인세 인상 글로벌 추세가 커지자 증세 반대하며 기업비용 줄여주라는 서울경제(2021/4/8) ⓒ서울경제

 

경제지는 이런 법인세 인상의 글로벌 추세에 관심을 갖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인세 인상 반대론자의 주장을 적극 전하거나 법인세 인상이란 세계 흐름을 역이용해 ‘우리 정부라도 기업 비용을 줄여줘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서울경제 <美 법인세 인상 압박, 규제·노동 개혁 더 절실해졌다>(4월 8일)에서 “우리 정부가 텅 빈 나라 곳간을 채우려 증세 동참을 구실로 법인세를 올린다면 기업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것”이라며 “세제 지원이 불가능하면 규제 혁파와 노동 개혁으로 기업의 비용을 반드시 줄여줘야 한다”라는 주장이 대표적입니다. 과거 경제지들이 너도 나도 ‘세계는 법인세 인하가 대세인데 반대로 간다’며 비판 기사를 쏟아낸 걸 생각하면 모순적인 태도입니다.

 

‘한국 법인세 최고 수준’, 일면만 부각한 왜곡된 정보

 

경제지는 우리나라 법인세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고 문제 삼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매년 발표하는 조세수첩 보고서를 보면, 2021년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지방세 포함)은 27.5%로 OECD 평균 22.9%보다 높아 순위로 따지면 9위입니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 법인세율이 높다고 주장한다면 틀린 말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OECD 국가 중 법인세율이 높은 게 일면 틀린 말은 아니다”면서도 “법인세율 중 명목세율만 보고 말하는 주장은 100가지 사실 중 하나만 골라 말하는 것”이라며 왜곡을 우려했습니다. 국세만 놓고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얼핏 명목세율이 높아 보일 수 있지만 다른 나라는 지방세에 법인세가 포함된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정 소장은 “독일은 법인세(지방세 미포함)가 15% 정도로 가장 낮은 나라로 언론에서 비교 사례로 소개되지만, 지방세를 포함할 경우 29.9%로 우리나라보다 법인세가 높아진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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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세까지 포함해 독일과 한국의 법인세율을 살펴보면 순위가 역전된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당신이 보는 경제지가 말해주지 않는 진실> 9회

 

게다가 “실제 징수되는 걸 따져보면 우리나라는 감세도 많다. 올해 법인세 감면 전망치는 8조 8천억 원, 지난해 법인세 감면액은 7조 9천억 원이었다”면서 “(언론이) 몰랐다면 큰 문제고 알고도 그랬다면 나쁘다”고 꼬집었습니다.

 

감세로는 경제성장 이룰 수 없다

 

언론이 법인세 인상 찬반론부터 기업 편들기에 치중하다 보니 막상 전해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건전한 재정으로 나라 살림을 운영하는 본질적 문제입니다. 세금을 내는 주체이자 세금으로 사회적 안전망을 보장받아야 할 국민 삶을 생각한다면, 언론이 함께 고민해야 할 거리는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분명히 할 게 있다며 한국은 ‘저부담 저복지 국가’라고 사실을 강조합니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20%로 OECD 평균 조세부담률 24.9%와 비교해 낮은 편입니다. 정 소장은 경제지와 같은 감세론자들은 “세금을 적게 내는 만큼 복지도 적게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합리적이지만, 세금 이야기만 한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덧붙여 “우리나라는 경제규모로 10위 안에 드는 나라가 됐고 고부가가치 산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며 “책임감 있는 사회 리더십을 이야기하려면 어느 정도 규모의 복지를 해야 하는지, 그 복지 규모에 맞는 부담 등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라고 일갈했습니다.

 

“법인세를 내려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한다는 말은 기업들이 퍼트린 근거 없는 헛소문이다.” 201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교수는 그해 10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Poor Economics)> 출간행사에서 이같이 단언했습니다. “감세로는 경제성장을 이룰 수 없고 사람들에게 돈을 줘야 가능하다”며 “기업투자는 수요에 반응한다. 수요를 늘리려면 직접세를 늘리고 그 혜택을 저소득층에 분배하라”고 주문했습니다. 법인세 인하 같은 정책은 이미 막대한 현금을 쌓은 부유층에게 (돈을 더 모으라고) 장려하는 행위라고 덧붙이기도 했죠. 바네르지 교수의 말, 언론이 유심히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요.

 

자세한 이야기는 <당신이 보는 경제지가 말해주지 않는 진실> 9회 “‘경제활동 위축되니 법인세 내려라’ 사실일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9회에 함께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인터뷰 풀버전 영상·기사도 10월 1일 금요일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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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30일 공개한 <당신이 보는 경제지가 말해주지 않는 진실> 9회를 갈무리한 특별모니터입니다. 

유튜브 영상 보러가기 : https://youtu.be/4vU3s5luHi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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