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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룸 청소 100만원” 온라인 커뮤니티발 복붙 삼탕, 이젠 그만하자
등록 2021.10.18 22:25
조회 1069

“1.5룸 청소하고 100만원 받았다”는 사연이 포털 뉴스 등에서 크게 퍼지고 있습니다. 쓰레기 더미로 어질러진 집 사진과 함께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청소하는데 100만원 부른 집’이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해당 게시글과 사진을 소개하고 누리꾼 반응도 덧붙였습니다. 10월 17일 오전 데일리안을 시작으로 조선일보, 중앙일보 온라인 기사로 확산돼 포털에서 ‘많이 본 뉴스’ 여기저기에 올라왔습니다.

 

별다른 취재와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그대로 ‘긁어온’ 글이 포털의 많이 본 뉴스에 올라온 것만으로도 한국 언론의 수준을 드러냈습니다. 게다가 2019년 한 포털사이트 청소 카페에 올라와 이미 논란된 내용으로, 지난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돼 다시 보도된 바 있습니다. 인사이트 <‘쓰레기 산이었던 오피스텔이 청소 천재를 만난 뒤 맞이한 변화>(20191130일 김지형 기자), 위키트리 <“생리대+담뱃재까지쓰레기장이었던 오피스텔이 이렇게 달라졌습니다”>(202043일 윤희정 기자) 등 기사가 올해 또 등장한 것입니다. 벌써 두 차례나 ‘복붙’(복사하여 붙여쓰기)한 출처 불명의 글을 언론은 왜 또다시 베껴 쓴 것일까요?

 

데일리안 시작으로 조선‧중앙‧서경‧한경 등 잇따라 베껴쓰기

10월 18일 기준, 포털에서 가장 먼저 검색된 기사는 데일리안 <“1.5룸 청소해 주는 대신 100만원을 받았습니다”>(1017일 김현덕 기자)입니다. “1.5룸을 청소해 주는 대신 100만원을 받은 사연이 화제”로 시작한 기사는 “사진 속 1.5룸에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담배꽁초부터 생활 쓰레기가 방안을 가득 채운 모습”이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을 자세히 묘사했습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백 만원이라니요 잘못 본 건가요’, ‘이 청소비는 당연히 세입자가 부담하는 거겠죠?’, ‘심각하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며 누리꾼 반응도 소개했습니다. 전형적인 온라인 커뮤니티발 기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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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커뮤니티발 ‘1.5룸 청소’ 기사를 쓴 데일리안, 조선일보(10/17~18) 출처=포털 갈무리

 

이어 조선일보 <1.5룸 청소에 100만원어제까지 사람 살았다는 집 상태가>(1017일 김명일 기자), 중앙일보 <청소하는데 100만원 부른 집찾아간 1.5룸의 충격 상태>(1017일 한영혜 기자), 서울경제 <‘1.5룸 청소에 100만원’···사람 살았는데 이게 집인가요>(1017일 이지윤 기자) 등에서 같은 내용의 기사가 잇따라 나왔습니다. 데일리안 기사를 그대로 옮겨 적었거나 마치 온라인 커뮤니티발 기사 형식이 별도로 있는 것인 양 닮았습니다.

 

언론사

제목/일자/기자명

데일리안

“1.5룸 청소해 주는 대신 100만원을 받았습니다”(1017일 김현덕 기자)

조선일보

1.5룸 청소에 100만원어제까지 사람 살았다는 집 상태가(1017일 김명일 기자)

중앙일보

청소하는데 100만원 부른 집찾아간 1.5룸의 충격 상태(1017일 한영혜 기자)

서울경제

‘1.5룸 청소에 100만원’···사람 살았는데 이게 집인가요(1017일 이지윤 기자)

한국경제

어제까지 사람 살았다는데청소비 100만원 든 원룸 충격상태(1017일 노정동 기자)

파이낸셜뉴스

쓰레기장 아닙니다1.5룸 청소하는데 100만원 부른 집(1018일 한영준 기자)

인사이트

청소비 100만원전날까지 사람 살았다는 ‘1.5의 충격적인 상태(1018일 박상우 기자)

머니투데이

이게 사람이 살던 집1.5룸 청소비 100만원에 싸다반응(1018일 임현정 기자)

서울신문

쓰레기로 발디딜 틈 없는 1.5청소비 100만원 받았다”[이슈픽](1018일 김채현 기자)

이데일리

청소비 100만원? 더 줬어야1.5룸 청소에 누리꾼 분노(1018일 이선영 기자)

MBN

100만 원 들여 청소한 1.5룸 집청소 전 상태에 누리꾼 경악’(1018일 디지털뉴스부)

 △ 온라인 커뮤니티발 ‘1.5룸 청소’ 기사를 쓴 언론사와 기사명(10/17~18) ⓒ민주언론시민연합

 

포털 ‘많이 본 뉴스’ 오른 조선일보‧데일리안‧머니투데이‧MBN

기사를 가장 먼저 쓴 데일리안은 그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10월 17일 네이버에서 데일리안 가장 많이 본 뉴스 1위가 해당 기사였습니다. 같은 날 조선일보에선 4위를, 다음날인 10월 18일 오후 1~2시 기준으론 머니투데이에서 3위, MBN에서 4위를 각각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기사에 등장한 사진이 언제, 어디에서 찍힌 것인지, 작성자는 누군지 등은 모두 빠져 있습니다. 기사작성의 기본 요건인 ‘6하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2019년, 2020년 화제됐다는 사실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검색 한 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인데도 ‘일단 쓰고 보자’는 한국 언론의 게으른 관행이 낳은 사건입니다. 클릭 장사를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오보와 다름없는 기사를 경쟁하듯 쏟아내는 언론 행태가 부끄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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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언론사별 많이 본 뉴스에 오른 온라인 커뮤니티발 ‘1.5룸 청소’ 기사(10/17~18) 출처=포털 갈무리

 

‘1.5룸 청소 100만원’ 기사, 내년에도 봐야 하나

최근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거대 언론사들은 온라인 이슈 대응을 위한 자회사 또는 전담조직을 만들며 온라인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디지털 대응’이란 이름으로 트래픽 수 높이기 속보 기사, 온라인 커뮤니티발 기사, 온라인 이슈 기사 등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서도 언론은 확인되지 않은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일제히 보도해 논란을 부추겼습니다. “연봉 5천 소리 질러” 오보로 비정규직 노동문제 본질은 가려지고 계급 간, 세대 내 갈등만 키웠습니다. 언론이 검증 없이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메신저 내용을 출처로 베껴쓰기 보도할 때 어떤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그러나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언론은 문제가 된 기사를 슬그머니 내리거나 삭제하는 방식으로 비판을 비껴왔습니다.

 

언론은 이런 의미 없는 속보 경쟁을 멈추고 언론 본연의 역할에 맞는 보도를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3명이 포털을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현실입니다. 어뷰징 기사 등에 대한 감시를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 맡겨놓고 언론사 뒤로 물러나 있는 포털 역시 언론의 상업적 클릭 경쟁으로 벌어지는 오보 양산 등 저널리즘 품질 하락에 손 놓고 있어선 안 됩니다. “1.5룸 청소하고 100만원 받았다”는 기사를 내년에 또 봐야 할까요? 언론사와 기자들의 자성, 그리고 포털의 책임감 있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10월 17~18일 포털 네이버에서 ‘1.5룸 청소’ 키워드가 포함된 기사 전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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