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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일보‧TV조선‧채널A‧연합뉴스TV, ‘37년 해고자 김진숙 복직’ 왜 보도하지 않았을까
등록 2022.02.2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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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과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2월 23일, ‘최장기 해고노동자’ 김진숙 씨의 즉각적인 명예복직과 퇴직에 합의했습니다. 김진숙 씨는 1981년 HJ중공업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에 입사해 용접사로 일하다 1986년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고를 당했습니다. 이후 노동운동가로서 현장을 지키며 노동자 목소리를 대변해왔지만 정작 자신은 일터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는 2009년 11월과 2020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해고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김진숙 씨 복직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은 김진숙 씨의 법정 정년 퇴직일인 2020년 12월 31일까지 해당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부당한 상황에도 김진숙 씨는 2010년 한진중공업이 단행한 400여 명 규모의 정리해고안을 반대하며 309일간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여 노사합의를 끌어냈고, 2020년 자신의 복직을 위해 부산에서 청와대 앞까지 걷는 ‘희망뚜벅이’ 도보행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명예복직 결정은 그의 끊임없는 저항이 드디어 결실을 맺는다는 점에서 뜻깊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전혀 전하지 않은 언론도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김진숙 씨의 복직이 결정된 2월 23일부터 퇴직행사가 열린 2월 25일까지 10개 종합일간지‧3개 경제일간지‧3개 통신사, 지상파 3사‧종합편성채널 4사·보도전문채널 2사의 관련 보도를 살폈습니다.

 

‘37년 만의 복직’ 단 한 건도 싣지 않다

분석 결과 동아일보‧문화일보‧TV조선‧채널A‧연합뉴스TV가 한 건도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가장 많이 보도한 곳은 경향신문으로 총 7건의 기사를 냈고, 한겨레가 5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YTN‧연합뉴스‧뉴시스가 각 4건, 국민일보‧서울신문‧세계일보‧한국일보‧서울경제‧MBC가 각 3건씩 보도했으며 매일경제‧한국경제‧KBS‧JTBC는 2건, 조선일보‧중앙일보‧SBS‧MBN‧뉴스1은 각 1건씩 보도하는 데 그쳤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월 24일 김진숙 씨 복직 소식에 “해고노동자 김진숙의 삶은 우리나라 노동운동과 민주화투쟁의 역사와 궤를 함께하며, 그의 복직은 단순히 개인의 명예회복을 넘어서는 인간 존엄성의 회복이자 군부 독재 시대에 자행된 국가폭력의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는 것”이라는 환영의 뜻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입장이 나오자 국민일보‧조선일보‧한겨레‧한국일보‧매일경제‧한국경제‧MBC‧YTN‧‧연합뉴스는 후속 보도를 내놨습니다. 조선일보의 김진숙 복직 관련 보도 1건은 이에 해당하며, 복직 사실 자체를 다룬 기사는 없습니다. 매일경제와 한국경제는 김진숙 씨 복직 결정을 보도하긴 했지만, 연합뉴스 기사를 옮겨온 것에 불과했습니다.

 

구분

언론사

보도건수

구분

언론사

보도건수

종합일간지

경향신문

7

지상파

KBS

2

국민일보

3

SBS

1

동아일보

0

MBC

3

문화일보

0

종합편성채널

JTBC

2

서울신문

3

TV조선

0

세계일보

3

채널A

0

조선일보

1

MBN

1

중앙일보

1

보도전문채널

YTN

4

한겨레

5

연합뉴스TV

0

한국일보

3

통신사

연합뉴스

4

경제일간지

매일경제

2

뉴시스

4

서울경제

3

뉴스1

1

한국경제

2

 

 

 

△ 김진숙 복직 관련 언론사별 보도건수(2/23~25) ⓒ민주언론시민연합

 

복직결정 ‘0’건 언론, 이전 보도는 어땠나

김진숙 씨 복직을 한 건도 싣지 않은 언론의 이전 보도는 어땠을까요. 이들 언론은 김진숙 씨 농성투쟁에도 무관심했고 그의 노동운동과 저항을 계속 비판해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아일보‧문화일보는 김진숙 씨를 지속해서 비판해왔습니다. 동아일보는 <사설/한진중 복직 근로자 휴직, 정치논리 허구 드러냈다>(2012/11/12) 등을 통해 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을 하던 김진숙 씨를 비판한 바 있고, 문화일보도 <사설/불법 외부세력을 승자로 둔갑시킨 한진중 11개월>(2011/11/11)을 통해 김진숙 씨를 ‘불법 외부세력’으로 지칭하며 노사합의 결과를 “입법부가 공공연히 법을 무시하고 노사 자율교섭이라는 원칙도 훼손하는 악선례를 남긴 것”으로 비판했습니다. 문화일보는 <한진중 불법시위자 사법처리 본격화>(2011/11/14 김기현 기자)를 비롯해 <한진중공업 시신농성 김진숙 등 41명 기소>(2013/9/12 김기현 기자), <한진중 시위 농성 김진숙 등 6명 국민참여재판>(2014/2/10 김기현 기자) 등 한진중공업 시위농성 재판 관련만 무려 11건의 기사를 통해 일관되게 비판했습니다.

 

반면 TV조선‧채널A‧연합뉴스TV는 김진숙 씨 행보에 무관심했습니다. 2020년 12월부터 2021년 2월까지 복직을 위해 김진숙 씨가 부산에서 서울까지 도보행진을 진행한 데 대해 TV조선은 <400㎞ '복직 도보행진' 김진숙, 34일 만에 청와대 도착>(2021/2/7 윤서하 기자)을 통해 도보 행진이 종료됐다는 언급만 전했고 연합뉴스TV도 <김진숙 복직촉구 400㎞ 행진 34일만에 종료>(2021/2/8)로 짧게 짚어준 게 전부입니다. 채널A엔 관련 기사가 아예 없었습니다.

 

‘해고는 살인’ 언론의 관심으로 막아야

37년 해고노동자로 살아온 김진숙 씨 명예복직 소식조차 외면한 5개 언론의 지난 보도를 보니 “노동자에게 해고는 단순히 일자리를 잃는 고통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표현될 만큼 노동자 개인과 그 가족, 더 나아가 그 사회구성원의 존엄과 보편적 인권을 위협하기도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성명이 다시금 와 닿습니다. 언론이 부당한 해고를 알리지 않으면 기업은 더 많은 ‘살인’을 쉽게 저지르게 될 겁니다.

 

김진숙 씨는 2007년 ‘소금꽃나무’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소금꽃’은 소금이 만들어지기 전 단계에서 염전 바닥에 있는 소금 성분이 떠오르는 모습을 말하기도 하고, 땀에 젖은 옷이 마르면서 생기는 하얀 얼룩이 마치 꽃과 비슷하다고 하여 그에 붙은 이름이기도 합니다. 부당하게 해고당하는 사람이 없도록, 일터에서 죽어 나가는 사람이 없도록, 그를 위해 국회와 정치권이 입법 논의를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언론의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2월 23일~25일 ‘김진숙’을 키워드로 포털 네이버‧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에서 등에서 검색한 기사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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