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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폐지’ 논란 정치공방 보도, 받아쓰거나 외면하거나
등록 2022.03.16 20:27
조회 211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핵심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윤 당선자는 3월 13일 ‘여가부 폐지에 대한 반대가 거셀 것’이라는 취재진 질문에 “여가부는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며 폐지 뜻을 재확인했는데요. 그럼에도 이번 선거에서 20대 여성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결집한 양상이 드러났고, ‘젠더갈등’이 재현돼 통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재검토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여가부 폐지 공약 관련한 논란이 또 한 번 커질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언론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윤 당선자의 발언을 옮기는 수준에 머물고 있거나 여가부 폐지 반대 목소리가 높아짐에도 이를 외면하는 듯한 보도를 내놨는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윤 후보가 ‘여가부 폐지’ 공약 이행을 언급한 3월 13일 지상파3사‧종편4사 저녁종합뉴스, 그 다음날인 3월 14일 6개 종합일간지‧2개 경제일간지 지면에서 관련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여가부 폐지’ 논쟁, 정치 공방으로 몰아간 TV조선․조선일보

갈등이 첨예한 사안일수록 찬반 양측의 목소리를 충분히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여가부 폐지 그 자체에 관한 논쟁보다는 정치 공방으로 흐를 여지가 큰 발언만 부각하는 기사를 내놨습니다.

 

TV조선은 이날 여가부 폐지를 다룬 기사 2개를 내놨는데요. <실력 위주 인선 천명…“여가부, 역사적 소임 다해”>(3월 13일 박경준 기자)에서는 윤 당선자의 발언을 그대로 옮겼고 이어진 <민주당 ‘윤호중 비대위’ 출범…위원 절반 ‘2030’>(3월 13일 고희동 기자)에선 여가부 폐지와 관련해 “정청래 의원이 윤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해 ‘모든 것이 윤석열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 데 대해 발목잡기란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여가부 폐지’ 공약에 반대하는 입장을 냈다고 ‘발목잡기’라고 표현하는 것도 언론의 자질을 의심케 하지만, 정 의원의 발언은 합리적인 논쟁보다는 정치적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는 발언임에도 이를 단순 인용보도한 것도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TV조선은 같은 기사의 온라인판 기사 제목을 <‘윤호중 비대위’ 출범했지만…“윤 뜻대로 안돼” 발언 논란>으로 쓰며, 정 의원 발언을 제목에서 부각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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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당선자 ‘여가부 폐지’ 공약 관련 온라인판 기사에서 정치 공방을 부각한 TV조선(3/13)

 

조선일보도 이날 2면 <“여가부, 부처의 역사적 소명 다해”>(3월 14일 김은중 기자)에서 여가부 폐지 공약을 재확인한 윤 당선자 발언을 보도하며 “더불어민주당에선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고 있다”고 첫 문단에서 언급했는데요. “공약을 다시 들여다보자”, “여가부를 부총리급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내부 목소리를 전달했지만,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는 이들의 반론과 그 입장을 알긴 어려웠습니다.

 

동아일보 <윤, ‘여가부 폐지’ 묻자 “역사적 소명 다해”>(3월 14일 조아라․김소영 기자)도 윤 당선자의 발언과 정 의원 주장을 주로 실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여성 인권 보호 기조를 강화하고 있어 여가부 폐지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도 함께 보도했습니다.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을 조금이나마 언급해 TV조선‧조선일보와 차이를 보였습니다.

 

‘여가부 폐지’ 발언 관심 높은데도 윤 당선자 발언 받아쓰기만

언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의제 설정입니다. 논란이 되는 이슈가 있을 경우 공론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전달하고, 핵심 쟁점을 왜 주목해야 하는지 분석해야 합니다. 그런데 윤 당선자의 발언만 일방적으로 전달한 보도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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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가부 폐지’ 공약 관련 윤석열 당선자 발언만 언급한 채널A(3/13)

 

채널A <“할당보다 실력 중심”…여가부 폐지 재확인>(3월 13일 전민영 기자)은 여가부 폐지와 관련해 “(여가부가) 역사적 소명을 다하지 않았느냐”, “불공정, 인권침해, 권리 구제 등을 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효과적인 정부 조직을 구상”할 것이라는 윤 당선자의 발언만 보도했고, 윤 당선자의 인사 원칙 등을 전하면서 “인위적인 여성할당이나 지역안배보다는 실력 중심의 인사를 하는 것이 진정한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라는 해석을 덧붙였는데요. 여가부 폐지론에 대한 분석이나 다른 목소리 등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습니다. JTBC <‘인수위 인선’ 배경과 의미는?>(3월 13일 안지현 기자) 역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국민의힘 내부에 있다는 점 외에 별다른 언급이 없습니다.

 

경향신문․한겨레․한국일보, 협치 강조하며 신중한 접근 요구

그러나 일부 언론은 여가부 폐지에 관한 갈등이 커질 조짐을 보이는 만큼 사설 등을 통해 적극 목소리를 냈는데요. 한국일보 <사설/여가부 폐지 재확인한 윤 당선인, 신중한 접근을>(3월 14일)은 “부처의 폐지든 업무 조정이든, 면밀한 기능 진단이 먼저”라며 “여가부 폐지를 반기는 2030 남성의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한 정략적 폐지는 그가 강조한 ‘국민통합’과 거리가 멀고 소모적 논쟁만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짚었습니다.

 

한국 한겨레 경향_ 여가부 제목.jpg

△ 사설에서 ‘여가부 폐지’에 신중한 접근을 요구한 한국일보‧한겨레‧경향신문(3/14)

 

한겨레 역시 <사설/안철수 체제 인수위, ‘통합과 협치’의 길 닦아야>(3월 14일)에서 윤 당선자의 여가부 폐지 공약 재확인을 놓고 “국민 의견이 팽팽하게 갈려 국론 분열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인수위 단계에서 균형감을 갖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바란다”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경향신문 <사설/안철수 인수위원장, 여가부 폐지 공약 ‘재검토’ 이끌어내야>(3월 14일)도 “윤 당선인이 여가부 폐지 공약을 내세운 뒤 ‘성별 갈라치기’ 논란이 일었다”며 “‘국민통합’ 메시지와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외에도 매일경제 <지역․이념서 자유로운 윤 당선인…국민통합 ‘신해법’ 기대>(3월 14일 문재용 기자)는 대선 의미와 향후 과제를 짚어보는 좌담회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비롯한 젠더 갈등 부각 전략이 오히려 이대남(20대 남자)의 국민의힘 지지를 돌려 세우는 변화가 있었다”는 강우창 고려대 교수의 발언을 전하며 여가부 폐지로 20대 남성의 지지를 잃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한국경제 <“인수위, 선거 노리는 인사 배제를” “무리한 공약 버릴 마지막 기회”>(3월 14일 전범진 기자)는 “치열하게 토론하고, 민주당을 비롯한 사회 각계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라”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과 함께 여가부 폐지 논쟁과 관련해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을 짚기도 했습니다.

 

언론도 ‘통합’ 위한 건강한 공론장 만드는 데 힘써야

윤 당선자의 첫 취임 메시지는 ‘통합’, ‘협치’였습니다. 절반으로 나뉜 선거 결과가 갈등의 깊이를 선명하게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언론의 역할은 공론장에 최대한 많은 시민을 모으고, 생산적 토론이 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여가부 폐지’와 관련해서도 정치 공방을 부추길 수 있는 내용보다는 시민의 주장이 어떻게 다르고, 왜 다르고 같은 점은 무엇인지 짚어내며 화합의 공론장을 이끌 수 있는 보도를 내야 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2년 3월 14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 2022년 3월 13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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