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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낮은 ‘한동훈 패션’ 보도, 온라인에서 적극 ‘팔았다’
등록 2022.05.0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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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4월 13일 2차 내각 인선으로 장관 후보자 8명 등을 발표하자 언론의 관심은 한 사람에게 쏠렸습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인데요. 한동훈 후보자는 윤 당선자가 지난 2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적폐’ 수사를 언급하며 요직에 앉힐 수 있는 측근으로 지목한 인물로, 법무부 탈검찰화에 역행을 가져올 거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윤 당선자는 한동훈 후보자 발탁 배경으로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다양한 국제업무 경험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장관 후보자 인선이 마무리 되자, 언론은 한동훈 후보자를 포함한 다른 후보자에 대한 검증보도를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동훈 후보자와 관련해선 검증과 무관한 보도도 이어졌습니다. 특히 옷차림에 관한 보도인데요. 윤 당선자와 인연이 깊은 만큼 한동훈 후보자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높을 수 있지만, 옷차림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며 이미지 정치를 주도하거나 공적 관심사로 보기 어려운 내용까지 기사로 옮기면서 장관 후보자를 가십 대상으로 만들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4월 한 달간 한동훈 후보자 옷차림이 언급된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조선일보가 쏘아올린 ‘한동훈 패션’ 보도, 온라인 기사 40건

4월 한동훈 후보자 옷차림을 언급한 기사는 신문지면 기준 조선일보 <‘칼주름’ 한동훈·‘색색 블레이저’ 메르켈… 패션은 메시지다>(4월 26일 최보윤 기자)가 1건으로 유일하지만,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온라인 기사는 40건에 달합니다. 이들 기사는 네이버 ‘언론사별 랭킹뉴스’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많이 읽혔는데요. 언론이 권력감시 역할에 소홀하고 장관 후보자를 온라인에서 ‘잘 팔릴’ 기삿감으로 바라볼 때 대중 관심을 어디로 쏠리게 하는지를 보여준 사례입니다.

 

한동훈 후보자가 인선된 주에 서울경제 <영상/손 덜덜, 한숨…한동훈 행동서 패션까지 화제>(4월 15일 김지선 인턴기자), 조선비즈 <“모델 포스·비주얼 깡패”…한동훈 향해 쏟아지는 관심>(4월 15일 이정수 기자)이 각각 네이버 ‘언론사별 랭킹뉴스’ 2, 4위에 올랐고, 그 이후 주간동아 <‘주당·아저씨’ 윤석열, ‘콜라·패셔니스타’ 한동훈…상극이지만 단짝>(4월 24일 최진렬 기자), 조선일보 <‘칼주름’ 한동훈·‘색색 블레이저’ 메르켈… 패션은 메시지다>(4월 26일 최보윤 기자)가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관련 기사가 상위권에 오른 언론사 5곳 중 2곳이 조선미디어그룹 계열사입니다. 같은 계열사인 월간조선, 여성조선이 낸 기사까지 포함하면 조선미디어그룹에서 나온 한동훈 후보자 옷차림 기사는 총 7건에 달합니다.

 

후보자 패션_네이버 랭킹_1.png

△ 네이버 ‘언론사별 랭킹뉴스’에 오른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옷차림 보도.

서울경제(4/15)‧조선비즈(4/15)‧주간동아(4/24)‧조선일보(4/26)‧한국경제(4/26)


커뮤니티 게시글 ‘복붙’하고, 패션 전문가 인용으로 ‘띄우기’

한동훈 후보자 옷차림 보도를 한 언론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내놓은 기사 상당수는 인사청문회를 앞둔 장관 후보자에 대한 불필요한 관심을 높이고, 이른바 ‘이미지 정치’를 부추기는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지면 기사에선 잘 쓰지 않는 ‘모델포스’, ‘비주얼깡패’, ‘완판남’ 등의 수식어를 제목에 쓰며 한동훈 후보자가 착용한 의상 브랜드와 가격을 보도하는 식으로 옷차림에 관심을 뒀고, ‘완벽주의’, ‘성공한 X세대’, ‘패션감각처럼 앞서가는 단단한 세계’ 등 한동훈 후보자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덧붙이거나 커뮤니티 등에서 나온 의견을 옮겨 썼습니다.

 

조선일보 <손 덜덜, 깊은 한숨…한동훈 장관 지명, 그날 다시보니>(4월 15일 김소정 기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동훈 후보자 패션 관련 글을 옮겨 쓴 첫 기사입니다. 조선일보는 “패션 전문 커뮤니티 ‘디젤매니아’에는 한동훈 후보자가 이날 착용한 안경과 맥코트 관련 문의 글들이 빗발쳤다”며 ‘한동훈 후보자 옷 진짜 잘 입네요’ 등의 제목이 나열된 커뮤니티 게시판 화면을 캡처해 ‘한동훈 패션’에 대한 언론 관심의 첫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이후 조선비즈 <“모델 포스·비주얼 깡패”…한동훈 향해 쏟아지는 관심>(4월 15일 이정수 기자)은 한동훈 후보자 팬클럽에 올라왔다며 “‘멋집니다 장관님’, ‘멋짐 폭발, 응원합니다’” 등의 글을 옮겼고, 머니투데이 <“한동훈 안경 어디 거?” “모델 포스” 남다른 패션 또 화제>(4월 15일 차유채 기자) 역시 “한동훈은 외모·업적·언변·패션 센스 등 모든 영역에서 부족함이 없다”, “일반적인 검사의 패션이 아닌 것 같다. 헤어·패션 스타일을 잘 가꿔서 너무 보기 좋다”와 같은 의견과 함께 커뮤니티 게시판 캡처 이미지를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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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패션 관련 커뮤니티 게시글을 소개한 머니투데이(4/15)


“스카프, 남녀 공존‧자유로운 사상 보여줘”, “반짝이는 홍채, 자기관리 철저했기 때문”

신문지면에서 한동훈 후보자 옷차림을 언급한 유일한 기사인 조선일보 <‘칼주름’ 한동훈·‘색색 블레이저’ 메르켈… 패션은 메시지다>(4월 26일 최보윤 기자)는 “패션이 정치를 만나면 메시지가 된다”며 한동훈 후보자가 지난 1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명예훼손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때 자줏빛 스카프를 착용한 것을 두고 “윤석열 현 당선인에 대한 지지를 붉은색으로 돌려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 “가격 대비 고급스러운 취향을 보여준다는 자신감” 등을 언급했습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비리 타파’를 외치며 영화 ‘킬빌’의 노란 트레이닝복”을 착용한 것을 유사한 사례로 꼽았는데요. 류 의원의 경우 지난해 7월 채용비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채용비리신고센터 ‘킬비리’ 설립을 발표하며 해당 의상을 입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채용비리 문제에 대해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며 의상을 통해 주목을 유도한 것으로 한동훈 후보자 사례와는 다릅니다. 한동훈 후보자의 경우 조선일보가 기성복 색깔만 갖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일요신문 <“한동훈의 패션은 성공한 X세대의 “PANTS” 를 표현한다”>(4월 24일 송기평 경인본부 기자)는 한동훈 후보자 패션을 주제로 이미지 평론가와 인터뷰를 한 기사입니다. 기사에 등장한 이미지 평론가는 한동훈 후보자 슈트를 두고 “공직자의 서비스정신을 어필하는 데 최적”이라거나 스카프를 두고 “패션소품에 남녀 구분을 두지 않는 자유로운 사상의 소유자”라고 평가했는데요. 기사 말미에는 “한동훈 후보자의 패션에서 가장 집중할 부분은 안경너머로 보이는 반짝이는 홍채”라며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소년 같은 눈빛을 지키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동훈 후보자가 빛나는 소년의 눈빛을 지킨 순수함으로 인간의 존엄을 보여주는 법의 수호자가 되길 응원할 때가 아닌가 싶다”란 표현도 등장합니다. 장관 후보자로서 적격성을 패션과 홍채를 바탕으로 판단했다는 주장을 실은 셈입니다.

 

박근혜 ‘투자활성복’‘전투복’ 홍보하던 언론, 얼마나 달라졌나

언론은 과거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가 즐겨 입은 붉은 재킷을 두고 ‘투자활성화복’, 군청색 바지정장을 두고 ‘전투복’이라며 박 씨의 정책을 띄우고 이미지를 만드는 데 일조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가 무색하게 박 씨는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된 대통령이 됐습니다. 한동훈 후보자의 스카프 색깔이나 넥타이 매는 법 등을 두고 후보자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는 보도행태는 지금도 여전합니다. 정치인의 포장된 이미지를 벗겨야 할 언론이 오히려 과대포장에 앞장서고 있는 꼴인데요. ‘이미지 정치’를 벗겨내야 할 언론이 지면엔 싣지 못하는 질 낮은 온라인기사를 포털에 전송해 ‘클릭 수’를 높이는 데 몰두하는 사이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낮아지고 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한동훈’, ‘패션’을 검색해 나온 온라인 기사 (04/29 오전 9시 30분 검색 기준) /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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