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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PC’가 아니길 기원하는 MBC
2016년 12월 7일
등록 2016.12.09 19:21
조회 468

7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최순실 청문회’가 주요하게 다뤄졌습니다. 이날 최순실, 장시호, 김종, 차은택 등 국정파탄 사태의 주요 피의자들은 물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증인으로 출석하여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 수첩에 따르면 김기춘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보수단체 동원, 정부 비판적 언론에 대한 보복 등 각종 ‘공작 정치’를 지시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7시간 의혹에 있어서도 철저히 비밀을 지키라 지시한 것으로 적혀있죠. 김 전 실장은 청문회에서 이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최순실도 모른다는 기존 입장도 고수했습니다. 과연 믿을 수 있을까요? 언론이 이를 논파해줘야 하지만 7일에도 이 역할은 JTBC만 수행했습니다. 6일 보도된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부스스한 머리를 연출하기 위해 미용사를 불렀다는 의혹도 여전히 논란이 큰데요. 6일 보도를 내지 않았던 TV조선‧채널A‧MBN은 보도 대열에 합류했으나 KBS‧MBC는 침묵했습니다. TV조선은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에게 ‘대통령 행세 그만하라’며 여전히 대선을 겨냥하고 있네요.

 

1. ‘최순실PC 소유 여부 다시 논란’? MBC 또 어깃장
7일 청문회에서 고영태 씨는 “(최순실 씨는) 태블릿 PC 그런 걸 사용을 못 하는 사람”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친박계는 8일 오전 “태블릿PC 입수 경위에 대해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히는 등 논란이 됐습니다. 방송사 중에서는 MBC만이 ‘최순실PC 소유 논란’에 군불을 뗐습니다. 


MBC <“최순실은 태블릿PC 사용 못 하는 사람”>(12/7 https://bit.ly/2h8ePBq)에서 이상현 앵커는 “최순실 사태의 핵심 증거가 된 태블릿PC의 주인이 최 씨가 맞는지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전기영 기자는 “(최순실은) 태블릿 PC 그런 걸 사용을 못 하는 사람으로 제가 알고 있습니다”라는 고 씨의 증언 장면을 보여주면서 “최 씨가 검찰 조사에서 태블릿PC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며 일관되게 주장해온 것과 일치하는 부분” “고 씨는 태블릿PC를 언론사에 제보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의혹에 대해, 최 씨와 사이가 틀어진 이후 자료를 모으는 상황에서 태블릿PC가 있었다면 방치해 두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런 의혹을 부인” 등 고 씨 증언에 힘을 보탰습니다. 보도 말미에는 “태블릿 PC의 출처가 정확해야 법정에서 증거 능력을 인정받는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어서 앞으로 태블릿 PC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고 강조하기도 했죠. 그러나 고 씨는 “‘본인 셀카’가 (태블릿 PC 안에) 있었다면 본인 것이 아니면 누구 것이겠는가”라는 말도 했는데요. MBC는 이 증언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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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영태 증언 빌미로 ‘최순실PC 소유 논란’ 불 지핀 MBC(12/7)

 

이날 고 씨의 최순실 PC 관련 증언은 KBS와 MBC, 그리고 JTBC만 1건을 따로 보도했는데요. KBS는 “태블릿 PC의 출처에 대해 언론 보도가 계속 바뀌다가 본인의 것이란 보도까지 나왔다며, 태블릿 PC를 처음 입수한 기자가 경위를 밝혀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며 고 씨 증언을 단순 전달하는 수준에 머물렀고 JTBC는 보도 당사자로서 즉각 반박했습니다. JTBC <최순실, 태블릿PC 못 쓴다?>(12/7 https://bit.ly/2gmw5l6)는 “사용을 못 하기는커녕 항상 들고 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통화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면서 “맨날 들고 다니다시피 하면서 딸 정유라 씨가 시합할 때 사진을 찍었다” “맨날 들고 다니다시피 하면서 딸 정유라 씨가 시합할 때 사진을 찍었다” 등 다른 최 씨 지인의 증언도 소개했습니다. 

 

2. ‘맹탕 청문회’에 ‘맹탕 보도’, 사라진 언론의 본질적 역할
7일 청문회는 핵심 증인인 최순실, 우병우가 불출석하고 출석한 증인들도 핵심 쟁점들에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언론은 ‘맹탕 청문회’라며 비판 보도를 쏟아냈고 방송사도 예외는 아닙니다. 7개 방송사 모두 1건씩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를 보도하며 ‘증인 불출석’을 짚었고 2~3건씩 증인들의 ‘모르쇠’를 지적하기도 했죠. 하지만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지적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언론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부실한 증인들 답변 속에서도 행간을 읽어 그 속뜻과 정당성을 따지는 것이 언론입니다. 7일에도 그 역할은 JTBC만 수행했습니다. 청문회 증언에 대한 분석 보도는 KBS‧TV조선이 1건, JTBC가 5건입니다. SBS‧MBC‧채널A‧MBN은 단 1건도 분석하지 않았고 청문회 질의응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만 했습니다. 그나마 KBS의 1건은 ‘김영한 수첩’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김기춘 전 실장의 태도가 특검을 대비한 것이라는 지적에 그쳤고 TV조선의 1건은 공황장애를 이유로 불출석한 최순실의 거짓말 가능성을 타진한 것입니다. ‘거짓 증언’을 직접 반박한 보도는 JTBC에서만 나왔습니다.

 

3. ‘김영한 수첩’ ‘세월호 7시간’의 키를 쥔 김기춘, JTBC만 반박했다
7일 청문회는 ‘김기춘 청문회’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김 전 실장에 질의가 집중됐습니다. 김 전 실장은 자신의 ‘공작정치’가 기록된 ‘김영한 수첩’과 박 대통령 ‘세월호 7시간’ 의혹의 핵심 당사자입니다. 김 전 실장은 두 의혹 모두를 부인했죠. 이에 직접적으로 반박한 방송사는 JTBC뿐입니다. 


JTBC <알지 못했다? 상식적으로 따져봐도…>(12/7 https://bit.ly/2gEf4Au)는 세월호 참사 당일 의혹과 관련해 “외부에서 진료를 받았는지, 머리 손질은 일정 부분 청와대에서 확인했는데도 관저에서 일어나는 사사로운 생활은 전혀 몰랐다는 것”이라며 김 전 실장의 ‘모르쇠’를 지적하고 “당시에 300명의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던 상황인데 여기에 ‘사사로운 생활’이란 표현이 적절한 것인가, 이건 많은 분들이 분노하실 것”이라 질타했습니다. “300명 이상 국민의 생사가 확실치 않은 위급한 상황에서 상황을 챙기고 있던 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를 하고 긴급회의를 소집하지는 못했더라도 대통령이 어디 있는지조차 몰랐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덧붙였습니다. 


JTBC <김 전 실장, 바꾼 말도 모순>(12/7 https://bit.ly/2gdeoWC)은 ‘김영한 수첩’과 관련하여 김 전 실장이 “‘장’자가 쓰여 있는 부분에도 김영한 전 수석이 개인 생각을 적어놨을 수 있다, 그건 내 의견이 아니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지만 수첩 기록을 보면 “VIP, 즉 박 대통령의 순방 기간 동안 빈틈없이 근무하라"는 내용” 등 “대통령 부재 시 청와대의 최고 책임자로 매일 근태 점검부터 이슈 관리까지 하는 사람, 바로 대통령 비서실장입니다. 결국 ‘장’이라고 쓴 부분이 비서실장 지시사항을 적은 코너”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외에도 JTBC는 3건의 반박 보도를 더해 총 5건에서 김 전 실장의 증언을 철저히 분석했습니다.

 

4. 문재인에 ‘대통령 놀음’ ‘촛불 선동’…수위 높아지는 TV조선의 ‘대선 여론전’
탄핵 가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조기 퇴진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는데요. TV조선은 국정파탄 사태가 시작된 10월 말부터 꾸준히 야당과 문재인 전 대표를 공격하며 가장 발 빠른 대선 행보를 보였습니다. 탄핵 표결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그 수위는 더 높아졌습니다.

 
TV조선 <“저는 훌륭한 대통령 될 것 같다”>(12/7 https://bit.ly/2gC6wdz)에서 윤정호 앵커는 “문재인 전 대표가 시민들과 만나 ‘촛불을 들고 국회로 가자’고 말했습니다. 연일 더 과격한 말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공격하고 있는데, 대선주자가 선동에만 열을 올린다는 비판도 나옵니다”라며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김경화 기자는 “헌재 판결까지 끝까지 가보겠다 이것은 나라가 망하더라도 자기만 살겠다” “국회를 향해서 촛불을 들어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촛불을 들고 국회를 향해서 대행진” “이번 주말에는 더 많은 촛불 시민 모여서 이제는 국회도 거취 결정했으니 즉각 물러나라(고 해주시겠습니까)” 등 문재인 전 대표의 촛불집회 발언 장면을 보여주더니 “탄핵안을 가결시키도록 국회를 포위하라며 시민들을 부추기기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 비판했습니다. 


이는 6일 국회 앞 촛불집회 발언을 빌미로 한 비난인데요. 6일 해당 발언을 비판한 새누리당 논평과 내용이 정확히 일치합니다. 새누리당은 6일 논평을 내고 “촛불의 분노에만 아부하는 ‘헌법 파괴 민주주의 유린’ 행보로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습니다. 수위만 조절했을 뿐 취지는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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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발언 왜곡하여 ‘대통령 놀음’이라 비판한 TV조선(12/7)

 

5. 새누리당과 손잡은 TV조선의 ‘문재인 때리기’
TV조선의 위와 같은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른 정치 공세일 뿐입니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을 비롯한 시민들은 이미 지난 3일 있었던 6차 범국민행동부터 국회와 새누리당사 앞 집회를 시작했으며 문 전 대표는 이러한 민심에 따랐을 뿐 시민을 부추기거나 아부한 바가 없습니다. TV조선이 인용한 “촛불을 들고 국회를 향해서 대행진”이라는 발언은 시민들을 독려한 것이지 선동한 것이 아닙니다. 또한 박 대통령에게 ‘탄핵 후 즉각 퇴진’을 요구한 것도 민심에 부응한 것이자 헌정유린의 책임자에 대한 응당한 요구입니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비주류가 탄핵 찬성으로 돌아서자 6일 탄핵 가결 후 헌재에서 법리를 다투겠다며 민심과의 정면승부를 택했습니다. 국정파탄의 여러 혐의는 또 부인했습니다. ‘4월 퇴진’을 암시했던 기존 입장을 뒤집고 끝까지 가보겠다는 것인데 TV조선은 이를 비판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정당한 비판을 가한 문 전 대표를 물고 늘어진 모양새입니다. 또한 TV조선은 ‘탄핵 후 퇴진’이 불법적인 것처럼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채널A도 “국회법에 탄핵 절차가 시작되면 함부로 그만둘 수 없다고 규정한 것에 근거한 설명이지만 헌법학자와 야권 일각에서는 선출직인데다 최고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해당되지 않는 조항이라는 주장”을 전했습니다. TV조선만 새누리당의 ‘문재인 때리기’에 적극 가담하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TV조선은 보도 말미에 “다음 대통령은, 저는, 박 대통령과 정반대 길로만 가면 그러면 아주 역사 남는 훌륭한 대통령 될 거 같다”라는 문 전 대표 발언을 두고 “문 전 대표는 다음 대통령으로 자신을 지칭하기도 했습니다” “문 전 대표는 사실상 대선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막상 '대통령 놀음'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새누리당의 문재인 죽이기가 시작된 것 같다’고 일축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발언을 “저는 훌륭한 대통령 될 것 같다”라고 말한 것처럼 왜곡하여 제목으로 뽑기도 했죠. 그러나 TV조선이 보여준 문 전 대표의 발언 장면만 봐도 문 전 대표는 차기 대통령을 자신으로 칭한 것이 아니라 “다음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 정반대로 가면 된다”는 것을 “자기”가 생각한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발언 중간에 들어간 “자기”가 앞선 “다음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주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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