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고대만 아니었다면, 김연아 어머니도 ‘최순실’처럼 했을 것
2017년 1월 3일
등록 2017.01.09 19:55
조회 524
3일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 몇몇 종편 출연진들은 덴마크에서 체포된 정유라 씨의 ‘엄마 탓’ 주장에 대해 ‘정말 몰랐을 것’이라며 옹호했습니다. 채널A <이남희의 직언직설>(1/3)에서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학사 비리에 대해 “상당부분 체육특기생이 학부모 덕택이라든지 이런 식으로 졸업을 해요”라며 정 씨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체육특기생 전반의 문제로 일반화했습니다. ‘김연아 선수도 고대가 아니었다면 어머니가 해결해줬을 것’이란 말도 안 되는 억지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신문이야기 돌직구쇼+>(1/3)에서는 정 씨의 입학 비리를 둘러싼 진실공방이 다시 화제가 되었습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김경숙 전 처장을 비판하며 “첫사랑 이름이 김경숙입니다”, “얼굴 생긴 거로 봤을 때 김경숙 학장 거짓말하고 있다”라며 황당한 주장을 펼쳤습니다.
 
1. 고대만 아니었다면, 김연아 어머니도 ‘최순실’처럼 했을 것
지난 2일 정유라 씨는 덴마크에서 덴마크 경찰에게 체포되었습니다. 정 씨는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였습니다. 정 씨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합니다. 본인의 부정입학, 학사 비리 외에도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에 상당 부분 관계있기 때문입니다. 체포 후, 정 씨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해 ‘자신은 잘 모른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 했다’며 모든 책임을 최 씨에게 떠넘겼습니다. 특히 정유라 씨의 한국 언론 인터뷰가 공개된 후, 정 씨의 인터뷰가 사전에 법률적 조언받은 것이란 분석이 많았습니다. 특히 삼성 승마 지원 계약 등에 대한 답변이 대표적입니다. 정 씨는 삼성 지원에 대해 ‘승마지원 6명 중 1명으로 알고 있었다, 계약서에 사인만 했을 뿐 내용은 몰랐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종편 출연진은 정유라 씨가 정말 몰랐을 것이라 옹호했습니다. 채널A <이남희의 직언직설>(1/3)에 출연한 여상원 변호사는 “최근에 최순실 씨가 정유라를 갖다가 거의 조정해서 키웠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나이가 지금 21살인가 그렇죠, 아마. 이런 젊은. 우리가 볼 때, 저희 입장에서 볼 때 진짜 아기 아닙니까? 아기가 어떤 이런 복잡한 거래에 관해서 뭘 알았겠냐 (중략) 정유라는 최순실 씨보다 나이가 한 40년 어린, 어린이인데 찍으라면 찍는 거죠. 조사해 봐야 알겠지만 몰랐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며 동조했습니다. 삼성의 승마 지원 사업으로만 알고 있었다는 정 씨의 주장은 최순실 씨 그리고 박 대통령의 주장과 일치합니다. 정 씨의 발언을 그대로 믿는다면 정 씨는 특혜지원에 대한 공범 관계도 벗어날 뿐 아니라, 삼성과 박 대통령 사이의 뇌물 혐의의 연결고리도 끊어집니다. 따라서 발언의 진위는 명백히 따져보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여 씨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정유라 씨의 주장이 ‘맞을 것’이라 쉬이 추정해 버린 것입니다. ‘아기’라 비유한 21살은 투표권까지 가진 엄연한 성인입니다.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여기서 한술 더 뜹니다. 최 씨는 “체육특기생이라는 부분이 있잖아요. 저희가 이해 못 하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체육특기생에. 무슨 얘기냐 하면 체육특기생은 굳이 공부를 잘할 이유가 없잖아요. 무사히 졸업하면 되는데 그 무사히 졸업하는 것도 상당 부분은 체육특기생이 또 저런 식으로 학부모 덕택이라든지 이런 식으로 해서 졸업을 해요. 실제 학교 거의 안 나가고"라며 최 씨의 학사 비리까지 옹호합니다. 진행자 이남희 씨가 ‘체육특기생 김연아 선수는 그렇지 않았다’고 반박하자, “사실 김연아 씨도 만약에 F2개 맞아서 김연아 어머니가 가서 고대하고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해서 대충 넘어가고 했으면 김연아 씨도 그 이후에 공부 안 했을 거예요. 그러나 고대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했기 때문에 가혹하게 F를 준 것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게 그런 학교의 차이이지만 체육특기생 간의 일반적인 그런 특징들도 있다, 그런 얘기를 알아야 합니다”고 답했습니다.

‘엘리트 체육’에 집중한 체육특기자 제도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습니다. 이번 논란으로 체육특기자 제도의 문제점이 공론화되고 개선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긍정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최 씨의 발언은 ‘체육특기자 제도’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최 씨는 정 씨의 학사 비리를 일반적인 상황이라 옹호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체육특기생은 출석을 안 한다, 부모님이 해결해준다’며, 정 씨 개인의 문제를 체육특기생 전반의 문제로 일반화했습니다. 심지어 ‘김연아 선수도 고려대만 아니었다면 최순실처럼 어머니가 해결해 줬을 것’이란 말도 안 되는 억지까지부린 것입니다.

최 씨는 특혜 입학에 대해서도 ‘과정을 몰랐다’는 정유라 씨의 진술을 추정만으로 ‘맞을 것’이라 단정적으로 말했습니다. “정유라 씨는 삼성이 후원했다고 믿고 있지 예를 들어서 어머니가 대통령을 움직여서 삼성한테 10억을 해서 말을 사줘서 이게 특혜로 지금 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 안 할 것”이라며 여 씨와 비슷한 분석을 내놓은 것입니다. 정 씨의 특혜 입학, 학사 비리 등 특혜 상황 역시 ‘몰랐을 것’이라 단정하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다 이만저만 했으니까 너는 그냥 편안하게 들어가기만 하면 돼. 정유라 씨는 편안하게 ‘나는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라 들었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정 씨의 특혜 입학 관련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특히 부정 입학을 입증하는 정황 중 하나는 입학 면접 상황입니다. 정 씨가 면접장에 승마복을 입고 금메달을 들고 들어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정 씨가 부정적 행위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 추정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유라 씨의 ‘엄마 탓’은 공범 관계를 피하기 위한 전략적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그럼에도 최 씨는 이에 대한 의심은커녕 오히려 정 씨의 발언이 맞을 것이라 동조한 셈입니다.
 
2. 김근식 “얼굴 생긴 거로 봤을 때 김경숙 학장이 거짓말하고 있다”
3일 채널A의 <신문이야기 돌직구쇼+> 역시 정 씨의 구속을 다뤘습니다. 정 씨의 입학 비리를 둘러싼 진실공방이 다시 화제가 된 것인데요. 방송에서는 지난달 15일 열린 최순실 국정조사 4차 청문회에서 증인들이 서로 정유라와 최순실을 모른다며 잡아떼는 모습이 등장했습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학과 교수는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 남궁곤 씨와 전 이화여대 학장 김경숙 씨에 관해 이야기 하던 중 “얼굴 생긴 거로 봤을 때 김경숙 학장 거짓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황당한 발언을 했습니다.
 

20170109_174833.jpg

△“얼굴 생긴 거로 봤을 때 김경숙 학장이 거짓말하고 있다”라고 주장한
김근식 경남대 교수. 채널A<신문이야기 돌직구쇼+>(1/3)

 
김 씨는 “남궁곤 입학처장을 잘 압니다. 정치학자이기 때문에, 선배이기도 하고. 남궁곤 입학처장은 김경숙 전 학장이 정유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은 이상은 정유라를 알 수가 없어요. (중략)지금 청문회 나와서 자기가 입학처장한테 정유라가 오니 잘 좀 해달라는 얘기를 남궁곤 처장이 했다는 얘기(남궁곤 처장의 청문회 증언)를 지금 본인이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잖아요. 얼굴 생긴 거로 봤을 때도 김경숙 학장이 거짓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궁곤 처장이 그 이야기를 할 수가 없고 정치학자가 어떻게 정유라를 알겠습니까? 정황상 있을 수 없다고 보고. 남궁곤 처장이 사람이 좋은 사람이에요. 누가 부탁하면 거절하기 힘든 사람입니다. 저는 김경숙 학장 검찰에 긴급 체포장을 내려서라도 제가 첫사랑 이름입니다만 반드시 밝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각종 의혹과 증언에도 남 전 처장과 김 전 학장은 ‘정유라를 몰랐다’며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실은 밝혀져야 하지만 현재는 누군가 위증을 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6일 피의자로 소환했던 남궁곤 전 입학처장에 대해 업무방해와 위증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근태 씨는 김경숙 전 학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고, 남궁곤 전 처장이 결백하다고 주장한 것인데요. 본인의 생각의 근거가 매우 황당합니다. 김경숙 전 학장에 대해서는 “얼굴 생긴 거로 봤을 때”라는 근거를 댔고, 남궁곤 입학처장의 결백에 대해서는 “정치학자라서”, “사람이 좋”아서 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이는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부적절한 표현입니다. 방송통신심의위는 김 씨의 이번 발언을 면밀히 검토하고 조치해야 할 것입니다.
 
* 민언련 종편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