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_
기자에게 얼마나 많은 조회수가 필요한가?
등록 2018.03.1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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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포커스] 기자에게 얼마나 많은 조회수가 필요한가?
‘소설과 현실의 경계’에서 바라본 기자 윤리 -
이기범 / 민주언론시민연합 편집위원

언론을 분석하고 비판하던 이들은 시간을 두고 하나둘씩 언론사로 들어갔다. 물론 몇 번의 언론고시 낙방을 겪기도 하면서 다른 직업을 택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만난 이들은 긴 시간 폭탄주를 마시며 전화 통화를 하거나 카톡 등을 확인했다.

“맞아. 내가 더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건 맞아. 그래도 누구한테도 굽실거릴 필요도 없고, 누굴 겁낼 필요도 없어. 하지만 너희는 안 그러잖아. 구조가 복잡하고 결국 게이트 키핑에서 잘려나가는 거 아니야. 아마 그러다 보면 지치게 되고 의미를 찾지 못할걸”

“그래 맞아. 그런데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구조적으로 보면 포털과 페이스북 좋은 일 시켜주는 거 아니야. 실시간 검색어를 보면서 기사 쓰고 있는 거 아니야? 그 뉴스 어디서 봤어? 라고 누군가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 없잖아.”

“무언가 집중적으로 일하기보다는 놓치는 것이 없는지를 더 걱정하는 것이 맞아. 그래도 나름 파 보려고 해도 막상 해 보면 공력도 많이 늘고 반응도 시큰둥해. 회사가 전체적으로 밀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늘 사람과 시간이 부족해.”

술자리가 길어지면서 한 명이 계속해 고개를 끄덕였다. 잠이 든 기자의 꿈에 한 언론사 사장이 나타나 온라인 특별팀에서 일하라고 했다. 그는 기사에 조회수가 높아지면 임금을 더 준다고 했다. 기자는 실시간 검색어와 다른 언론사의 기사들을 보면서 열심히 기사를 썼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 나가지 않고도 직접 인터뷰를 하지 않고도 기사를 작성할 수 있었다. 조회수가 올라가자 사장은 임금을 올려주면서 더 도약하자고 했다. 기자는 페이스북과 인터넷 서핑을 통해 얻은 사진 소스와 내용 그리고 소위 ‘받은 글’ 등을 살짝 가공하면서 글을 만들었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인물 조회수와 사건에 약간의 시각과 검색 내용을 덧붙이자 기사는 멋지고 현장감 있게 만들어졌다. 조회수와 댓글을 폭발적으로 붙었다. 사장은 기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정말 대단하군. 엄청난 조회수’라고 했다.

“집에 가자.” 한 기자가 잠이 들었던 기자를 깨웠다. 일어난 기자는 물을 마신 뒤 화장실에 가서 스마트폰을 꺼낸 뒤 자신이 쓴 기사의 조회수와 네티즌 반응을 살폈다.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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