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주요일간지 모니터보고서(2013.4.25)
등록 2013.09.25 12:03
조회 359
 
 
 
경찰의 국정원 대선 개입…<조선><중앙>, 내부 갈등으로 왜곡
 
- <조선>, 국정원 ‘대선 개입 안했다’ 적극 옹호 나서
       
 

지난 19일 수서경찰서의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 과정에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 윗선이 수사팀에 압력을 가하면서 사건을 축소·은폐해왔다는 내부 고발이 나왔다. 바로 전날인 18일에는 경찰이 국정원 직원의 정치글 게시 활동이 ‘정치 개입’은 맞지만 ‘선거 개입’은 아니라고 애매한 결과를 내리고, 검찰로 사건을 송치해 ‘부실·정권눈치보기 수사’라는 논란을 자초했다.

당시 국정원 수사를 맡았던 권은희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서울경찰청 등이 부당하게 개입해 수사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팀이 서울경찰청에 78개의 키워드를 제시하며 국정원 김 씨가 정치 관련 게시글·댓글을 작성했는지 조사해달라고 김 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분석을 요청했으나, 서울경찰청은 수사를 신속히 진행하기 어렵다며 키워드를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4개로 줄이도록 지시했고, 김 씨의 하드디스크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피의자 신분인 김 씨에게 허락을 받으며 진행한 것도 드러났다. 또한 서울경찰청은 대선 기간인 12월 16일 밤 9시 15분에 분석 작업을 끝내고, 10시 30분 분석결과 보고서를 수서경찰서에 보냈으며, 30분 뒤 수서경찰서는 “국정원 여직원이 댓글을 단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보냈다. 뿐만 아니라 서울경찰청은 정작 수사에 필요한 분석자료는 수사팀에 넘기지 않다가 수사팀이 항의하자 중간 수사 발표 이틀 뒤인 18일에 넘겼다. 당시 16일은 대선 3차 토론회 직후일 뿐 아니라 유례없이 늦은 밤중에 경찰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해 선거 개입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후 권 전 과장은 언론에 실린 수사 내용과 관련해 윗선으로부터 여러 차례 압력을 받았으며, 지난 1월 4일 김 씨를 재소환 했을 때는 ‘언론에 한마디라도 더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결국 2월 4일 권 전 과장은 송파경찰서로 전보조치 됐다.

권 전 과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경찰 간부가 압력을 통해 수사를 무마하려고 한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하고, 의무에 없는 수사 발표를 지시한 것은 직권남용죄가 된다. 또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면 정치 중립 의무 위반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
 

경찰의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 과정에 경찰 수뇌부가 개입했다는 내부 고발이 있은 이후 4월 20일부터 24일까지 주요일간지는 관련 사건을 보도했지만 보도량과 보도초점에 차이를 보였다.<표1>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경찰 수뇌부가 ‘국정원 선거 개입 수사’에 개입한 정황들을 주요하게 전했다. 수사에 개입한 경찰 수뇌부를 강하게 비판하며, 검찰에게 관련 사건을 명백히 규명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경향신문은 이 기간에 총 21건의 기사를 싣고 관련 내용을 주요하게 다뤘다.
반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권 전 수사과장의 내부 고발을 ‘경찰 내부의 갈등’으로 축소시키고, 권 전 수사과장의 주장에 대한 경찰 수뇌부의 반박을 부각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24일 이례적으로 ‘국정원이 선거 개입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의 칼럼을 1면에 싣고 국정원을 옹호하는데 적극 나섰다.
동아일보는 모니터 기간에 단 3건의 기사를 내놓으며 이 사안에 대해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권 전 수사과장의 내부 고발 사실을 전하고, 경찰에 문제의 진위를 밝히라고 주문했다.

<국정원 정치개입 은폐했던 경찰도 수사해야>(한겨레, 사설/4.20)
<국정원, ‘오유’ 면밀 분석했다 경찰은 증거 확보하고도 은폐>(한겨레, 1면/4.22)
<수사 부실 경찰 ‘총알탄 감찰’>(한겨레, 3면/4.23)

한겨레신문은 20일자 사설 <국정원 정치개입 은폐했던 경찰도 수사해야>에서 이 모든 과정에서 핵심은 김용판 당시 서울청장이라며, 김 청장은 “무혐의 수사 결과 발표는 내가 주로 판단했다”고 밝혔는데, 그의 이런 행동은 판단 착오 수준을 넘어 “범인을 은닉하고 증거를 인멸하면서 수사를 방해한 것”이기 때문에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사설은 검찰 특별수사팀에 “국정원뿐만 아니라 김 전 서울청장과 경찰 수뇌부의 조직적 은폐 의혹까지 함께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2일자 1면 <국정원, ‘오유’ 면밀 분석했다 경찰은 증거 확보하고도 은폐>에서는 “국가정보원이 대선 당시 진보 성향 누리꾼들이 많이 이용하는 ‘오늘의 유머’(오유) 누리집 운영방식 등을 면밀히 분석”했던 것으로 드러나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인터넷 여론조작을 했다는 정황이 추가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서울경찰청은 이와 관련한 증거를 확보하고도 “국정원에 면죄부를 주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고, “△하루 4000여쪽에 이르는 과도한 인터넷 검색 기록 △김씨의 활동이 ‘오유’에 집중된 사실 △김씨가 사용한 구체적인 아이디와 닉네임 내역 등 국정원 활동에 의혹을 가질 만한 내용은 증거분석 보고서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23일자 3면 <수사 부실 경찰 ‘총알탄 감찰’>은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를 경찰 지휘부가 부당하게 방해했다고 폭로한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등에 대해 경찰이 자체 감찰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경찰청이 “감찰에는 발빠르게 착수한 반면,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의심받는 민병주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에 대한 수사는 4개월여 동안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경찰 수뇌부 ‘국정원 수사’ 외압 철저히 규명하라>(경향, 사설/4.20)
<국정원 의혹 규명, 청와대 의지가 중요하다>(경향, 사설/4.23)
<경찰, ‘국정원 수사 축소’ 해명도 거짓>(경향, 1면/4.24)
<“4·11총선 때도 포털에 댓글” 국정원 수사 확대>(경향, 6면/4.24)

경향신문은 20일자 사설 <경찰 수뇌부 ‘국정원 수사’ 외압 철저히 규명하라>에서 권 전 수사과장 말에 따르면 “애초부터 실체 규명은커녕 각본에 맞춘 짜맞추기 수사를 유도했다는 얘기나 다를 게 없다”며 “경찰 수뇌부의 축소 은폐 지시는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설은 “경찰 수사를 넘겨받은 검찰은 철저한 진상 조사를 통해 실체를 밝힌 뒤 관련자를 처벌”할 것을 강도 높게 촉구했다.

23일자 사설 <국정원 의혹 규명, 청와대 의지가 중요하다>에서는 “경찰이 뒤늦게 축소·은폐 지시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방침을 밝혔지만 수뇌부에는 ‘면죄부’를 주고 내부고발자는 옭아매려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이번 사건을 권 과장의 돌출행동으로 몰고 가려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설은 “이 청장은 신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양심선언을 한 권 과장에게 불이익이 가해질 경우 국민적 분노에 직면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여권이 침묵하고 있는 데 대해 어물쩍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며,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단호한 진상 규명 의지를 천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에 하나라도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생각을 했다면 접기 바란다”고 못 박았다.

경향신문은 24일 1면 <경찰, ‘국정원 수사 축소’ 해명도 거짓>에서 “경찰이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및 수사 축소·은폐 의혹에 대해 거짓 해명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은 국정원 직원 김 씨의 하드디스크 분석 당시 ‘키워드 1개 분석에 10시간 걸린다’고 주장했으나, 보안 전문가들은 “1개 키워드에 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6면 <“4·11총선 때도 포털에 댓글” 국정원 수사 확대>에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이 담긴 내부 문건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2009년 2월 취임 뒤 국정원 직원들에게 세종시 문제, 4대강 사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 등 정치현안에 개입하도록 지시”했으며, 국정원 직원 김 씨 등의 ‘댓글 작업’은 그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정원은 2011년 말 대북심리전단을 심리정보국으로 확대 개편”했고, 이때부터 ‘댓글 작업’ 본격적으로 시작돼 “4·11 총선을 거쳐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 국정원 안팎의 설명이라고 전했다. 또한 김 씨가 속한 심리정보국에 소속된 전체 직원은 76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나머지 70여명의 직원이 다른 온라인 사이트에서 ‘작업’을 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민간인을 고용했거나 민간단체의 도움을 받았을 경우 작업은 훨씬 대규모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국정원 여직원 수사’ 경찰 집안싸움… 소신이냐 돌출이냐>(조선, 10면/4.22)
<‘국정원 여직원 수사’ 외압 의혹 진상 조사 경찰청장 “權 과장 발언 내부감찰도 검토”>(조선, 10면/4.23)
<大選여론 조작 목적이면 330위 사이트 골랐겠나>(조선, 1면/4.24)

조선일보는 22일자 10면에서 제목을 <‘국정원 여직원 수사’ 경찰 집안싸움… 소신이냐 돌출이냐>라고 뽑으며 권 전 수사과장의 내부 고발을 경찰의 ‘집안싸움’, 권 전 수사과장의 ‘개인적 행동’으로 치부하고 나섰다. 기사는 권 전 수사과장의 내부 고발을 ‘항명(抗命)’이라고 표현하는 한편, “‘수사 책임은 과장이 지는 것’이라는 소신이 강한 권 과장은 사건 초기부터 경찰 지휘부와 관계가 매끄럽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라며 경찰 내부의 갈등으로 사건을 왜곡시켰다. 

23일자 10면 <‘국정원 여직원 수사’ 외압 의혹 진상 조사 경찰청장 “權 과장 발언 내부감찰도 검토”>에서는 이성한 경찰청장이 “수사 실무적 부분까지 거론하며 권 과장의 외압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며 이 청장의 주장을 부각시켰다. 이어 김헌기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장과 김정석 서울경찰청장의 주장까지 실으며 권 전 수사과장에 대한 경찰 수뇌부의 반박을 주요하게 전했다.

24일 1면에는 김창균 부국장의 칼럼 <大選여론 조작 목적이면 330위 사이트 골랐겠나>을 싣고, ‘국정원은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국정원을 대대적으로 옹호하고 나섰다. 칼럼은 국정원 김 씨가 댓글을 단 이유에 대한 가설 1이 ‘상부 지시에 따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서’라는 야당 주장이고, 가설 2가 ‘남측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하는 북 요원을 감시·추적하기 위해서’라는 국정원 주장이며,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물증이 “김씨가 작년 8월부터 12월까지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다는 댓글 120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김 씨가 활동한 인터넷 사이트 ‘오늘의 유머’는 친야(親野) 색깔이 짙고, 일주일간 방문자 수 기준 순위가 330위라며, “‘가설 1’이 성립하기 위한 두 가지 조건과는 동떨어진 반면 북 사이버 요원을 찾기 위해서라는 ‘가설 2’에는 아주 적합한 무대”라고 김 씨가 대북심리 업무를 했다는 국정원 주장에 힘을 실었다.   

<국정원 여직원 수사 압력 논란 … ‘경란’ 번질 조짐>(중앙, 13면/4.22)
<“국정원 사건 수사 압력 진상조사” 경찰청장, 경란 조짐에 적극 대응>(중앙, 14면/4.23)
 
중앙일보는 22일자 13면 <국정원 여직원 수사 압력 논란 … ‘경란’ 번질 조짐>에서 “국정원 직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내부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며 “일부 수사 책임자가 경찰 윗선의 사건 은폐·축소 소지가 있었다고 폭로하고, 경찰 지휘부가 이에 반박하는 등 마찰이 격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부 경찰들은 권 과장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이고, 경찰 지휘부는 “일종의 경란(驚瀾)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긴장한 분위기라고 사건을 경찰 내부 갈등으로 축소시키며 본질흐리기에 나섰다.

23일 14면 <“국정원 사건 수사 압력 진상조사” 경찰청장, 경란 조짐에 적극 대응>에서는 이 경찰청장이 진상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데 대해 경란 조짐에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부각했다. 또한 이 경찰청장을 비롯 김 서울청장 등이 권 전 수사과장의 주장에 대해 반박한 내용을 주요하게 전했다.

<국정원 여직원 수사에 경찰 윗선 개입했나>(동아, 사설/4.22)

동아일보는 22일자 사설 <국정원 여직원 수사에 경찰 윗선 개입했나>에서 “대선 관련 사건에 경찰 상부가 개입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수사 상황을 잘 아는 사람의 의혹 제기여서 근거 없는 폭로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조직 전체의 신뢰가 걸린 이 문제의 진위를 가려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
 


2013년 4월 2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