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5차보고서①] 방송의 선거보도 판 너무 기울어져 있다(2014.4.1)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2월 24일 지방선거 D-100일을 맞아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을 출범했습니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매주 화요일 KBS·MBC·SBS·YTN 등 방송4사의 종합저녁뉴스와 종편4사의 메인뉴스 및 시사토크프로그램, 조선·중앙·동아·문화일보 등 신문에 대한 주간 모니터 보고서를 발행합니다.
■ 5차 보고서 주요 내용
1) 방송의 선거보도 판 너무 기울어져 있다
2) <금주의 朴비어천가>
-[종편] 박 대통령의 독일 방문은 “대한민국 국격이 올라가는 장면”
-[신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강조(?)
3) 27일, 눈물 흘린 MB…28일이 무슨 날 인줄은 아나
4) 지방선거 D-100 ~ D-70 선거보도, 양도 질도 부족해
5) 안 오면 안 왔다고 ‘비판’…오면 왔다고 ‘비난’
6) 채널A <쾌도난마>, 예비후보자 불러놓고 편파적 진행
7) <금주의 황당 칼럼> - 누가 매국노이고 누가 착각하고 있단 말인가
방송의 선거보도 판 너무 기울어져 있다
선거가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시기에도 방송의 선거보도는 부실했다. 양적으로도 부족하고 내용에서도 불공정했다.
일단 보도량이 너무 적다. 3월22일부터 28일까지 선거보도는 KBS 7꼭지(전체보도의 3.8%), MBC 6꼭지(3.5%), SBS 12꼭지(7.6%), YTN 18꼭지(8.1%)였다. MBC와 KBS는 대통령 일정 따라가기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지방선거에 보다 신경 써야 할 것이다. 선거보도의 내용도 문제인데 새누리당에게 불리한 내용은 묵살 또는 왜곡보도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에게 유리한 내용은 위태로운 것인 양 그려내고 있다.
■ 새정치민주연합 출범, 홀대 또는 원색적 비판
선거관련 보도가 뉴스의 메인에 배치되지 못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이 출범한 날 마저도 관련 뉴스가 종합뉴스 후반부에 배치되는 것은 뉴스가치에 대한 지나친 평가절하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출범 당일인 3월 26일 관련 보도(인터뷰 제외)는 KBS 7번째 꼭지, MBC 11번째 꼭지, SBS 6~8번, YTN 11~14번째 꼭지로 보도했다. 지상파 방송3사는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의 인터뷰를 보도했는데 KBS는 25번째(총 28)꼭지, MBC는 23번째(총 28)꼭지, SBS는 24번째(마지막) 꼭지로 배치했다. 특히 MBC는 관련내용을 11번째로 보도하면서 그 앞에 <기록적 고온 곧바로 여름?>, <꽃게․수박… 매장은 벌써 여름>, <큰 일교차 심혈관 주의>를 배치했다. 새정치연합 대표의 인터뷰를 뉴스 후반부에 배치하는 것은 여러 가지 사정이나 뉴스의 시청률을 끌어내기 위한 일환으로 이해한다 치더라도, MBC가 새정치연합 출범을 ‘더운 봄 날씨와 보름 일찍 만나는 수박과 꽃게’보다 뒤에 배치한 것은 야당에 대한 의도적인 홀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새정치연합 출범 관련한 보도에서 또 문제가 되는 것은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의 독설을 방송사들이 그대로 옮겼다는 점이다. 새정치연합의 출범에 대해서 정치적 경쟁상대에 있는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다분히 감정적 발언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방송에서 지나치게 원색적인 발언을 그대로 옮겨 보여주는 것은 선거를 앞둔 미묘한 시기에 새정치연합에게 매우 불공정한 보도이다. 26일 MBC <새정치민주연합 출범>(장재용 기자)에서 박 대변인의 “창당과정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출발도 하기 전에 속속 떠나고 심지어는 창당준비위원회 의장마저도 새정치를 조롱하며 결별을 선언했”다는 발언 장면을 담았다. SBS는 새누리당의 비판 목소리만 한 리포트로 담은 <與, 견제 본격화..“시한부 동거 될 것”>(김수형 기자)에서 앵커멘트로 “창당과정의 일부 잡음을 가족도 입주를 거부하는 부실 아파트에 빗댔다”고 언급했다. 한 술 더 떠서 기자도 가족조차 입주하기 싫어하는 부실 아파트에 비유하고 나서 박 대변인의 “가족들이 조롱하며 떠나는 게 새정치이며, 입주마저 거부하는 게 새정치입니까”라는 원색적 발언을 담았다.
■ 사실상 무산된 새누리당의 여성우선공천제는 문제 삼지 않아
새누리당은 대선 공약인 ‘기초선거 공천 폐지’를 철회하면서 여론을 의식해 여성 우선추천 30%를 명문화한 바 있다. 이 제도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더니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실상 이 제도가 무산되는 방향으로 결정되었다. 방송4사는 기초선거 공천 폐지 공약도 지키지 못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시도한 여성 우선추천제마저 흐지부지된 상황에 대해서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일단 최고위원회의가 열렸던 27일(목) 저녁 뉴스에서는 관련 내용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에 불리한 내용은 축소하는 전형적인 불공정 보도태도이다.
물론 앞서서는 여성공천할당제에 대해서 다루기는 했다. SBS는 <‘여성 우선공천’ 지역, 곳곳 갈등>(3/22, 장선이 기자)에서 새누리당은 여성 우선공천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갈등이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서 앵커는 “남성들은 물론이고, 우선공천의 대상인 여성들까지 볼멘소리를 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여성계의 반발은 제도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것에 대한 성토임에도 불구하고 이 보도는 마치 남녀모두 불만이며 갈등만 빚어내는 제도인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YTN도 <여성공천 갈등 계속… 컷오프도 논란 >(3/25, 이강진 기자)에서 여성우선 공천 대상지역 선정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기자는 “한 쪽에서는 모자라다고 외치고 한 쪽에서는 낙하산이라고 아우성입니다. 여성 우선공천 잡음은 친박과 친이의 계파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습니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위의 두 보도 모두 여성우선공천제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그저 갈등이라는 현상만을 부각시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보도는 새누리당의 여성공천할당제 후퇴에 일종의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되었다.
■ 새정치연합의 ‘기초선거 무공천’ 의미는 외면, 황우여 대표 적반하장 발언도 안 다뤄
새정치연합이 불리함을 무릅쓰고 추진 중인 기초선거 후보 무공천에 대해서 방송은 ‘무공천=약속을 지키려는 노력’이 아니라 ‘무공천=논란’으로만 느껴지게 보도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무공천의 가치에 대해서는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채,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초의원 후보들의 반발만을 지나치게 크게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7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의 기초선거 무공천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 방송4사는 다루지 않았다. 황 대표는 “가게에 진열된 물건에는 회사 이름과 상표가 붙어있고 소비자는 이를 신뢰해 물건을 산다. 당의 성격이 중요한 기초단체장 선거를 무공천할 경우 너도나도 무소속으로 나오게 된다. 이는 아무 물건이나 진열한 뒤 소비자들에게 고르라는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약속했던 공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서 국민에게 사과하고 읍소해도 모자란데 오히려 이와 같은 적반하장과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 언론이 침묵하는 것은 또 하나의 편파보도라고 할 수 있다. 방송3사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YTN은<여당 ‘경선 갈등’ 야당‘무공천 논란’>(3/28, 안윤학 기자)에서 김한길 대표의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새정치연합을 무책임하다 말하는 건 참으로 무책임한…”이라는 발언 장면을 담으면서 화면에 (황우여 대표가)라는 자막이 담겼지만 황 대표의 발언 자체는 다루지 않았으며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의 의미 등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것은 문제이다.
■ 새정치민주연합의 '언론대응 방침'에 대한 지나친 공격보도
MBC는 방송4사 중에서 유일하게 새정치연합의 ‘김한길 언론대응’에 대해서 보도했다. 정부여당뿐 아니라 야당도 언론을 부적절한 방법으로 장악하려 한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이 소속의원들을 총동원해서까지 언론문제에 대응하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언론의 불공정이 심각하다는 상황의 반증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진단하면서 새정치연합의 언론대응에 대한 우려나 견제하는 언론계의 목소리를 담는 보도는 가능하다.
그러나 MBC의 <야 ‘언론대책’ 언론 통제 논란>(3/27, 정병화 기자)는 새정치연합의 대응방안에 대해서 설명한 뒤, 바로 새누리당의 폭언에 가까운 공격만을 담았다. 보도에서는 “새누리당은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뜻이며, 언론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언론 길들이기라고 비판”했다고 기자멘트하고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의 “북한의 5호 담당제와 다를 바 없는 것으로 언론 자유의 암흑기였던 5공 시절보다 더 심각한 신종 언론 탄압입니다”라는 발언을 담았다. 언론학자나 언론시민단체 둥의 코멘트는 하나도 없이 새누리당의 나팔수 노릇만 한 것이다.
특히 기자는 “또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를 구성하는 법을 만들어 방송 편성의 자율권을 침해하려고 시도해왔다고 강조했습니다”라고 엉뚱하게도 방송법 관련 새누리당의 주장까지 전했다. 방송법을 둘러싼 여야 갈등의 본질은 언급하지도 않은 채, 그간의 방송법 논란이 방송의 자율권을 침해하려는 시도라는 새누리당의 주장만을 옮긴 것 역시 부적절하다. 기자는 마지막 멘트로 “새정치연합은 불공정보도를 바로잡고 소통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언론 길들이기'로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언론장악 의도 논란은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마디로 새누리당의 비판 논평을 그대로 옮겨주는 것을 넘어서서 그러한 평가가 정확한 진단이라도 되는 것처럼 묘사되었다. 이 보도는 역설적으로 새정치연합이 본격적인 언론대응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그대로 보여줬다. MBC 데스크가 이 보도에 대해서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다면 그것은 스스로 새누리당에 많이 기울어져 있다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