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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대통령 세월호 담화 발표 관련 지상파 3사 메인뉴스 모니터 보고서(2014.5.20)
등록 2014.05.20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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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박 대통령 담화는 부각.가족 반응은 무시

 

 

어제(19일)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간 대통령에 대한 책임회피 비난을 염두에 둔 듯, 박 대통령은 자신의 책임임을 인정하고 피해자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등 기존의 태도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해경 해체와 국가안전처 신설, 관피아 척결 등의 대책 발표 속에 대통령 자신과 청와대 등이 책임지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세월호 참사의 근본원인에 대해 정부의 ‘안전’ 관련 규제 완화 등이 아니라 청해진해운과 선원들, 해경 등에 대한 꼬리 자르기에 머문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박 대통령 담화에 대한 지상파 방송 3사의 보도 역시 그동안 꾸준히 지적됐던 ‘대통령 띄우기’와 ‘정부 무비판’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방송 3사는 모두 박 대통령의 담화내용을 톱보도로 다루었다. 현재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기자들이 제작거부 중인 KBS는 전체 12건 중 4꼭지를 관련 내용으로 보도했으며, MBC와 SBS는 7꼭지를 할애해 보도했다. 

 

 

 

 

박 대통령 담화 내용 여러 꼭지로 나눠 거듭 홍보

문제는 박 대통령 담화를 단순 전달하는 보도의 비중이 높았다는 점이다. KBS는 2꼭지, MBC는 4꼭지, SBS는 5꼭지를 담화내용 단순전달로 채웠다. 내용도 담화문의 실효성을 심층 분석하거나 비판적으로 따져보지 않고 박 대통령의 담화를 구구절절 반복하고 설명을 덧붙이는 게 전부였다.

 

 

박 대통령의 눈물 장면은 집중 보도

방송 3사는 박 대통령의 눈물 장면을 집중하여 보도했다. 특히 SBS는 <영웅 호명 때 ‘눈물’‥4.16 ‘안전의 날’로>(4번째, 이승재 기자)에서 ‘눈물’을 제목으로 강조하고, 앵커멘트로 재차 강조했다. 여기에 기자가 “굳은 표정으로 담화문을 읽어 내려가던 박근혜 대통령의 목소리가 후반부로 가면서 떨리기 시작했”고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을 먼저 구하려다 생명을 바친 세월호 의인 열 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던 중 눈물을 흘렸다”며 다시 한 번 부각했다. MBC는 <눈물의 사과 ‘안전의 날’ 제안>(4번째, 윤지윤 기자)에서 아예 제목까지 ‘눈물의 사과’라고 붙이고, 앵커멘트로 “박 대통령은 희생자들의 이름을 거명하다 끝내 눈물을 보였다”며 강조했다. KBS는 <“최종 책임은 대통령…해경 해체”>(1번째, 이석호 기자)에서 대통령 담화 발언을 두 번 녹취 인용했는데 그중 한 장면이 의인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 흘리는 모습이었다. 

 

MBC, 유가족의 반응은 전혀 언급 안해 

MBC는 박 대통령 담화에 대한 유가족의 반응을 다루지 않았다. 유가족들이 공식 반응을 미루고 진도로 가서 논의한 후 전체 가족의 입장을 정하기로 했다는 점을 참작하더라도, 최소한 진도에 있는 실종자 가족들이 진행한 긴급 기자회견은 제대로 전달했어야 마땅하다. 진도에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대통령 담화에 실종자에 대한 원칙과 수색 방안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고 해경 해체로 수색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했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이 MBC에서는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그래놓고 <해경 해체 안행부 축소>(1번째, 박성준 기자)에서 “박 대통령은 담화발표 직후 이주영 해수부 장관에게 해경 해체 발표 이후에도 수색 구난 체계에 변화가 있어선 안 된다며 실종자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보도했다. 실종자 가족의 입장은 전하지 않으면서 대통령은 이미 다 알아서 지시를 내려놨다는 의미인지 되묻고 싶다. 

 

무엇보다 이런 행태는 바로 전날인 5월 18일에는 특별한 내용도 없는 대통령 담화 예고 보도를 톱으로 올려 비판받은 바 있는 MBC가 실종자 가족들의 목소리를 또다시 무시하며 오로지 대통령만 보고 가는 방송사임을 다시금 입증한 것이다. 

 

반면 SBS는 <실종자 가족 “마지막 한 명까지 찾아달라”>(7번째, 박아름 기자)에서 기자회견을 상세히 보도했다. KBS도 <실망‧불안…“수색 차질 없어야”>(3번째, 노준철 기자)에서 진도의 실종자 가족 기자회견을 보여주고,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의 발언을 담았다. 

 

MBC, 야당의 반응조차 엉뚱한 보도에 끼워서 ‘수박 겉핥기’

세월호 참사로 인한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매우 큰 상황에서 나온 대통령 담화문이라는 점에서 이번에는 야당은 물론 다양한 시민사회의 반응을 충실히 보도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방송3사는 국민의 다양한 평가는 다루지 않은 채 여야의 입장만을 기계적 균형을 맞춰 보도했다. SBS는 <야 “국가안전처론 부족‥靑이 직접 챙겨야”>(6번째, 장선이 기자)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새누리당, 해경의 입장을 다뤘다. KBS는 <여 “입법 뒷받침” … 야 “미흡‧부적절”>(4번째, 김건우 기자)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반응을 다뤘다. 

 

심각한 것은 MBC이다. MBC는 <아랍에미리트 방문 외교 재개>(5번째, 박영일 기자)에서 박 대통령의 중동 출국을 다루면서 그 안에 여야의 입장을 한마디씩 끼워서 보도했다. 이 보도는 주로 중동 방문의 의미를 홍보하는데 치중한 보도였다. 앵커는 “오늘 담화를 마친 박 대통령. 세일즈 외교를 위해 해외순방길에 올랐다”라고 이야기했고 기자는 “1박 3일 40여 시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국정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애써 박 대통령 출국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런 보도에 여야의 입장을 한마디씩만 담은 것이다. 유가족의 입장도 다루지 않아놓고, 야당의 입장마저도 너무 짧아서 한마디로 수박 겉핥기가 되어버렸다. 

 

 

KBS의 경우 길환영 사장의 보도 간여에 대한 반발로 남성앵커와 기자들이 제작거부에 들어가 평소보다 짧은 20여 분간 여성앵커 단독으로 진행됐다. 단 12꼭지만을 보도하면서 진도 실종자 가족들의 기자회견은 보도에 반영했다. 최근 KBS가 길 사장 퇴진 문제로 내부 진통을 겪고 자사의 세월호 보도 파행에 대해 사과 보도를 내는 등 약간의 변화를 보이는데 비해서, MBC 파행 보도의 심각성은 더 커지고 있다. <끝>  

 
 
2014년 5월 20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