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모니터_
‘윤심’ 반대하면 모두 이권 카르텔? 보도 번복하며 대통령 옹호 나선 조선일보
등록 2023.07.03 17:25
조회 267

윤석열 대통령은 6월 15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교육개혁 진행상황을 보고 받던 중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교육과정 외 문제를 출제하는 것은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으로 “교육 당국과 사교육이 한 편(카르텔)이란 말”이냐고 지적했는데요.

 

수능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서 ‘초고난도 문항 배제’, ‘쉬운 수능’으로 해석되는 윤 대통령 발언은 수험생은 물론 교육계에 큰 혼란을 낳았습니다. 정부는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잡겠다며 대입 담당국장 경질, 교육평가원장 사임에 이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감사, 대형입시학원 세무조사까지 나섰는데요. 언론이 이른바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오락가락 대통령 발언에 수험생 혼란

윤 대통령의 수능 발언은 교육부와 대통령실을 통해 반복 수정됐습니다. 동아일보 <수능 5개월 앞두고 ‘시험 난이도’ 혼란>(6월 17일 박성민·조유라·신규진 기자)은 대통령의 발언이 ‘변별력은 갖추고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은 출제에서 배제하라’에서 4시간 뒤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를 출제하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로 수정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쉬운 수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되자 “16일 대통령실은 서면 브리핑에서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며 “공정한 변별력은 모든 시험의 본질”이라고 다시 수정했고, 16일 오후에는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대통령 발언은 “‘‘공정한 수능’에 대한 지시였다”고 브리핑했다고 동아일보는 전했습니다.

 

대통령의 즉흥적인 발언이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으로 이어지자 교육부와 대통령실이 나서 여러 차례 발언을 정정하며 진화에 나선 것인데요. 그럼에도 “어려운 문제, 즉 ‘킬러 문항’을 내지 않고도 최상위권, 상위권, 중위권 학생을 9등급으로 분별하는 시험”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문제 제기와 함께 논의 없이 대통령의 발언이 성급히 나왔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은 이어졌습니다.

 

15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 브리핑

“변별력은 갖추되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출제하고,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은 출제에서 배제하라”

15일 대통령실

홍보수석 브리핑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를 출제하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

16일 대통령실

서면 브리핑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공정한 변별력은 모든 시험의 본질”

16일 오후 장상윤 교육부 차관 브리핑

“‘공정한 수능’에 대한 지시였다”

△6월 15~16일 교육부·대통령실의 윤석열 대통령 수능 발언 해명 과정 ©민주언론시민연합

 

한겨레 <사설/윤 대통령 수능 난이도 발언, ‘불쑥 지시’는 혼란만 키운다>(6월 17일)는 “방향성 여부를 떠나 면밀하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할 대학입시 사안에 대해 정제되지 않은 지시를 불쑥 내밀어 수험생·학부모의 불안을 키운 것은 경솔했”다고 지적했는데요. “사교육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대통령 발언 취지”는 맞는 방향이지만 “줄 세우기식 대입 제도의 본질적 개선과 연계해” “정교한 해법을 마련해 치밀하게 추진할 과제”를 즉흥적이고 돌출적인 접근으로 “교육 현장의 혼란만 일으”켰다고 비판했습니다.

 

‘수능 쉽게 내라’는 뜻이라던 조선일보, 하루 만에 교육계 탓

반면, 조선일보는 대통령실과 교육부 의견을 적극 수용하며 윤석열 교육개혁의 신호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조선일보 <“수능 쉽게” 윤 교육개혁의 신호탄>(6월 16일 김동하 기자)은 윤 대통령이 “국어·수학·과학 등 여러 과목을 접목한 이른바 통합형 문제나 지나치게 어려운 ‘킬러 문항’을 지양”하고 “수능을 쉽게 내라”는 뜻의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는데요. “윤 대통령의 ‘사교육 이권 카르텔’ 발언이 사교육 부담을 줄이면서 공교육에 힘을 싣는 ‘교육개혁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교육계에서 나온다며 긍정 일색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조선일보는 ‘쉬운 수능’이라 해석했던 내용을 뒤집었는데요. <“윤, 어려운 문제 무조건 빼라는 말 아니다…교육 과정내 출제하란 뜻”>(6월 17일 최은경 기자)은 “‘쉬운 수능’이 아니라 공교육 교과 내에서 출제하는 ‘공정한 수능’을 당부”한 취지로, 전날 윤 대통령이 “사교육비 문제를 언급하자 교육계에선 ‘쉬운 수능’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루 전에는 “수능을 쉽게 내라는 뜻”이라며 윤 대통령 발언을 적극 해석해 놓고, 대통령실 입장이 바뀌자, 교육계에서 대통령의 주문을 잘못 해석한 것처럼 남 탓을 한 것입니다. 대통령의 주장이라면 보도 번복도 상관없이 무조건 옹호하는 조선일보 태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사교육 이권 카르텔’이란 무엇인가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감사에 나섰습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대입 담당국장(인재정책기획관)의 경질에 대해 ‘대통령 지시와 장관의 지침을 국장이 이행하지 않았다’”며 “강력한 (교육계)이권 카르텔의 증거”라고 말했는데요. 윤 대통령이 3월부터 이주호 장관에게 공교육 내 수능 문제를 출제하라 주문했지만, 6월 모의고사에 반영되지 않자, 결국 ‘이권 카르텔’이라고 판단해 담당국장을 경질했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은 문제와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교육 당국과 사교육이 한통속’인 이권 카르텔이란 주장인데요. 언론에는 그밖에도 다양한 “사교육 이권 카르텔”이 등장했습니다.

 

① 수능 어려운 이유,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사람들이라서??

조선일보 <윤, 올초부터 “문제 쉽게 내라”…이행 안한 교육부 대입국장 경질>(6월 16일 김연주·최은경 기자)는 “6월 모의고사는 계획했던 만큼 쉽지 않”아 윤 대통령의 “새로운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자세)를 취하면 (관료를) 과감히 인사 조치하라”는 기조에 따라 “대입 국장 경질”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더 나아가 확인할 수 없는 여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문재인 정부에서 고위직에 올랐던 일부 공직자가 현 정부 기조에 엇박자를 내면서 움직이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으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규민 원장도 문 정부가 임명했”는데 “평가원이 현 정부 교육 개혁과 적극 호흡을 맞출 것 같지는 않다”는 말이 ‘교육부 주변’에서 나온다고 전했는데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관료들이 윤석열 정부 기조에 반대하기 위해 일부러 6월 모의고사를 어렵게 냈다는 주장인 것이죠. 조선일보는 “수능이 계속 어려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은 사교육 업자들과 결탁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는 또 다른 익명의 여권 관계자 주장을 전했습니다.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교육 관련 인사들이 일부러 수능을 어렵게 내는 ‘사교육 이권 카르텔’이라 보도한 것입니다.

 

난도 테스트 작업인데... 이례적인 담당국장 경질

그러나 동아일보 <교육부 “수능출제기관 감사...모의평가, 교육과정 벗어나”>(6월 17일 박성민·신규진 기자)는 조선일보와 다른 주장을 전했습니다. “원래부터 매년 6월 모의평가는 어렵게, 9월 모의평가는 쉽게 출제한 뒤 그 중간 난도로 맞춰 수능을 출제해 왔”고 “일종의 난도 테스트 작업으로 수십 년째 반복해 온 것”인데 “6월 시험을 어렵게 냈다고 담당국장을 경질하는 것은 이례적”이란 교육부 관계자 발언을 보도했습니다.

 

또한 일각에서 “이 기획관(대입 담당국장)이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인사과장, 유은혜 전 장관의 비서실장을 맡는 등 요직에 연이어 기용됐던 것이 이번 인사의 한 원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고 덧붙였는데요. 이를 참고하자면, 대입 담당국장 경질은 관례대로 문제를 출제했음에도 전 정부에서 임명됐다는 이유로 해고된 인사가 됩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조선일보는 ‘사교육 이권 카르텔’로, 동아일보는 ‘부당한 인사’로 상반된 관점으로 보도한 것입니다.

 

② 운동권 출신이 사교육 시장 이끈다?

언론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중심으로 ‘운동권 출신’ 학원장이 많아 “‘사교육 이권 카르텔’은 현실적으로 존재”한다는 주장도 등장했습니다. 매일경제 <여 “운동권 출신이 사교육 주도…야와 많은 교류”>(6월 22일 이호준 기자)는 “민주당 주장의 배후가 사교육 시장을 이끌고 있는 운동권 출신들이 아”니냐며 “86 운동권 세대 상당수가 학원 쪽에 많이 종사하고 있고 민주당 의원들 중에서도 학원장을 하신 분이 많”아 “합리적인 의심도 하고 있다”는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 주장을 전했습니다. 매일경제는 뒤이어 학원장 출신의 민주당 의원 이름을 나열했습니다.

 

한국경제 <여 “86 운동권이 사교육 주도…민주당과 상당한 교류”>(6월 22일 고재연 기자) 역시 “여당에선 ‘86그룹(60년대생·80년대 학번)이 사교육 이권 카르텔의 중심에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교육 개혁 방향성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유도 이들이 사교육 기득권의 한 축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사교육의 메카’라 불리는 지역들이 전통적인 ‘보수의 텃밭’으로 분류”돼 학부모 반발을 우려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는데요. 교육 문제까지 정치적 해석을 덧붙여 편 가르기에 나선 모습입니다.

 

③ 정부 대책 문제 삼자 ‘견고한 입시 카르텔’ 주장?

조선일보 <사설/어려운 수능 내고 문제집 팔아 돈 벌고, 입시 카르텔 깨야 한다>(6월 22일)는 “수능출제를 했던 한 사람은 해당 경력을 내세우면서 수능 모의고사 문제를 만들어 강남 대형 학원 등에 판매해” 왔는데 “이런 구조가 바로 ‘입시 카르텔’일 것”이라며 “수능이 어려울수록 떼돈을 버는 세력이 있다면 그 구조를 뭐라 부르든 깨야 할 구조”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어려운 수능으로 인한 사교육 공포마케팅을 지적하며 “이런 구조를 해소해 보자는 논의에 학원들의 이른바 일타강사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것 자체가 견고한 입시 카르텔과 같은 유착 구조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는데요.

 

일타강사들이 윤 대통령 발언을 문제 삼자, 조선일보는 곧바로 <억대 시계 차고 수업…‘공교육 수능 반발’ 일타강사들의 호화생활>(6월 20일 김명일 기자)을 통해 비판 여론 조성에 나섰습니다. <320억 빌딩 현금으로 턱학부모 피땀눈물로 부동산 재벌 된 일타강사>(623일 이지은 기자)에서는 유명 학원강사의 연봉과 부동산 내역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그동안 학부모들이 피땀 흘려 번 돈을 얼마나 가져갔을까”, “현재 수능 체계를 업고 일반인들은 평생 만져볼 수도 없는 돈을 매년 벌어들인다니 부럽기도 하지만 씁쓸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고 전했는데요. 반면, 이코노미조선 <갸름하고 긴 얼굴형, 발달한 관골…자타 공인 교육 전문가상>(6월 26일 주선희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교수)에서는 일타강사로 유명한 현우진 강사의 얼굴을 뜯어보며 칭찬하는 황당한 보도도 내놨습니다.

 

대통령의 ‘이권 카르텔‘ 굿판, 희생자는 수험생일 뿐

수능출제 위원이 경력을 바탕으로 사교육 시장에 문제를 만들어 팔고, 학원에서 공부한 문제가 수능에 그대로 등장한다면, 분명히 바로잡아야 할 사교육 이권 카르텔일 것입니다. 하지만 근거 없이 사교육 시장의 배후에 더불어민주당과 운동권 출신이 손을 잡았다고 주장하거나, 해마다 반복해 오던 난도 테스트에도 ‘이권 카르텔’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혼란한 수능 논란 해결에 도움 되지 않는 일방적 주장에 불과합니다.

 

한겨레 <성한용 칼럼/이권 카르텔 낙인찍기 해괴한 굿판>(6월 29일)은 “윤석열 대통령이 ‘악당’으로 점지하는 사람들, ‘윤석열표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을 차례차례 이권 카르텔로 낙인찍는 것 같다”며 “잘못된 것은 모두 다 이권 카르텔”로 “종잡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확실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보수 신문의 논객들과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이권 카르텔 굿판에 장단을 맞추며 비극을 희극으로 만들고 있”어 “서글프다”고 일침을 놓았는데요.

 

수능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면, 숙의와 토론 및 평가 등을 거쳐 개선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출제 방향을 흔드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대통령실과 교육부가 나서서 비호하느라 수차례 정정을 거듭하고, 여당은 정쟁 소재로 삼는 구태는 혼선을 부채질할 뿐입니다. 언론은 ‘학원가 악마화’에 나설 게 아니라 거꾸로 가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 정책을 제대로 짚는 것부터 해야 합니다.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교육 보도마저 정치 유불리에 좌우된다면,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수험생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3년 6월 16일~29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7>(평일)/<뉴스센터>(주말).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수능’으로 검색한 관련 보도

<끝>

 

monitor_20230703_063.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