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봄호][ 10·29 이태원 참사 ‘2차 가해자’는 누구인가] 주제발표
10·29 이태원 참사와 2차 가해 : 미디어를 중심으로
등록 2023.07.2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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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와 2차 가해 : 미디어를 중심으로

김수정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미디어감시위원회 미디어감시팀장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민언련은 참사 100일을 맞아 희생자와 유가족 등을 향해 전방위로벌어지고 있는 2차 가해의 심각성을 알리고 미디어·시민사회·정부·국회 등에 방지책 마련을 촉구하는 토론회를 2월 3일(금) 국회의원회관에서 열었습니다.
신미희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미디어감시위원장(민언련 사무처장)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김수정 시민대책회의 미디어감시팀장(중앙대 강사)이 민언련 활동가들과 함께 분석한 2차 가해 언론보도 분석결과 및 2차 가해 유형을 발표했습니다. 오세범 변호사(대한변협 생명안전특별위원회 위원)와 김지미 변호사(민변 2차 가해 대응팀장), 이유진 경향신문 기자, 홍주환 뉴스타파 기자, 용혜인 국회의원(기본소득당), 서수민 서강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습니다. 주제발표와 토론자들의 발언 요지를 싣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2차 가해자’는 누구인가 토론회 모습..jpg

10·29 이태원 참사 ‘2차 가해자’는 누구인가 토론회 모습 ⓒ민주언론시민연합


사회적 재난을 보도하는 언론과 관련해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피해 호소가 상당하다. 이태원 참사에서는 특히 ‘2차 가해’가 희생자와 유가족 등을 향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벌어지면서 문제의식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피해 호소가 두드러지고 있는 2차 가해가 미디어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우선 살펴보고자 한다. 나아가 재난보도가 무엇을 지향해야 하고, 무엇이 피해자를 위한 것인지, 또 무엇이 피해자를 위축시키고 무기력하게 만드는지, 어떻게 해야 사회적 참사에 대한 공론화를 새롭게 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자고 제안하려 한다.


사회적 재난은 뜻밖에 일어난 고난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 자체의 문제인 경우가 많고 사회적 재난 자체가 이미 일상화되었다. 따라서 미디어가 매개하는 재난과 사회적 고통에 대한 공감은 재난을 대하는 시민의 윤리적 감수성을 배양하고 사회적 성찰을 구체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발제를 준비했다.


불확실한 정보를 토대로 한 미확인·선정 보도


10·29 이태원 참사 보도에서 사실에 충실하지 않은 추측성, 선정성 보도나 2차 가해가 우려되는 보도가 다수 있었다. 많은 언론사가 참사 발생 사실을 보도하면서 출처가 불명확한 사진과 영상을 사용했다. 불확실하거나 단편적인 정보를 제공한 보도로 SBS, JTBC, TV조선, YTN 등은 현장에서 주변 사람을 일부러 밀었다는 목격담, 영상에서 “내려가” “나가자” 소리가 들린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장면을 반복한 동아닷컴 <10만 인파 몰린 날 참사…전국 구급차 142대 출동>을 비롯해 중앙일보, 강원도민일보, 문화일보, 매일신문의 영상과 문화일보, 조선닷컴, 이데일리 등의 사진에 ‘주의’ 의견을 냈다.


참사 당시 일부 사람들이 노래와 춤, 음주를 했다는 행위를 선정적으로 보도한 사례도 다수였다. 신문윤리위는 사건 초기 사태의 심각성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일일 수 있고, ‘떼창’ 등을 담은 영상은 행사 참가자들과 독자들에게 충격을 주고 희생자 유가족에게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주의’ 제재했다. 파이낸셜뉴스 <무 뽑듯 인파 속 30명 구하고 사라진 흑인 영웅들 주한미군이었다>처럼 사실을 왜곡한 보도도 있다.


2차 가해가 우려되는 보도


막말에 대한 무비판 인용, 확인되지 않은 루머나 허위조작정보 인용, 유가족과 연대하는 집단에 대한 편견
과 왜곡, 순수한 유가족다움의 강요, 보도가치가 있는 사실을 보도하지 않거나 유족들의 뜻에 반하는 보도
는 2차 가해가 우려된다. 혐오담론을 방관하거나 2차 가해에 무신경한 행위, 악성댓글을 방치하는 행위 역
시 2차 가해 우려를 들게 한다.

 

KBS는 <잇단 막말…“2차 가해 멈춰야”>에서 국민의 힘 소속 김미나 경남 창원시의원의 막말을 화면에 글자로 노출했고 디지털타임스, 뉴스1, 노컷뉴스, 세계일보, 국제신문 등은 자극적이고 심각한 발언을 기사 제목으로 사용했다. 파이낸스투데이는 <해밀튼호텔옆 골목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왜 50여구 시체가?>, <이태원 참사, 원인 놓고 갖가지 의혹 제기돼>에서 확인되지 않은 목격자, 의혹 운운한 익명의 전문가, 확인되지 않은 루머까지 제기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가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이 참사 이후 처음으로 11월 22일 열렸는데, 지상파3사, 종편4사, 다음날 주요 신문은 관련 보도를 했으나 매일경제와 한국경제는 지면에서 다루지 않았다. 악성 댓글을 방치한 사례도 심각하다. 국민일보 기획보도 <혐오 발전소, 댓글창>에 따르면 참사 직후 열흘간 ‘이태원’이 들어간 포털 기사 댓글 123만개를 분석해보니 10개 중 6개꼴로 ‘혐오댓글’로 나타났다.


재난보도의 패러다임 전환


언론은 시간이 지나면서 재난보도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기도 했다. 참사 이틀 뒤인
10월 31일 KBS, MBC, SBS, YTN이 뉴스 오프닝 등 앵커멘트를 통해 참사현장 영상 사용을 자제하겠다고
고지했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여성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 4단체는 11월 1일 언론이 재난보도준칙을 준수해 사태 피해를 최소화하고 2차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국기자협회는 10월 31일 생존자와 유가족을 보호하는 언론의 노력과 함께 ‘트라우마 예방을 위한 재난보도 가이드라인’ 활용을 요청했다.


MBC는 10월 30일 내부적으로 ‘미확인정보의 언급을 삼가고 유가족은 최대한 위로와 애도의 마음가짐으로 조심스러운 취재’ 등을 공지했다. SBS는 구조상황 화면은 구조대원 중심으로 노출하고, 구조자의 모습은
모자이크 처리하는 등 영상사용 세부기준을 공지했다. KBS 보도국은 유족을 취재해야 할 경우 사전 허락을
받아야 하며, 촬영기자는 유족 동의가 확보될 때까지 빈소 바깥에 있어야 하고, 동의 여부를 묻는 것 자체가
어려운 분위기라면 철수하라는 유족 취재원칙을 공유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사고 당시 현장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혐오 표현과 확
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는 것은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불운한 사건이 일어나면 자기든 남이든 탓하게 되는데, 잠깐은 편하지만 사람들 사이에 부정적 감정이 팽배해진다”고 우려하면서 “아무리 가볍다고 해도 혐오나 조롱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오랫동안 무겁게 남기 때문에 말을 아끼고 서로의 감정을 배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정 재난의 피해로부터 사회가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정보전달 과정에서는 인지적 반응 못지않게 감정도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재난보도가 지향해야 할 패러다임이 재난 그 자체, 사건 자체를 어떻게 재현해낼 것인가 하는 것보다는 미디어가 사회 전체에서 어떻게 사회적 대화를 하게 만들 것인가라는 고민까지 안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재난에서 미디어의 역할


재난에서 공동체가 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은 구조와 문화를 쇄신해 나가는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 이때 미
디어는 재난과 고통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을 촉발시키고 타자에 대한 도덕적 연대를 강화시키는 통로이자 채널로 기능한다. 미디어는 수용자들에게 재난 상황과 희생자들의 고통의 이미지를 어떻게 비출 것인가 고려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 2차 가해를 방조, 묵인 또는 유도할 수 있는 보도를 하지 않으려는 실천적 노력이 필요하다. 포털과 유튜브 등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서도 언론 보도에 적용되는 사회적 책임의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언론이나 영상 제작자의 개별 댓글 관리에 책임을 전가하고 피해자에게 재차 상처를 남길 수 있는 악성 댓글 방치 역시 2차 가해에 해당한다.

 

 

 

▼날자꾸나 민언련 2023년 봄호(통권 224호) PDF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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