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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귀연 판사 접대의혹, 가장 많이 보도한 TV조선 결국 ‘감싸기’?
등록 2025.05.23 12:01
조회 376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월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재판장인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유흥주점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접대의혹이 사실이라면 최소 청탁금지법 위반이고 대법관 행동강령에 위배된다며 직무배제와 감찰을 요구했습니다.

 

지귀연 판사는 5월 19일 윤석열 내란사건 재판 시작에 앞서 “판사 뒷조사에 의한 계속적인 의혹 제기를 통한 외부 자극이나 공격에 대해 재판부가 대응하는 것 자체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반박하며 의혹 제기를 ‘판사 뒷조사’로 규정했습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지귀연 판사가 유흥업소로 추정되는 술집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했고, 지귀연 판사는 사건관계인이나 직무관련자들로부터 접대를 받은 것인지 답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사진을 토대로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지귀연 판사는 5월 22일 해당 사진이 접대와 무관하다는 자료를 대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TV조선, ‘사법부 흔들기’ 주장만 인용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귀연 판사 의혹이 제기된 5월 14일부터 지귀연 판사 입장과 추가 사진이 나온 다음날 5월 20일까지 7일간 언론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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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신문 지면 ‘지귀연 의혹’ 보도건수(5/14~5/20) ©민주언론시민연합

 

지귀연 판사 의혹을 가장 많이 보도한 언론은 TV조선으로 총 12건입니다. 지귀연 판사 의혹 실체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고 지귀연 판사를 감싸는 보도 일색인데요. 특히 의혹 제기를 비판하는 법원 내부 목소리만 집중 조명했습니다.

 

<법원 내부 “청담동 첼리스트 떠올라”>(5월 15일 송무빈 기자)는 “법원 내부에선 과거 민주당 의원이 제기했던 ‘청담동 술자리’ 허위 폭로를 떠올리는 경우도 있다”면서 “당시 상황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공감대가 생기고 있다”, “국회의원 면책 특권에 기댄 무책임한 폭로는 ‘사법부 흔들기’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익명의 현직 부장판사 주장을 전했습니다.

 

<현장조사…“도 넘은 법관 흔들기” 불만도>(5월 19일 류태영 기자)는 “민주당의 의혹제기 이후 지 판사는 문자폭탄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사실과 함께 “사법부 일각에선 ‘법관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문자 폭탄 등 지 판사 개인에 대한 정치공세가 우려된다”는 익명의 판사 주장을 전했습니다. <‘대법원 규탄’에서 ‘사법부 압박’으로…배경은?>(5월 20일 김도형 기자)도 “명확한 증거도 없이 법관을 공격한다”는 익명의 현직 부장판사 발언, “민주당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하는 것”이라는 또 다른 익명의 판사 주장을 차례로 전달했습니다.

 

지귀연 판사 의혹의 핵심은 △지 판사가 접대를 받았는지 △술값을 낸 사람이 직무관련자인지 크게 2가지입니다. 그러나 TV조선은 의혹의 핵심을 규명하고자 노력하기보다는 익명의 법원 내부 주장을 여럿 인용해 의혹 제기 자체가 ‘무책임한 폭로’, ‘사법부 흔들기’, ‘도 넘은 법관 흔들기’, ‘정치공세’인 양 몰아갔습니다. 인용 발언의 출처는 법원 내부, 익명의 현직 부장판사, 익명의 판사, 또 다른 익명의 판사 등 이른바 사법부 인사들이 전부입니다. TV조선이 지귀연 판사 의혹을 시민과 사법부 중 어느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지 드러난 대목입니다.

 

의혹 규명보다 본질 흐리기 집중

TV조선은 지귀연 판사 의혹을 보도하면서 해당 의혹과 무관한 서해 피살 공무원 유족 주장을 끌어들였습니다. <서해 피살 공무원 유족, 지귀연에 호소문…“흔들리지 말라”>(5월 20일 한지은 기자)는 “서해 피살 공무원 고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가 법원에 호소문을 냈다”며 “민주당이 지(귀연) 판사에 대한 접대 의혹을 제기한 게 다른 의도가 있는 것 같다”, “근거 없는 소문은 서해 피격 사건의 진실을 덮으려는 시도처럼 느껴진다”는 이 씨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익명의 사법부 인사 주장을 인용해 판사 개인에 대한 정치공세인 양 몰아간 것과 다르지 않는 보도입니다.

 

<뉴스 더/해소되지 않는 ‘의혹’>(5월 19일 김하림 기자)은 지귀연 판사 의혹의 본질을 흐리는 데 초점을 맞춘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윤정호 앵커는 “민주당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지귀연 판사가 해당 업소에 간 건 맞는 것 같은데, 흔히 말하는 접대장면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하림 기자도 “사진엔 지 판사를 포함한 남성 세 명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데, 술병이나 여성 접대부는 보이지 않는다”, “사진만으론 민주당 주장대로 룸살롱에서 접대를 받는 상황이라고 하기엔 어딘지 좀 어색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평했습니다.

 

윤정호 앵커는 “접대 받으면서 증명사진 찍는 건 처음 보는 것 같긴 하다”며 지귀연 판사가 접대받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듯한 발언까지 얹었습니다. 김하림 기자 또한 지귀연 판사가 해당 업소에서 찍은 사진이 나왔음에도 “지 판사가 해당업소를 무슨 이유에서든 갔을 가능성은 높아보인다”고 말하는가 하면 “실제로 술을 마셨는지 마셨다면 접대를 받았는지 등은 더 입증이 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의혹의 핵심을 흐리는 분석을 이어갔습니다.

 

‘민주당이 연관성 증명하라’는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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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귀연 판사 의혹 제기를 권력을 향한 달콤한 유혹에 비유한 TV조선(5/20)


TV조선 <윤정호의 앵커칼럼/달콤한 유혹>(5월 20일 윤정호 기자)은 더불어민주당의 의혹 제기를 권력을 향한 ‘달콤한 유혹’에 비유했습니다. 공산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인용하며 권력의 부당한 감시와 통제가 이뤄지는 장면을 보여줬는데, 권력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부까지 통제하려 한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룸살롱 접대를 기정사실화하며 압박”한다고 평했고, 공개된 사진을 두고는 “이걸 보면 누구와, 뭘, 어떻게 주고받았고, 실제 대접받은 건지는 불분명”한데 “법원을 향해 알아서 밝혀내라”고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나아가 “사실 여부가 드러나기도 전에 민주당은 법복부터 벗기라”고 한다면서 “의혹을 제기한 쪽에서 접대와 윤 전 대통령 구속 취소의 연관성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접대 의혹과 윤석열 구속 취소와의 연관성까지 증명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윤정호 앵커 주장처럼 지귀연 판사 의혹은 아직 진위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현재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시민단체 등에서 고발한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경찰과 관할구청도 해당 업소에 대해 현장점검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귀연 판사 의혹 제기를 두고 공산사회 권력 남용이나 권력 욕구를 향한 유혹에 빗댄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해당 의혹을 낱낱이 증명해야 하는 주체는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수사기관과 자정기능을 갖고 있는 대법원 윤리감사관실, 더 나아가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의 몫이기도 합니다.

 

조선·중앙 ‘윤석열 석방판사 협박’, ‘좌표 찍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도 지귀연 판사 의혹 제기를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조선일보 <사설/윤석열 석방 판사에 대한 비상식적 협박>(5월 20일)은 “국회에서 의혹을 제기하면 허위로 판명 나더라도 면책특권의 보호를 받아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서 “정치적 목적의 공격이 이렇게 이뤄진다”고 더불어민주당이 마치 허위 의혹을 제시한 것처럼 비판했습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의 지귀연 판사 사퇴 요구를 두고는 “지 판사의 재판 배제를 요구하려면 지 판사가 윤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접대를 받고 석방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민주당이 그토록 비난하는 검찰의 별건 수사 방식과 뭐가 다른가”라고 힐난했습니다.

 

중앙일보 <사설/“깨끗한 법정 세우자” 이재명 발언 섬뜩하다>(5월 16일)는 “공직자로서 부당한 접대를 받은 게 사실이라면 당연히 책임져야겠지만, 이른바 ‘좌표 찍기’가 아닌지 의심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접대의혹 제기를 권력의 ‘좌표 찍기’로 규정했습니다. <사설/의도 미심쩍은 민주당 ‘판사 향응’ 압박…진상규명은 필요>(5월 20일)에서는 “집권 가능성이 큰 원내 다수당이 마음에 들지 않는 판사를 뒷조사해 공격하는 것은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고 삼권분립을 무너뜨릴 우려”가 있다며 “독재 정권이 반대파 인사들의 사생활을 약점으로 잡고 악용한 사례가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는데요. 판사 개인의 중대비위 여부를 둘러싼 파문을 사법부 전체에 대한 공격이나 삼권분립 체제 위협으로 연결하는 자체가 본질을 흐리는 논리적 비약입니다. 거대권력의 좌표 찍기 운운하며 오히려 의혹을 제기한 측을 비판하는 태도 역시 권력감시에 앞장서야 할 언론의 올바른 자세로 보기 어렵습니다.

 

* 모니터 대상

① 방송 : 2025년 5월 14일~5월 20일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저녁종합뉴스

② 신문 : 2025년 5월 14일~5월 20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기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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