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 보도가 언론 현실”이라는 김행에 발끈한 조선일보, 떳떳하신가요?│박진솔 미디어감시팀 활동가
등록 2023.10.1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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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장관 내정 이후, 후보자를 향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언론의 의혹 제기와 검증 보도를 ‘가짜뉴스’로 치부하던 김행 후보자는 10월 5일 국회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에 대한 질의가 이어지자, 불성실한 답변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위원들이 후보자 태도 지적에 나섰고, 권인숙 여가위원장도 “그런 식의 태도를 유지하시면, 본인이 사퇴를 하시든가요”라며 ‘후보자 사퇴’를 거론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위원장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했고 급기야 김행 후보자와 함께 청문회장을 떠났는데요. 공직 후보자가 위원장 허가 없이 청문회장을 나간 건 2000년 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처음입니다.

 

장관 내정 후 출근길에서 “아주 드라마틱하게 엑시트(극적으로 퇴장)”하겠다며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론을 재확인한 김행 후보자가 청문회장을 떠난 뒤 돌아오지 않으면서, ‘청문회장을 아주 드라마틱하게 엑시트(극적으로 퇴장)’했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이튿날 비교적 윤석열 정부에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해온 조선일보도 <청문회 도중 나가버린 김행… 사상 초유 ‘후보 퇴장’>(10월 6일 원선우 기자)<사설/여당과 장관 후보자가 공동으로 청문회를 보이콧한 황당한 사태>(10월 6일)에서 김행 후보자의 청문회장 이탈을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비판한 것은 비단 김행 후보자의 청문회장 이탈만이 아닙니다. 청문회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과거 김행 후보자가 운영했던 인터넷 매체 ‘위키트리’의 선정적인 저질 보도 양산을 지적했습니다. 이에 김행 후보자는 “저도 부끄럽고, 이게 현재 대한민국 언론의 현실”, “(언론중재위원회) 지적 사항이 나온 시기를 연도별로 보면, 저희(위키트리)보다 훨씬 큰 언론사, 메이저(대형) 언론사 1~3위가 다 들어갔다”고 답했는데요. 조선일보는 김행 후보자의 이 같은 답변에 발끈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저질 보도가 언론 현실? 김행 후보자 발언 논란>(10월 6일 김승재‧주희연 기자)에서 “정치권에서는 ‘자기(김행 후보자)가 창업하고 경영한 언론사(위키트리)가 성차별적이고 2차 가해성 기사를 남발한 데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그렇지 않은 언론까지 끌어들였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언론중재위원회가) 다른 언론사에 대해 시정권고한 사례를 보면 ‘여론조사 보도 정보 누락’, ‘무죄 추정 원칙에서 벗어난 범죄사건 보도’ 등이 대부분”이고 “위키트리처럼 선정적인 제목을 썼다는 이유로 지적받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김행 후보자 발언을 비판했는데요.

 

미디어오늘이 2021년 상반기 한국신문윤리위원회와 인터넷신문위원회의 자율규제 기사 심의를 전수 조사한 결과, 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최다 자율규제 심의 제재를 받은 언론은 조선일보입니다. 제재 조항별로 분석했을 때 ‘선정보도의 금지’ 조항 제재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요. 일례로 조선일보 <SC이슈/‘박유천 전여친’ 황하나, 마약→자해논란…피투성이 손목 사진 게재>(2020년 12월 18일 백지은 스포츠조선 기자)는 자해사건을 자극적으로 전해 ‘경고’를 받았지만, 아직도 온라인상에 공개돼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는 온라인 기사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5월 16일 최훈민 기자)를 통해 양회동 지대장 분신 당시 함께 있던 건설노조 간부 A씨가 양 지대장의 분신을 막지 않고, 분신 후 불을 끄지도 않았다고 단정 지었습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성명과 유족‧목격자에 대한 2차 가해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튿날 지면 기사 <분신 노조원 불붙일 때 민노총 간부 안 막았다>(5월 17일 최훈민 기자)에서 같은 내용을 전했습니다. 해당 기사 역시 아직도 온라인상에 공개돼 있습니다.

 

당시 조선일보는 “자살보도 권고 기준에 입각, 해당 사건 보도를 최소화”했지만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 전한다며 보도의 당위성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유족과 목격자 동의 없이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종합민원실 건물의 CCTV 화면을 보도하고, 분신 도구까지 사진으로 실어가며 유족과 목격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김행 후보자가 위키트리의 선정적인 저질 보도 양산의 본질을 피해가려고 다른 언론사 문제까지 언급했다는 지적은 합리적일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언론까지 끌어들였다”거나 “(다른 언론사는) 위키트리처럼 선정적인 제목을 썼다는 이유로 지적받는 사례는 거의 없다”는 조선일보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질 보도가 언론 현실”이라는 김행 후보자 답변에 발끈한 조선일보, 여전히 떳떳하신가요?

 

박진솔 미디어감시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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