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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안희정 재판 보도 선정적? 검찰이 다 공개하면 된다”
등록 2018.07.2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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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은 종편 시사대담프로그램이 ‘안희정 재판’ 방송(7/3~13)에서 부적절한 성폭력 보도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종편은 △안희정 재판을 불필요하게 많이 다루고 △사건과 관련 자극적 단어로 제목을 뽑고 △피고 측에 유리한 증언을 중계하며 △피해자의 얼굴 사용 등 피해자 정보 노출을 반복했습니다. 


이런 행태는 16일 6차 공판 이후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13일 5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피고인 안희정 씨의 배우자 민 모씨의 발언 중 선정적인 내용들을 중계하듯 보도하면서 ‘범죄 재판 보도’가 ‘피해자 및 관련자들의 사생활 폭로전’으로 얼룩졌습니다. 진행 중인 재판의 결과를 예단하는 발언도 나왔습니다. 

 

언론으로 인한 ‘2차 가해’ 우려한 재판부에 “사생활 문제없다면 피해자 입장 공개해라”
피고 측에 유리한 증언들을 중계하면서 사실관계보다 선정적 묘사에 열을 올린 TV조선의 16일 방송 중 가장 황당한 장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TV조선은 최근 ‘안희정 재판’ 관련 보도에 쏟아지는 비판을 언급하더니 ‘언론인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반박했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7/16)에서 이루라 기자는 “재판이 공개된 이후에 피고인 측 증언이 언론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피해자의 평판과 이미지가 왜곡보도 돼서 2차 피해가 심각하다”는 피해자 측 주장과 “자극적인 보도가 우려스럽다”는 재판부의 자제 요청을 전했습니다. 이런 재판부의 의견을 전할 때는 ‘앞으로 저희도 주의해서 전하겠다’는 정도의 코멘트로 마무리되는 것이 언론의 상식적 태도입니다. 그런데 TV조선은 엉뚱한 반론을 펼쳤습니다.


TV조선 엄성섭 앵커는 “다만 한 가지 또 명확히 해야 할 부분은 있는 것 같습니다. 안희정 전 지사 측의 경우에는 기자들이 들어가는 것에 별로 반대를 하지 않았는데. 물론 피해자이기 때문에 김지은 씨 측에서는 비공개 재판을 원했었거든요. 그래서 기자들이 이 재판 상황을 다 정확하게 보지 못하는 상황이 있다는 점. 그래서 김지은 씨가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기자들이 알지 못 한다는 점, 그래서 다 전해드리지 못한다는 점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이 부분은 검찰 측에서 김지은 씨가 어떤 주장들을 하고 있는지, 크게 김지은 씨 사생활에 문제가 없다면, 얘기를 해주시면 아마 공정하게 언론 보도가 이어지지 않을까, 그러니까 일방적으로 언론에 대해서 혹은 또 너무 이렇게 황색 저널리즘이라고 비판하기에는 구조상의 문제가 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은 얘기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TV조선의 뻔뻔한 태도는 스스로 저널리즘 윤리란 전혀 모르고 있음을 입증한 것
TV조선의 이러한 태도는 적반하장을 넘어 언론이기를 포기한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 <미디어세상/미투 이후, 언로보도의 윤리>(7/23 https://bit.ly/2OfyyN6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 교수)에서 필자는 “이번 재판은 검찰 측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 재판 전 과정의 비공개를 요청했으나 재판부가 피해자 증언만 비공개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애초부터 대립되는 양측의 입장을 균형있게 보도한다는 형식적인 객관 보도조차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은 저널리즘 윤리에 기반을 둔 판단을 해야만 했다. ‘언론이 일방적 주장을 확인된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지 않아야 한다’ ‘수사기관으로부터 얻은 공식적 정보라 해도 보도가 필요한 내용인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성폭력 사건 보도 가이드라인’의 내용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애초 피고 측에 유리한 증언만 대거 공개됐고 ‘증언의 불균형’이 발생했다면, TV조선 스스로 이를 어떻게 보도할지 성찰하고 책임져야 하는 것입니다. 법정에서 나온 말이라고 모조리 선정적으로 중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을 했어야 합니다. 그 정도의 인식도 없다면 언론이길 그만둬야 합니다. 


더군다나 TV조선은 “피해자 사생활에 문제가 없다면”이라는 조건을 달아 ‘검찰이 피해자 입장도 공개해주면 공정하게 보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해자 측 입장이 비공개인 채로 6차 공판까지 진행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TV조선은 이미 ‘피해자 사생활에 문제가 있다’고 전제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자신들의 방송을 점검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법정 탓을 하며 무리하게 변호하려다가 스스로의 한계를 노출해 버린 겁니다. 

 

‘김지은과 안희정 부인의 싸움’? TV조선의 ‘막장 보도’
이렇게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인 TV조선은 바로 그 ‘황색 저널리즘’의 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냈습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7/16)에 패널로 출연한 서정욱 변호사는 피고 측 증인으로 나온 안 전 지사 배우자 민 모 씨의 증언을 다루던 중 “이번 재판의 결론은요 제가 보기에는 김지은과 민주원의 싸움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주장의 맥락이나 의도와 관계없이 매우 부적절한 발언입니다. 가해자의 범죄 여부를 지워버린 채 성폭력 범죄를 피해자를 포함한 ‘여성들끼리의 싸움’으로 규정했기 때문입니다. 가히 ‘막장’ 발언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입니다.


이 발언에 TV조선 김미선 기자가 “네?”라며 놀라 되물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서정욱 씨의 ‘막장 발언’에 놀란 것이 아니었습니다. 김미선 기자는 “아, 민 씨요”라고 정정했고 윤정호 앵커도 “민 모 여사”라고 수정했습니다. 서 씨가 방송 내내 ‘민 모 씨로’ 지칭하던 피고 측 배우자의 실명을 거론했기 때문에 당황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안희정 씨 부인의 실명은 애초 유력 정치인의 배우자로 언론에 실명이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인지 대다수 언론에서 공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두 앵커가 놀라며 정정해야 할 것은 호칭이 아니라 ‘여성끼리의 싸움’이라는 저급한 관점부터 고쳐줬어야 합니다. ‘안희정 성폭행’ 재판은 위계에 의한 성폭력 여부를 따지는 사건입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의 이름은 지우고 피해자인 ‘여성’과 피고인 배우자인 ‘여성’, 두 여성의 싸움으로 이 사건을 바라본 TV조선의 시각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성차별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습니다. 

 

포장만 ‘양측 공방’, 결국엔 ‘안희정 부인 증언’ 부각한 TV조선
서정욱 씨 발언만 문제가 아닙니다. 공개된 피고 측 증언을 중심으로 이 사건을 ‘한 남자를 둘러 싼 두 여자의 경쟁’, 혹은 ‘이미지 전쟁’으로 몰아가고, 자극적인 가십으로 소비하는 TV조선의 속내는 여기저기서 드러났습니다. 윤정호 앵커는 “김지은 씨를 돕고 있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의 입장이라며 “안 전 지사 측이 주로 이야기한 게 김지은 씨에 대한 이미지 메이킹, 그러니까 나쁜 쪽으로 이미지를 만들었다는 이야기인데요”라고 소개했는데요. 그러나 정작 화면에는 재차 피고 측에 유리한 안 전 지사 배우지 민 모 씨의 발언이 무려 4개나 큼지막하게 노출됐습니다. 양측 공방을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피고 측의 자극적인 증언들을 반복해서 보여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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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고 측에 유리한 자극적 발언들 무분별하게 보도한 TV조선(7/16)

 

같은 날 방송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7/16)은 아예 대담의 제목을 <이리보고 저리보고>라고 뽑았고 화면에는 피고인, 피고인의 배우자, 피해자 세 사람의 사진을 삼각형 구도로 세워놨습니다. 이 사건의 본질이 세 인물 간의 삼각관계인 것처럼 묘사한 겁니다. 또한 TV조선 <이것이 정치다>(7/16)와 마찬가지로 양측 공방을 소개하면서도 민 모 씨의 진술에 더 비중을 두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엄성섭 앵커는 “사실 그 부인을 법정에 세운 안희정 전 지사야 할 말이 없겠습니다마는, 부인 민 모 여사는 할 말이 굉장히 많았던 것 같습니다. 증언 내용이 지금 계속해서, 계속해서 화제가 되고 있고 논란이 되고 있어요”라고 운을 띄웠습니다. 이루라 기자는 “김지은 씨가 남편을 일방적으로 좋아해서 내가, 본인이 불쾌했다. 남편을 위험하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지은 씨가 안 전 지사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마누라 비서’로 불렸다” 등 민 모 씨의 여러 증언들을 열거했습니다. 이어서 “이런 증언만 본다면 김지은 씨가 마치 어떤 질투 심리를 느끼지 않았냐 이렇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기 때문에 굉장히 논란”이라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논란’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피해자를 공격하는 듯한 해석을 굳이 강조해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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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7/16) 제목 화면 갈무리

 

피고 측 증인에 ‘감정이입’하는 TV조선
성범죄 재판을 가십으로 소비하며 범죄의 사실관계를 내팽개친 장면은 이외에도 많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7/16)에서는 엄성섭 앵커 등 TV조선 기자들이 피고 측 증인인 배우자 민 모 씨에 공감하는 듯한 장면도 나왔습니다. 열성적으로 민 모 씨 증언을 보도하던 중 김대현 기자는 “민 모 여사는 지난 7월 초 관사 앞에서 김씨가 ‘지사님’이라고 부를 때 볼에 홍조 띤 얼굴이 애인 만나는 여인의 느낌이었다고 말을 했는데 이에 재판부는 목격한 상황을 사실관계 위주로 말해 달라, 감정적 평가는 자제해 달라, 이렇게 제지를 했다는 겁니다”라고 전했는데요. 재판부가 민 모 씨에게 감정적 발언 자제를 요청했다고 전하면서도 민 모 씨의 ‘감정적 발언’을 굳이 한 번 더 읊어준 겁니다. 이어 김 기자는 “사실 성폭력 범죄와 관련해서 가해자 부인이 나와서 증언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이례적인 일 아니겠습니까?”라고 물었고 이에 엄성섭 앵커는 매우 공감한다는 듯 한 말투로 “저게 얼마나 힘들겠어요 저기도요”라고 맞장구쳤습니다. 


이후 김대현 기자가 “(민 모 씨가) 본인의 느낌을 말하는 증언은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정리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엄성섭 앵커는 재차 “참 여성 두 명이 다 힘든 것 같습니다. 김지은 씨 피해자 입장에서도 굉장히 어려운 선택이었고 또 민 모 여사도 굉장히 힘든 증언들이었을 텐데. 지금은 부부가 법정에서 피고인과 증인으로서 지금 나와서 하는 그런 운명에 놓였습니다마는 과거에 안희정 전 지사는요, 공개적인 자리에서 여러 차례 아내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냈었습니다”라더니 뜬금없이 피고인이 과거 방송에 나와 아내 사랑을 언급한 영상을 보여주기까지 했습니다. 가히 마법과 같은 보도 구성입니다. 민 모 씨 증언을 굳이 다루고자 한다면 ‘가해자 부인의 법원 출석은 참 어려운 일’같은 넋두리가 아니라, ‘증언의 사실 여부’를 따져야 합니다. 그것이 범죄 보도의 기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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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고인의 과거 ‘아내 사랑’ 보여준 TV조선(7/16)

 

‘안희정 배우자는 힐러리 닮은 꼴’? 
이렇게 피고 배우자 및 가해자만을 부각하며 범죄를 흥밋거리로 소비하는 TV조선의 보도는 결국 민 모 씨를 힐러리에 비유하는 데 이르렀습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7/16)의 고성국 TV조선 객원해설위원은 “안희정 씨 부인은 안희정 씨를 어떻게든 사법적으로 구해야 하겠다고 결심하고 나선 거죠. 물론 사실이 중요하지만, 그러나 때로는 안희정 씨 같은 피고인이나 그 가족들한테는 사실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을 수 있어요. 이를 테면 ‘어떻게 하고 싶었는데 애들 아빠인데 어떡하냐’ 이런 식으로요”라며 민 모 씨 입장을 구구절절 설명하더니 “조금 확대 해석하는지 모르겠지만 힐러리 클린턴이 클린턴에 대해서 보여준 태도 같은 것들이 사실관계보다는 그 정치적 권력관계를 힐러리가 더 중시한 결과, 어떻게든 클린턴을 비호하고 변명해주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열심히 하잖아요. 일단 방향을 틀기까지가 문제지, 일단방향을 잡고 나면 할 수 있는 건 다했던 게 힐러리의 모습인데. 그러면 안희정 씨 부인의 모습도 그렇게 보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진행자 윤정호 씨는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과거 안희정 전 지사가 저희 TV조선에 출연해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예로 들면서 잘못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라며 2016년 TV조선 <라이브쇼>에 출연한 안 전 지사 모습을 보여줬고 “안 전지사는 계속 저런 식으로 김지은 씨를 몰아갈 수밖에 없는 건가요?”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김미선 기자는 “르윈스키와의 성관계 스캔들이 터졌을 때 힐러리는 자서전을 통해서 그 얘기를 들었을 때 클린턴의 신체 일부, 목을 어떻게 해서 어떻게 하고 싶었다고 굉장히 강력한 표현을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 안 전 지사께서는 힐러리의 자서전을 보지 못하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라고 과격한 감정을 쏟아냈습니다. 본인들의 이러한 개인적인 감상이 도대체 성범죄 보도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이번엔 ‘정치인 VS 시민단체’…TV조선의 이상한 관점
단순히 ‘힐러리 비유’에 그친 것도 아닙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7/16)은 이 사건을 ‘정치인과 미투 시민단체의 대결’로 갈무리하기도 했습니다. 


고성국 씨는 “(안희정 씨 측은)사법적으로만 유죄를 면하면 도의적으로, 정치적으로 책임지는 문제는 또 다른 형태의 정치적인 행보를 통해서 풀어갈 수 있고 이 사법적인 굴레를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부인의 증언이라도 적극적으로 하겠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안희정 씨나 그 부인이 입장을 같이 하고 있는 것 같고요. 그러면 상대적으로 사실은 죄가 아닌데 안희정 씨를 죄를 지은 사람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으로 몰릴 수 있잖아요. 김지은씨 입장에서. 또는 미투 운동의 정당성을 옹호하고자하는 이런 많은 시민단체의 입장에서는 전면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죠. 이거는 이미 안희정 씨 개인의 사건을 넘어서 있다는 말이죠, 그 점에서는 이 전선은 앞으로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합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아직 시시비비가 가려지지도 않은 재판에 대해 굳이 피고 측의 ‘정치적 해법’을 장황하게 해석하는 것은 분명 심의규정 위반이며, 범죄의 사실관계보다 ‘진영 간 싸움’을 중요시 하는 TV조선의 시각은 근본적으로 비윤리적인 관점입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7월 16일 (월)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보도본부 핫라인>


<끝>
문의 이봉우 모니터팀장(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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