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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토론프로그램 <시시비비>의 '맥아더 동상 철거논란' 방송에 대한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2005.9.28)
등록 2013.08.2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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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시시비비>는 '시민참여' 제대로 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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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토론프로그램 <시시비비>는 "전문가 패널 위주의 기존 토론프로그램 형식을 벗어나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며 기존의 전문가 중심의 토론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직접 토론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시시비비>는 민영방송 SBS의 '공익성'을 대표하는 토론프로그램이지만 타방송사의 토론프로그램들에 비해 주제 선정이나 토론 진행 등에 있어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이런 이유로 최근 <시시비비>가 '시민참여'로 토론 진행방식을 바꾼 데 대해 기대가 컸다.
그러나 9월 23일 바뀐 형식으로 방송된 '맥아더 동상 철거냐 사수냐?' 편은 '시민참여'의 긍정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부적절한 주제선정 및 운영, 패널들의 자질 부족, 사회자의 진행 미숙 등의 문제를 드러내 기획의도를 무색케 했다.


이날 토론이 소모적인 갈등만 재생산하며 '난장판'으로 흐르게 된 근본 원인은 방송사 측의 주제선정에 있었다고 본다.
맥아더 동상 철거를 놓고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맥아더 동상 철거냐 사수냐'라는 식의 이분법적 접근은 '철거'와 '사수'를 주장하는 측의 감정적 대립만 드러낼 가능성이 컸다. 차라리 '철거'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는 '맥아더에 대한 재평가'를 두고 '사실'에 기반한 토론을 벌이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었을 것이다.
또 큰 토론주제를 몇 가지 소주제로 나눠 토론의 내용을 심화시켜 나가지 못한 운영방식도 '철거 대 사수'라는 소모적 논쟁이 반복된 원인이었다. 이날 토론에서는 오직 '왜 동상철거에 찬성(반대)하느냐', '동상 철거가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를 둘러싼 이분법적이고 감정적인 논쟁만 반복됐다.


패널 선정 역시 문제였다. 이 날 출연한 상당수 패널들은 '맥아더 동상철거' 문제로 불과 12일 전 인천 자유공원에서 물리적으로 충돌한 당사자들이라고 한다. 이미 물리적으로 대립한 양 당사자들을 불러내 토론이 감정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컸다는 얘기다. 제작진이 최소한 '합리적 토론'을 원했다면 직접적으로 관련된 당사자보다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맥아더를 평가할 수 있는 학자와 이러한 사실에 근거해 '일반시민'들이 지금 우리 사회의 맥아더 논쟁을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지 들어보는 형식을 취했다면 토론이 극단적인 혼란으로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특히 이날 맥아더 동상 철거를 반대하는 이른바 '보수'측 패널들 중에는 방송 토론의 기본적인 예의조차 찾아볼 수 없는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여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들은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은 물론이고, 상대 패널을 훈시하는 듯한 고압적 태도와 상대 발언 중 끼어들기, 색깔론 공격을 하기도 했으며, 급기야 상대방이 발언하는 중에 박장대소를 하는가 하면 고성을 지르기까지 했다. 일부 패널은 또 상대측 패널의 토론 중에 "장난치지 마세요", "말할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왜 자꾸 발언권 줘요?", "끊어요, 끊어요. 자꾸 이야기 딴 데로 가는데…"라며 상대방을 무시하고 사회자의 진행을 방해하는 무례한 언행을 보여 토론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사회자 역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사회자는 양쪽에 비교적 공정한 발언기회를 주려고 노력하는 등 양적 균형을 취하기는 했으나, 일부 패널들의 무례하고 부적절한 언행이 수차례 반복됨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하고 생산적인 토론으로 이끄는 진행능력이 부족했다. 그 결과 토론 내내 양측이 똑같은 주장을 되풀이했으며, 사회자가 토론의 중심을 잡지 못한채 패널들의 발언에 이끌려 다니는 양상을 보였다.


과감한 형식변화를 선보인 <시시비비> 첫 방송은 "시민의 목소리를 TV토론에 실제적으로 반영하여 시청자들과의 공감대 확산을 시도하고, 나아가 한국 사회의 토론문화 정착에 이바지"하겠다는 당초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한 채 오히려 성숙하지 못한 우리의 토론문화를 부추기고 이념갈등을 '확대재생산'하는데 기여하고 말았다.
TV토론프로그램에서 시민들의 직접참여를 늘리고 시민들 스스로의 토론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은 분명 긍정적이다. 전화나 인터넷을 통한 참여는 물론 중요한 사안이 발생할 경우 '국민대토론'을 하거나 MBC <100분 토론>이 '시민논객'을 도입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SBS <시시비비>가 '시민참여토론'을 내세운 것은 분명 긍정성이 있다. 하지만 시민참여라는 명분 아래 난장판과 같은 토론이 지상파 방송에서 벌어진다면 토론문화를 오히려 뒷걸음질치게 만들 것이다.
<시시비비> 제작진들은 TV토론프로그램의 주제와 패널 선정에 있어 무조건 '찬반양론'의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 '여론수렴의 장'을 만들 수 있도록 주제와 패널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SBS <시시비비>가 이 같은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이후 방송에서는 보다 양질의 '토론프로그램'으로 거듭나 우리 사회가 갖가지 갈등과 논쟁 사안들을 치유하고 사회통합을 이루는데 기여해주길 기대한다.<끝>


 

2005년 9월 28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