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연설 방송 및 청와대 반응에 대한 논평(2008.10.13)
등록 2013.09.2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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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방송’, 쓸데없는 논란만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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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3일) 아침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이 KBS를 통해 방송됐다.
MBC는 내부 반발로 진통을 겪다가 결국 대통령 연설을 방송을 하지 않기로 했고, KBS도 라디오 PD들을 비롯한 내부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몇 가지 조건을 전제로 대통령 연설을 방송했다. 대통령 연설을 별도 프로그램으로 편성하지 않고, 이어서 반론을 담은 방송을 내보내며, 정례화를 암시하는 대통령 멘트에 대해 진행자가 해명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방송된 대통령 연설을 두고 청와대는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청와대 일각에서는 “일부 방송사의 비협조”에 불만을 나타냈다고 한다.
방송이 나간 후 연합뉴스는 청와대의 “한 참모”가 “당초 방송 여부를 언론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기로 했기 때문에 비난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그러나 현직 대통령의 첫 라디오연설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어 뉴스 가치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이유 등으로 방송을 하지 않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의 연설 내용에 대한 평가는 일단 논외로 하더라도 청와대에서 이런 반응이 나온다는 것, 특히 청와대 관계자가 익명을 빌어 언론에 이런 불만을 드러낸 것이야말로 심각한 문제다. 청와대는 라디오 연설의 방송 여부를 방송사의 “자율적 판단에 맡긴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면서도 방송사들이 방송 여부조차 결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출근 시간대인 오전 7시 반∼8시에 10분가량 방송될 예정’이라는 계획까지 내놓은 바 있다.
우리는 청와대 “한 참모”가 드러냈다는 불만을 접하며, 청와대가 “방송사 자율에 맡긴다”는 말과는 달리 방송사들의 대통령 연설 방송을 당연하게 여겼으며, 이런 기대가 어긋난데 대해 불만을 갖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익명의 관계자를 통해 의도적으로 방송사들을 향한 ‘불만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만약 청와대가 KBS에게 대통령 연설의 정례화를 압박하거나, 다른 방송사들에게 대통령 연설 방송에 ‘동참’하도록 압력을 행사한다면 그야말로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솔직히 우리는 대통령의 라디오연설이 오늘과 같다면 청와대와 이명박 정부가 얻을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대통령이 나와서 쉽게 감성적으로 말한다고 해서 무조건 국민이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막연하고 상투적인 ‘희망의 메시지’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호소력을 갖겠는가?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언한 데 대해 어떤 사과나 유감 표명 없이 그저 ‘정부는 잘 대처하고 있으니 기업은 투자하고 국민은 에너지 절약 등 고통을 분담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재벌과 부자들을 위한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경제를 살리기 위한 600여개의 법안”을 마련했다며 국회가 빨리 처리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새로운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의 달라진 국정운영 방향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한 진정한 의미의 소통도 없었다. 순수하게 ‘뉴스가치’로 따진다면 과연 이런 연설을 적극적으로 편성하려는 방송사가 있겠는가? 방송사 내부가 반발하는 것이 당연하다.
뿐만 아니라 오늘 연설은 이미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들에게는 다소의 ‘위안’이 될지도 모르지만,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을 냉정하게 지켜보거나 비판하고 있는 국민들에게는 효과가 없어 보인다.
‘여론조작’의 위험성 때문에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키면서도 크게 얻을 것은 없는 라디오연설을 위해 청와대가 소모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야말로 ‘제 발등찍기’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는 방송장악, 여론통제 시도로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만약 KBS가 대통령 라디오연설을 정례화하거나 다른 방송사들이 대통령 연설을 방송하겠다고 나서는 순간 온갖 외압 의혹이 불거질 것이 뻔하다. 그런 논란 속에 방송을 귀담아 듣거나 신뢰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청와대가 지금이라도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거듭 촉구한다. <끝>

 



2008년 10월 13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