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대구지하철 화재 관련 신문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2.19)
등록 2013.08.0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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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선정주의적 보도태도를 경계한다
 

 

 

18일 발생한 대구 지하철 화재사건은 우발적인 범행이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져 국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언론에서도 이번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사고원인과 규모 등을 보도하고 있다. 아직까지 정확한 사고경위가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언론에서 지적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이번 사고를 대형 참사로 확대시킨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의 '선정주의적 보도태도'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언론은 사망자 숫자를 부각하고,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는 성급함까지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 국민일보, 경향신문은 "대구지하철 200여명 사망·실종"으로, 동아, 중앙, 한겨레는 "대구지하철 방화 120여명 사망(숨져)"를 1면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19일 오전 8시 경찰 공식집계에 따르면 사망 52명, 실종 162명, 부상 145명이며, 적어도 120여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들이 사망 추정 인원을 헤드라인으로 인용하거나, 사망 추정자와 실종자를 합쳐 '200명'이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희생자의 규모를 부각한 선정주의적 보도태도로 볼 수 있다.
또 조선일보와 경향, 한국일보 등이 이번 사건을 '테러'라고 표현한 것도 선정주의적 보도태도라 할 수 있다. 특히 조선일보는 19일 사설 <또 하나의 테러, 불타는 지하철>에서 이번 사건을 '테러'라고 단정했다. 조선은 "이번 방화사건은 전국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다중의 테러"라며 "이 같은 사회 붕괴를 초래하는 소외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테러'란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폭력을 사용하여 상대를 위협하거나 공포에 빠뜨리는 행위를 말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바에 따르면 이번 대구지하철 화재사건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개인의 우발적인 범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희생자가 불특정 다수라는 측면만을 보고 '테러' 운운하는 것은 이라크 전쟁 위기와 북핵 문제 등으로 불안한 국민들에게 막연한 불안감만 고조시킬 뿐이다.
현재 언론은 이번 사건의 화재 원인을 분석하고 있으나, IMF이후 불어닥친 '공기업 경영합리화' 문제에 대해서는 살피지 못하고 있다. 지나친 효율성을 추구하며 대규모 인력감축을 벌였던 '공기업 경영합리화'가 대형 참사의 직간접적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서울지하철 노조의 문제지적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03년 2월 19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