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국가인권위원회 국보법 폐지 권고'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8.26)
등록 2013.08.1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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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은 폐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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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23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전면폐지 8명, 개정 2명으로 '전면 폐지'를 결정했다. 인권위가 이 같은 결론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국가보안법의 폐해에 대한 폭넓은 연구검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인권위는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지난 1년 5개월 동안 국가보안법의 인권침해 실태 조사 및 폐지론과 개정론, 대체입법론 등을 폭넓게 연구·검토했으며, 몇 달 전에는 국가보안법의 인권침해 실태를 담은 백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우리는 인권위의 이번 결정을 환영하며, 국회가 인권위의 권고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본다. 국가보안법의 폐해와 문제점은 재거론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하고 있는 한나라당 조차도 국가보안법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국제적인 인권단체로부터 '폐지'를 권고 받은 것도 오래전이다. 때문에 인권위가 '폐지'를 결정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인권위의 이번 결정은 국가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국보법 폐지'를 공식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우선 의미가 크다. 또한 '인권 보호와 향상'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을 침해해 온 대표적 악법의 존폐여부를 오랜 조사와 연구 끝에 폐지권고를 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인권위의 결정을 두고 유통기한이 지난 남북관계를 끄집어 내 반발하고 있다. 특히 그간 국보법을 근거로 '색깔론'을 유도하며 악의적 여론몰이를 주도해왔던 일부 언론들은 '폐지' 대신 '개정'으로 사태를 물타기하거나, 아예 모르쇠로 침묵하고 있다.


중앙일보와 문화일보는 '국보법 개정'을 주장하며, 국보법 폐지 여론을 물타기하고 나섰다. 두 신문은 국보법 폐지를 둘러싼 '사회갈등'을 우려하고, 남북관계를 거론하며 '국보법'을 폐지하기보다는 '개정'해야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25일 사설 <국가보안법 '폐지'보다 '개정'이 먼저다>에서 '국보법 폐지'를 놓고 우리사회가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쓸릴 소지도 있고, 사회 세력 간에 긴장도 높아질 위험이 크다"고 진단하고, "남북 간 교류협력은 강화됐어도 정치군사적 대치상황마저 완화되진 않고 있다"며 "폐지 문제는 향후 남북관계가 보다 화해협력으로 갈 때 단계적으로 고려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문화일보도 25일 사설 <국가보안법 폐지는 안된다>에서 "이 법의 개폐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는 이미 심각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는 "인권침해를 용납해선 결코 안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파괴하는 세력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우리가 서둘러 방어 시스템에 허점을 드러낼 이유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25일에 관련 기사를 실었으나, 사설에서는 이를 다루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1면 하3단 <국보법폐지 논란 본격화>에서 이를 다뤘다. 조선일보는 제목에서부터 인권위의 '폐지권고'를 '논란'으로 표현했다. 이어 4면 <'국보법 논란' 기름부은 인권위>에서도 인권위의 발표에 대한 구체적인 해설은 싣지 않고 국보법 폐지에 대해 각계의 서로 다른 의견을 보도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지난 8월 6일 사설 <국보법, 먼저 토론하고 그 다음에 결론을>에서 국가보안법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중앙, 문화일보와 마찬가지로 '국가안보'를 내세웠다. 조선은 "한 미동맹이 변화 변질 약화의 내리막길을 굴러가는 이때 국보법을 폐지하는 것이 이 나라 장래와 우리 사회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냉정한 판단 과정을 먼저 거쳐야 된다"며 "그 결론의 내용이 폐지일지 개정일지는 그런 판단의 과정에서 정해질 일"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동아일보는 1면 하3단 <인권위 국보법 폐지 권>에서 인권위의 발표사실을 보도했다. 이어 4면 <국가기관 첫 공식의견…강제력은 없어>에서 제목에서 인권위의 결정이 '강제력'이 없다는 점을 부각하고 '폐지는 너무 성급하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서울지검 공안부 관계자의 발언을 싣기는 했으나, 전체적으로는 인권위의 이번 '폐지권고'의 의미와 결정과정, 결정 배경 등을 비교적 상세하게 보도했다. 동아는 "국가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국보법 폐지 의견을 낸 것인데다 정치권의 활발한 국보법 폐지 움직임과 맞물려 상당한 힘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인권위에 대한 기사에서는 인권위의 구성이나 위치를 설명하며 NISE에 대한 인권침해 결정, 이라크전쟁에 반대하는 의견서 발표 등을 거론하며 "인권위의 권한과 위상에 대한 논란이 계속돼 왔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국가인권위의 결정을 환영했다.
한겨레신문은 26일 사설 <보안법, 이번에 깨끗이 털자>에서 인권위의 '폐지' 결정을 환영했다. 한겨레는 인권위의 이번 결정이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논란에 마침표를 찍는다는 의미가 있다. 국가기관이 악법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라며 "국회는 이제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지 말고 권고를 받아들여 이번 정기국회에서 국가보안법을 완전 폐지하는 것이 옳다"고 제기했다.
경향신문도 26일 사설 <국가보안법 폐지가 마땅하다>에서 "부분개정을 하기에는 사실 국보법은 낡아도 너무 낡았다"며 '폐지가 마땅하다'고 평가했다. 경향은 남북관계를 이유로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는 일부 주장에 대해 "체제경쟁은 끝났다고 자부하는 남측이, 국보법이 있어야만 체제를 지킬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만한 자기 모순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는 일부 언론이 내세우는 유일한 존립 근거는 '남북관계'이다. 그러나 그 같은 주장은 이미 설득력을 잃었다. 이미 남한은 정치경제군사 모든 분야를 통틀어 북한을 압도하고 있으며, 6.15 선언이후 남북관계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어 '반국가단체' 운운하는 국보법의 일부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보법이 폐지돼야 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국가보안법이 '국가안보'보다는 '권위주의 정권의 안위'를 위한 '내부 정비용'으로 악용되어 왔다. 실제 '간첩혐의'로 국가보안법에 저촉되어 옥고를 치른 사람들의 상당수가 민주화 인사였다는 사실은 이를 반증해 준다.
'국보법 개정'을 주장하는 일부 신문들 역시 자신들의 논리가 빈약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보법 폐지 권고가 엄청난 논란을 가져와 사회적 혼란을 부추길 것처럼호들갑을 떨고, 냉전시대의 '남북관계'를 근거로 '국보법 개정'을 주장하며 폐지 논의에 '물타기'를 하는 것 아닌가. 특히 한나라당을 향해서는 국보법 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면서, 정작 자신은 의뭉스럽게 국보법 개폐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 일부 언론의 이중적인 태도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끝>

 


2004년 8월 26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