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국보법 폐지'관련 조선, 중앙, 동아일보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9.10)
등록 2013.08.14 16:02
조회 298

 

 

 

'냉전 골동품'이 되려는가
..............................................................................................................................................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수구신문들의 반발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면 나라가 무너질 듯이 호들갑을 떨면서 안보에 대한 국민의 '불안심리'를 부추기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이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방식은 뻔하다.
이들은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놓고 국보법이 폐지될 경우 이런 행위들을 처벌할 수 없다며 국가보안법이 없는 상황을 '무법천지'로 몰아가거나, 국가보안법 폐지는 북한의 요구 사항이므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는 꼴이며 체제에 대한 '무장해제'라고 주장한다.


7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북노동당 가입해도 현형법으론 처벌못해>(조선), <보안법 폐지 위헌 논란>(중앙), <북노동당 가입원서 서도 속수무책>, <공안검사들 "간첩 잡기도 불가능">(동아) 등의 기사를 싣고 익명의 '전문가'들의 입을 빌어 북한 노동당 가입 주체사상 전파 위한 연구소 설립 김일성 추모집회 개최 남한과 외국을 오가며 북한체제를 위해 봉사하는 일 등을 가정하면서 국보법을 폐지하면 이런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들은 안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부추기기 위해 국보법 폐지가 북한의 요구라는 점을 부각하는가 하면, '지금도 이적표현물들이 범람한다', '우리만 북한의 요구를 다 들어주고 있다'는 식으로 국보법 존치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7일 사설에서 북한 민화협이 4일 발표한 '국보법 철폐' 성명을 인용해 국보법을 폐지하면 당장이라도 난리가 날 듯이 호들갑을 떨었다.
또 동아일보는 7일 기사 <국보법-노동당 규약, 따로 볼 수 없다>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국보법을 폐기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는게 아니냐"며 여권의 국가보안법 폐지 움직임을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으로 몰아가려 했다. 8일에도 동아일보는 민중연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김일성 장군 전설집'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는 사실을 부각하는가 하면, 9일에는 김일성 부자 찬양 사이트가 43개나 된다는 경찰의 발표를 1면 톱기사로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7일 <북형법 조국 배반땐 사형에 재산 몰수까지>라는 기사에서 "남한을 적화대상으로 보는 북한의 법체계는 그대로 둔 채 남한만 법을 바꾸는 것은 적 앞에서 무장해제를 하는 꼴이라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쏟아지고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9일에는 김일성 부자 찬양사이트가 43개나 된다는 경찰의 발표를 역시 1면에 사이드톱으로 보도했다.
중앙은 8일 1면 <보안법만 남기고 남측은 거의 수용>에서 6.15이후 남북 요구사항 이행을 비교하며 우리 정부가 "(북측 요구사항의 이행에 대해)상당 부분 목표를 이미 달성했거나 임박한 상태"라며 "그 가운데 마지막 남은 것이 보안법"이라고 보도했다.
이밖에도 이들 수구신문은 노 대통령의 '국보법 폐지' 발언이 '개정 및 보완'을 요구하는 국민의 여론을 무시한 것이라고 맹공을 퍼붓는 한편, 열린우리당의 폐지 당론 움직임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코드 맞추기'(조선)라거나 '당정분리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동아), '열린우리당이 거수기를 자임한 것' (중앙) 등으로 몰았다.
조선일보는 8일 1면 머리기사 <여론 무시 "대통령 뜻대로">에서 대통령이 "국민 여론에 맞서 자신의 소신대로 추진할 태세"라며 "일반 정책 차원을 훨씬 뛰어 넘어 국가의 진로와 전체 국민 생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대통령이 국민 다수의 의사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밀고 갈 수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도 9일 사설 <보안법 체제 존속을 국민은 바란다>에서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은 이러한 국민적 여론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며 "국민적 공감대를 벗어난 법은 이미 그 정당성을 잃어버리는 것", "특히 '참여정부'라며 국민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나선 이 정부가 왜 이렇게 국민 다수 의견을 거스르면서 폐지에 매진하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저급한 논리로 국민들의 안보 불안을 자극하고, 낮뜨거운 이중잣대를 들이대며 정부여당의 폐지 움직임을 공격하는 수구언론들의 행태는 참으로 통탄스럽다.
수구언론들의 '우려'와는 달리 '북한 노동당 가입'이나 '남북을 오가며 북한 체제를 위해 봉사하는 것' 등은 형법상 내란·외환의 예비·음모 또는 선전·선동, 간첩죄 등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게 폐지를 주장해온 다른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주체사상 관련 연구소 설립'의 경우 학문적 차원의 연구라면 처벌할 이유가 없으며, 내란 선동이 목적이라면 이 역시 '내란선동죄'로 처벌하면 될 일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김일성 추모 집회를 하거나 인공기를 흔드는 것 등의 상황을 가정하고, 인터넷에 떠도는 정체불명의 게시물을 부각하면서 국가보안법 존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은 처벌 가능 여부를 따지기가 민망할 정도로 유치하다. 법적 처벌 여부를 떠나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북한 찬양 행태에 대해 과연 몇 명이나 되는 국민이 공감하고 지지할 것인지 되묻고 싶다. 이런 정도의 행위에 체제가 위협받는다면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을 어떻게 자신할 수 있는가?
입만 열면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강조하는 수구신문들에게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사상과 양심, 표현의 자유야말로 자유민주주의의 기초가 아닌가? 민주주의가 신장되고 국민의 의식이 그에 걸맞게 성숙되었다면 악법을 폐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한편 여론조사 결과를 등에 업고 일부 언론이 '정부여당이 국민여론을 무시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그동안 노 대통령을 향해 '포퓰리즘' 운운하며 '여론정치'를 한다고 비난해왔던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여론의 동향이 수구신문 자신들의 주장과 배치될 때는 여론을 따르는 것이 '포퓰리즘 정치'라고 비난하다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해줄만한 여론이 형성되면 '국민여론을 따라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일관성있는 태도인가? 열린우리당의 '국보법 폐지' 당론을 대통령과 '코드맞추기'라고 비난하는 행태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의 총선공약에도 반대되는 '분양원가 공개 반대' 입장을 폈을 때 대통령의 의견을 따르라고 하지 않았나? 여당이 수구신문과 대립되는 대통령의 입장을 따르면 '코드맞추기'고, 수구신문과 일치하는 대통령의 입장을 따르면 '당-청간 합의'인가?
이들 신문이 '국민여론'의 근거로 내세우는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면밀히 따져볼 일이다. 중앙일보의 여론조사는 '존속', '일부개정 및 내용보완', '폐지'의 세가지 답안을 제시했고, 그 결과 개정 또는 보완이 66%, 폐지가 14%로 나왔다.
이 여론조사 결과를 그대로 믿는다고 가정하더라도 국민들의 대다수가 국보법을 이대로 두어서는 곤란하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음을 알 수 있고, 이러한 인식에 따라 폐지, 폐지 후 보완, 개정 등의 다양한 의견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중앙일보의 여론조사는 '존속', '폐지', '일부 개정 및 내용 보완'으로만 의견을 물었기 때문에 '폐지 후 보완'의 의견은 모두 '일부 개정 및 내용 보완'으로 수렴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언론이 이런 허점이 있는 여론조사를 근거로 '국민들 다수가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반대한다'거나 더 나아가 '국민이 보안법 체제의 존속을 바란다'고 주장하면서 존치론을 펴는 것은 교묘한 여론몰이가 아닐 수 없다.
수구언론의 여론몰이에 고무되어 '국보법 수호 의지'를 주장하고 나선 한나라당의 행태도 한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나라를 부끄럽게 하는 악법을 두고 '모든 것을 걸고 국보법 폐지를 막겠다'는 박근혜 대표의 무모한 '올인'은 또 무엇인가. 이런 한심한 행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한나라당은 '수구정당'의 꼬리표를 떼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열린우리당에도 강력하게 요구한다. '열린우리당은 책임있는 여당으로서 '국보법 폐지'의 정당성과 절박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설득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형법보완론', '대체입법론' 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행여 수구언론의 여론조작과 압력에 흔들려 '국보법 폐지'를 포기하고 존치나 다름없는 '편법'으로 국보법의 생명을 연장한다면 앞으로 계속 수구언론에 끌려다니는 무기력한 정당이 될 것임을 명심하라. <끝>

 


2004년 9월 10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