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송3사 미군무죄 보도』에 대한 논평(2002.11.29)
등록 2013.08.02 18:08
조회 339

 

 

 

KBS의 사대주의적 보도태도를 비판한다
 
 

 

지난 6월 13일 미군 궤도차량에 깔려 두 여중생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하여 가해자인 마크워커 병장과 페르난도 니노 병장이 무죄판결을 받고 출국해 전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뒤늦게 부시 미국대통령이 간접적으로 사과했으나 그 역시 가해자 처벌이나 재발방지 대책 제시 없이 이루어진 제스처에 불과했다. 정부와 일부언론이 사태해결은 커녕 오히려 사대주의적 태도로 일관하는 현실은 국민의 반미감정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고 있다.
합법적인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이 경찰들의 폭력적인 과잉진압 속에서 피흘리며 쓰러지는 장면들이 유독 KBS뉴스에서만 빠진 이유는 무엇인가? 해결을 위해 어느 하나 실천적인 방안들을 내놓지 않은 부시의 기만적 사과를 한마디 비판없이 보도한 KBS와 SBS는 진정 대한민국 국적의 언론인가?
이와 달리 미군재판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보도에 임한 MBC는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 확연하게 보여주었다. 많은 국민들이 MBC 보도를 통해 사태의 진실을 알게 되었으며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지 인식하게 된 것이다.


KBS 21일 경찰의 폭력과잉진압장면 보도안해


21일 동두천에서 페르난도 니노 병장의 무죄판결에 항의하는 집회 도중 경찰의 폭력적인 과잉진압 과정에서 집회참가자들이 부상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유독 KBS는 과잉진압장면이나 경찰의 불법적인 폭력진압을 비판하는 내용을 거의 실지 않아 비난을 받고있다. 그 동안 친미적 자세로 일관하던 SBS조차 <미군 무죄는 기만>에서 경찰의 폭력진압과정을 자세히 전달하며 비판한 태도에 비추어보면 KBS의 보도가 얼마나 사대적인지 알 수 있다.
KBS는 박현진 기자의 <'재판 중단하라'>에서 시위장면이 전체보도 중 반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있게 다루면서도 폭력진압하는 경찰들의 모습을 한차례도 보여주지 않았음은 물론 비판 멘트 역시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시위대와 경찰 10여명이 다쳤다'라고 언급할 뿐이었다.


비판 필요한 부분조차 침묵하는 KBS와 SBS


부시 대통령의 간접사과는 제대로 된 사과도 아니었을 뿐 아니라 최소한의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은 '무마용'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여지는 일부 언론사의 무비판적인 단순전달보도는 분노를 넘어 슬픔을 느끼게 한다. 부시의 사과 의사전달이 있었던 27일 KBS는 <"한국 국민에 사과">에서 재발방지 노력이나 실천적 방안 제시가 빠진 빈껍데기 간접사과와 살인미군이 서면사과 후 바로 출국해버린 황당한 상황에 대해 기자 자신의 멘트가 한 마디도 들어가지 않는 놀랍도록 객관화(?)된 보도태도를 보였다. 이어진 <미군 2명 출국>에서는 여중생 범대위 오종렬 상임대표에 대해 오종근이라고 보도하는 등 기본적 사실확인조차 하지 못하는 미숙함마저 보였다.
경찰의 폭력진압 보도에서 약간의 차별을 보였던 SBS는 <한국민에 사과>에서 '우리 정부는 부시 대통령의 사과 메시지에 대해 미국이 가능한 최고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본다며 환영했습니다'라는 기자멘트를 통해 도대체 미국 대통령은 직접사과와 재발방지책 제시를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것인지 판단을 흐리게 하는 정부의 사대적 입장을 무비판적으로 단순전달하는 SBS다운 태도를 여지없이 보였다.


MBC의 노력에 온 국민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KBS와 SBS가 형식적인 객관보도로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때, MBC가 국민들과 함께 하고 있었다.
MBC는 21일 <거센 분노>를 통해 경찰의 불법적 폭력에 집회참가자들이 부상당해 피흘리는 장면들을 자세히 전달하면서 경찰의 부당한 과잉폭력집압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MBC의 보도를 통해 국민들은 21일 기만적인 미군 재판장 앞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알게 되었고, 함께 분노할 수 있었다.
또한 MBC는 27일 <뒤늦게 사과>에서 '시민단체 등이 가해미군의 처벌 등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지 사과의 뜻을 표명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라며 비판적 견해를 덧붙이며 이번 사태의 해결방안이 무엇인지 확연하게 보여주었다. 이와 함께 '미군범죄와 관련한 시리즈'를 시기에 맞게 기획보도로 선보이며 첫 번째로서 <문제는 재판권>이라는 보도를 내보내는 등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긍정적인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다.


언론은 국민감정을 헤아려야


미군의 궤도차량에 깔려 두 여중생 효순이와 미선이가 죽임을 당한지 벌써 5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법적 책임을 져야할 가해자는 어디에도 없다. 죽음은 있으나 가해자는 없고 사과는 있으나 사과의 이유와 해결책 제시가 없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비단 오늘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해결은커녕 당연한 요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정부의 사대적 태도 역시 슬프다. 두 여중생의 억울한 죽음에 분노하고 미국의 오만한 태도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가해자의 실질적 처벌과 불평등한 SOFA 개정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여론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부디 언론은 강자에 굴하지 않고 대한민국 언론으로 거듭나라.

 


2002년 11월 29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