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이른바 '이상호 X파일' 보도논란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7.22)
등록 2013.08.1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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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알권리' 위해 제대로 보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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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언론계 안팎에서 '소문'으로 떠돌며 의혹만 증폭시켰던 MBC 이상호 기자의 이른바 'X파일'이 21일 부분적으로 보도됐다.
지금까지 'X파일'은 1997년 대선 당시 정치권과 재벌, 언론의 유착실상을 담고 있다고 막연하게만 알려져 있었다. MBC는 '재벌과 거대언론사 최고위관계자 대선자금 제공을 놓고 나눈 얘기를 담은 녹음테이프'를 입수하고도 보도하지 않았다. 이상호 기자가 입수한 녹취테이프의 출처가 불분명하고, 이를 보도할 경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법적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MBC의 이같은 태도는 '외압이 있는게 아니냐', '재벌과 거대언론의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등 온갖 의혹만 증폭시켰고, 다른 언론사들이 취재에 나서 관련 내용을 먼저 보도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결국 21일 조선일보는 김영삼 정부 시절 안기부가 '도청팀'을 운영했고, 이상호 기자가 입수한 테이프가 당시 안기부의 도청테이프일 가능성이 있다는 요지의 기사를 썼고, 그제서야 MBC도 문제의 테이프를 보도하겠다고 나섰다. 21일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들이 테이프의 존재와 내용, 김영삼 정부 시절 안기부 도청팀 운영 논란 등을 다뤘다.


그러나 정작 테이프를 갖고 있는 MBC는 KBS, SBS 보다 소극적으로 이 문제를 다뤘다. 보도직전 삼성그룹 이학수 부회장과 홍석현 주미대사가 MBC를 상대로 보도금지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부분적으로 받아들였다지만 MBC의 보도 수준은 기대 이하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물론, MBC의 '고민'을 전혀 이해 못하는바 아니다. 도청을 통해 녹음한 테이프를 공개하려면 언론윤리의 문제, 즉 취재방법의 적법성과 국민의 알권리 충족 사이의 정확한 판단 취재내용의 진의 여부 및 기사로서 최소한의 기본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 법률적 검토 등이 필요하다. MBC는 이러한 기본 원칙에 따라 사안을 구체적이고 신중하게 검토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했다.
그러나 그동안 MBC는 'X파일'을 제대로 보도하지도, '보도유보'하는 근거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도 못함으로써 논란과 의혹만 증폭시키더니, 21일에는 재벌그룹의 여당 후보 진영에 대한 수 십 억원의 정치자금 지원 정치자금 전달 창구 일원화 야당 후보와 접촉사실 정치인 및 전현직 검찰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로비 등 그동안 떠돌던 '소문' 수준을 뛰어넘지 못하는 내용의 보도를 내보내는 데 그쳤다. 또 삼성그룹과 홍석현 주미대사가 보도가처분신청을 낸 것, 테이프의 입수 경위 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변죽만 울렸다는 시청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우리는 MBC가 'X파일' 문제를 놓고 보여준 혼선, 국민들에게 의혹을 부풀려 놓고도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태도 등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우리는 언론과 정치권이 이번 사건을 놓고 '불법도청'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테이프 내용이 담고 있는 재벌-언론-정치권-검찰의 부적절한 행태가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한 의제왜곡이라고 본다.
불법도청문제의 해결과는 별개로, 'X파일'이 권력 교체기마다 반복되어온 정치권력, 자본, 거대언론 사이의 커넥션 실상을 담은 것인 만큼 국민의 알권리 보호 차원에서 언론은 이를 정확하게 보도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미 'X파일'의 주인공이 이학수씨와 홍석현씨 라는 사실은 그들의 가처분신청으로 드러났고 그들이 정치권에 막대한 규모의 대선자금을 제공했으리라는 점도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으면 오히려 국민적 의혹만 증폭시킬 뿐이다.
테이프를 보도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익과 보도하지 않음으로써 보호되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라는 기준을 놓고 볼 때도 'X파일'은 제대로 보도되는 것이 마땅하다.
언론은 불법도청 테이프에만 의지하지 말고 총력을 기울여 취재에 나서야 한다. 우리는 사태의 진실을 제대로 보도해 국민들의 의혹을 씻어주기를 촉구한다. MBC가 사실보도와 테이프에 버금가는 증거확보를 위해 더욱더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이 언론의 보도윤리와 공익의 추구, 개인의 프라이버시권 옹호 등 우리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사회적 과제를 제기하고 있는 만큼, 공론의 장에서 이 과제를 토론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임을 밝혀둔다. <끝>

 


2005년 7월 22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