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방통위의 KBS 신임이사 추천에 대한 논평(2009.8.27)
등록 2013.09.2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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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회는 공영방송 독립의 수호자가 되라
 
 
26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KBS 이사 11명을 신임 이사로 추천했다.
 
방통위가 추천한 이사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임명절차를 거쳐 9월부터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이들 이사들은 향후 3년간 KBS의 공적책임과 운영, 예산 및 경영평가, 사장의 임명제청 등의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주요한 권한을 담당해야 할 공영방송 KBS 이사 추천을 두고 방통위는 제대로 된 이사 선임기준 조차 밝히지 않았다. 때문에 선임된 이사들이 공영방송에 대한 어떤 철학을 갖추고 있는지도 알 수 없고 여야의 정치적 배분에 그쳤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들은 방송의 공공성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하고 KBS의 정치적 독립성을 어떻게 지켜낼지에 대한 명확한 철학과 의지를 밝혀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한국방송이 해야 하는 사회적 시대적 역할을 견인해나갈 능력과 소신이 부족한 사람들은 이사 임명을 스스로 포기해야 할 것이다.
 
신임 이사진 앞에는 산적한 현안들이 놓여있다.
먼저 공영방송을 이끌어갈 철학과 운영능력이 있는 사람을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하여 사장으로 임명제청하는 일이다. 이는 숱한 의혹을 받아온 정권의 낙하산 인사를 막는 데서 시작된다. 전임 이사회는 지난 해 정연주 전 사장을 초법적으로 쫓아내는데 앞장서고 정권의 대리인 역할에 충실하면서 KBS의 정치적 독립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이런 측면에서 신임 이사진은 어떠한 외압에도 KBS의 독립을 지내야 할 책임이 막중하다. 자신들을 추천해준 특정 정당의 눈치를 보기 보다는 국민들과 시청자들이 KBS에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신중히 살펴야 할 것이다. 이를 근거로 차기 KBS 사장 임명제청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사회가 정권이 점찍은 낙하산 인사를 통과시키기 위한 거수기로 전락한다면 이사회는 국민의 방송 KBS를 권력 앞에 갖다 바친 역사적 과오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며 국민적 지탄과 저항을 받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 KBS의 공공성과 신뢰도 회복에 나서야 한다. 정권 편향적인 보도로 국민적 신뢰를 잃고, 이병순 사장의 인사 전횡으로 인한 내부의 갈등과 구성원들의 창의성 약화로 KBS의 신뢰도는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03년 이후 부동의 1위를 지키던 KBS의 신뢰도와 영향력이 다른 방송사에 뒤지게 된 것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병순 사장은 지난 7월 상반기 실적이 세전이익 338억 원 흑자, 사업이익 45억 원 흑자에 이른다며 자신의 경영성과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는 공영방송이 무엇인지를 도무지 모르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국민이 공영방송보고 돈벌이나 하라고 시켰는가? 도대체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사람이 어떻게 KBS의 사장이라고 불리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실적 뒤에는 방송제작비를 2009년 상반기 목표의 239억 원 절감하고, 같은 기간 인건비도 75억 원 줄인 결과이다. 수익이 증가하지 않은 상황에서 거둔 비용절감은 방송의 질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결국 무리한 비용절감은 장기적으로 프로그램의 질적 하락과 신뢰도 추락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 뻔하다. 이미 KBS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도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대형 기획프로그램은 아예 제작조차 되지 않는다고 한다. 기획단계에서 싹둑 잘린다는 것이다. 공영방송은 돈을 남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고 깊이 있는 보도를 통한 사회적 비판과 감시, 수준 높은 문화와 교양의 제공을 근본적인 가치로 하고 있다. 따라서 KBS는 흑자를 자랑할 것이 아니라 공영방송으로서의 각계각층, 특히 소수자나 약자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공공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사회 운영도 민주적으로 해야 한다. 의견을 토론하고 조정하며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숫적 우위를 이용하여 소수의견을 무시하는 일방통행식이 되어서는 안된다. 방통위는 이사 추천 기준을 직능별, 지역별, 연령별, 성별 대표성과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라고 밝혔다. 사회의 각 계층과 집단의 의견이 KBS의 프로그램과 운영에 반영되도록 하려고 한 것이 그 취지다. 이런 인사들이 모여 KBS의 공영성을 제고하고 각계의 여론을 수렴하는데 충실해야 할 것이다. 최대한 조정과 양보 타협을 통해 사회적 통합을 이루어 내고 시대적 가치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을 갖추는데는 방송을 통제하려는 권력의 온갖 압력과 회유를 뚫고 불굴의 용기로 방송의 공영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온 국민과 방송인들의 노력의 결과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과정에서 투옥과 해직 등을 비롯한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희생적 노력을 바탕으로 이루어낸 방송 독립성이 이 정권 들어와 불과 1년 만에 심각하게 훼손 되는 것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참담하다. 만약 새로운 이사회가 이를 바로 잡아서 공영방송의 위상을 회복하기는커녕 권력의 방송장악을 위한 전위대 노릇을 한다면 국민의 분노는 바로 이사회를 향할 것이다. 이번에 추천된 이사들은 이러한 시대적 소명을 반드시 명심하라. <끝>
 
 
2009년 8월 2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