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으로] ‘진짜 사나이’는 진짜 군대에 갔나? (2013년 11호)
등록 2013.12.0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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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는 진짜 군대에 갔나?

- MBC <진짜 사나이>

 

 

고은희 방송모니터분과 회원 l gehlhl456@naver.com

 

지금 대한민국에는 군대 문화 열풍이 불고 있다. 각종 소셜 커머스에서는 일명 ‘군대리아’라고 불리는 군대식 햄버거 세트가 인기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고 대학 매점에서는 군대식 야전 식량이 등장해서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열풍의 가운데에는 MBC <일밤> ‘진짜 사나이’(이하 ‘진짜 사나이’)가 있다. 지금까지 군대를 소재로 다룬 프로그램은 많았지만 이렇게 군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유발한 프로그램은 없었다.

 

<진짜 사나이>는 ‘리얼 입대 프로젝트’라는 제작 의도에 따라 군대 스케줄대로 진행되고 제작진은 최소한만 관여하는 ‘관찰 카메라’ 형식을 취한다. 지금까지 콩트나 패러디가 대부분이었던 군대 예능이 ‘리얼 버라이어티’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서로 다른 일곱 명의 출연진이 군 생활에 빠져들면서 자연스럽게 참신하고 기가 막힌 상황들이 연출 되는데, 이 꾸밈없는 모습이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같은 부대에서 함께 생활하는 현역 군인들도 출연진과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시청자들에게 안정감을 준다. 상황에 따라 등장하는 적절한 BGM과 ‘평화주의자’, ‘라떼 감별사’ 등등 출연진 인터뷰 시에 등장하는 자막도 재미를 준다.

 

그러나 <진짜 사나이>의 시청률 고공 행진이 시사하는 바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진짜 사나이>의 군대 미화에 대한 비판은 시종일관 제기되어 왔다. 연예인이 방송을 통해 보여주는 군 생활은 현실의 그것과 다를 수밖에 없고 이는 시청자들이 군대 문화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지게 한다.

 

그 예로 4월 28일 방영된 ‘진짜 사나이’ 3회의 ‘서경석 불복종 논란’을 들 수 있다. 서경석은 조원들과 철조망을 철거하는 작업 중 “페인트칠 작업에 합류하라”는 중대장의 지시를 면전에서 불복종하고 이탈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진짜 사나이’ 시청자 게시판에는 “실제 군대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등의 수많은 항의 글이 올라왔다.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군복무 현실을 왜곡하는 것은 현직 군인이 경험하는 고통스럽고 억압적인 현실을 우롱하는 것이다.

 

 

5월 19일 방송된 ‘진짜 사나이’ 6회 중 손진영이 부른 “나는 나는 진짜 사나이 / 군대 갔다 온 진짜 사나이” 라는 노래도 그렇다. 군대, 그것도 현역병을 다녀와야 진짜 사나이가 된다는 내용의 이 노래는 군필자와 미필자를 대립시키고 차별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와 같이 현역을 다녀오지 않은 남자들을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남자들로 가치 절하함으로써 군대를 ‘진짜 사나이’가 되기 위한 하나의 통과 의례로 삼는다. 이것은 군대 내에 여전히 존재하는 폭력적 문화, 성추행, 상명하달 체계 등을 외면한 채 애국심, 충성심, 사나이의 패기, 전우애 등 국방부가 보여주고 싶은 가치들만 부각하는 것이다.

 

‘진짜 사나이’에 대한 이와 같은 비판이나 폐지 요구에도 아랑곳없이 “예능은 예능일 뿐”이라며 일축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이들은 ‘리얼 버라이어티’임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고 실제 군대가 어떤 곳인지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은 방송을 통해 미화된 군대의 모습을 실제와 착각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는 폭력성을 수반한 남성주의 문화를 정당화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곳곳에 ‘군사주의’ 문화가 여전히 기능할 수 있게 한다.

 

대학에서조차 무시되는 학생 자치권, 학생들은 선생님의 말에 복종해야 한다는 식의 사고, 상사의 말에 복종하고 스스로 비판적인 의견을 개진할 수 없도록 하는 회사의 분위기 등 학교와 회사 등에서 답습하는 상명하달의 명령과 복종은 이러한 ‘군사주의’의 결과물인 것이다.

 

어쩌면 예능 프로그램에 ‘리얼’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부터가 모순일지도 모른다. ‘예능은 예능일 뿐’이라는 말에는 ‘예능’이 결코 ‘리얼’이 될 수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럼에도 ‘진짜 사나이’는 시청자들이 왜곡된 군대의 모습을 ‘진짜’처럼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진짜 사나이’는 과연 진짜 군대에 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