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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마약수사 직무유기’ 배후는 누구였나, 특검으로 규명해야
[2025년 2월 수상자] 검찰·세관 마약 밀반입 직무유기와 수사외압 고발한 조성욱·위준영 한겨레 PD
등록 2025.07.0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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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해룡 경정이 6월 12일 대검찰청 앞에서 ‘세관 마약밀수 연루 의혹 합동수사팀 출범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마이뉴스

 

“마약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라!” 민변과 참여연대는 7월 7일 서울 종로구 김건희특검에 인천세관 마약밀수 사건 수사 외압 당사자로 지목된 경찰청·관세청·검찰 고위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당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고광효 관세청장 등이 대상자로 특정됐다.

 

2년 넘게 미궁에 빠진 마약수사 외압 의혹의 진실이 이번엔 밝혀질까. 사건은 2023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74kg, 246만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역대 두 번째 규모의 국제조직 마약밀수 사건이 터졌다. 세관 직원이 연루됐다는 의혹까지 더해지며 파문이 확산됐다. 단순한 밀수혐의를 넘어 검찰·세관의 마약수사 직무유기 정황이 드러나고, 윤석열 정권 대통령실과 경찰·관세청 고위간부들의 수사외압 의혹으로 번졌다. 모든 의혹은 수사를 맡은 백해룡 경정(영등포서 형사과장)의 내부폭로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흐지부지되고, 백해룡 경정은 좌천된다.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선 직후 상설특검 도입을 주문했다. 대검찰청은 6월 10일 돌연 검찰·경찰·국세청·금융정보분석원 등 20여 명으로 합동수사팀을 꾸리겠다고 나섰다. 그러자 백해룡 경정이 검찰의 셀프수사를 강하게 규탄했다. 검찰은 세관마약 사건을 덮은 세력이라며, 수사대상이 수사주체가 되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겨레 ‘미씽링크 : 백해룡의 폭로…검찰·세관 마약수사 직무유기 정황 포착’은 검찰·세관의 직무유기 정황과 수사외압 의혹을 다각도로 조명한 몇 안 되는 언론 중 하나다. 마약조직-검찰-세관의 결탁 의혹 등을 심도 있게 쫓으며 수사외압 배후로 윤석열 정권 대통령실이 의심된다는 문제를 짚었다. 탐사보도 전형을 보여줬다는 호평 속에 2025년 2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했다. 사건 전말을 지속적으로 추적 중인 한겨레 조성욱·위준영 PD를 만나 취재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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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는 마약 밀반입 사건을 추적해 검찰·세관의 직무유기 정황과 수사외압 의혹을 다각도로 살폈다. ⓒ한겨레

 

‘관행의 틈’, 마약밀수를 가능하게 하다

세관 관계자는 “주범을 잡기 위해 (특정된) 범인을 일부러 안 잡았다”고 주장했는데.

조성욱 : 세관은 마약조직과 연루되지 않았다는 점만 강조하는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관세청 전자통관시스템(UNI-PASS)은 매우 정교하다. 수상한 인물은 검색하라고 자동으로 지정해준다. 그런데 세관은 자동 지정된 마약 밀반입 범죄자를 검색조차 하지 않고 몇 번이나 입국시켰다. 왜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확실히 묻고, 잘못이 있었다면 사과해야 한다.

 

위준영 : 세관은 특별사법경찰로서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 마약범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할 주체가 아니다.

 

국내 유통 마약 대부분이 이렇게 들어온 건 아닐까 의심되던데.

위준영 : 합리적 의심이 충분하다. 판결문을 살펴보다가 유사한 판례 몇 건을 발견했다. 세관의 오랜 관행인 전관예우가 이런 마약 밀반입 범죄와 연관돼 있지 않나 의심된다.

 

조성욱 : 실제 세관 출신 관세사가 개입된 경우 통관과정에서 별도 검사를 생략해주는 관행이 존재하더라. 백해룡 경정 수사로 드러난 바에 따르면, 마약 밀반입에 연루돼 입건된 세관 직원 일부는 보안규정을 어기고 승객 출입구를 100건 가까이 드나든 사실도 있다. 관행이란 이름 아래 방치된 작은 틈들이 이처럼 중대한 범죄를 가능케 한 게 아닌가 싶다.

 

용산은 왜 ‘세관 연루’ 의혹을 꺼렸나

‘마약과의 전쟁’을 외치던 윤석열 정권 시절, 검찰과 세관은 왜 마약 수사에 소극적이었을까.

조성욱 : 백해룡 경정이 처음 수사를 시작했을 때 경찰청 내부는 굉장히 긍정적이었다. 큰 성과로 평가하며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피의자로부터 세관이 연루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이를 검증하려는 순간 외압이 들어왔다. 결국 이번 사건의 핵심은 ‘왜 용산은 세관의 연루를 그토록 꺼렸을까’에 있다고 본다.

 

여죄를 자백한 피의자도 있는데, 검찰은 왜 추가 수사나 기소를 고려하지 않았을까.

조성욱 : 검찰은 애초 수사를 하지 않았다. 그 증거도 명확히 존재한다. 백해룡 경정팀은 수사의 ‘기본’에 충실했을 뿐이다. 마약 조직원이 붙잡히면 CCTV를 분석해 공범이 있는지 확인하고, 피의자들의 입국 경로를 추적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세관을 조사하려 했던 거다. 반면 검찰은 피의자의 구체적 진술을 듣고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 차이가 두 기관의 결정적 간극을 만들어낸 거다.

 

피의자가 한겨레 취재에 적극 협조했는데, 이유를 뭐라고 보나.

조성욱 : 결국 죄가 밝혀질 거라 믿고 선처를 바라는 마음에 자백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굉장히 선진국으로 여긴 피의자는 “이렇게 쉽게 마약을 들여올 수 있을 줄 몰랐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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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욱·위준영 PD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검찰의 영장 반려, 김성훈 경호차장 사례와 닮았다

직무유기 의혹에 대한 세관, 검찰, 경찰의 반응은?

조성욱 : 세관은 “몰랐다”, “실수였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검찰 내부 입장은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전직 인사들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더라. 경찰도 같은 입장이다. 피의자의 구체적 진술이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수사하지 않고 영장을 반려한 것에 강한 의문을 갖고 있다.

 

검찰이 세관 컴퓨터 압수수색 영장을 반려한 점은 ‘윤석열 체포’를 저지한 김성훈 경호차장 사례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조성욱 : 맞다. 백해룡 경정은 세관 직원의 컴퓨터, 계좌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여러 차례 신청했지만 모두 반려됐다. 전문가들도 마약 사건에서 판사가 기각한 것도 아닌, 검찰의 반려 결정에 큰 의문을 제기했다. 기소권과 영장청구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이 ‘수사하지 않을 권한’까지 갖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 사례다.

 

수사 주체 아닌 ‘수사 대상’ 검찰

이재명 대통령이 상설특검을 언급하자 대검은 곧장 합동수사팀을 구성했다.

조성욱 : 검찰은 마약 밀반입을 막지 않았고, 의도적으로 사건을 덮은 정황이 뚜렷하다. 검찰이 수사 대상인 직무유기 사건이다. 수사외압 의혹이 불거진 지 2년이 넘었다. 그런데 신임 대통령이 언급하자마자 갑자기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납득되지 않는다. 백해룡 경정이 6월 15일 한겨레TV와 인터뷰에서도 지적했지만, ‘검찰은 사건을 덮은 주체이자 특수 직무유기로 수사 받아야 할 대상’이다. 백 경정은 사건 규모와 연루된 인물이 12·3 내란에 버금갈 정도라며, 상설특검이 아닌 별도의 특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세관·검찰이 ‘성역’ 아니라는 인식부터 시작해야

취재하며 가장 분노했던 지점은?

위준영 : 공항에서 세관 직원들을 보면서 온도 차가 크게 느껴졌다. 시민들은 세관 검사를 두려워하지만, 정작 세관 직원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공항을 드나든다. 마약 밀반입에 조력했다는 의혹까지 나온 상황인데도 말이다. 부조리한 현실이 억울하게 느껴졌다.

 

조성욱 : ‘왜 이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약은 극소량만 가져와도 엄중 처벌받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피의자들이 4kg을 몸에 지니고 입국했다. 그런데도 세관과 검찰은 “몰랐다”로 일관했다. 관행에 젖어 아예 마비된 정도랄까. 백해룡 경정도 “경찰이 이런 식이었다면 긴급체포 됐을 것”이라며 수사의무를 강조했다. 세관과 검찰은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다.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위준영 : 평소 정보검색엔 자신 있었는데 세관 관련 정보는 비공개가 워낙 많아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퇴근 후에도 밤새 검색하면서 ‘내 정보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싶었다.

 

조성욱 : 증거확보가 어려웠다. 다행히 위준영 PD가 증거목록표를 찾아줘 큰 도움이 됐다. 피의자 자백이 명시된 목록표 덕에 보도를 이어갈 수 있었다. 다만, 백해룡 경정 인터뷰를 직접 인용하지 못해 국정감사·청문회 영상 등을 일일이 찾아 넣어야 했다. 다뤄야 할 이야기가 많았지만 분량상 모두 담지 못해 답답함도 컸다.

 

바쁜 언론환경, 깊이 있는 탐사보도가 필요하다

이런 사건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보완은 무엇일까.

위준영 : 세관은 공항에서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다. 이를 분산시켜야 한다. 예컨대 아피스(APIS) 시스템을 끌 때 추가 승인을 받게 하거나 아예 사람 손을 타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편하는 것도 방법이다.

* 아피스(APIS) : 여행자정보 사전확인제도. 여행객 신상정보를 바탕으로 검사 대상자를 선별하는 시스템

 

조성욱 : 제도 문제가 아니라 결국 사람과 관행의 문제다. 12·3 내란이 제도 미비가 아니라 인적 문제로 발생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번 사건에서 아직까지 처벌이나 징계를 받은 사람이 없다.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철저한 수사와 감사를 통해 세관과 검찰이 더 이상 ‘성역’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일이다.

 

이처럼 중대한 사건이 공론화되지 못한 이유는 뭐라고 보나.

위준영 : 세관이나 검찰 문제는 흔해서 오히려 무덤덤한 면도 있다. “이게 정말 큰일인가” 하는 반응이다.

 

조성욱 : 한겨레는 회사 차원의 적극적 지원으로 취재할 수 있었지만, 다른 언론은 당시 내란정국으로 우선순위가 밀린 측면이 있다. 사안이 복잡하고 언론이 받아쓰기 좋을 만한 ‘사건성’도 부족했던 게 원인인 듯하다. 그래서 우리가 더욱 사건을 알리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컸다.

 

빠르게 돌아가는 언론환경에서 탐사보도를 하며 느낀 점은.

조성욱 : 사안이 크고 복잡할수록 시간과 기술이 필요하다. 결국 ‘검찰과 세관의 직무유기’라는 핵심으로 줄여 보도했다. 우리 보도 이후 MBC <PD수첩>도 다룬다기에 무척 반가웠다. 언론내부에 탐사보도팀이 더 많이 생겨야 한다. 지금처럼 매일 많은 뉴스를 쏟아내야 하는 구조에서는 깊이 있는 취재가 어렵다. 언론구조 개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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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미씽링크 : 백해룡의 폭로…검찰·세관 마약수사 직무유기 정황 포착’이 2025년 2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