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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내란 방조’ TV조선은 왜 특검 비판 집중했나내란 특검이 8월 29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6개 혐의입니다. 특검이 구속영장 기각 2일 만에 한덕수 전 총리를 재판에 넘기자 언론은 앞다퉈 공소장을 입수해 혐의를 보도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한 전 총리가 불구속 기소된 8월 29일부터 9월 1일까지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불구속 기소 다음날인 8월 30일부터 9월 2일까지 신문 지면기사를 살펴봤습니다.
‘내란 우두머리 방조’로 한덕수 기소한 이유
내란 특검이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한덕수 전 총리는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의 호출을 받고 밤 8시 40분 용산 대통령실에 도착해 밤 8시 56분 윤석열에게 계엄 선포 담화문과 포고령, 지시사항이 담긴 문건을 건네받았습니다.
이어 비상계엄 직전 국무회의를 앞두고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정족수도 점검했습니다. 김용현 전 장관이 밤 9시 13분경 ‘4명이 모자란다’며 손가락 4개를 들어보이자 한 전 총리는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전화해 “오고 계시죠? 어디쯤이세요? 빨리 오세요”라며 참석을 재촉했습니다. 국무회의가 끝난 뒤 서명을 거부하는 국무위원들에게 ‘서명은 참석했다는 의미일 뿐’이라며 서명을 요구했습니다. 계엄 선포 후 한 전 총리는 윤석열에게 미리 받은 문건을 양복 주머니에서 꺼내 다시 확인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문건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약 16분간 대화를 나눴습니다.
12월 4일 새벽 1시경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결의 후에도 한 전 총리의 수상한 행적은 계속됐습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계엄 해제 국무회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대통령하고 직접 통화해보시라”, “지금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총리님밖에 없다”며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데도 한 전 총리는 “일단 기다려보라”며 묵살했습니다. 결국 한 전 총리는 새벽 2시 정진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계엄 해제 절차를 진행해야 하니 국무위원을 소집해달라”는 연락을 받고서야 국무회의를 소집했습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그동안 계엄 당일 “국무위원 모두가 (계엄을) 걱정하고 만류한 것으로 기억한다”,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서 계엄과 관련된 문건을 보거나 받은 기억이 없다”며 12‧3 내란과 연관성을 부인해왔습니다. 그러나 특검 공소장에는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에 앞서 직접 국무회의 정족수를 챙기고, 이상민 전 장관과 계엄 문건을 상세히 살펴보는 모습이 낱낱이 드러났습니다.
TV조선·매경 제외 한덕수 혐의 상세전달
내란 특검이 한덕수 전 총리를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등으로 기소하자 언론 대부분은 한 전 총리의 혐의를 상세히 전했습니다.

△ ‘한덕수 기소 및 공소장 설명’ 방송사 저녁종합뉴스(8/29~9/1)·신문 지면(8/30~9/2) 보도건수 및 혐의 상세전달 여부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의 경우 KBS <불구속 기소…“한 전 총리, 계엄 적극 동조”>(8월 29일 현예슬 기자), MBC <국회선 ‘해제’됐는데‥“좀 기다려” 버틴 한덕수>(9월 1일 구나연 기자), SBS <“한덕수, 계엄 사전 인지”‥공소장에 적힌 거짓말>(9월 1일 편광현 기자), JTBC <“빨리 와라” 재촉…문건 짚으며 16분 논의>(9월 1일 김혜리 기자), 채널A <“계엄 해제 건의에도 1시간 지연”>(9월 1일 이기상 기자), MBN <“한덕수, 계엄은 재촉 해제는 지연”>(9월 1일 이동연 기자) 등은 특검 공소장을 바탕으로 한덕수 전 총리가 그간 국민에게 말해왔던 것과 전혀 다른 계엄 전후 행적을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신문의 경우 경향신문 <한덕수, 국회 계엄 해제안 통과 후 “기다려보자” 국무회의 1시간 미뤄>(8월 30일 김희진·이창준·이보라 기자), 동아일보 <“한덕수, 김용현의 국무회의 정족수 요구에 송미령 참석 독촉”>(8월 30일 이기욱 기자), 중앙일보 <포고령 미리 받은 한덕수…국무회의 정족수도 직접 체크>(8월 30일 나운채·김보름 기자), 한겨레 <한덕수 “더 빨리 오라” 계엄전 국무위원 재촉>(9월 1일 하어영·김남일 기자), 한국일보 <한덕수 기소한 특검 “한, 방조 수준 넘어 적극 행위로 계엄 선포 조력”>(8월 30일 나광현·이유지 기자), 한국경제 <한덕수도 재판에 넘긴 특검 “비상계엄 적극적으로 동조”>(8월 30일 황동진 기자) 등도 한 전 총리 혐의를 상세히 전달했습니다.
다만 조선일보 <한덕수 구속영장 기각되자… 특검, 이틀 만에 불구속 기소>(8월 30일 유종헌·양인성 기자)는 혐의를 상세히 전하면서도 한 전 총리 구속영장 기각과 관련해 “내란 방조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자체가 무리”라는 익명의 법조계 평가를 덧붙였습니다. 매일경제 <‘윤 내란 방조’ 한덕수 불구속 기소>(8월 30일 강민우 기자)는 특검이 기소한 한 전 총리 혐의명을 나열한 후 계엄 전후 혐의는 박지영 특검보의 발언 몇 마디를 전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TV조선 “불구속 기소, 무리한 수사 자인한 셈”
언론 대부분이 특검 공소장을 중심으로 12·3 내란과 연관성을 부인해왔던 한덕수 전 총리의 계엄 전후 행적을 보도하는 데 집중할 때 TV조선은 특검 비판에 집중했습니다. <한덕수 불구속 기소…“무리한 수사 자인” 비판>(8월 29일 안혜리 기자)은 구속영장 기각 2일 만에 특검이 영장 재청구나 추가 소환 없이 불구속 기소했는데, 법조계에서 특검이 “무리한 영장 청구였음을 자인한 거란 해석”이 나온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온갖 혐의를 다 씌워가지고 구속영장을 청구”, “유죄라고 하는 그런 선입견을 심어주려고 하는 것”이라는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발언, “구속은 구속 수사 필요성이 있을 때 하는 것”, “구속영장 청구 당시 확보한 기록만으로 기소를 한 건 더 수사할 게 없었다는 걸 인정한 것”이라는 익명의 판사 출신 법조인 발언을 들려주며 특검이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를 했고 ‘여론몰이’ 한다는 식의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특검이 영장 재청구나 추가 소환 없이 한 전 총리를 불구속 기소한 것은 법원이 구속영장은 기각했지만 영장에 담긴 한 전 총리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를 인정했다고 보는 만큼 재판에서 법리를 다투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사실관계가 유효하다고 판단 받은 만큼 한 전 총리에 대해 다른 혐의를 적용해 기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TV조선이 한 전 총리 불구속 기소 당일 박지영 특검보가 밝힌 특검 입장을 모르지 않을 텐데 왜 특검이 무리한 수사를 자인한 셈이라고 주장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TV조선 “공소장 문제” 주장
TV조선 <회의 재촉이 내란 방조?…공소장 논란>(9월 1일 이광희 기자)은 황당한 주장을 폈습니다. 한덕수 전 총리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땐 송미령 장관에게 ‘빨리 오라’고 재촉했고,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한 뒤엔 국무회의 소집에 미온적이었다는 게 특검의 주장”인데 “법조계에선 이걸 놓고 내란 관련 혐의를 적용하는 게 맞냐는 반응”이 나온다고 주장한 겁니다. 한 전 총리 혐의의 앞뒤 상황을 빼버리고 단순히 국무위원에게 ‘빨리 오라’고 재촉한 행동, 국무회의 소집에 미온적이었던 행동으로 단순화시켜버린 것인데요.
한 전 총리는 계엄 직전 국무회의를 앞두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정족수를 점검했습니다. 김용현 전 장관이 정족수가 모자란다는 표시를 해보이자 한 전 총리가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송미령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빨리 오라고 재촉한 것입니다. 특검은 계엄 선포 전 회의 정족수를 채워 형식적 외관을 급조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행위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앞뒤 정황을 빼버린 TV조선은 익명의 검찰 출신 변호사를 통해 “국무위원들이 계엄 선포에 찬성할지 반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빨리 와달라’고 한 건 방조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한덕수 내란 방조’ 특검 공소장을 ‘논란’이라 주장한 TV조선(9/1)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결의 후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소집에 미온적이었던 행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윤석열은 당시 2차 계엄을 시도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한 엄중한 상황에서 국무조정실장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데도 한 전 총리는 이를 묵살하고 1시간이나 더 지나 대통령 비서실장의 연락을 받고서야 국무회의를 소집했습니다. TV조선이 특검 공소장이 ‘논란’이라고 주장한 9월 1일은 KBS를 제외한 방송사들이 저녁종합뉴스에서 특검 공소장을 통해 한 전 총리 혐의를 상세 보도한 날입니다. TV조선 역시 공소장에 적시된 한 전 총리 혐의를 모르지 않을 텐데 앞뒤 다 자르고 특검 공소장을 ‘논란’이라고 보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 모니터 대상
① 방송 : 2025년 8월 29일~9월 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7>(평일)·<뉴스센터>(주말) ‘한덕수 기소 및 공소장 설명’ 관련 보도
② 신문 : 2025년 8월 30일~9월 2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한덕수 기소 및 공소장 설명’ 관련 지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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