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8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 선정사유 보고서
등록 2025.09.2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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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이 선정하는 2025년 8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에 한국일보 ‘산불, 초토의 사람들’, KBS ‘언론인 선행매매 추적보도’, KBS <시사기획 창> ‘소년원-방치된 아이들의 학교’가 선정됐다.

 

○ 수상작

시기

보도(프로그램)

8월

한국일보 ‘산불, 초토의 사람들’

KBS ‘언론인 선행매매 추적보도’

KBS <시사기획 창> ‘소년원-방치된 아이들의 학교’

 

한국일보 ‘산불, 초토의 사람들’

(2025년 7월 14일~8월 7일 / 사회부 이유진·김나연·허유정 기자, 기획영상부 박고은·이수연 PD, 김태린 작가, 전세희 모션그래퍼)

 

한국일보는 경북 산불 재난의 참상과 후유증을 깊이 있게 다뤘다. 모든 기사는 당사자 시점에서 내러티브 형식으로 작성되었고, 취재팀은 피해 지역을 직접 방문해 구체적이고 신뢰성 있는 정보로 사건을 풀어냈다. 유튜브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와 깊이 있는 취재를 통해 독자에게 재난의 현실과 회복 과정을 입체적으로 전달했다.

 

‘지옥불에 빠지다’는 실버타운 화재 당시 긴박한 상황과 후유증을, ‘내 삶을 빼앗겼다’는 이재민들의 삶의 변화와 함께 고령 여성과 어린이들의 고통을 전했다. ‘마을도 사라진다’는 재난이 지역 공동체를 어떻게 파괴했는지를 짚으며 마을 소멸과 주민들의 갈등을 조명했다. ‘그래도 살아간다’는 재난을 딛고 일어서는 희망의 이야기를 전하며 피해 복구 과정을 다뤘다.

 

2025년 3월 28일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은 5개 시·군을 휩쓴 후 주불이 진화되었지만, 취재진이 떠난 뒤에도 현장엔 여전히 상처와 고통이 남았다. 이재민들은 불안과 상실감 속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었고, 한국일보 기자들은 주불 진화 3주 후 다시 현장을 재방문해 이재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고통과 재난 후유증을 취재했다. 한 달 동안 안동과 영덕에서 132명을 만나 재난이 개인과 공동체에 미친 영향을 다뤘으며, 소설작법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한 방식이 돋보였다. 재난에서 멈춘 것이 아니라 재난 이후의 현장 이야기를 깊이 있게 짚었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민언련은 한국일보 ‘산불, 초토의 사람들’을 8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에 선정했다.

 

KBS ‘언론인 선행매매 추적보도’

(2025년 7월 4일~진행 중 / 경제산업부 송수진 기자, 지선호 촬영기자)

 

KBS는 선행매매로 부당이익을 취한 전·현직 언론인의 불법 주식거래 혐의를 단독보도하며, 언론계 내부의 비윤리 행태를 폭로했다. 이들은 특정 주식의 미공개 정보를 사전에 확보해 해당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호재성 기사를 보도해 주가를 급등시킨 뒤 매도하는 방식의 ‘선행매매’로 수억대 부당한 시세차익을 거뒀다. 특히 돌발 호재나 풍문에 주가가 급등락하는 ‘특징주’를 주로 다루며 선행매매에 빠져들었다. 텔레그램·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지라시’ 형태로 확산해 추격 매수를 유인했는데 현재까지 의심되는 ‘특징주’ 종목은 100여 개에 달한다. 여러 명의 기자가 그룹을 이뤄 비슷한 시점에 기사를 연달아 내고, 동시에 주식을 매도하는 공모 흔적도 포착됐다. 자본시장법 제178조가 금지하는 ‘부정한 수단이나 기교’에 해당할 수 있는 위법행위다.

 

기자 등 언론인들의 자본시장 교란행위가 반복되고 있지만 국내 언론사 윤리강령은 이를 예방하지 못하고 있다. “직무상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부당하게 사용하지 않는다”거나 “취재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보도 목적에만 사용한다”는 식으로 규정이 모호하다. 반면 뉴욕타임스, 로이터 등 해외 주요 언론사는 ‘취재 관련 기업의 주식 보유 금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매·추천 금지’ 등 엄격한 윤리규정을 두고 있다. 명확하고 강력한 윤리강령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KBS는 언론계 불법 주식거래 실태를 단독 보도하며 언론윤리의 회복을 촉구했다. 보도 이후 일부 언론사가 기자 대상 특별교육을 실시하는 등 변화를 이끌어낸 점도 유의미하다. 대다수 언론이 침묵하는 가운데 공영방송으로서 언론계 부끄러운 민낯을 과감히 드러내고, 언론의 공공성과 신뢰회복을 촉구하며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사례로 평가될 만하다. 이에 민언련은 KBS ‘언론인 선행매매 추적보도’를 8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에 선정했다.

 

KBS <시사기획 창> ‘소년원-방치된 아이들의 학교’

(2025년 7월 1일 / 시사제작2부 김지선 기자, 최명호 조연출, 원준식 리서처, 영상취재2부 김성현 기자, 뉴스영상콘텐츠부 성동혁 감독)

 

KBS <시사기획 창>은 가정해체·폭력·빈곤 등 소년원에 수용된 청소년들이 겪어온 열악한 성장환경을 되짚고, 전국 10개 소년원 대상 설문조사와 해외사례 비교를 통해 소년원이 재사회화 기능을 적절하게 수행하고 있는지 집중 조명했다.

 

소년원생 전수조사 결과, 응답자 885명 중 58%는 소년원에 오기 전 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았고 보호자 변화 및 가정해체를 경험했다. 55%는 소년원에 올 때 이미 학업을 중단한 상태였다. 47%는 소년원에 한 번 이상 입소했다고 답해 비행이 반복된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중·고교 정규수업을 할 수 있는 곳은 4개뿐이고, 학교수업을 하는 소년원도 아이들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법무부에서 채용한 교사인력이 부족하고 예산이 빠듯해서다. 소년원 한 끼 식사에 배정된 예산은 2,825원으로 일반학교의 절반이다. 소년원 6곳은 정원초과로 과밀 수용상태지만, 선정적이고 과장된 언론보도는 이들에 대한 혐오를 키울 뿐이다. 미국은 달랐다. 소년원 내 학교는 주 교육부가 관할하는 공립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학급은 소규모로 구성되고 수업을 지원하는 직원이 2명까지 배치돼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다.

 

KBS <시사기획 창>은 소년원생 대부분이 가정해체·학교 부적응 등으로 방치된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처벌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교육을 통해 이들의 재범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년원생을 제대로 교육시키는 일은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년원생 전수조사로 이들의 실태와 현황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미국 현지 취재로 대안을 모색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최근 35년간의 소년 범죄 관련 기사를 심층 분석하여 범죄율에 큰 변화가 없었음에도 소년 범죄 보도는 증가한 사실을 짚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에 민언련은 KBS <시사기획 창> ‘소년원-방치된 아이들의 학교’를 8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에 선정했다.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수상작 모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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