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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TV조선 ‘윤석열 봐주기 수사’ 음성파일 모른 체?
등록 2022.03.0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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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수사 당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친분을 이용해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는 3월 6일 <김만배 음성파일/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한상진 기자)에서 대장동 사건의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직전인 2021년 9월 15일 녹음된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의 대화내용을 공개했습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음성파일에는 김만배 씨가 “박영수 변호사에게 (불법대출 브로커) 조아무개씨를 소개했고, 박 변호사와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부 검사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해결했다”는 주장이 담겨 있습니다. 나아가 뉴스타파는 대장동 민간사업자 가운데 한명인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가 같은 해 11월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도 일치한다고 짚었습니다.

그동안 윤 후보는 ‘대출브로커 조 씨를 전혀 모르고, 봐주기 수사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해 왔고,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서도 “‘봐주기 수사’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윤 후보의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 드러났고, 선거가 목전인 만큼 빠른 진상규명을 위해서라도 언론의 적극적인 보도가 필요합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뉴스타파 보도 이후 언론이 관련 내용을 얼마나, 어떻게 다뤘는지 따져봤습니다.

 

채널A, TV조선 ‘모른 체’

뉴스타파 보도가 나온 3월 6일 밤부터 3월 7일 오후까지 10개 종합일간지, 3개 경제일간지, 3개 통신사, 지상파 3사, 종합편성채널 4사, 보도전문채널 2사 등 주요 언론의 관련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뉴스타파 보도의 주요 키워드인 ‘대장동’, ‘윤석열’, ‘부산저축은행’, ‘김만배’, ‘박영수’를 모두 포함한 기사를 검색했고, 검색 시점은 3월 7일 오후 1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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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기준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 무마 의혹 제기 음성파일’ 관련해 보도한 언론

(03/06~03/07 오후 1시 검색 기준) ©민주언론시민연합

 

채널A, TV조선은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 무마 의혹 관련 보도가 나온 지 반나절이 지났는데도 관련 보도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뉴스타파 보도 후 경향신문이 약 1시간 만에 윤 후보 측 입장을 포함한 보도를 전하는 등 대부분 언론이 뉴스타파가 제기한 의혹 내용과 당사자 입장을 반영한 보도를 순차대로 내놓은 것과 대조적입니다.

채널A, TV조선가 최근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을 근거로 제기된 또 다른 대장동 의혹을 발빠르게 보도한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입니다. TV조선은 2월 28일 김은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공보단장이 천하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을 추가 공개하며 이재명 후보 관련 의혹을 제기하자 다음날인 3월 1일 오전 7시 30분부터 방송되는 뉴스퍼레이드 <‘野 “시장이 그림 그리며 ‘천억만 있으면 돼’” 녹취록 공개’>(3월 1일 장윤정 기자)에서 “국민의힘은 정영학 회계사와 남욱 변호사 사이의 녹취록을 추가로 공개하며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몸통’이라는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또 채널A는 김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당일 오후 5시 20분부터 방송하는 뉴스TOP10 <대장동 키맨 “일찍 귀국했다면 與 후보 바뀌었을 수도”>(2월 28일)에서 15분여 간 관련 내용을 전했습니다. 때문에 반나절이 지나도록 무보도로 일관하는 이들의 속내가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국민의힘 반박 또는 정치적 공세 힘실어주기

언론이 이번 의혹을 어떻게 보도했는지도 살펴봤습니다. JTBC는 2월 21일 <두 차례 검찰 수사에도 처벌 피했던 ‘대장동 자금책’>(봉지욱 기자)에서 ‘대장동 수사기록’에 담긴 남욱 변호사의 검찰 진술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JTBC는 부산저축은행에서 1,805억을 끌어온 조우형 씨가 회삿돈 90억을 빼돌리고 브로커 활동으로 10억을 챙기는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는데, ‘검찰의 봐주기 논란’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실제 남욱 변호사는 검찰 조사 출석 전 “김만배가 조우형에게 ‘오늘은 올라가면 커피 한잔 마시고 오면 된다’고 했고, 조우형은 조사를 받고 나온 뒤 실제 주임검사가 커피를 타줬고, 첫 조사와 달리 되게 잘해줬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는데요. JTBC는 “당시 주임검사는 윤석열 중수2과장”이라고 보도했습니다.

1주일 뒤 JTBC는 <단독/ 대검 중수부 ‘대장동 자금책 봐주기’ 정황 진위는...>(2월 28일 봉지욱 기자)에서 남욱 변호사 발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브로커 ‘조우형 씨’ 측근을 취재했습니다. JTBC는 “주임검사가 커피를 타줬고, 첫 조사와 달리 되게 잘해줬다”는 남욱 변호사 진술이 “조(우형) 씨의 회사 직원 A씨가 조 씨로부터 들은 얘기”와 비슷하고 확인했습니다.

이런 내용은 <뉴스타파> 보도에서도 언급됐습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음성파일에서 김만배씨는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이러면서…”.“응. 박OO (검사가) 커피주면서 몇 가지를 하더니(물어보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라고 말했습니다. 뉴스타파는 “‘조우형을 전혀 모르고, 봐주기 수사를 한 사실이 없다’던 윤석열 후보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증언”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중요한 사건에서 다른 언론을 통해 같은 내용이 재차 드러났다면 사실관계를 취재하고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무조건 아니라고 반박하는 주장이나 정치적 공세로 몰아가는 발언만 부각하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국민의힘’ 반박 전하기 바쁜 언론

뉴스타파 보도 이후 동아일보는 첫 기사부터 국민의힘 관계자 반박에 힘을 실었습니다. 동아일보는 온라인 기사 <‘김만배 녹취록’ 반박한 야…원희룡 “풉” 이준석 “딱 이 후보 수준”>(3월 7일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에서 “김 씨의 말 대부분이 거짓”이라는 이양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발언, “이재명 후보의 수준에 딱 맞는 그런 적반하장”이라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발언, “김만배 구속되기 전 자신의 편끼리 녹음하며 짜고친 고스톱”와 “공작의 향기 그리고 대대적 살포”라는 김은혜 선거대책본부 공보단장의 주장을 나열했습니다. 뉴스타파 보도는 기사 말미에 짧게 덧붙인 수준인데 결국 동아일보 독자들은 뉴스타파 보도가 어떤 내용인지도 모른 채 국민의힘 관계자의 일방적인 반박만 듣는 셈입니다.

조선일보 온라인 기사 <“김만배, 박영수·윤석열 통해 사건해결” 보도에 원희룡 “풉”>(이가영 기자) <원희룡 예상대로 ‘김만배 녹취록’ 언급한 김어준…심각한 표정으로 한 말>(김소정 기자)은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의 SNS 글을 그대로 옮긴 보도입니다. 원 본부장은 “대장동 문제가 터진 뒤에 김씨와 뉴스타파가 녹음했다는 것이고, 대통령 선거 3일 전에 보도한 것”, “‘풉’입니다”라고 녹음 시점에 의혹을 제기했는데요. 조선일보는 녹취록이 “각자의 이해관계가 얽혀 나온 ‘합작품’”이며 “아침부터 친여 라디오 방송과 민주당 스피커들이 어떻게 떠들어대는지 잘 감상하자”고 한 원 본부장의 주장을 그대로 전했습니다. 이어 “원 본부장 예상대로 친이(친이재명) 성향의 방송인 김어준 씨가 7일 오전 자신이 진행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오프닝에서 김만배 씨 녹취록을 언급”했다며 김어준 씨가 녹취록 공개 뒤 “정말로 모릅니까? 김어준의 질문이었습니다”라고 말한 뒤 심각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봤”다고 설명했는데요. 조선일보는 해당 의혹을 ‘친이성향’ 방송인이 언급했다는 이유로 의혹 자체를 무력화 시키려는 원 본부장 발언에 힘을 실은 것입니다.

 

‘SNS 주장’ 기사화 나선 이데일리·데일리안

한편 일부 언론은 녹취 진실과 본질은 따지지 않고 자극적인 따옴표 보도의 극치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데일리 <‘김만배 녹취록’에 윤희숙 “거짓의 냄새가 진동한다” 맹비난>(3월 7일 김민정 기자)은 “‘586 운동권, 선거공작으로 자살, 한국 정치의 회생을 예고’”라는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의 SNS 글을 전했습니다. 윤 전 의원은 ‘뉴스타파가 6개월 전에 확보한 녹취파일’을 왜 이제 공개했냐고 의문을 제기하며 “거짓의 냄새가 진동하”고 “드루킹과 선거공작이 반복되면 일부의 일탈이 아니라, 그것이 정체성이다. 586 정치세력은 어제 스스로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나라를 위해 희소식”이라고 주장했는데요. 그의 주장을 이데일리는 그대로 옮겼습니다.

데일리안 <‘김만배 녹취’ 공개에 서민 “생떼탕 시즌2” 진중권 “쉰내 나는 뻘소리”>(3월 7일 정도원 기자)는 뉴스타파를 ‘한 인터넷매체’라 부르며 “‘김만배 녹취’가 공개된 것을 놓고,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이 ‘생떼탕 시즌2’ ‘쉰내 나는 뻘소리’라고 일축”했다고 전했습니다. 데일리안은 진 교수가 “민주당에서 마지막으로 꼼수 부리는 것”, “‘왜 대장동 몸통이 윤석열이라고 뻘소리를 하는지 내내 궁금했는데 그 의문은 풀렸다’고 평가절하했다”고 전했는데요. 사안의 경중과 진의를 따지기보다 일방적 주장만 전한 반쪽짜리 보도입니다.

 

조선일보, 커뮤니티 ‘추천수 폭증 조작’ 의혹 부각

조선일보 <드루킹 시즌2? 엠팍 “김만배 녹취, 추천수 기계적 조작 확인…고발조치”>(3월 7일 장상진·최훈민 기자)는 “한 친여 인터넷 매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장동 특혜 개발에 연루돼 있다’는 주장을 담은 보도를 냈”는데, 이후 주요 대형 커뮤니티에서 “압도적인 ‘추천’을 받아 화면상 눈에 띄는 자리를 차지”했으며 “각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새벽시간에 이렇게 터무니없이 많은 추천이 가능한가’라는 의심을 보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월 2000만명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사이트 MLB파크(엠팍)가 이날 ‘추천수 폭증에 기계적 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고발조치하겠다”고 밝혔으며, 게시글은 엠팍의 평균 추천수 10배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댓글과 추천수가 몰렸다고 덧붙였습니다. 더불어 “‘드루킹이 또 다시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유독 해당 의혹 관련 기사에만 ‘40대’ 비중이 1위를 차지한 경우가 많았다”며 포털사이트 댓글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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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수·댓글 조작 의혹에 대해 보도한 조선일보 홈페이지 갈무리(3/7)

 

조선일보 <댓글 성비 5대5 ‘김만배 녹취록’ 보도에 야 “조작, 고발 들어간다”>(3월 7일 양범수 기자) 역시 국민의힘 SNS(소셜미디어) 종합지원실이 “최소 4~5개 언론사의 ‘김만배 녹취록’ 보도에서 댓글 성비가 5대5로 같”고 “댓글을 작성한 네티즌의 연령층까지 고루 분포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통상 정치분야 언론 보도에는 40~50대 남성층이 주로 댓글”을 다는 것과 달라 “조작이 의심된다”고 주장한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온라인 포털과 커뮤니티에서 ‘균일하게 올리자’, ‘안 들키게 잘 맞추자’라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고 “정황은 충분히 여론조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박성중 의원의 발언도 전했는데요. 조선일보는 뉴스타파 보도 내용이나 사실관계 확인은 뒷전인 채 온라인 커뮤니티를 출처로 ‘댓글조작 의혹’을 부각하는데 더 집중한 모습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3월 6일~2022년 3월 7일(13시 기준) 네이버 키워드 “대장동” “윤석열” “부산저축은행” “김만배” “박영수” 검색 후 나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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