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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은 진상규명 필요하다는데 “다 밝혀졌다”는 조선일보
등록 2024.01.12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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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참사 발생 1년 3개월 만에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하 ‘이태원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산적해 있는 진상규명 과제를 해소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에 목소리를 높여왔는데요.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원인과 책임자는 다 밝혀져 있다’, ‘아무 결과 없이 예산만 쓴 세월호 특조위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등 또다시 이태원 참사 관련 사실을 왜곡하고 진상규명 활동을 폄훼했습니다.


조중동, 이태원 특별법 야당 ‘단독’ 강행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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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특별법 관련 신문의 기사 제목(1/10)

 

10일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를 살펴보니 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시각차가 보입니다. 기사 제목만 훑어도 ‘법 통과’에 초점을 맞춘 곳과 ‘야당의 단독 처리’, ‘강행’에 초점을 맞춘 곳이 대비됩니다.

 

동아일보 1면 사진기사 <야, 이태원참사특별법 단독처리… 여 퇴장>·5면 <여 불참 속… 야, 이태원특별법 단독 처리>(이상헌 김은지 기자), 조선일보 1면 <거야 ‘핼러윈 특조위’ 강행>(박상기 기자), 중앙일보 12면 <‘이태원 특별법’ 야당 단독처리… 쌍특검법 재표결은 무산>(성지원 기자)은 ‘단독처리’, ‘강행’ 등의 표현을 쓰며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법 통과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경향신문 1면 <‘이태원 참사 특별법’ 통과… 진실 향한 ‘첫발’>(문광호 신주영 이두리 기자), 한겨레 <‘이태원 특별법’ 국회 통과…여당은 끝내 외면했다>(선담은 강재구 기자), 한국일보 <‘이태원참사 특별법’ 야 주도 통과…특검 추천권은 빠져>(박세인 김민순 기자)는 ‘통과’란 표현을 우선합니다. 한겨레는 ‘여당의 외면’을, 한국일보는 ‘조사위원회가 국회에 특별검사 임명을 위한 의결을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이 빠졌다’는 점을 추가로 강조했습니다.

 

‘핼러윈 참사’ ‘핼러윈 특조위’라는 조선일보

‘이태원 특별법’, ‘이태원 참사’라고 부르지만 조선일보는 ‘핼러윈 특조위’라고 썼습니다. 법안의 공식 명칭에서도 ‘10·29이태원참사’라 밝히고 있으나 조선일보는 ‘핼러윈 참사’, ‘핼러윈 특조위’라고 쓰고 있는데요. 참사 초반 ‘이태원 참사’,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혼용하던 조선일보는 2023년 1월 7일부터 ‘핼러윈 참사’로 쓰겠다고 <이태원 참사, ‘핼러윈 참사’로 씁니다>, <만물상/‘이태원 참사’ 아닌 ‘핼러윈 참사’>(선우정 논설위원)를 통해 밝혔습니다. 이유는 이태원 주민, 이태원 상인들의 고통을 고려했다는 점인데요. 참사에 어떤 이름을 붙일 것인지 고민하는 태도야 바람직하지만 조선일보가 붙인 ‘핼러윈’이란 명칭이 참사 유가족들의 고통까지 감안한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참사는 이태원의 잘못도, 핼러윈 축제의 잘못도 아닙니다. 오히려 참사 특성에 ‘핼러윈 축제’를 내세우게 되면 ‘왜 놀러갔냐’거나 ‘외국 귀신 축제’라는 등의 2차 가해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MBC는 2022년 11월 5일 ‘이태원 참사로 부르지 않겠다’고 알렸습니다. “특정 지역의 이름을 참사와 연결지어 위험한 지역으로 낙인찍는 부작용을 막고 해당 지역 주민과 상인들에게 또 다른 고통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뜻”이라며 ‘10·29 참사’로 부르겠다 밝혔는데요. 조선일보가 ‘핼러윈’을 내세운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조선일보는 <사설/민주당 ‘핼러윈 특조위’ 강행, 제2의 ‘세월호 특조위’ 불 보듯>(1월 10일)에서 여당 국민의힘과 합의 없이 법을 통과시킨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면서 “핼러윈 참사는 사고 원인과 책임자가 이미 다 밝혀져 있다”며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왜곡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해 10월 23일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제 보고회’를 열고 진상규명을 위한 30대 과제를 발표했습니다. 자료집을 살펴보면 경찰·소방·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서울특별시·용산구 각각에 남은 과제들이 164쪽 분량에 빼곡합니다. 경찰청장의 무능과 무책임, 1조5000억원이 들어간 재난안전통신망이 무용지물이 된 이유, 국가재난대응체계의 총책임자로서 행정안전부의 역할과 책임,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미실시 이유 등 그간 제기된 모든 의문이 아직 과제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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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특별법 관련 조선일보 사설(1/10)


조선일보는 해당 진상규명과제 보고회에 대해 기사 한 줄 쓰지 않았습니다. 2023년 6월 20일 국회 앞에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 농성을 시작했을 때도 조선일보는 관련 보도를 싣지 않아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조선·중앙·TV조선·채널A, 무보도로 ‘이태원 특별법’ 철저히 외면>(2023년 6월 29일)에서 비판했습니다. 2023년 12월 18일 특별법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는 오체투지를 시작한 날 조선일보는 <이태원 참사 골목 술판, 밤새 클럽 소음…안전질서 또 무너져>(12월 18일 고유찬 기자)에서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인근 골목을 찾아 술을 마시거나 고함치는 일부 시민의 모습을 전하며 이태원 참사가 마치 낮은 시민의식에서 비롯된 것 같은 뉘앙스를 전했습니다. ‘다 밝혀졌다’는 말이 오보에 가까울 뿐만 아니라 유가족과 시민사회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 돌아본 적 없이 이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균형 있는 언론의 모습도 아닙니다.

 

특조위 비난하는 조선일보, 변한 게 없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민주당은 세월호 참사 때도 특조위와 사참위 등을 만들어 8년간 9차례에 걸쳐 진상 조사를 벌였다”, “여기에 민변과 진보 단체, 노동계 등 친민주당 인사가 대거 들어갔다. 이들은 7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썼다”며 특조위 무용론과 ‘아까운 세금 낭비’ 프레임을 재생산했습니다.

 

조선일보의 이같은 프레임은 새롭지 않습니다. 세월호 참사 때도 ‘무용론’, ‘세금 낭비’ 등의 프레임을 사용하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세월호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등을 공격하다 오보를 연발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 6월 29일 1면 <세월호 특조위, 104억 예산 청구 비즈니스석 해외출장 계획 논란>(선정민 기자)에서 세월호 특조위 해외 출장에서 비즈니스 좌석을 요구했다고 썼지만 이는 오보였습니다. 이틀 뒤인 2016년 7월 1일 2면 ‘바로잡습니다’ 코너에서 조선일보는 ‘이코노미석 요금이었다’고 정정했습니다.

 

조선일보는 2016년 4월 16일 <사설/국민 안전도, 비극 내면화도 이루지 못한 세월호 2년>에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라는 기구도 미국 911테러조사위원회가 21개월간 쓴 1500만 달러(170억 원)의 2배가 넘는 369억 원의 예산을 쓰고 있지만 여태 주목할 만한 조사 결과 하나 내놓지 못했다”고 썼으나 이 또한 오보였습니다. 2015년과 2016년에 세월호 특조위에 배정된 예산은 150억 원이었고 조선일보는 4월 19일 온라인, 4월 21일 지면에서 오보를 인정했습니다.

 

2015년 11월 7일 B2면 <지구를 웃겨라/임기는 8월부터라며 월급은 1월부터 달라?>에서는 이석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장의 8개월 치 급여가 “세전 1억1689만원, 한 달 1461만원”이라고 보도했으나 오보였습니다. 일주일 뒤 11월 14일 ‘바로잡습니다’를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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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특조위 오보에 조선일보가 낸 ‘바로잡습니다’(왼쪽·2016/4/21, 오른쪽·2016/7/1)

 

위의 오보들은 세월호 특조위가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주는 내용들입니다.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가 이태원 참사 사설에서도 언급한 ‘친 진보단체 인사’ 관련 오보가 세월호 특조위에서도 있었습니다. 2015년 4월 30일 조선일보는 <전체 17명 중 유족·야·변협 추천받은 4명…민변 출신 등 진보성향 법조인>(엄보운 김지연 기자)에서 이석태 특조위원장이 참여연대 현진 공동대표라고 보도했으나 오보였습니다. 이석태 위원장은 전 공동대표였고 조선일보는 다음날 ‘바로잡습니다’에서 이를 인정했습니다.

 

세월호 특조위를 비난하기 위해 이용했던 프레임을 조선일보는 똑같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특조위가 구성되기도 전입니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언론보도도 있습니다. 조선일보가 이태원 참사 정쟁화를 우려한다면, 더 이상 정쟁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없도록 진상규명을 끝마치면 될 일입니다. 차라리 특조위가 진상규명을 제대로 했는지 감시하고, 무엇이 규명되었고 또 무엇이 미완의 과제인지 들여다보는 것이 정쟁의 고리를 끊는 방법일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늘 지엽적인 문제를 가지고 특조위 필요성을 의심하게 하고, 참사를 정치적 논쟁거리로 만듭니다.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것이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임을 조선일보는 알아야 할 것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4년 1월 10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이태원 특별법’ 관련 지면 기사

* 섬네일 : 모니터 대상 : 오마이뉴스 <이태원 유가족 '마지막' 행진…"9일 특별법 안고 돌아올 것">(1/8)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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