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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구매 및 사이버 사찰 의혹’ 신문‧방송 보도 모니터 보고서(2015.7.23)
등록 2015.07.23 18:17
조회 717

 

 

국정원의 사이버 사찰 의혹 축소, 왜곡하는 공영방송 반성해야

 

 

 “사건 기자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의문 부호’가 없다” 2년 6개월여 만에 해고무효 판결을 받아 지난 20일 복직한 MBC 이상호 기자가 자사의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직원 자살 보도를 보며 한 말이다. 이상호 기자의 비판은 비단 MBC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매와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해 주요 언론사는 축소와 왜곡 보도로 일관하고 있다.


 국정원이 ‘육군 5163 부대’라는 고객명으로 이탈리아의 악명 높은 스파이웨어 업체에게 해킹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구매했다는 내용의 자료가 7월 6일부터 인터넷에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대다수 언론은 침묵했다. 국정원이 총 20명분의 해킹 소프트웨어를 구입했다고 시인한 14일까지 신문‧방송 중 한겨레와 JTBC만 이 사안을 보도했다. 14일 이후 내국인 사찰은 없었으며 북한을 상대로 한 해킹이었다는 국정원의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더불어 △2012년 2월부터 최근까지의 해킹 프로그램 구매‧유지‧보수‧업그레이드 △2012년 대선 등 선거 관련 해킹 △천안함 사건 관련 안수명 박사에 대한 해킹 △대중적 URL에 대한 악성 코드 설치 등 사실상 전 국민에 대한 사이버 사찰 정황이 드러나고 있지만 대다수 언론은 매우 소극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 특히 조중동과 공영방송은 불거지는 여러 의혹들을 야당의 일방적 주장처럼 전하거나 국정원과 정부‧여당의 주장을 받아쓰고 있다. 

 

1. 신문‧방송 보도량 비교

 

 국정원을 포함해 세계 각국에 도‧감청 해킹 프로그램을 판매해온 이탈리아 업체 ‘해킹팀’이  고객 명단 등 상세한 자사 자료의 유출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7월 9일이다. 이미 6일부터 400기가바이트에 달하는 해당 자료가 ‘비트토렌트’라는 개인간 공유 프로그램에 올라와 있었다. 이 자료에는 국정원이 ‘육군 5163부대’라는 이름으로 2012년부터 올해까지 6차례에 걸쳐 총 70만 1400유로(약 8억 8000만원)를 ‘해킹팀’에 지출한 자세한 내역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인터넷에 화제가 되고 있는 내용을 주요 언론이 보도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한겨레만 고군분투한 14일 이전, 다른 신문은 모두 은폐
 국정원 해킹 관련한 신문의 첫 보도는 11일에 등장했다. 그것도 한겨레만 관련 내용을 집중 부각하며 보도했을 뿐이다. 한겨레는 11일 3건, 13일 7건으로 관련 의혹을 집중 부각했다. 11일에 조선일보도 <이 해킹 프로그램 업체 고객 명단 유출 ‘서울 서초구 5163부대, 8억원어치 구매’>로 관련내용을 보도했지만, “우리 군에 5163부대란 조직은 없다”는 군의 입장과 관련 사실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국정원의 입장을 간단히 전달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시기에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단 한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서 이처럼 의혹을 제때 부각시키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그나마 14일에 경향신문과 중앙일보도 각 5건, 2건을 보도했지만, 동아일보는 14일까지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국정원 직원 자살 전까지는 조중동 여전히 축소보도
 대부분 언론이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구매 사건을 다루기 시작한 14일부터 국정원 직원의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이 터지기 전인 18일까지 조중동의 보도태도는 한마디로 ‘축소’였다. 이 시기 한겨레가 38건, 경향신문이 30건을 보도한 데 비해 동아일보 12건, 조선일보 8건, 중앙일보는 6건 뿐이었다. 조중동의 보도량은 국정원 직원 자살 이후에야 급격하게 늘어났다. 자살 사건이 불거진 20일부터 22일까지 조중동의 국정원 해킹 관련 보도량은 동아일보 19건, 조선일보 25건, 중앙일보는 23건이다. 7월 11일부터 18일까지의 보도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 국정원 자살 이후 보도량이 휠씬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조중동 지면 배치를 봐도 국정원 해킹을 소홀히 다뤘음이 드러나
 국정원 직원 임 씨의 자살 이후에야 많은 보도량을 보인 조중동의 보도태도는 지면 배치에서 더 확실하게 드러난다. 해킹 관련 내용이 1면에 실린 경우를 보면 한겨레가 9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향신문이 7건인데 비해 조선 5건, 동아 3건, 중앙 3건으로 조중동이 상대적으로 사안을 소홀하게 다뤘음을 알 수 있다. 주요 지면인 1면부터 5면까지 배치한 건수를 살펴보면 한겨레가 54건, 경향이 47건을 배치했다. 이에 비해서 조선은 21건, 동아는 20건, 중앙은 19건을 1면부터 5면 사이에 배치했다. 조중동의 6면 이후 배치 보도량은 1면 보도량과 같거나 더 많은 수준으로 전반적으로 소홀한 조중동의 보도태도가 눈에 띈다.

 

 

 숫자로만 봐도 참담한 지상파 3사의 보도, 직원 자살 이후 집중보도한 종편보다도 못해
 지상파 3사와 종편 3사 저녁 종합뉴스 보도의 경우 비교에 의미가 없을 정도로 JTBC가 타사를 압도했다. JTBC는 7월 10일 첫 보도를 시작으로 꾸준히 국정원의 ‘해킹팀’ 해킹 프로그램 구매 및 사용 과정을 분석하고 민간인 사찰 의혹을 다각도로 조명했다. 전문가 대담 및 인터뷰, 앵커의 논평, 취재현장 연결 등 생생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위한 다양한 형식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JTBC를 제외한 5개사는 7월 13일까지 한 건의 보도도 하지 않았다. 조중동과 마찬가지로 지상파 방송사와 종편 2개사가 모두 은폐를 시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기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은 언론의 태도는 낙종이 아니라, 사안 자체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지거나 은폐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공영방송 2개사를 포함한 지상파 3사의 저녁종합뉴스가 국가기관으로부터 국민이 불법사찰을 받았을 정황이 포착되었음에도 이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은 심각한 직무유기이다.

 대부분 방송의 첫 보도는 국회에서 국정원장이 해킹 관련한 사안에 대해 답변을 한 14일에야 겨우 등장했다. 그러나 방송도 신문과 마찬가지로 국정원 직원 자살 이전까지는 매우 소극적인 축소보도를 했다. 14일부터 18일까지 JTBC가 28건을 보도했을 뿐 TV조선은 10건, 채널A는 5.5건에 그쳤다. 황당한 사실은 이 시기의 지상파 3사의 보도가 TV조선과 채널A보다도 적은 KBS 5건, MBC 4.5건, SBS 4건뿐이었다는 것이다.

 

 

국정원 직원이 자살한 이후에야 보도량을 늘린 것은 방송도 마찬가지였다. 직원 자살 바로 다음 날인 19일부터 20일까지 JTBC는 29건으로 종전 시기와 비슷한 보도량을 보였으나 TV조선은 24건, 채널A는 18건으로 보도량이 크게 증가했다. 지상파 3사 역시 이틀만에 이전 5일간의 보도량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보도를 했으나 여전히 10건 남짓에 불과한 총 보도량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2. 신문‧방송 보도 경향 비교

 

 한겨레‧JTBC‧경향신문을 제외하면 사실상 거의 은폐 수준
 국정원이 2012년 2월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처음으로 해킹 프로그램을 구매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거진 ‘전국민 사이버 사찰’ 정황은 계속 새로운 의혹을 낳고 있다. 의혹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 할 수 있다. △내국인‧민간인 사찰 여부 △2012년 대선 등 선거 관련 해킹 여부 △천안함 폭침설 반대 학자에 대한 해킹 시도 △관련 직원 임 씨(45)의 자살과 관련된 여러 의혹 등이다. 400기가바이트에 달하는 ‘해킹팀’ 내부 문서가 1차 자료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언론이라면 사실에 근거한 여러 의문점을 국정원과 정부에 제기할 수 있었다. 또 그것이 당연한 언론의 책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문‧방송을 아울러 경향‧한겨레‧JTBC를 제외하면 이런 책무를 다한 언론사는 없다.


 한겨레‧JTBC 민간인 사찰에 대한 선도적 의혹 제기
 민간인 사찰 의혹에 있어서 한겨레와 JTBC 보도는 선도적이었다. 두 언론은 각각 7월 11일과 10일부터 국정원이 구입한 해킹 프로그램 RCS(원격조정시스템)이 해킹 대상의 SNS, 카카오톡 등 거의 모든 네트워크 활동을 도‧감청 할 수 있으며 국정원이 카카오톡과 삼성 갤럭시폰을 위한 해킹 기술을 문의한 사실,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메르스 관련 누리집, 맛집 블로그, 카카오톡 게임 등에 악성 코드를 심어달라고 한 정황까지 상세히 보도한 것이다. 한겨레의 <국내통신망 이용자 해킹 지난달에만 3차례…‘타깃’ 밝혀야>(7/20, 4면, 김외현‧이승준‧허승 기자)는 국정원이 “이용자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해킹팀 쪽에 ‘인터넷 주소 감염’을 요청했고 이 같은 일련의 작업은 지난달에만 세 차례 이뤄졌다”며 최근까지 이뤄진 전국민 대상 사찰 정황을 전했다.

 

 채널A의 유일한 사찰의혹 보도, 실상은 종북 혐의만 강조
 채널A는 <‘천안함 폭침’ 반박 과학자 해킹 시도>(7/16, 3번째, 김성진 기자)에서 천안함 폭침설 반대 학자에 대해 다뤘다. 그러나 이 보도는 해킹 의혹 관련 보도라 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안 박사는 대공 용의자이니 사찰해도 무방하다는 식의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보도였다. 보도는 “안 박사가 해킹 한 달 전 중국에서 북한 관료를 만나 군사 기밀을 유출하려 한 혐의로 미국 정부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했다며 대공 용의점이 있는 인물”이라는 여당의 주장을 그대로 전했다. 안수명 박사가 “62차례나 북한을 방문하며 김일성 상까지 받은 재미교포 노길남 씨와 함께하는 인사”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 보도에는 국정원이 <미디어 오늘> 기자를 사칭하여 악성 코드를 심은 이메일을 안수명 박사에게 보내 해킹을 시도했던 사실은 단 한 문장만 언급된다. 안 박사를 종북인사로 모는 보도인지, 국정원의 불법적 민간인 사찰을 알리는 보도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이다.

 

△ 채널A 관련 보도 화면 갈무리

 

참담한 수준의 공영방송 해킹 관련 의혹 보도, 0건
 경향‧한겨레‧JTBC를 제외한 언론들은 사실상 국정원 해킹 관련 의혹을 은폐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조중동의 정치적 편향성과 TV조선, 채널A의 보도는 예상가능한 수준일지도 모르겠으나 공영방송의 보도태도는 그야말로 참담한 수준이다. 그나마 SBS가 <“국정원 해킹 목표는 변호사”>(7/15, 5번째, 김수형 기자)로 국정원 해킹의 목표 대상이 북한이 아니라 민간 변호사임을 단독으로 보도하여 간신히 지상파 체면치례를 했다. 그러나 KBS와 MBC의 해킹 관련 의혹 보도량은 압도적인 0건, 철저한 은폐라 할 수 있겠다.

 

 

제기되는 의혹은 모두 정쟁으로 둔갑
 의혹 보도에는 매우 소극적이거나 아예 침묵했던 조중동과 지상파 3사, 그리고 TV조선 및 채널A는 야당의 주장 보도나 여야간 정쟁 보도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표6>에서 볼 수 있듯이 각종 의혹에 있어서는 2~4건 보도에 그쳤던 조중동은 야당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쓴 보도나 여야 공방을 묘사한 보도에 열을 올렸다. 이는 방송의 JTBC를 제외한 모든 방송사에도 해당된다.

 

 

이런 경향은 보도 제목에서 그대로 나타나기도 한다. 제목에서부터 여야정쟁을 묘사하는 보도들은 겨우 10건 남짓한 총 보도량을 기록한 지상파 3사에서 높은 비중으로 나타났다.

 

 

MBC, 국정원 해킹 의혹을 “새정치민주연합의 여론전”으로 표현
 특히 MBC는 12.5건의 전체 보도량 중 절반에 가까운 6건을 여야 공방 보도에 할애했고 그 중 5건은 제목 자체가 여야정쟁을 묘사했다. 이 중 <여야 해킹 공방…“사용기록 공개”>(7/17, 20번째, 장재용 기자)는 해킹 프로그램 사용기록을 공개하기로 한 국정원의 결정을 전하면서 야당의 행보를 “여론전”으로 규정했다. 기자가 리포트를 시작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사에 해킹 검진센터를 만들고 일반인들의 휴대전화를 점검해주겠다며 여론전을 시작했습니다”라고 한 것이다. 이어서 “국가 안위를 위해서 해킹할 필요가 있으면 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라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말과 “엄혹한 안보 현실에 근거 없는 매도는 자해행위이고 이미 정보역량은 크게 훼손됐다”는 국정원 입장만 그대로 전달했다. 이는 제목에서는 여야 공방이라는 용어로 모든 의혹의 정황을 지워버리고 내용에서는 사실상 여당과 국정원의 입장을 비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보도는 야당이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것처럼 보이게 할 가능성이 높다.

 

 언론사는 의혹 판단할 머리 없는 듯, 의혹의 주체를 야당으로만 지칭
 의혹 제기의 주체를 야당으로 지칭하는 보도도 많았다. 경향신문 <국정원 ‘2012년 대선’ 11일 전 해킹 프로그램 30개 긴급주문>(7/15, 1면, 김상범‧박홍두 기자)는 “국가정보원이 지난 대선 직전인 2012년 12월 초 이탈리아 해킹 프로그램 제작 업체 ‘해킹팀’에 다수의 기기를 해킹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긴급하게 주문”했다며 대선 시기와 맞물린 구매 시기를 직접 언급했다. JTBC <겉으론 20명…속으론?>(7/20, 6번째, 김태영 기자)도 “20명이 아니라 20회선입니다. 다시 말해, 동시에 감청할 수 있는 인원이 20명이라는 것이지 대상을 바꿔가면서 감청하면 그 숫자는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앵커가 직접 국정원 입장을 반박했다.


반면 조중동과 TV조선, 채널A, 지상파 3사는 의혹을 직접 제기하는 보도를 거의 하지 않은 채 국정원 행태에 의문점을 지적하는 야당 의원들의 말을 그대로 전하기만 했다. 예를 들어 동아일보 <국정원 “사이버戰 대비한 것”… 野 “선거 앞두고 구입 수상”>(7/15)는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2012년 1월이라는 시기가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있어 의심스럽다는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의 지적을 실었다. 이 보도는 “20인용이라도 한 명이 1개의 라이선스로 수백, 수천 명에게 (사찰 등에)사용됐을 가능성도 살펴볼 것”이라는 신경민 의원의 다른 의혹 제기도 전했다. 하지만 선거 관련 해킹 의혹과 20인을 넘어선 전국민 상대 사찰 의혹은 경향‧한겨레‧JTBC의 경우 야당 의원의 입을 빌리지 않고 직접 소개하고 지적했던 사안이다. 이처럼 기자 스스로 문제제기하지 않은 채 야당이 일방적으로 의혹을 주장하는 것처럼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는 저널리즘 기능을 내던진 것이다.

 

 국정원 해킹프로그램 구입 및 사이버사찰 의혹 관련, 국정원의 나팔수가 된 언론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구매 사건 관련 보도에서 국정원과 여당의 입장을 아무런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쓰는 언론의 태도도 심각한 문제이다. 국정원과 여당의 입장을 강조하는 보도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본 결과는 <표8>과 같다. 경향신문과 JTBC는 국정원‧여당 입장만을 전하는 보도가 한건도 없었다. 한겨레의 경우 7건의 보도가 있었으나 그 중 5건에서 강력하게 국정원‧여당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외의 모든 언론사가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구매 관련 전체 보도 중 30%를 전후한 비율로 국정원‧여당의 입장을 강조했다.

 

 

특히 조선일보 <국정원 직원 자살 관련 각종 음모론 사회적 公器 무너뜨리는 자해행위>(7/22, 12면, 장상진 기자), TV조선 <타살설에 조작설…음모론 난무>(7/20, 7번째, 황민지 기자), 채널A의 <“유서 같지 않다” 도 넘은 음모론>(7/20, 3번째, 송찬욱 기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직원에 대한 모든 의혹 제기를 “음모론”으로 치부하면서 사안을 덮으려는 국정원과 여당에 일조했다. 내국인 사찰이 없었다면서도 관련 자료를 모두 삭제하고 자살로서 스스로 소명 기회를 없애버린 직원의 죽음에 의혹이 뒤따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임에도 보수언론은 외면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보다 황당한 것은 SBS이다. SBS는 고작 9건에 불과한 전체 보도량 중 무려 6건을 국정원‧여당 입장 전달에 쏟아 부었다. 특히 <“프로그램 샀지만 해킹 안 했다”>(7/14, 4번째, 조을선 기자)는 14일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매 정황 관련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각종 의혹을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은 북한의 해킹에 대비한 연구용으로 프로그램을 샀을 뿐 국내 사찰용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 공작원들도 카카오톡을 사용하기 때문에 카톡에도 해당 프로그램을 적용할 수 있는지 이메일로 문의했다”는 국정원 설명만을 보도에 실었다. 국정원의 구매 시기가 대선 직전이라는 점과 구매한 해킹 프로그램이 20명분이 아니라 20회선이므로 무제한으로 해킹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신경민 의원의 발언은 언급되지도 않았다. 한편 한겨레는 <사설/‘국정원 변호인’ 자처한 김무성 대표>(7/18)에서 “벚꽃축제며 국내 떡볶이 블로그, 심지어 포르노 사이트까지 해킹의 미끼로 활용한 것을 새누리당은 여전히 ‘대간첩 작전’이라고 믿고 있는가”라며 “국가 안위에 대해서 해킹할 필요가 있으면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질타했다.

 

 국정원 해킹 의혹 보도, 제 역할 내던진 언론은 반성해야
 관련 직원의 자살로까지 이어진 이번 사태에 대해 국정원과 여당은 현재 밝혀진 사실은 두 차례에 걸쳐 20회선의 해킹 소프트웨어를 구입한 것 밖에 없다며 쏟아지는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여당은 자살한 임 씨가 유서에서 “정말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고 한 것을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고 있고 하태경 의원의 경우 고인에 대한 예까지 들먹이며 의혹 제기를 일축했다. 하지만 언론이라면 의혹투성이인 죽음에 대해 ‘합리적 의문’이 들 수 있다는 이유를 제시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사실규명 주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베일 속 ‘셀프 복구’>(7/21, 6번째, 박현주 기자)에서 “실무자인 임씨가 급히 삭제한 자료라는 점에서 민감한 내용이 담겨 있었을 가능성”이 있고 “복구 작업 자체가 국정원의 주도로 이루어지면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 된다며 삭제 자료의 투명한 공개를 촉구했다. 국민들이 원하는 보도는 바로 이런 보도이다. 그러나 조중동과 TV조선, 채널A는 물론 지상파 3사 마저 모든 의혹을 외면해버렸다. 그러면서 오히려 의혹을 야당의 주장으로 보이게 하고 국정원과 여당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특히 지상파 3사가 극히 적은 보도량에도 불구하고 많은 비중을 국정원‧여당 입장 보도에 할애했다.

 “추측성 의혹으로 ‘나쁜 기관’으로 매도되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한 국정원 직원들의 일동 성명(19일)의 내용처럼 국정원이 국민으로부터 진정한 신뢰를 받는 정보기관이 되기 위해서라도 어떤 의혹은 분명하게 밝혀져야 할 것인지를 꼬집어주는 언론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언론은 자문해야 할 것이다. <끝>

 

2015년 7월 2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